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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용골추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이사 온지 한 달이 넘었다. 그래도 사용하던 물건들이 어디 들었는지를 몰라 무엇을 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특히 요리와 관련된 것들에 그런 것들이 많다. 평소 잘 사용하지 않다가도 꼭 필요한 때가 있고, 그때야 찾아보지만 생각처럼 쉽게 찾아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포기하는 요리들이 많다.

거기다 우리 집에 들이닥친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패닉 상태가 되기도 했다. 우리가 경험한 코로나의 국가관리는 빵점이다. 가능하게 하는 일은 하나도 없고 불가능하게 만드는 일만 남아 불편을 배가시켰다.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또 다시 지난 선거의 결과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군인 봉급을 월 이백만 원을 주겠다는 공약은 정말 대 젊은이 사기가 아닐 수 없다. 그걸 믿고 표를 찍고, 입대시기를 저울질하던 젊은이의 심정은 어떨까.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노인들에게 오월부터 기초연금을 사십만 원으로 올려줄 것 같이 떠들던 공약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입만 열면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말은 도대체 뭔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 자기 덕이라는 주장은 얼마나 황당한가. 집값을 부추기는 투기세력들이 선거라는 철을 이용하여 한껏 부풀렸던 집값이 제 풀에 거품이 꺼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ㅤㄱㅛㅇ이 말하는 자유란 경쟁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자유와 경쟁이란 시장의 자유와 능력주의를 의미한다. 물가가 오르고 살기가 어려워지면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그 피해를 입고 피해의 대부분을 담당하게 된다. 그나마 찬바람이 불어와 조금은 살기가 수월해졌지만 겨울이 닥치면 에너지 수급대책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사실 냉방비용보다 난방비가 훨씬 더 많이 든다. 이번 겨울에는 가스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세상의 상황은 언제나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은 탐욕스럽고 그 탐욕을 정상이라고 인식하는 한 세상은 언제나 희생의 체제가 강화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상이 여기에서 벗어난 적은 없다. 능력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경쟁에서 이기는 것도 아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용골추(중심을 잡아주는 축)의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인들이다. 우리 사회에는 누군가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들이 있을 때 사회는 비록 흔들릴지라도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예수님은 가난한 이들, 장애를 가진 사람들, 버림받은 이들, 소외된 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심으로써 사회적 우선순위를 바꾸어 놓으셨다. 그들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존재하던 사회적인 장벽들도 철폐하셨다. 그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돌보기 전까지는 누구의 주목도 끌지 못하던 사람들이었다.

예수님의 이 관심이 바로 희생의 체제인 모든 문명의 용골추가 될 수 있다. 로마는 환락의 도시였다. 전쟁을 통해 세계로부터 유입되는 물자와 노예들은 로마를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도교는 바로 그런 로마에게도 강력한 용골추의 역할을 담당했다. 한 번 상상을 해보라. 권력을 가지지도 못했고, 재물 역시 가지지 못했다. 잡히면 죽임을 당하는 활동불능의 상태의 그리스도인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그런 상태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이 하셨던 그 일을 강력하게 실천했다. 그들은 예수님처럼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일에 전력을 다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리지 못했던 인간의 존엄을 살리는 일에 헌신했다. 군대에 의해 유지되던 로마라는 사회가 그런 그리스도인들에게 주목할 수밖에 없을 만큼 그리스도인들은 용골추로서의 사회의 역할을 감당했던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그런 행위를 자랑하지 않았다. 내세우지도 않았다. 물론 자랑도 내세울 수도 없었다. 자랑하는 순간, 내세우는 순간 그들은 붙잡혀 온갖 기발한 방식으로 사형을 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빚어내는 그와 같은 일들이 예수님이 말씀하셨던 대로 한 손이 하는 일을 다른 손이 모르게 하는 일로 만들었고, 그 결과는 그들이 상상할 수 없었던, 박해 속에서의 그리스도교의 성장을 이루어냈다.

그리스도인에게 이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을 선전하지 말아야 한다. 과장은 더더욱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의 일이 은밀하면 은밀할수록 그 일은 하나님의 일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스도인들이 하는 일이 다 하나님의 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만일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이 하는 일을 자랑하거나 선전한다면 그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아무리 위대한 일이든 그것은 그리스도인들 개개인이나 그리스도인들 전체를 위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의 일이 된다는 말이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더해 자신들을 핍박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선으로 갚았다. 이 일 역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을 핍박하는 사람들까지 사랑함으로써 그리스도교가 진리의 종교임을 자신들의 삶으로 세상에 보여주었던 것이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로마를 변화시켰다는 사실은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사실 오늘날 맘몬의 힘은 과거 그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의 자유는 곧 맘몬의 자유이다. 시장과 자본은 과거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로워졌고 그만큼 강력해졌다.

이제 맘몬은 단순히 생존의 문제로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생존보다 더 편리함과 사치로 우리를 유혹한다. 잘 생각해보라. 우리가 어떤 물건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생존과 직결되지 않는다. 편리함과 사치는 생존의 문제를 넘어 인간의 탐욕을 무한대로 배가시킨다. 그야말로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상태를 창조해낸 것이다.

오늘날 티브이를 보라.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다. 가지고 가져도 만족하지 못한다. 더 좋은 것이 있고, 그것은 내일이면 또 다른 것으로 대치된다. 문화 자체가 그렇게 변한 것이다. 로마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그런 상태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빈부격차가 심해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강력한 희생의 체제가 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라는 분께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면 서도 정작 국민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지도 못한다.

그와 그의 아내가 유한계급에 속했기 때문이다. 유한계급이란 미국의 사회학자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이 처음 사용한 말로 먹고살 걱정이 없는 이들 가운데 물질적 여유를 누리며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부유층을 가리켜 유한계급(Leisure Class)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어떤 물건을 구입할 때 그 물건이 필요해서라기보다 부를 과시하기 위해 구입한다. 그들은 물건의 가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사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런 욕구를 경제용어로 베블런효과라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대부분 자신은 유한계급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티브이를 보고 베블런 효과에 물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것을 나는 세상의 복음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세상의 복음이 오늘날과 같이 강력하게 우리의 마음을 잠식한 적은 없다.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복음이 자리할 곳이 없어진 것이다.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예수님의 본보기를 더 이상 바라보지 않고 외면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용골추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로마라는 사회의 용골추 역할을 잘 감당함으로써 그리스도교를 진리의 종교이자 생명의 종교로 세상에 각인시킬 수 있었다. 이제 우리가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할 때이다. 특히 지금처럼 대통령이 유한계급인 우리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는 그리스도인들의 역할은 너무도 시급하고 절실하다. 지금이야말로 다시금 그리스도교가 생명의 종교로 다시 살아나고 부각될 수 있는 적기이다.
 
 

올려짐: 2022년 9월 05일, 월 5:2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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