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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아버지' 아닌 이름으로 하나님 부르는 순간, 새로운 예배 꿈꿀 수밖에 없었다
[예배, 여성과 움트다] 오늘 우리가 드려야 할 여성주의 예배

(서울=뉴스앤조이) 빛움 = 성차별적·가부장적 문화에 저항하는 교회 여성 네트워크 '움트다(WUMTDA)' 활동가들이 '여성주의 예배'를 주제로 글을 연재합니다. 여성주의 예배 이론을 비롯해 교회 안팎의 다양한 현장 경험, 여성들의 연대 이야기를 나눕니다. '예배, 여성과 움트다'는 격주에 한 편씩 발행됩니다. - 편집자 주
남성 하나님의 이름 '하나님 아버지'

교회학교 초등부 교사를 하던 때, 반 친구들과 '선교'를 주제로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우리 반 친구들은 하나님이 온 세계를 안고 있는 장면을 그리고 싶다고 했고, 나에게 하나님을 어떻게 그리면 좋을지 물어왔다. 한 형상이 뇌리를 스치는 찰나 깨달았다. 내 머릿속 하나님의 형상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와 아주 유사하다는 것을.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잠시 눈을 감고 정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시라. 당신의 하나님은 어떤 모습인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 있다. 바로 '남성' 하나님이다. (내 생각에) 우리 모두는 '아버지'가 하나님을 나타내는 상징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그런 맥락에서 아버지 하나님을 부른다. 그러나 '어머니' 하나님은 안 된다. 왜냐고 묻는다면, 나도 모른다. 아무튼 안 된다.

이로써 신과 인간의 경계를 허물고 기존의 위계적 관계에서 해방하는 이름, '하나님 아버지'는 어떤 면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오히려 하나님을 '인간 아버지'의 형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로 제한하게 된 것이다. 마치 성경에서 이름이 지워지고 동등한 존재로 인정받지 못한 여성들처럼, 하나님의 다양한 이름은 지워지고 금지당했다.


우리 머릿속 하나님, 아마도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사진 출처 픽사베이

다양한 하나님의 이름

이러한 나의 생각은 한 예배에서 비롯했다. 낯선 외국 어딘가에서 드렸던 예배였는데, 라틴아메리카에서 오신 목사님이 설교를 하셨고 모든 참석자들은 인쇄된 설교문을 받아 보았다. 그 예배문에는 익숙한 하나님의 이름 대신 다른 이름이 적혀있었다. 'Gxd', 하나님의 새로운 이름이었다. 그 옆에는 각주 표시가 있었는데,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이렇게 적혀 있었다.

"'God'을 'Gxd'로 쓴 것은 낯선 표기를 통해 기존에 우리에게 익숙한 남성 하나님이 아닌 하나님의 다양한 모습을 상상해 보라는 권면입니다."

이 글을 읽는 순간 내 안에 갇혀 있던 수많은 하나님의 이름이 떠올랐다. 바람, 땅, 나무, 빗물, 친구, 나의 자매. 사는 것이 힘에 부치던 날 지나가던 바람이 되어 나의 눈물을 닦아 주신 하나님, 세상으로 한 발 내딛는 것조차 두려웠을 때 단단한 땅이 되어 내 발을 강하게 지탱해 주신 하나님, 쉼이 필요한 순간 푸르른 나무가 되어 그늘을 만들어 주신 하나님, 빗물이 되어 함께 울어 주신 하나님, 나와 가장 친밀한 나의 친구 하나님, 때로는 조언하시고 때로는 위로해 주시며 때로는 함께 아파해 주시는 나의 큰언니 하나님.

이후 나에게 하나님은 '아버지'만일 수 없었다. 하나님의 상징에 대한 생각이 확장되자 비로소 하나님이 얼마나 큰 분이신지 알게 됐다. 진정한 해방의 경험이었다.

