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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이준석의 눈물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이준석의 눈물 기사를 보았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겪는 과정 중에서 어디선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누차 저를 그 새끼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그래도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내가 참아야 한다고 크게 ‘참을 인’ 자를 새기면서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고 목이 쉬라고 외쳤던 기억이 떠오른다”

나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는 토사구팽이다.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하고, 대항할 힘마저 없으니 결국 눈물을 흘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내 생각과 다른 논지의 글을 다른 곳에서 보았다. 내 페친 한 분이 공유한 글에서다.

“'이새끼 저새끼 하는 놈'도 팔았고, (양고기라 속여) 개고기도 본인이 팔았다고 한다. 해로운 먹거리인 줄 알면서도 속여서 선량한 국민에게 팔아먹은 아주 야비하고 부도덕한 장사꾼이다. 그걸 먹은 국민은 지금 탈이 나서 다 죽게 생겼고, 나라는 개판이 되었다. 모르고 판 것도 아니고, 자기 살자고 알고 팔았으니 얼마나 나쁜 놈인가. 근데 울긴 왜 우는지? 불량식품을 더 못 팔아먹어서?”

이분은 나처럼 이준석의 눈물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눈물을 진작에 흘려야 했다거나 눈물 흘리는 것이 가증스럽다는 의미이다. 울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사실 이분의 논지는 정곡을 찌르고 있다. 새삼 내가 물러빠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지적을 촌철살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감을 넘어 감동이 된다.

하지만 나는 이준석이 충분히 눈물이 날 것이며 눈물을 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그 눈물이 이준석의 깨달음으로 이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준석의 눈물이 잘못된 것은 바로 위에 인용한 분이 지적한 것처럼 잘못된 일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불량식품을 팔았다. 그리고 그것이 능력주의의 상징인 이준석이 늘 하는 일이다. 능력주의는 모든 능력을 이기기기 위해 동원한다. 능력주의에는 도덕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도덕을 염두에 두는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많아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는 건 결과적으로 능력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능력주의에서 패배란 곧 무능력을 의미하고 이번에 이준석은 그것을 경험한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이 그것을 깨닫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결국 그의 능력은 자신을 위해 발휘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나이가 어려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었다. 이 합당한 이유 때문에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능력주의의 궁극적인 결과와 한계에 대해 생각할 수 없고, 눈물을 흘렸지만 깨달음에 이를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에게 이번 일은 일종의 교육의 과정이 될 것이다. 그는 좀 더 노련해질 것이지만 결코 능력주의의 한계를 느끼거나 자신만 못한 사람들을 향한 긍휼이나 공감을 느끼는 사람으로서의 출발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적의 적은 친구다.”

오래 전 백악관 법률전문 특별보좌관이었던 찰스 콜슨의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다.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련되어 그는 감옥에 가야했고 그는 그곳에서 정치판의 태생을 파악했다. 그리고 그의 깨달음은 “적의 적은 친구다”라는 그의 말이 대변하고 있다. 정치판은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곳이다. 그곳에는 어떤 옳음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이기는 것 외에는 다른 모든 것은 부차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태를 찰스 콜슨은 깨달았고 옳게 표현했고, 마침내 그는 그런 정치판에서 물러나 <그리스도인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을 썼다.

맞다. 그는 감옥에서 이준석과 같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다시는 정치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에 담겨 있는 의미를 제대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준석도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도 그 말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깨닫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 말이 옳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할 것이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의 의미는 능력주의 세상의 잔인함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것을 깨달아야 할 사람은 이준석과 같은 정치가들 뿐만이 아니다. 왜 찰스 콜슨이 <그리스도인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을 썼는지 아는가. 그는 정치를 통해 세상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세상이란 곳이 얼마나 진인한 곳인가를 넘어 세상이란 곳이 근본적으로 희망이 없는 곳이라는 깨달음에 이른 것이다. 그의 깨달음이 도달 한 곳은 결국 복음이다.

그는 <그리스도인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에서 세계관에 관해 언급한다. 그 책의 주제는 그리스도교 세계관이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세계관이 바뀌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그리스도인 됨의 시작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서도 아직도 적의 적은 친구라는 세상의 방식을 고수한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그리스도인 됨을 부인하는 것이다.

나는 오래 전에 지하철에 교회의 선전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경악해야 했다. 한껏 인자한 표정의 그 목사를 나는 절망의 눈으로 보아야 했다. 그 목사는 승승장구하여 마침내 교단 총회장을 거쳐 한기총의 회장을 지냈다. 지금도 그는 권력을 향한 끝없는 전진을 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이런 사람을 보고 벌레를 본 것처럼 느끼고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교회를 나가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을 찾아다닌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대단한 사람이며 하나님의 사람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그리스도교 절망의 시대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사람의 세계관이 바로 적의 적은 친구라는 세계관이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능력주의다. 그런 세계관과 능력주의라는 가치관은 하나님 나라의 정 반대이다.

그래서 나는 만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오래 전 책이지만 <그리스도인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권한다. 그리스도인이라면서도 능력주의를 말하고 시장의 자유를 주장한다면 다른 것이 아니라 그의 세계관이 바뀌지 않은 것이다. 세계관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그리스도인 됨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얼마 전에도 나는 그리스도교 행사 포스터에 “xxx 박사”라고 적어 놓은 것을 보았다. 이런 것이 바로 그리스도교 안에 작동하고 있는 능력주의의 단편이다. 그리스도인들의 세계관이 바뀌어 이런 모습들이 사라지지 않으면 그 사람들이 무슨 위대한 일을 하던 하나님과는 상관이 없다. 그래서 예수님의 제자들은 전문가들이 아니라 중산층 내지는 그 이하의 사람들이어야 했다. 예수님 당시에도 오늘날 박사에 해당하는 랍비들이 있었다. 예수님은 랍비들을 제자로 삼지 않으셨을 뿐 아니라 랍비라는 말 자체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나는 이준석이 찰스 콜슨과 마찬가지로 정치판은 물론 세상의 진면목을 보고 절망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보다 더 바라는 바는 이준석의 눈물을 보고 그리스도인들이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세계관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절망을 전제로 한다. 아직도 세상에서 잘 사는 것이나 ‘힐링’이나 ‘소확행’이야말로 하나님의 은혜라는 생각이 든다면 세상에 절망할 수 있는 은혜를 위해 기도하라. 그렇지 않으면 어떤 믿음을 가지고 아무리 위대한 삶을 살아도 결국엔 이준석이 흘렸던 것과 같은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올려짐: 2022년 8월 16일, 화 3:1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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