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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트럼프가 한 '혐오의 승인', 윤석열 정부에 없으려면
[서평] 범죄학 교수 매슈 윌리엄스가 쓴 '혐오의 과학'


▲ 한국 유력 대선 후보들의 "여성 혐오" 논란을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 BBC

(서울=오마이뉴스) 김준수 기자 = 2022년 한국 사회에서는 혐오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다. 지난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후보였던 윤석열 당선인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발표했고, "한국에는 구조적인 성차별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외신들은 한국 대선에서 유력 후보가 남성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여성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대선이 끝난 뒤에는 장애인 혐오가 뒤를 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출근길 집회에 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장연이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 잡는다"라고 표현했다.

이후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이 대표가 장애인 권리를 위해 노력해왔던 차별철폐연대를 아주 악랄한 집단으로 몰아버렸다"라고 비판하며 전장연 측이 욕설전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 "이준석 낙인에 욕설전화 어마어마... 압박감에 상담치료도" http://omn.kr/1y4sz ).

마치 '나비효과'처럼, 특정 집단을 향한 말 한 마디가 거대한 태풍으로 변해 사회 곳곳을 휩쓰는 듯한 분위기다. 지난 4월 출간된 책 <혐오의 과학>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혐오의 흐름을 돌아보고 해석하는 데 적절한 참고 자료가 될 것 같다.

저자 매슈 윌리엄스는 영국 웨일스 카디프대학교에서 범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영국 내무부, 법무부, 외무부, 미국 법무부 및 구글에서 혐오 범죄 관련 고문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는 온라인 혐오 발언과 혐오 범죄를 모니터링하고 퇴치하기 위한 단체 '헤이트랩(HateLab)'을 이끌고 있다.

혐오 범죄 피해를 겪은 후

저자 본인도 과거 혐오 범죄 피해를 겪은 경험이 있다. 20여 년 전 지인들과 런던에서 맥주를 마시던 중, 홀로 건물 밖으로 잠시 나왔다가 여러 명의 남성에 폭행당한 것이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그를 보며 가해자들은 "염병할 게이 새끼"라는 말을 내뱉고 사라졌다고 한다.

"그 말 한마디로 모든 상황이 파악되었다. 알고 보니 나는 '게임'에 휘말려 있었다. 사람들 말로 '퀴어-배싱' 또는 '스포트'라는 짓인데, 전국 여기저기에서 벌어진다고 한다. 유명한 게이 바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중략) 스스로를 지키기 어려울 정도로 취해서 나오면 두들겨 패는 게임이었다. 마치 게임하듯 저지르는 혐오 범죄였다.

별 생각 없이 벌이는 폭행이 아니었다. 그런 폭행은 일종의 메시지였다. (중략) 사람의 정체성에 관한 공격은 그런 법이다. 정체성 때문에 폭행을 당한 이들은 대체로 '왜 하필 나를?'이라고 묻지 않는다. 왜 나인지 이미 알고 있으니, 그게 훨씬 더 해롭다. 그게 마음을 온통 짓이긴다."

이후 저자는 혐오 범죄를 연구하는 데 매진했고, 최근 온라인 혐오 발언의 악영향까지 분석한다. <혐오의 과학>에서는 2001년 9/11 테러 후 벌어진 미국 내 이슬람 혐오 폭력 사건, 2016년 일본 장애인 19명 살해 사건,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 등 혐오 폭력 관련 수십 건의 사건을 되짚으며 사건 발생 전후의 맥락을 폭넓게 서술했다. 그러면서 편견이 혐오가 되고, 혐오가 차별을 낳으며, 차별의 심화가 끝내 혐오 범죄나 학살에 이르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매슈 윌리엄스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에서 혐오 범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짚는다. 책에 인용된 미국 FBI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은 미 전역에 걸쳐 분기별로 약 410건, 당선 후 2017년 말까지 총 2048건의 혐오 범죄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또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에 의하면, 트럼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른 뒤 미국 45개 주에서 단 6주 만에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 사건이 1710건 발생했다고 한다.

정말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및 발언이 혐오를 부추겼을까? 책에는 관련 실험도 인용됐다. 선거 당시 트럼프의 승리 확률이 100%에 가까운 앨러배마, 아칸소, 아이다호 등 7개 주에서 총 450명의 피실험자를 무작위로 뽑았다. 이후 절반의 피실험자에게만 '트럼프의 주 선거 승리 확실' 여부를 알려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참가자에게 '이민에 반대하는 극우단체'에 돈을 기부할지 물었다. 그 결과 트럼프의 당선을 확신한 그룹에서는 반이민 단체에 기부하겠다는 사람이 훨씬 많이 나왔고, 자신의 기부 사실을 공개할 의사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실험 결과에 관해 "트럼프는 거리에서 혐오에 찬 행동을 이끌어낸 편견의 '방출자' 역할을 했다"라며 "놀랄 것도 없이 트럼프를 가장 강하게 지지한 카운티(주)들에서 트럼프 당선 후에 혐오 범죄가 가장 크게 증가했다"라고 덧붙였다. 유력 정치인의 발언으로 인해 '편견을 함부로 드러내면 안 된다'는 사회적 압력이 무너졌다는 주장이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016년 대선 캠페인에서 트럼프는 험악한 말들을 마구 쏟아냈고, 이것이 편견 성향의 소수 집단들이 폭력적으로 변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범죄자와 강간범이라고 불렀고,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에 딴지를 걸었고, 힐러리 클린턴과 관련해 반유대주의적인 트윗을 올렸으며... (중략)

이미 극우적 생각을 갖고 있던 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가 그런 견해를 표출하는 모습을 보고서 대담해졌다. 이런 소수의 사람들은 많은 이들이 트럼프에 표를 던진 것을 보고서 의기양양해졌을지도 모른다."

매슈 윌리엄스의 주장을 읽고 보면, 앞서 언급한 윤석열 당선인과 이준석 대표의 말들이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우려스럽다. 최근 흔히 목격되는 여성혐오 게시물, 전장연에 쏟아지는 욕설 전화 등을 보면 '혐오의 승인' 효과는 이미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 책 겉표지.

혐오를 멈추게 할 7단계 원칙

<혐오의 과학>은 온라인 혐오 발언과 '필터 버블(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필터링된 인터넷 정보로 인해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의 위험성도 언급한다.

최근 알고리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편향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접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대해 저자는 "온라인 혐오 발언이 물리적 행위보다 더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혐오를 멈추게 할 7단계'의 원칙을 소개한다.

1. 가짜 경보를 알아차려야 한다
2. 우리와 다른 이들에 대한 섣부른 판단에 의문을 던져야 한다
3.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 접촉하는 것을 꺼려서는 안 된다
4. 시간을 내서 '다른 사람'의 처지가 되어보아야 한다
5. 분열을 조장하는 사건이 우리를 노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6. 필터 버블을 터뜨려야 한다
7. 우리 모두는 혐오 사건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여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편견과 혐오 발언이 알고리즘을 타고 퍼져 '필터 버블'에 사람들을 가두지 못하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소셜 미디어의 발전이 곧 혐오의 불씨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지도 모른다.

단순한 예상이나 우려가 아니라, 트럼프의 트윗으로 촉발된 '미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가 이미 벌어지지 않았나. 평소 '혐오 발언'을 일삼는 정치인의 발언에 많은 사람들이 동조하는 오늘날, 더 늦기 전에 <혐오의 과학>을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5월 23일, 월 6:5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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