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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허리케인
 
곤혹스럽지만, 조국에 대해 이 말만은 해야 겠다
[허리케인 칼럼] '조국 잣대'로 다 수사하라고? '윤석열 내각'이 불러낸 진실


▲ 영화 <그대가 조국> 포스터 ⓒ (주)엣나인필름

(서울=오마이뉴스) 조성식 기자 = 벚꽃이 지고 철쭉이 피어나는 즈음 비운의 사내가 다시 소환됐다. 꽃들이 세 번 피었다 지는 동안 그의 절규는 검붉은 핏빛으로 변해갔다.

유죄가 확정된 부인은 갇혀 있고, 딸은 대학/대학원 입학이 취소돼 의사 면허가 위태롭고, 자신은 재판을 받는 중이다. 5촌 조카와 동생이 구속되고, 부친은 무덤 속에서 명예가 짓밟혔다. 그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했다는 혐의로 법정에 선 국회의원은 배지가 떼일 위기에 처했다.

진보의 희망에서 진보의 고통으로 전락한 사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조국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을 홍보하는 크라우드 펀딩이 한창인 가운데 공교롭게도 여권의 핵심 인물 두 사람이 같은 날 그를 언급했다.

다시, 조국

4월 25일 오전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내각 비리 후보자를 정리하려면 비슷한 문제를 일으킨 우리의 잘못을 고백하고 성찰해야 한다"면서 조 전 장관에게 자녀 입시 비리를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오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JTBC 대담을 통해 조 전 장관 가족의 고통을 안타까워하면서 검찰 수사의 의도성을 지적했다.

두 사람 언급이 아니더라도 '조국'은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고려대가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의 입학을 취소한 데 이어 윤석열 정부 장관 후보자들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조국 잣대'가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대선 때는 '조국의 강'이 여권의 화두가 되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이재명 대선후보는 조국 사태를 민심 이반의 주요 원인으로 꼽으면서 '내로남불'을 사과했다. 일종의 '선거 제물'이었다.

이미 여러 차례 사과했던 조 전 장관은 박 비대위원장의 송곳 같은 사과 요구에 다시 한번 격하게 고개를 숙였다. 너새니얼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에서 딤즈데일 목사가 대중 앞에 가슴을 풀어헤치고 도덕적 단죄의 상징인 '주홍글씨'를 담대하게 드러낸 것처럼.

"대법원 판결의 사실 및 법리 판단에 심각한 이견을 갖고 있지만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판결을 존중하고 수용한다. 저희 가족의 경우와 달리, 교수 부모가 제공한 인턴·체험활동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분들께 송구하다. 이후에도 또 사과하라고 하신다면 몇 백 번이고 더 사과하겠다. 다만 저희 가족 사건에 대한 수사, 기소, 판결의 잣대에 따라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를 검증해주길 소망하고 있다는 말씀을 첨언한다."(조국 페이스북, 4월 25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조국'은 고통스럽게 극복해야 할 '시대정신'이다. 이제 조국 수사를 정치적 발판으로 삼은 전직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오르고 정경심씨 사면이 거론되는 만큼 진영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진실을 조명한다면 국민 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단죄는 충분히 이뤄졌으니 해원(解冤)의 목소리도 들을 필요가 있다.

그간 조국 사태를 비평할 때마다 지나침과 모자람에 마음을 졸여야 했다. 그럼에도 이 곤혹스러운 주제를 놓지 않는 것은 시사 비평을 하는 사람으로서 '피할 수 없는 잔'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도 범죄는 맞잖아?"라는 양비론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진실에 다가서기에는 부족하다. 논란의 핵심인 입시 비리 문제를 윤리적/사법적/정치적 관점이라는 세 가지 틀로 분석해봤다.

