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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대검찰청 이준 흉상...임은정 검사, 이 사진이 의미심장한 이유
[검찰실록ⓛ] 친일파 상관 고소하고 독립운동가 사면 추진했던 헤이그특사 '검사' 이준

역사에 유례가 없는 ‘검찰공화국’이 만들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검찰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역사의 질곡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과거의 기록, 그리고 '서초동'에는 어떤 역사가 담겨 있을까. 그 이야기들로 오늘의 검찰을 들여다본다.[편집자말]


▲ 임은정 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2022년 6월 7일 검사 이준을 소개하는 글을 올리며 함께 올린 사진. ⓒ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서울=오마이뉴스) 김종훈 기자 = "이준 열사 흉상을 올려다보며, 검찰이 이준 열사를 기리고 있지만, 이준 열사가 검사로 되돌아오면 또다시 쫓아낼 거라는 생각을 했지요. 상명하복의 검찰이 바라는 검사상이 아니니까요."

지난 6월 7일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가 '검사 이준의 상' 옆에서 촬영한 자신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쓴 글 중 일부다.

해당 글에서 임 검사는 "검찰이 내세우는 검사의 사표는 이준 열사"라면서 "대검에 이준 열사 흉상이 있고, 대검에서 이준 열사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준 열사는)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하다가 상관과 부딪치고, 급기야 상관들을 고소하여 쫓겨났다"라고 설명했다.

임 검사 말대로 대한민국 검찰은 '헤이그특사'로 알려진 이준 열사를 대한민국 검사의 표상으로 여기고 있다.

대한민국 검사의 표상

당장 임 검사가 함께 사진을 찍어 올린 '검사 이준의 상'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에 자리해 있다. 앞서 2011년 이명박 정권 당시 검찰은 '대한제국 검사 이준 열사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준 열사 특별기획전'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홈페이지를 제작해 검사 이준을 기렸다.

2012년 '법의 날'로 알려진 4월 25일에는 서울대 출신 검사와 법조인들의 후원을 바탕으로 서울대 법과대학 앞에 이준 열사 동상이 세워졌다. 이준 열사가 1895년 설립된 서울법대의 전신인 법관양성소 1회 졸업생이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 2011년 4월에 대검에서 진행된 이준 학술심포지엄 현장 모습. ⓒ 대검찰청 이준 열사 특별기획전

2011년 4월 18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대한제국 검사 이준 열사 학술심포지엄'에서 지정토론자로 나선 이유현(연수원 36기) 당시 고양지청 검사는 "이준 열사는 불의와 싸우며 검사의 독립성을 지키고 특유의 강직함과 부드러운 심성으로 공정한 법치를 통해 자주독립 국가를 만들고자 실천했다"라고 설명했다. 함께 자리한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도 "이준 열사가 검사로서, 헤이그 밀사로서 활동할 때 가졌을 조국애와 사명감을 검사들이 가슴속에 깊이 새기고 나라를 위해 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반영하듯 대검 검찰역사관에 마련된 검사 이준 흉상 아래쪽에는 약력과 함께 "평리원 검사 시절, 고종황제의 대사령에 따라 은사안(사면령)을 작성하게 된 검사 이준은 당시 을사5적을 처단하려다 체포돼 복역 중이던 기산도 등을 사면자 명단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이를 반대하는 상관들과 마찰을 빚게 되었고, 결국 기소돼 파면되고 말았다"라는 내용이 적혔다. 말 그대로 항명을 하다 파면당한 검사 이준의 행보를 강조한 내용이다.

검사 이준, 상관인 친일파 법부대신 이하영 고소

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에 따르면 1859년생인 이준은 1895년 11월 10일 갑오개혁의 일환으로 신설된 법관양성소를 제1기로 졸업한 뒤, 1896년 2월 한성재판소 검사시보(실무 수습 검사)에 임명됐다. 그러나 바로 일어난 아관파천(고종이 일제의 외압을 피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사건) 탓에 검사직을 유지하지 못했다. 이후 이준은 일본 와세다대학 유학생활을 거쳐 정확히 10년 뒤인 1906년 대한제국 최고법원이었던 평리원에서 검사 생활을 비로소 시작한다.