이후 신학을 공부하면서 엘리자베스 A. 존슨의 저서 <하느님의 백한 번째 이름>(성바오로딸수도회)을 알게 됐다. 이 책에서 존슨은 하나님을 여성적 상징으로 그리고, 동시에 그것을 넘어선 상징들로 표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남성 하나님에 대한 기독교의 강조가 여성의 인간성을 소중히 여기지 않게 만들고, 이것이 여성에 대한 불평등과 지배로 이어졌다고 봤다. 보통의 교회, 보통의 예배에서 여성은 수동적인 존재이며 그 문화와 구조 속에서 억압을 겪고 있다. 여성들은 스스로 기도할 수 없고, 리더가 될 수 없으며, 봉사의 자리에 머물러 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이 하나님 '아버지'라니! 이러한 문화가 '아버지 하나님'의 이름을 추락시킨 것이다.

여성주의 예배의 시작

내가 경험한 여성주의 예배는 남성 하나님으로 특정됐던 하나님의 상징을 확장하고, 각자의 시선에서 하나님의 신비를 탐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버지 하나님'의 과소 대표성을 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에서 '아버지'를 빼고 읽기 시작했으며 그 빈 공간에 떠오르는 상징들을 대입해 묵상했다. 여러 모임과 회의 예배문을 만들어야 할 때도 되도록 '아버지' 상징을 지웠다. 가끔 저항을 받거나 논쟁하는 일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래서 하나님이 인간 남성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르러서는 대화가 종결되곤 했다.

하나님의 이름이 확장되자 하나님과 만나는 시간을 방해하는 여러 요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형식적인 기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예배의 순서, 일방향적이고 소외된 사람들을 전혀 개의치 않는 다수를 위한 설교 등이다. 항상은 아니었지만 매주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예배의 많은 순간, 여성들과 소수의 사람들은 억압적이거나 자기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예배를 드려야 했다. 특히 '가정의 달'이라 불리는 5월은 소위 '정상 가족' 범주에 속하지 않은 이들에게 너무나 폭력적이었다. '어머니' 하나님, '자매' 하나님은 그곳에 계시지 않았다. 그러나 여성의 이름으로 불리는 하나님은 최소한 여성들의 하나님이어야 했고, 그 예배에서 여성들은 하나님을 만날 수 있어야 했다. 다양한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우리는 이미 새로운 예배를 꿈꿀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아버지'만이 아닌 하나님을 만난 것은 진정한 해방의 경험이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안전한 공간

'여성주의 예배'는 무엇일까? 나만 해도 이런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질문의 요지는 주로 정의(definition)가 무엇인지, 여성들만 참여할 수 있는 여성들만을 위한 예배인지, 왜 '주의(ism)'라는 표현이 붙는지 등이었다. 그때마다 내 대답은 이러했다. 내가 이해하기로 '여성주의 예배'라는 이름은 'Feminist Worship'을 번역한 것인데, 그렇다면 여성주의 예배는 '페미니즘'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경험과 관점에 따라 다 다르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그러나 여성주의 예배는 페미니즘과 맞닿아 있으며 같은 지향을 공유한다고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의 지향은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것(No one left behind), 소외된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 즉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 안에 복합적으로 교차하며 영향을 주고 있는 사회적 위치와 관계를 인지하고 개인적 관점을 넘어 사회적 관점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들으면 무언가 굉장히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아주 간단하고 명료하다. 여성주의 예배에서는 여성들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주체'가 된다. 참여자 모두가 자신들의 언어와 목소리로 기도하며, 각자 삶에서 겪고 있는 고통과 고민이 예배의 주제가 된다. 이 주제는 공동의 문제로 인식되고, 행동과 실천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여성주의 예배는 꼭 여성들만을 위한 예배가 아니다. 오히려 성별·장애·특성 등을 기준으로 억압하고 군림하려는 시도에 대한 저항이며, 모든 이분법적 사고와 권위주의적 관계로부터의 해방이다. 가장 중요한 지점은 여성주의 예배가 하나님을 예배의 자리에서 만나려는 시도이자, 하나님을 안전한 공간으로 초대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오랫동안 들리지 않았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발하고, 불안과 두려움에 숨죽이고 있던 여성들을 위해 안전한 공간을 마련하는 단계를 지나고 있다. 우리가 더 많은 경험을 축적해 갈수록 여성주의 예배의 내용과 과정도 확장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성주의 예배 현장

