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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어려운 하나님의 정의
[호산나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우리 교회를 시작한 이후 가장 먼저 방문했던 곳은 인근에 있던 무허가 복지시설이었다. 장애인을 돌보는 그 시설은 열악했다. 특히 자립을 위해 오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그 냄새가 시설 전체를 아우르고 있었다.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곳 역시 햇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구조였는데 그런 어두운 곳에 웅크리고 있거나 누워 있는 장애인들은 장애의 정도와 상관없이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음산함을 발산했다. 냄새와 그 음산함이 방문한 우리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곳 시설의 원장은 봉사하러 온 우리에게 장애인들의 목욕을 부탁했다. 다른 사람의 몸을 닦아주는 것은 처음 해보는 일들이었다. 나 역시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간 목욕탕에서 아버지의 등을 밀어본 이후 오랜만의 일이었다. 장애로 신체의 일부가 없거나 뒤틀려 있는 사람들의 몸을 보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다. 거기다 냄새와 깨끗하지 못한 환경은 보통의 인내로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교회에서 왔다는 사명감으로 그 일을 끝까지 해냈다.

그런데 가장 활발하던 집사님 한 분이 보이지 않았다. 돌아오는 차에서 그 집사님이 목욕시키는 일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밖으로 나갔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그래도 내가 목사였기 때문에 그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다.(이런 내 사고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에 이루어졌다.)

다른 시설을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노인복지시설을 방문했을 때인데 우리 교회에서 유일했던 육십 대의 남성분이 기껏 방문한 그곳에서 사라졌다. 막상 그곳엘 와보니 자신의 미래가 그렇게 될까봐 걱정이 되셨다고 했다.

이런 일은 언제나 있는 일이었다. 노숙자 선생님들이나 구걸을 하시는 분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나를 보고 교회 청년들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으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청년들에게 돈만 드리지 말고 함께 모시고 가서 음식을 먹으라는 부탁을 했다. 그 후 한 청년이 지하철역에서 구걸하시는 분을 보고 근처 포장마차에서 샌드위치를 사다 그분에게 드렸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청년에게 다음번에는 그런 일이 있으면 모시고 가서 함께 짬뽕을 먹으라는 부탁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청년에게서 나는 그랬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오늘날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해야 할 일로 알고 그런 일들을 한다. 하지만 오늘날 교회에서 하고 있는 그 일은 섬김이 아니라 자선이며 시혜일 뿐이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교회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교회에 가난한 사람이 필요하게 되었다. 교회의 섬김과 봉사를 위해 가난한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것은 엄청난 복음의 왜곡이다.

“세리들과 죄인들이 모두 예수의 말씀을 들으려고 그에게 가까이 몰려들었다.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은 투덜거리며 말하였다. ‘이 사람이 죄인들을 맞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구나.’”

이 기사에서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 투덜거렸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그들은 예수님의 행동에 분노했다. 아니 격노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사실 오늘날 유대교에서와 마찬가지로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에게 자선이란 일상이었다. 그들은 모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금을 마련하고 배고픈 죄인들을 먹이는데 헌신했다. 오늘날도 가장 많은 자선을 행하는 종교는 유대교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왜 자신들과 비슷한 일을 행했던 예수님에게 분노했던 것일까.

그들이 분노했던 이유는 예수님께서 자신들과 달리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먹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세리와 죄인들을 부정한 사람들로 여겨 상종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 그것은 율법이 요구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예수라는 근본 없는 사람이 군중들의 인기를 배경으로 자신들과 달리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분노는 어떤 의미에서 정당한 것이었다.

죄인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은 예수님의 단순한 행위는 그러나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놀라운 일이었다. 예수님의 행위로 말미암아 손가락질을 받고, 무시당하고,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아야 했던 세리와 죄인들이 예수님과 같은 사람이 된 것이다. 식탁에 함께 앉아 음식을 먹는 것은 히브리 전통에서 자매와 형제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방인들과의 식사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예수님의 행위는 가난하고 희망이 없고 정결하지 못하고 그래서 상종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존엄성을 부여해주었고 그것이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을 격노케 했던 보다 정확한 이유였다.

그들에게 가난한 사람들과 굶주린 죄인들은 자비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그것을 위해 기금을 마련하는 것이 그들이 해야 할 의무였고 신앙에 대한 이러한 실천은 그들의 평판을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그렇게 그들은 그들 사회의 존경을 받았다. 그런데 예수는 가난한 사람들과 같은 식탁에 앉음으로써 그들을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여겼던 것이다. 사회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에게 예수의 이런 행위는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일종의 기득권이었던 사회적인 평판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들을 위해 사회에는 차별과 계급이 존재해야 했다. 그들의 인정이 없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결코 그들의 일원이 될 수 없었다.

그것은 당시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난과 굶주림보다 더 큰 절망이었다. 그런 신체적 감정적 아픔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예수님과 함께 식탁에 앉았을 때 그들의 그런 절망은 사라졌다. 예수님께서 의도적으로 그것을 강조하거나 정확히 어떤 행동으로 그것을 드러내셨는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고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분의 하신 말씀으로 보아 그분은 상석에 앉지 않으셨고 우월한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지 않으셨을 것이다. 차별과 멸시를 당하던 사람들이 예수님과 같은 자리에 앉음으로써 그들의 존엄성이 살아났고, 예수님은 당신의 행위로 평등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셨다.

그것이 예수님을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의 원수로 만들었고 그들은 원수가 된 예수님을 "술고래들"과 "폭식가들"과 함께 있었다고 고발하게 만들었다.

거지 나사로와 부자의 비유는 이런 예수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부자는 자선의 행위로 나사로를 식탁 밑에 들어올 수 있게 했고, 입에 묻은 음식을 닦기 위해 사용했던 빵을 떨어뜨림으로써 나사로의 굶주림을 해결해주었다. 부자는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율법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러나 그는 예수님처럼 거지 나사로를 식탁에 앉히고 함께 음식을 먹어야 했다. 그것이 그의 지옥행의 이유라는 사실이 두렵지 않은가.

오늘날도 교회는 자선을 행한다. 서울역까지 나와 음식을 만들어 노숙자 선생님을 먹인다는 것은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들은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선을 행한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들은 과거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던 예수님의 행동의 의미, 즉 하나님의 정의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선을 행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를 구현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초대란, 예수님처럼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을 초대하기 위해 자신이 희생해야 할 부분이 있더라도 동등한 모습으로 식탁에 참여하도록 끊임없이 헌신하는 모습이어야 한다.

그렇다. 하나님의 정의는 쉽지 않다. 아니 대단히 어렵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의 벽(사회적 장벽)을 허물기 때문이다. 모두가 평등해지는 것은 그러나 인간의 존엄성을 살려내는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이다. 다시 막막해진다. 콘스탄티누스가 로마의 재정으로 빈민구제소를 운영한 이후 그리스도교는 다시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선을 행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되었기 때문이다.

평등으로 인간의 존엄을 살려내는 이들은 어디에 있는가. 하나님의 정의를 구현하는 그들이 그리스도인이다.
 
 

올려짐: 2022년 8월 08일, 월 10:2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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