이때부터 이준은 일제 고관 및 친일파들의 무수한 압박과 회유에도 자신의 소신대로 검사 생활을 이어갔다. 대표적인 것이 황족이었던 이재규에 대한 기소 사건과 의병장 민종식에 대한 감형 조치다. 황족이었던 이재규는 친일내각과 협작해 경기도 가평군 일대 논밭 문서를 위조, 백성들의 토지를 강탈하는 범행을 저지른다.

이에 검사 이준은 이재규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해 법 앞에 신분 고하가 없음을 증명한다. 그러면서도 을사늑약으로 의병을 일으킨 의병장 민종식에 대해서는 평리원 보좌관 나카무라 다케조의 사형 구형 요구에 응하지 않고 판결에서 종신유배형이 나오도록 이끌었다. 민종식은 1907년 특별사면 조치를 받았다.

백미는 1907년 2월에 발생한 이준 검사의 법부대신 이하영에 대한 고소사건이다. 1906년 황태자인 순종의 가례를 맞아 고종은 특사령을 내린다. 이때 검사 이준은 은사안(사면령)을 작성하며 을사늑약에 항의해 정부대신의 암살을 모의하거나 가담했던 자들을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시킨다. 을사늑약으로 일제가 나라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일개 검사가 독립운동을 한 지사들의 사면을 진행코자 한 거다.

이에 법부대신 이하영은 이준이 제출한 명단에서 지사들의 이름을 지우고 임의로 특별 사면 명단을 작성한다. 이준이 상관을 고소한 이유다. 이준이 고소한 이하영은 을사늑약 주역 중 하나로 2009년 친일반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자신의 아들 이규원, 손자 이종찬과 함께 3대가 국가공인 친일파로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수천 명이 모여 이준 석방 요구... 면직된 이후 헤이그특사가 되다


▲ 서울 수유리 근현대사기념관에 게시된 헤이그특사 모습. 사진 속 좌측이 이준 열사. 가운데가 이상설, 우측이 이위종. ⓒ 김종훈

상관을 고소한 검사 이준에게 돌아온 것은 친일파 고관들의 역고소였다. 이 일로 검사 이준은 태형 100대를 선고받고 자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대한자강회를 비롯해 서북학회 등 단체들이 나서서 이준을 기소한 법부 고관들을 성토했다.

특히 검사 이준의 재판이 열리는 날에는 수천 명의 청중이 모여 이준의 석방을 요구했다. 선고 당일 일제는 일본군을 배치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했다. 결국 고종은 특지(특별지시)를 내려 이준에 대한 선고를 태형 70대로 감형시키고 검사직을 유지케 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07년 3월, 검사 이준은 다시 한번 참정대신 박제순(을사오적)에게 법부대신과 평리원 재판장 이하 법부 관리 전원을 면직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청원을 제출한다. 법부대신 이하영은 고종에게 '체면을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이준의 면직을 청했고 고종은 이를 수락한다.

이준은 검사의 자리에서 쫓겨났을지언정 자신이 해내야 할 과업에 대해서 포기하지 않았다. 이준은 1907년 7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제2회 만국평화회의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접한 뒤 비밀리에 고종을 만나 '을사늑약이 일제의 협박으로 강제로 체결된 조약이므로 무효라는 것을 세계만방에 알리고, 한국독립에 관한 열국의 지원을 요청할 것'을 건의해 윤허 받는다. 이후는 우리가 잘 아는 열사 이준의 모습이 펼쳐진다.

전직 검사 이준은 각고의 노력 끝에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하지만 일제의 노골적인 방해로 뜻대로 일을 이루지 못한다. 이준은 1907년 7월 1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분을 못 이기고 순국한다. 이준의 유해는 순국 사흘 후 헤이그 공동묘지에 임시안장됐다가 순국 후 55년 만인 1963년 10월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다. 전직 검사 이준의 묘소는 서울 수유리 선열묘역 언덕 끝자락에 자리해 있다.

임은정 검사는 22일 <오마이뉴스>에 '이준 검사를 존경하는 이유'에 대해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는 강직함 때문"이라면서 "상사가 아니라 나라에 충성하는 충심은 모든 공직자의 표상인데 짧게나마 검사에 몸을 담아주셔서 존경하는 선배가 있노라고 자랑할 수 있게 만들어 줬다, 광영"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임 검사는 6월 7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저는 이준 검사의 후배입니다. 이준 검사를 흉내내다보면 조금은 닮아가겠지요."


▲ 서울 수유리 근현대사기념관 앞에 자리한 이준 열사 흉상. ⓒ 김종훈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7월 26일, 화 5:3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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