윤리적 관점

윤리적 관점의 주제어는 공정이다. 다들 입시라는 고통스러운 바다를 건너는 수단이 학교별로 차이가 있다는 건 알지만, 그것이 부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특목고(특수목적고등학교: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 입시 전략은 일반고와 다르고, 대학도 특목고나 자사고(자율형사립고) 학생들을 우대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으레 그러려니 한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 연합뉴스

조민씨가 지원한 2010학년도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은 1단계에서 어학 성적을 40%나 반영해 외고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실제로 합격생 절반이 외고생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일반고 출신 눈에는 애초 부조리한 선발방식이다. 그렇긴 해도 전형 자체를 비리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이게 사건으로 형상화돼서 비난의 표적이 특정되면 양상이 달라진다. 자신은 손발로 헤엄쳐서 힘들게 건넜는데 누구는 수상스키로 쉽게 도달했다고 생각하면 화가 치밀 수밖에 없다. 공정하지 않은 제도와 사회에 대한 분노가 사람에게 향하는 것이다. 진실은 그다음 문제다. 조국 사태의 윤리적 발화점이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그 '특혜'에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반칙이 작용했다는 점이 드러나면 불공정에 대한 분노는 사회/경제적 계급 갈등으로 번진다. 갈등의 이면에는 상대적 박탈감이 있다.

조국 사태 때 '스펙 품앗이'니 '아빠 찬스'니 '엄마 찬스'니 하는 말이 유행어가 되고, 특권의 합법화, 합법적 불공정, 정보 카르텔 따위의 표현이 언론에 등장한 것은 도덕적 단죄가 사법적 단죄에 앞선다는 점을 보여준다. 어찌 보면 양심의 문제다. 이에 대해 조 전 장관은 여러 번 사과했다.

사법적 관점

사법적 관점은 말 그대로 유무죄에 관한 판단이다. 법원은 이른바 7대 스펙을 허위라고 봤다. 죄명은 업무방해와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표창장).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만큼 법적 잣대로는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하지만 사실과 진실의 틈을 파고드는 논쟁이 여진처럼 지속되니 몇 가지 문제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판결의 적절성이다. 7대 스펙 중 대학 입시에 활용된 것은 네 가지로,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및 논문 1저자,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및 부산 아쿠아팰리스호텔 인턴이다. 재판부는 실제 활동한 시간과 맞지 않거나 아예 활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련 기록을 허위라고 판단했다.


▲ 다큐 <그대가 조국> 한 장면. ⓒ 켈빈클레인프로젝트

고교 학생생활기록부(생기부) 비교과 영역은 자율/동아리/진로 활동이라는 창의적 체험활동과 봉사활동 등으로 구성된다. 문제가 된 조민씨의 인턴 활동은 진로 활동과 관련된 것이다. 생기부 작성자는 교사다. 비교과 활동은 학교 내 활동과 외부 활동으로 구별되는데, 체험(인턴)이나 봉사 등 외부 활동 기록은 해당 기관에서 발급한 증명서를 토대로 작성한다. 당시 특목고들은 입학사정관제(현 학생부종합전형의 전신)를 활용해 상위권 대학 진학률을 높이려 갖가지 스펙을 권장했다.

생기부 허위 기재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허위와 과장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 학생이 어떤 기관에서 실제로 얼마나 활동했는지는 중요하지도 않고 확인하기도 쉽지 않았다. 제도의 맹점에 따른 관행적 비리였다. 이것을 10년 뒤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 불법이라고 단죄한 것이다. 교육부 감사가 적당해 보이는 문제를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둘째, 범죄의 실효성이다. 법원은 스펙 비리를 유죄로 인정됐지만, 그것이 고려대 합격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존기한이 지나 자료가 폐기된 탓에 확인할 방법이 없다. 사정이 그런데도 법적 판단을 이유로 입학을 취소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사유인 표창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부산대 입학전형공정관리위원회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표창장은 당락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셋째, 수사의 공정성이다. 범죄 구성 요건에 맞는다고 뭐든지 수사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10년 전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에 들어간 모든 학생의 생기부를 수사기관이 탈탈 턴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학부모, 학생, 교사 모두 잠재적 피의자가 될 수 있다.

