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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교육감 당선인들이 꼭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서평] 변진경의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 >


▲ 표지 ⓒ 아를

(서울=오마이뉴스) 이준수 기자 = 대한민국은 '어른 중심'의 사회다. 어린이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출산률 저하는 곧잘 국가 경쟁력 저하, 연금 재원 확보 난관 등의 논리로 연결될 뿐 어린이의 긍정적인 모습을 조명하는 이야기는 좀처럼 주목받지 못한다.

오히려 어린이는 쉽게 무시 대상이 되고 조롱거리가 된다. 초등교사인 나는 어린이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맥락이 눈에 자주 밟힌다. 직업병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유독 나만 예민하게 구는 것일 수도 있다.

가령 '주린이' '코린이' 같은 말이 마뜩잖다. 미숙함을 어린이라는 용어에 너무 쉽게 갖다 붙이는 것 같은 인상이다.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는 '농담도 못 하냐' '한글 좀 쓰고 살자'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비하를 정당화하는 무신경함이 위험해 보인다.

나는 어린이를 사랑하고, 어린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성숙한 어른을 좋아한다. 어린이를 우습게 보는 세상이 싫어질 때면 어린이를 아끼고 보호하려는 좋은 어른이 쓴 책을 읽는다.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은 이 시대의 정말 좋은 어른 중 한 사람이 쓴 책이다.

얼마 전 교육감선거가 끝났다. 전국의 모든 교육감 당선인에게 권하고 싶을 정도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어린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왜 그런 어려움이 발생하는가를 이해하는데 현재로서는 교육현장의 최전선에 닿아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교육현장 최전선

저자인 변진경은 주간지 <시사IN> 기자다. 변진경 기자는 오래 도록 어린이 문제에 천착해 왔다. 그녀는 노 키즈존 팻말이 걸린 가게 앞을 지나칠 때나, 불법 주정차 차량에 가려 죽은 아이가 나올 때면 슬픔과 분노 그리고 허망함을 동시에 느꼈다. 그리고는 이 문제가 얼마나 중요하며, 심각한지 제대로 취재해서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기자의 글쓰기답게 문장은 매우 사실적이고, 방대한 자료가 증거로 따라 붙는다. 이 책이 멋진 건 눈물이 저절로 짜지는 온갖 기구한 사연을 담담하게 처리하고, 돈과 행정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제안하기 때문이다. 교수가 쓴 이론서에는 담기기 힘든 실무자의 땀냄새가 풀풀 풍긴다.

"저출생 시대 아동 인구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어린이 집단의 목소리가 쪼그라드는 상황이다. 그 속에서 부유하고 여유로운 보호자를 두지 못한 가난하고 약한 아이들은 더욱더 목소리를 잃어갔다. 아무리 가닿으려 해도 결국 닿지 못한 사각지대들이 있다. 취재할 때마다 학교, 동사무소, 지역아동센터, 시민단체 등을 뒤졌다. 가장 어둡고 그늘진 곳에 놓인 아이들의 목소리까지 '음소거 해제'를 요청하고 싶었다." (13쪽)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은 아동학대, 아동 흙밥, 목숨 건 등굣길,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교육 공백을 다룬다. 저자는 전국을 발로 누비며 아이들을 만나 눈높이를 맞췄다. 어른 중심으로 해석되는 사건사고를 어린이의 시점에서, 어린이의 입장에서 해석하려고 노력했다.

아동학대 같은 사건이 터지면 대중은 분개한다. 하지만 그다음에 어떻게 됐는지 다루는 후속보도는 드물다. 저자 변진경은 누리꾼의 감정을 건드리고 금세 사라지는 수많은 뉴스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심층취재를 하며 사건의 배경을 밝히고 뿌리를 캤다. 책에 수록된 사례 하나를 소개하겠다.

화재로 세상을 떠난 세 아이... 언론보도 너머 현실

2017년 광주광역시 두암동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세 아이가 죽은 사건이 있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불이 났을 때 스물세 살 아버지는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고, 스물두 살 엄마는 술에 취해 있었다. 혼자 베란다에서 구조된 엄마는 담배를 피우던 중 막내가 울어 급히 끄다가 불이 난 것 같다고 했다.

당시 댓글창은 혐오와 비난으로 들끓었다. 시간이 흘러 대중의 분노가 다른 사건으로 향할 무렵 저자는 사건 현장을 방문한다. 그리고 예전부터 세 남매의 가정이 서서히 벼랑 끝으로 다다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사건 발생 1년 전, 아이들의 할아버지가 두 부부 대신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요청했다. 사는 형편이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각종 체납 통지서를 증명 자료로 제출했지만 아이들의 외조부모가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 신청에서 최종 탈락했다. 아이 엄마는 콜센터 아르바이트와 육아를 병행하고, 아빠는 PC방과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벌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실직하고,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면서 가정 경제가 어두워진다.

이후 다섯 식구는 긴급생계비로 버티다 부부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급기야 협의 이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혼 후에도 갈 곳이 없었던 아이 아빠는 가족과 같이 살았다. 그러던 중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단순히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었다.

