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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시간: (EST) 2022년 6월 30일, 목 6:07 am
[종교/문화] 문화
 
두 방의 총소리
[홈범도 장군 실명소설: 저격 마지막회]




12

밤이 이슥하기를 기다려서 나는 먼저 유해생이 있는 직공장의 방으로 찾아갔다. 놈에게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놈의 더러운 주둥이에 박아넣었던 육혈포 총구를 뽑아내고 재갈을 물렸다. 덜덜 떠는 놈을 닥나무 껍질을 꼬아 만든 밧줄로 묶어두고 유임생의 집무실로 갔다.

"백공, 왜 이러는 겐가?"
육혈포를 들이대는 내게 유임생은 그래도 총대랍시고 '백공'을 입에 담았다.
"계산을 하러 왔소."
"이 야심한 시간에 무슨 계산이신가?"
"넌 동학이 아니라 서학을 좀 하는 게 나을 걸 그랬어. 서쪽 하느님은 말야, 레위기 19장 13절에서, 네 고공을 억압하지 말며 착취하지 말며 고공의 노임을 다음 날 아침이 되도록 네놈에게 두지 말라, 했다. 다른 사람의 피를 흘리면 그 사람의 피도 흘릴 것이다아."
"아, 밀린 노임 말인가? 드려야지."
나는 왼손에 육혈포를 든 채 오른손 손바닥을 펴서 내밀었다. 녀석은 서탁 옆의 궤짝에서 엽전 꿰미를 꺼내 세었다.
"이거면 충분할 것이네."
나는 턱짓으로 엽전을 서탁 위에 올려놓으라고 했다.
"이건 내 노임이고, 더 계산할 게 남았지?"
"뭐가 또 남았단 말이신가?"
"금희네의 목숨값을 계산해야지."
놈이 잠시 주저했다. 나는 놈의 손과 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실수는 진남포 형방에게 했던 한 번으로 충분했다.
"싫은가?"
나는 육혈포로 놈의 인중을 겨누었다.
"아닐세."
유임생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대범하게 나왔다. 궤짝 안에 든 엽전을 세지도 않고 서탁 위에 모두 올려놓았다. 놈은 돈과 목숨 중에 무엇이 더 중한지는 분별할 줄 알았다.
"이거면 되시겠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류임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놈의 손을 뒤로 묶고 목에 밧줄을 걸었다.
"왜, 왜 이러는가, 목숨값까지 주지 않았느냐?"
"그건 목숨값이고 네놈이 더럽힌 금희네의 몸값을 계산해야지."
"얼마냐?"
나는 대답을 하기 전에 놈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그건 돈으로 계산이 되지가 않아."

나는 금희네가 목을 맸던 나무와 마주 보고 있는 느릎나무에 유씨 형제를 차례로 매달았다. 밤은 깊었고, 치우기 무섭게 내린 눈이 하얗게 마당을 덮고 있었다.
탕, 탕.
두 방의 총소리가 겨울밤 총령의 정적을 깨뜨렸다. 떨어져 내린 놈들의 피가 흰 눈을 더럽혔다.
달조차 없는 그믐밤이었다. 총령의 조지소와 인쇄소에서 불이 켜져 있는 곳은 괴수도깝 천영감의 방 하나였다.
"백성이 하늘이 되는 개벽의 날이 머지않았다. 그때는 '개벽 인' 그 깃발을 찾아오너라. 네놈이 나와 할 일이 있을 것이야."
오늘 저녁 작업일보를 받아든 괴수도깝 영감이 지긋이 나를 바라보며 한 말이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그는 오늘의 작업일보가 내가 넘기는 마지막 조판작업 보고서라는 것을 알았다.
한밤의 총성에 공장 여기저기 불이 켜지기 시작했고, 유일하게 켜져 있었던 괴수도깝 방의 불은 꺼졌다.

마을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장진댁이 윗목에 앉아 졸고 있었다. 위패 대신 상 위에 놓여 있는 것은 나무로 만든 작은 십자가였다. 그 앞에 잠든 어린 상주들 셋의 얼굴 위로 일렁이는 등불을 따라 금희네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웅크린 아이들의 뺨에 남은 눈물 자국을 보며 홀로 상주가 되었던 내 아홉 살을 떠올렸다. 아이들의 인생에서 오늘보다 더 따뜻한 날이 며칠이나 기다리고 있을까. 저 아이들은 아직 모를 것이다. 이 서러운 밤이 남아 있는 모든 밤보다 따뜻하다는 것을. 위패도 남기지 못한 금희네의 혼백과 탈진한 장진댁이 지켜주는 이 밤이 저 아이들에게, 누군가 지켜주는 이가 있는 마지막 밤이 될 것이다. 망연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는 장진댁에게 나는 차고 온 전대를 풀어놓았다.

"이건 금희네 목숨값이에요."
나는 손수건에 싼 엽전 꿰미를 따로 내밀었다.
"이건 내 임금이에요. 혹시 미국에 기별할 일이 있으면 보내주세요. 그림 그리는 종이 사는데 보태라고."
"떠나야겠지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기다리라."
장진댁이 방문으로 향하는 나를 불러세웠다.
"아버지 하나님. 제 이웃의 불운으 하나님의 이름으로 징벌한 이 불쌍한 양의 죄르 긍률히 여기사 아버지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 죄르 사하시고..."

내 손을 감싸진 장진댁의 기도가 이어졌다. 그녀의 기도에는 묘한 힘이 있었다. 죽어 마땅한 놈들이었지만 방아쇠를 당기고 난 다음에 남는 더러운 기분은 이번에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기도를 듣고 있으면 늪에 빠진 것처럼 무거운 마음이 가벼워졌고, 그녀가 간구하는 그 전능한 하나님에게 의탁하고 싶은 충동이 순간적으로 일었다.

"전능하신 은총의 하나님, 이 외롭고 어린 양이 끝내 길을으 잃지 않고 주님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주님께서 언제 어디서나 살피시고, 인도하시고, 지켜주시옵기르 간절히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나는 어린 세 상주가 걷어찬 이불을 여며주고 방문을 나섰다. 아직 캄캄한 밤이었다. 겨울바람이 거셌다.
"어디로 감메?"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마저 없었다.
"바람이 부는 대로요."

(*덧붙이는 글 방현석은 소설가다. 소설집 <사파에서>, <세월>, <내일을 여는 집>, <랍스터를 먹는 시간>, <새벽 출정>과, 장편소설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십 년간>, <당신의 왼편>이 있다. 산문집 <아름다운 저항>, <하노이에 별이 뜨다> 와, 창작방법론 <이야기를 완성하는 서사패턴 959> 등을 썼다. 신동엽문학상(1991), 오영수문학상(2003), 황순원문학상(2003) 등을 받았다.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5월 31일, 화 4:4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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