비교과 활동을 부풀리거나 거짓으로 기재했다는 이유로 입학을 취소한다면 줄소송이 이어질 것이다. '제출한 입시 자료에 허위사실이 발견되면 입학을 취소한다'는 규정을 어느 시점까지 소급 적용할 텐가? 그 책임에서 학교는 자유로운가? '허위사실'의 기준은 합리적인가?

지금도 마찬가지다. 체험활동과 봉사활동, 자기소개서, 세특(세부능력&특기사항)에 과장이나 거짓이 없는지, 부모나 학원강사, 입시 컨설턴트 등 외부인 개입에 따른 부정이 없는지 조사하면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다. 검찰보다는 교육부가 나서는 게 적절하겠지만.

범죄 수사에는 형평성과 비례성의 원칙이 있다. 수사기관이 특별한 목적으로 특정인 입시 자료만 특별한 방식으로 파헤친 것은 불공정하다. 그간 입학사정관제나 학종으로 합격한 학생 전원의 생기부를 같은 방식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거친 주장을 내치기 힘든 이유다.

윤석열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을 통해 새삼 확인된 바지만, 먼저 입시에 관한 한 특권층이라 볼 수 있는 교수들부터 조사해야 한다. 법조인, 정치인, 공직자, 언론인, 재력가 등도 필수 조사 대상이다. 그래서 비슷한 사례가 발견되면 자녀 입학을 취소해야 한다.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게 해야만 조국 사태를 두고 제도권 언론이 그토록 부르짖던 공정 가치에 부합하지 않겠는가?

정치적 관점

마지막으로, 정치적 관점이다.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최대 참사였다. 보수‧진보 간 대립은 물론 진보 진영 내에서도 갈등을 빚었다. '촛불'에 정권을 내줬던 보수는 이 사건을 계기로 탈환에 나섰고, 수세에 몰린 진보는 분열했다.

문 대통령은 JTBC 대담에서 "검찰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조국 장관을 수사한 이유가 뭐라고 보냐"는 질문에 "시점이나 수사 방식을 보면 공교로운 부분이 많아서 목적이나 의도가 포함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 수사를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문 대통령 말이 아니더라도 검찰 수사가 비정상적이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국회 인사청문회 전 대규모 압수수색이나 청문회 당일 배우자 기소, 대통령 면담 요구,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 압박 등은 상식을 뛰어넘은 일이었다. 명백한 월권이고 검찰권 남용이었다. 정치적 수사의 방증이었다.

검찰 논리대로 수사의 불가피성을 인정한다 쳐도, 과도하고 잔인한 수사 방식에 대한 비판은 피할 길이 없다. 많은 사람이 지적한 대로, 민정수석으로서 검찰개혁을 주도하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파헤쳐졌을까? 문 대통령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그분들이 잘못한 게 있어서 잘못에 대한 벌을 받는 게 맞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우리 정부에서 민정수석이 되고 법무장관으로 발탁되고 하는 바람에 그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4월 25일, JTBC 대담)


▲ 25일 JTBC에 방영된 "대담-문재인의 5년" 1회 중 한 장면. 문재인 대통령이 손석희 JTBC 전 앵커(현 순회특파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JTBC 유튜브 갈무리

다만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관행적 입시 비리에 경종을 울린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입시 스펙의 문제점을 공론화함으로써 부분적으로나마 제도 개선에 이바지한 면이 있다. 역설적으로, 검찰권력의 위험성을 여실히 드러냄으로써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 점도 공이다.

끝없이 긁어모으는 먼지떨이 수사를 지양하고 절제된 수사를 벌였다면, 그나마 비판을 덜 받았을지 모른다. 정의와 공정을 내세웠지만,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방식으로 진행된 수사. 하지만 국민은 그 일탈적 수사를 지휘한 사람을 국가 지도자로 선택했다. 그 점에서 '조국'이 아니라 '조국 수사'가 시대정신이었는지 모른다. 시대정신은 때로 이성적으로 헤아리기 어렵다. 영화 상영을 계기로 또 한 차례 격한 논쟁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균형 잡힌 비판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5월 03일, 화 7:1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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