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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여사님을 롤모델 삼았더니... 경찰이 메일을 보냈다
김 여사의 '서면조사', 군 유가족 의뢰인 사건에 '영감'을 주다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월 16일 오후 전두환씨 부인 이순자씨를 예방한 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오마이뉴스) 최정규 기자 = '롤모델 김건희 Hal su it da, 나도 박사가 될 수 있다'는 제목의 칼럼이 화제다. 자유기고가 김소민씨는 <한겨레>에 실린 이 칼럼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논문표절, 논문표절에 대한 국민대 총장과 교수의 대응 등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을 자기만의 어법으로 풍자했다.

"김 여사의 용기 있는 논문은 전 국민 박사시대를 여는 포석 아니겠는가", "여사의 'Yuji 논문' 유지는 해방선언이다... 이제 영어 단어 생각이 안 나면 한국말 발음을 알파벳으로 쓰면 된다"는 칼럼의 글 마지막은 "예스 위 캔 두 잇, Hal su it da."

내가 이 칼럼을 언급한 이유는 나 또한 최근 김건희 여사를 롤모델로 하여 의미있는 결정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롤모델을 정하고 따라해보는 방식이 이번 처음이 아니다. 그리고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실패할 때가 더 많다.

한동훈·이재용 롤모델 삼기는 실패


▲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지난 2020년 7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지난 1일 접수한 장애인 노동 착취 사건 관련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청서를 들고 있다. ⓒ 조혜지

나는 변호사다. 내 의뢰인을 위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제공받는 최상의 서비스에 아주 관심이 많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도 그랬다. 삼성 부회장 이재용의 불법승계, 부정회계사건,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 사건에서 피의자와 변호인은 기소와 수사계속 여부를 시민전문가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것을 보고,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해 이를 롤모델 삼아 나도 신청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이재용과 한동훈이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불기소와 수사중단을 권고의결했지만, 내가 신청한 지적장애인 노동력착취사건(사찰노예사건), 이주노동자 임금착취사건에서는 아예 위원회 근처도 가보지도 못하고 종이 한 장 받고 문전박대 당했다(관련 기사: 수사심의위는 이재용과 한동훈만 가능한가? http://omn.kr/1ofxj ).


▲ 종료결정문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종료결정 통보 ⓒ 최정규
그래도 내 의뢰인을 위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욕심을 포기할 수는 없다. 최근 경찰조사를 받아야 하는 의뢰인을 만났다. 그녀는 아들을 군에서 잃은 군유가족이었다. 의무복무 중 첫 휴가를 받고 온 아들은 극단적 선택을 했고, 군은 이 죽음이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일반사망' 판정을 했다.

우리 아들이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아들이 남긴 유품인 일기장을 뒤져가며 군생활 중 아들이 겪은 부당한 대우를 추적했다. 무리한 당직명령으로 인한 수면부족, 행정보급관의 괴롭힘 등을 밝혀냈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재심사 권고를 받아 내서 '순직' 결정을 받아냈다. 2년에 걸친 싸움을 마치고 그녀는 최초 아들 사망사건을 수사한 수사관의 처벌과 징계를 촉구하는 두 번째 싸움을 시작했다. 그것이 아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대 앞 1인시위, 언론 인터뷰 등 할 수 있는 건 다하고 계신 그녀는 갑자기 경찰서로부터 출석해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실수사 군수사관이 자기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고소장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머니의 변호인이 돼 이 사건의 무료변론을 맡았다. 우울증 약으로 버티고 있는 의뢰인을 모시고 경찰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까? 의뢰인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을까?

김건희 여사를 롤모델로 '서면조사'를 받다

그러던 중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허위경력'에 대한 경찰조사를 서면으로 받고 있고, 50일 넘게 서면조사 답변을 회신하지 않았다는 언론보도를 봤다.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한 나는 경찰서에 서면조사를 요청하는 서면을 정식으로 발송했다.

"피의자가 경찰서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는 것이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야기할 수 있음은 넉넉히 추단된다고 할 것이고, 출석조사로 건강이 악화될 것이 심히 염려되는 상황입니다."

근거규정도 찾았다.

경찰수사규칙 제39조(조서와 진술서) 제3항: 사법경찰관리는 피의자 또는 피의자가 아닌 사람의 진술을 든는 경우 진술사항이 복잡하거나 진실인이 서면진술을 원하면 진술서는 작성하여 제출하게 할 수 있다.

한 달이 지나도 오지않던 답변이 드디어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왔다. 우리의 요청을 받아들여 서면조사로 진행하자고 하며 이메일을 보내왔다.


▲ 서면조사 관련 경찰서 이메일 서울관악경찰서 수사관은 피의자측의 서면조사요청을 받아들여 우편조서를 보내올 것을 이메일을 통해 안내해 주었다. ⓒ 최정규

수사기관은 피의자 또는 참고인 조사에 있어 출석조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러해야 할까? 사실관계에 대해 다툼이 심하고 대질신문 등을 진행할 사안이면 몰라도 단순히 사실관계를 묻는 질의응답은 출석조사보다 서면조사로 충분하지 않을까? 어차피 올해부터는 검찰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법정에서 "그 내용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면 증거능력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 모든 생각과 시도는 김건희 여사의 '서면조사'에서 시작됐다. 김건희 여사를 롤모델로 하여 우리도 '서면조사'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수사기관의 기존 낡은 조사방식인 '출석대면조사'를 '서면조사'로 획기적으로 바꿀 수는 있는 일이며, 수사기관 편의가 아닌 시민의 편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수사과정 개혁을 가져올 수 있다. 이 역사적 전환에 김건희 여사가 기여한 바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예스 위 캔 두잇, Hal su it da. 서면조사!'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ㅐ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8월 30일, 화 11:5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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