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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윤석열 정부의 이중잣대, '김건희 여사의 과거' 잊지 않았다
[조성식의 통찰] 인간에 대한 예의, 국민에 대한 예의


▲ 지난 7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오마이뉴스) 조성식 기자 = 임원 X는 직원들을 마른걸레처럼 쥐어짜 경영실적을 올리는 비기(祕技)로 출세가도를 달렸다. 소리 지르고 윽박지르고 비속어를 남발하고 욕을 내뱉으면서 모멸감을 안기는 게 주특기였다. 수지 개선과 조직 효율화라는 공보다 인간성 파괴라는 과가 돋보였다.

직원들의 고통과 원성 속에 몇 년간 '완장 권력'을 누리던 그는 어느 날 임원 재계약 해지를 통보받고 짐을 쌌다. 사전에 어떠한 언질도 없었다. 위임받은 권력을 제 권력으로 알던 자의 쓸쓸한 말로였다.

국민에 대한 예의

사람 사는 세상에는 예의라는 게 있다. 아무리 긴급하고 중대한 경영 논리도 노동에 대한 예의에 앞설 수는 없다. 그것은 최소한의 존중과 배려다. 나라 경영도 마찬가지다. 어떤 정책을 펴든 국민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면 안 된다. 국민을 얕보거나 모욕하면서 완장질 하다가는 민심의 도도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국민에 대한 예의가 없고 힘자랑을 즐기는 정권의 공통점은 유난히 기강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대한 총경급들의 회동을 두고 "중대한 국가 기강 문란"이라고 비판했다. 6월 치안감급 인사안이 대통령 재가 전에 언론에 보도됐을 때도 비슷한 표현을 썼다.

뭐 국가지도자로서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치자. 경찰 중립화/민주화 역사를 제대로 모르고 관련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비칠 수도 있을 테니. 그런데 이 정권이 국가 기강을 언급할 자격이 있을까?

국가 기강의 기반은 공정성이다. 공권력과 법은 국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해야 한다. 지난 4월 검찰 직접수사권 폐지 법안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검사들은 공공연히 모여 집단반발을 표출했다. 익숙한 광경이었다. 역대 정권에서 그 조직의 권한을 축소하려 할 때마다 비슷한 행태를 보여 왔기에. 그런데 이런 일로 문책 받은 검사는 한 명도 없다.

반면 이번 경찰 모임을 주도한 류삼영 총경은 대기발령에 처하고, 현장 참석자 50여 명은 감찰을 받게 됐다. 똑같은 공무원인데 왜 이렇게 다른 대접을 받을까?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회의 참석자에 대한 대기발령과 감찰 조치는 공무원의 집단행동에 있어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검찰은 되고, 한 수 아래인 경찰은 안 된다는 '검로경불'"이라며 "검찰과 경찰 두 집단을 대하는 정부의 차별적 조치에는 어떤 공정도 상식도 없고 헌법상의 평등도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양심'으로 불리는 임은정 검사도 페이스북에 같은 취지로 윤 정권의 이중 잣대를 꼬집었다. 임 검사는 "검찰에서의 검사회의 개최, 성명 발표가 공무원에게 금지되는 집단행동이 아니라 법령 개정안에 대한 폭넓은 의견 수렴과 하의상달의 의사 표현이라면, 경찰 역시 다를 바 없다. 그것이 국가공무원법에서 금지하는 집단행동이라면, 검찰 역시 그러면 안 된다"면서 해당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검찰지상주의자들이 입만 열면 강조하는 게 법치다. 검치를 법치로 여기는 편향적 사고도 문제지만, 대상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는 법치라면, 즉 불공정한 법치라면 나라 기강을 세우는 데 외려 걸림돌이 된다.

법가(法家)의 대부 한비자가 말한 법치는 '만인에게 평등한 법'을 전제로 한다. 이 전제가 무너지면 법치가 아니다. 한비자를 비롯한 법가들은 법으로 지배계급 및 특권계급을 견제하고 계급질서의 장벽을 허물고자 했다. 이런 점에서 법치가 덕치보다 민주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공정하지 않은 법치는 특권과 차별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법을 우습게 알면 국민을 우습게 안다.

김건희 여사의 경우


▲ 지난 3월 4일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신원 확인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는 대선 때 검찰의 출석조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새 정부 출범 후 수사 지휘라인이 바뀌고, 김 여사 변호인이던 조상준 전 검사는 국가정보원 요직에 올랐다. 주가조작 공소시효는 10년. 기소된 14명의 범죄가 종료된 시점이 2012년 12월이기에 김 여사의 '범죄 의혹'에 대한 공소시효는 반년도 남지 않았다.

알다시피 공소시효는 검찰의 요술방망이다. 검찰은 난처하거나 하기 싫은 수사는 공소시효가 끝날 때까지 미루는 관습이 있다. 지난해 12월 검찰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사건 수사와 관련해 시민단체로부터 직권남용으로 고발당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 윤 전 서장 동생 윤대진 검사를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불기소(무혐의) 처분했다.

시민단체가 두 사람을 고발한 것은 2019년 8월. 2013~2014년 경찰이 윤 전 서장을 수사할 때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혐의였다. 직권남용죄 공소시효는 7년. 죄가 없어서가 아니라 죄를 가릴 시기를 놓쳐 무혐의 처분했다니 사건의 진실은 신도 모른다. 오직 검찰만이 알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경찰이 수사하는 김 여사의 허위경력 의혹 사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김 여사는 과거 대학 시간강사와 겸임교수에 지원할 때 이력서에 거짓 경력과 학력을 기재한 사실이 드러나 대선 때 사과까지 했다. 시민단체들이 업무방해, 사문서위조, 사기 혐의 등으로 고발했는데, 수사 속도가 한없이 더디다.