사건 보도 초기부터 많은 이들이 엄마 미애(가명) 씨를 단박에 '자녀 살해 방화범'으로 의심했다. 경험적으로 부모가 자식을, 특히 벼랑 끝에 선 어리고 궁핍한 부모가 자녀를 학대하고 죽이는 끔찍한 이야기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은 출산, 실업, 가난, 고립, (술, 담배, 게임) 중독, 철없는 부모, 불균형한 양육 부담... 여러 자녀 학대 살해 사건에서 공통으로 목격되던 위험 요소들을 이 가정도 안고 있었다.(26쪽)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이 어린이 관련 사건에 접근하는 방식은 입체적이다. 사람들이 씩씩거리며 반응할만한 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애써 외면하고픈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병폐를 직면한다. 문장을 읽다보면 불편하기도 하다(건강한 의미에서). 어린이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 별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 중에 나도 포함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민식이법은 '모두'를 위한 법이다


▲ 저자 변진경은 ‘아동학대’ 연속 기획으로 2018년 제21회 국제 앰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했다. ⓒ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어린이의 보행안전 문제를 다룬 3장 '목숨 건 등굣길'도 교육감 당선인들이 꼭 읽으면 좋겠다. 믿기 힘들지만 민식이법을 두고 '자식 이용해서 돈 뜯어내려는 학부모들 떼법'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사람이 있다. '스쿨존 시속 30km는 악성 민원에 굴복해 운전자 권리를 제한하는 악법'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도 있다.

저자는 등굣길을 둘러싼 편견을 깨고자 한다. 저자가 어린이 보행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어린이가 곧 '모두'이기 때문이다. 작고 약하고 가난한 어린이가 걷기에 안전한 길이면 이 세상 모두에게 안전한 길이다. 지극히 단순하지만, 당연한 말이다.

사람들은 유튜브에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보며 아이들의 행동에 혀를 찬다. 왜 저렇게 느릴까? 왜 이렇게 갑작스레 나올까? 왜 이렇게 못 볼까? 하면서 혹시나 민식이법을 악용해 돈을 벌어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품는다.

저자는 만약 아이들 눈에 블랙박스가 있다면 같은 상황이 어떤 방식으로 비칠지 의문을 품고서 취재에 들어간다.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분석 시스템에 등록된 교통사고 데이터 가운데 어린이 보행 사고 데이터를 추려낸다. 그 가운데 절대적으로 사고량이 많은 지역, 아동 인구수 대비 사고율이 높은 지역,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역 등을 중심으로 어린이의 안전을 방해하는 위험 요소들을 찾아봤다.

아이들은 우회전 횡단보도에서 멈추지 않은 차에 부딪쳐 죽었고,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트럭에 깔려 죽었으며, 경사진 길에서 브레이크를 하지 않은 차에 밀려 죽었다. 불법 유턴과 음주 운전을 일삼는 운전자는 사고를 내고 처벌을 받은 후에도 또다시 사람을 다치게 했다.

인도 없는 길에서 아이가 죽어, 안전 구조물을 설치하고 주차 단속을 강화하자 인근 상인들은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화를 냈다. 가해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아이에게는 '천하의 무도한 초라니' '저런 애는 깔아뭉개서 아주 박살을 내줘야' 같은 끔찍한 말들이 따라붙었다.

위험한 도로 위의 아이들은 매일 목숨을 내 놓고 학교에 가고 있었다. 출근시간 39초를 줄이려 엑셀레이터를 밟는 운전자의 시야에서는 아이의 죽음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보행자보다 차가 더 주인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길 위의 어린이를 보호하자는 이야기는 어른들 것 손해 보고 애들 버르장머리를 나쁘게 두자는 말이 아니다. 아이를 죽이지 말자는 이야기다. 그 당연한 이야기를 전략적이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자료를 모으고 현장을 다니면서 마음이 서글퍼질 때가 많았다." (211쪽)

한숨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을 읽다 보면 자주 한숨이 나온다. 한숨은 안타까운 세상의 어린이를 향한 한숨이기도 하고, 나는 두 아이의 아빠로서 초등학교 교사로서 잘하고 있나 하는 성찰의 한숨이기도 하다.

오래전 나의 학급에도 학대당하는 아이가 있었다. 나는 지역 해바라기 센터에 신고를 했고 아이의 아버지는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자주 멍이 들어오던 아이는 어쩐 이유에서인지 아빠와 함께 살기를 바랐다. 자주 맞아도 혼자 외로이 떨어지는 것보다 아빠와 지내는 편이 더 나았던 것이다.

아동학대를 신고한 사람이 담임이라는 사실이 간접적인 경로로 아이 아빠 귀에 들어갔는지, 나는 그 사람에게 안 좋은 소리를 엄청나게 들었다. 나는 교사로서도, 개인으로서도 마음에 상처를 입었으며 회의감을 느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정말로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오지랖을 부려서 남의 가정사에 개입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힘든 아이에게 어려움을 묻고, 어떤 책임질 일을 하려 할 때 돌아오는 가시가 너무 아팠다.

저자는 아동학대를 취재하고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다. 부모가 자녀를 때리고, 죽이는 사건을 살펴본 뒤 글로 풀어내는 일이 예상보다 훨씬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린이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글을 계속 썼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저자에게 고마웠다. 쉽지 않은 글을 용기 있게 써 줘서 정말로 고마웠다. 어린이가 살기 좋은 세상은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이다.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거는 어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표 금지)
 
 

올려짐: 2022년 6월 07일, 화 9: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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