최근 몇 년간 여성주의 예배에 대한 시도가 세대를 아울러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30 여성들의 움직임이다. 움트다도 내부 공동체 예배에서부터 다양한 사람을 환대하는 예배로 확장해 가고 있다. 이 예배는 향후 소개될 테니, 이 글에서는 내가 다른 곳에서 경험한 예배를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깊은 영감을 주었던 예배는 지난 6년간 꾸준하게 진행돼 온 '강남역 여성 혐오 범죄 n주기 예배'다. '여성주의연합예배'는 '믿는페미'를 주축으로 한 기독 여성 단체, 학생 단위 등 여러 단체가 함께하고 있는 연대체로, 움트다도 올해부터 함께했다. 나는 감사하게도 지난 2년간 여성주의 연합 예배 준비 모임에 함께했는데 준비 과정에서부터 이곳이 안전한 공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를 주제로 드려진 5주기 연합 예배에서는 '주기-도문'이 만들어졌다. 여성들의 관점에서 주기도문의 새로운 해석이 이루어진 것이다. 기도문에는 일상의 양식을 빼앗겨 왔던 여성, 용서를 강요받아 왔던 여성들의 간절한 요구가 들어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빼앗기지 않게 지켜 주시고 (중략)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용서하기 위해 죄지은 자가 자신의 잘못을 바로 알아 진실로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기 원합니다."

이것이 바로 여성주의 예배다. 이곳에서의 모든 순서는 우리의 현실과 목소리를 반영한다. 지난 5월 열린 6주기 연합 예배의 주제는 '우리가 맹렬한 분노로 외치나니'였다. 차별받고 억압당해 온 여성들의 분노를 예배에 담았고, 우리는 그 자리에서 함께 분노하시는 하나님을 만났다.

지난 3월 WCC 11차 총회 일곱 번째 동행 모임 예배도 여성주의 예배의 한 시도였다. 기독여민회를 주축으로 준비한 이 예배에는 새로운 예배에 처음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까지 담겼다. 이날은 '교회 성폭력 피해 생존자를 위한 기도', '페미니즘 백래시(blacklash)에 탄식하는 기도', '차별에 탄식하며 정의로운 공동체를 촉구하는 기도'가 드려졌다. 우리의 마음 아픈 현장이 곧 우리의 기도가 됐다. 이로써 예배는 형식과 틀을 벗어나 살아 있는 예배로 변모했다.


강남역 여성 혐오 범죄 6주기 여성주의 연합 예배(사진 위)와 WCC 11차 총회 일곱 번째 동행 모임 예배(사진 아래). 사진 제공 움트다

여성주의 예배를 준비하고 드릴 때마다 늘 생각나는 한 사람과 사건이 있다. 독일의 정치신학자이자 여성신학자였던 도로테 죌레(Dorothee Sölle, 1929~2003)와 그가 쾰른에서 주도한 '정치적 밤 기도회(politisches Nachtgebet)'다. 그의 모든 예배는 세상의 가장자리, 터부시되는 것들, 소외된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세상으로 이어졌다. 우리의 여성주의 예배도 그의 발자취 위에 발을 포개며 서서히 나아가고 있다.

당신을 '킨덤'으로 초대합니다

여성주의 예배 추천사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이런 분들에게 여성주의 예배를 추천한다.

"누군가에게 예배를 추천해 주려고 할 때마다 주저했던 분들! 여성주의 예배는 가능한 어떤 존재도 배제하지 않는 예배를 추구합니다. 느슨하지만 따뜻한 공동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자기 몸에 맞는 예배를 드리고 싶은 분들! 여성주의 예배는 삶의 이야기로 시작해 다시 삶의 자리로 나아갑니다. 자신의 이야기로 함께 예배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기존 예배가 그렇게 문제인가' 생각하시는 분들! 여성주의 예배에 함께하고 나면 낯설게 볼 수 있는 눈이 생깁니다. 모든 사람을 위한 예배가 궁금하다면 여성주의 예배로 오세요!

하나님나라를 만들어 가고 있는 분들! 우리는 권위주의적 왕국의 모습을 한 하나님나라를 거부합니다. 우리가 세우고 있는 하나님나라는 '킹덤(Kingdom)'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람들이 모이는 '킨덤(Kin-dom)'입니다.

이 땅에 정의로운 평화를 세워 가기 위한 여정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빛움 / 인권을 생각하면 마음이 뛰는, 느슨한 연대가 좋은, 아직 재밌는 일들이 많아서 행복한 움트다 활동가.)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7월 11일, 월 3:1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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