김 여사는 7월 초에야 경찰에 서면답변서를 제출했다. 고발당한 지 9개월 만이다.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의 공소시효는 7년, 사기죄는 10년이다. 조사 대상은 2001년부터 2016년까지 김 여사가 재직한 5개 대학. 업무방해 혐의는 근무 시기와 기간에 따라 공소시효가 다르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 사문서위조 혐의는, 언론이 보도한 내용만 놓고 보면 시효가 끝났을 개연성이 있다. 반면 사기죄가 적용된다면 시효가 넉넉한 편이다.

젊은 날 허물없는 사람 드물다. 일반인이라면 별문제가 안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인은 다르다. 더욱이 이 정권 탄생에 이바지한 검찰은 누군가의 비슷한 비리 의혹에 혹독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던가? 야당의 전 대선후보 부부에 대해서도 그렇고.

나는 지난 3월 대선이 끝난 다음 날 칼럼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국민 화합을 위해 본인과 처가 비리 의혹을 털고 가야 한다. 도의적 차원에서 대국민 사과도 검토할 만하다'고 주문했다. '특검(?)을 비롯한 수사기관 조사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면서.(관련기사 : 윤석열 원했다기보다 민주당 정권이 싫었던 거다, http://omn.kr/1xr7s)

하지만 사과와 협조는커녕 김 여사는 '조용한 내조'라는 대국민 약속을 보란듯 깨트렸다. 이런저런 모임과 행사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팬클럽을 통해 '보안 사항'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국제무대에까지 진출했다. 빗나간 팬심과 과시욕에 취해 국민 뜻을 무시한 것이다.

운 좋게 당선된 대통령, 국민이 우습나


▲ 지난 7월 28일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통일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후 정부서울청사 내 통일부에서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을 얕보면 대놓고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이 대표 사례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기관장들이 사퇴를 강요당했다는 여권 주장에 발맞춰 검찰 움직임이 빨라졌다. 4개월 전 산업통상자원부를 털어댄 검찰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일부 등을 같은 혐의로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확대했다. 청와대 등 '윗선' 개입 혐의를 찾겠다는 것이다.

보복수사나 표적수사 논란이 있지만, 불법 의혹에 대한 수사라는 명분이 있으니 법치의 영역이라고 봐줄 면도 있다. 그런데 전 정부의 행태를 비난하면서 임기가 보장된 방송통신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의 사퇴를 대놓고 압박하는 건 어찌 해석해야 할지?

두 사람이 임기 완수 의지를 밝힌 후 감사원은 두 기관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논리야 있겠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이다. 방송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낸다.

여권의 사퇴 압박과 보수단체의 국민감사 청구와 수사. 어쩜 이리 이명박 정부 초기의 행태와 비슷한지. 다른 예 들 것도 없다. 2008년 8월 감사원은 보수단체의 국민감사 청구를 받아들여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해 누적적자와 인사권 남용 등의 이유로 해임을 요구했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상태에서 해임된 정 전 사장은 해임처분 취소 소송을 내 2012년 최종 승소했다. 검찰 수사도 완패였다. 검찰은 그를 배임죄로 기소했는데, 법원은 무죄로 판결했다. 2019년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당시 정 전 사장이 무리한 기소로 피해를 봤다며 검찰총장에게 사과를 권고했다.

이렇게 빤히 잘못된 역사를 답습하려 하다니. 다 국민을 우습게보고 권력에 취해서다. 최고 권력자가 공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마이웨이를 고집하면 정권 신뢰도에 쩍쩍 금이 간다.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된 검사의 공직기강비서관 임명,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민간인들의 공적 업무 수행과 사적 채용, 고발사주 사건으로 기소된 검사의 영전 등이 다 그런 사례다.

정권 출범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권력다툼을 벌이는 여권 정치인들,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커진 경찰을 정권 품으로 돌려주려 총대를 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검찰 권력에 대한 국민적 비판과 수사구조 개혁의 성과를 무시한 채 시대착오적인 검찰공화국 건설에 일로매진하는 법무부 장관의 활약도 기억할 만하다. 논문 표절에도 꿋꿋이 버팀으로써 윤석열 정부의 도덕불감증을 몸소 보여준 교육부 장관의 공도 빼놓을 수 없겠다.

자고로 공직자가 국민보다 권력자를 바라보면 민주주의가 흔들린다. 불공정한 법치는 사회정의와 경제정의를 훼손한다. 국가 기강을 무너뜨리고 계층 갈등을 부추기고 양극화를 깊게 한다. 권력은 잠시 맡았다가 돌려주는 것이다. 마름이 주인 행세하다가는 X처럼 비웃음과 원성만 사다가 불행한 결말을 맞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예의를 잊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대로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려면 말이다. 지금 시행하는 정책 중에 이에 부합하는 게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특정 계층이나 특정 집단을 대변하는 지도자가 아닌, 모든 국민의 지도자라는 믿음을 주는 일이 시급하다.

윤 대통령은 운 좋게 당선됐다는 점을 잊지 말고 주인인 국민 뜻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국내외 경제위기와 안보위기를 맞아 전 정권 혼내주기에 정부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과연 국민이 원하는 일인지,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깊이 헤아리면 좋겠다. 마침 지지율도 바닥이다. 국정의 목표와 방향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아무리 정권이 못마땅해도 초장부터 망하기를 바라는 국민은 많지 않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8월 02일, 화 8:0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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