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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하나님 나라에 ‘리더’는 없다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손자 녀석의 걸음마가 늦다. 15개월이 지났는데도 걷지를 않는다. 그런데 사실 녀석의 몸은 이미 오래 전부터 걸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줘 왔다. 몇 걸음 걷기는 하지만 아직도 녀석은 걷지 못한다. 그런 녀석을 데리고 동네 공원을 갔다. 동네 공원은 마지막 남은 봉우리다. 사자암이라는 절을 포함하여 돌아가며 네댓 군데의 절들이 있다. 걸음마도 시킬 겸 향기로운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그곳엘 갔다.

절까지 이어진 가파른 길을 따라 녀석을 유모차에 태워 올라갔다. 옆으로 이어진 산으로 가는 길 벤치가 있는 곳에서 걸어볼 요량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해 걷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녀석이 생각보다 더 걷는 것을 좋아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을 신나 했다. 그러다보니 한참 떨어진 약수터까지 걸어갔고 정자를 돌아 다시 그곳까지 돌아오는 제법 먼 길을 나와 제 엄마의 손을 잡고 걸었다. 녀석의 첫 등반이다. 그렇게 한참을 걷더니 힘에 부치는지 안아달라는 사인을 보내왔다. 다시 유모차에 태우고 집에 돌아와 목욕을 시키자마자 다른 때와 달리 잠투정을 했다. 그대로 재웠더니 골아 떨어졌다. 그렇게 자는 모습을 보니 다시 등산을 시키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흐뭇한 하루였다.

내가 손자 녀석의 이야기로 오늘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섬김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녀석의 엄마와 나는 양쪽에서 녀석의 손을 잡고 걸었다. 속도는 정확히 녀석의 걸을 수 있는 능력에 맞추어진다. 너무 힘든 길도 피해야 하고 위험한 길도 피해야 했다. 녀석이 만질 수 있는 것은 위험하지 않은 것들이어야 했다. 중간에 나무를 만지게 하려다 가시가 있는 넝쿨이어서 얼른 피하기도 했다. 녀석의 다리보다 높은 계단이나 돌을 지날 때는 녀석을 살짝 들어 올렸고 녀석이 아는 이름의 사물이나 소리가 날 때는 그 단어를 녀석에게 묻거나 알리면서 그곳을 지났다. 그렇게 그 녀석이 걷기에 지칠 때까지 양손을 잡고 산길을 걸었다.

모든 것은 녀석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우리가 녀석과 함께 한 행동이 바로 섬김이다. 섬김의 주인공은 섬김의 대상이다. 섬김의 속도와 방식은 섬김을 받는 이의 원하는 바와 그의 능력에 철저히 복속된다. 섬기는 이는 자신의 능력을 철저히 무시해야 한다. 바위가 나타나거나 위험한 곳이 나타나면 섬기는 이의 능력으로 살짝 도울 수 있지만 그때에도 섬김을 받는 이의 능력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섬김이 끝난 후에는 모든 결과가 섬김을 받는 주인공의 몫이 되어야 한다. 간단하지만 여기에 섬김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그리고 이런 섬김이 하나님께서 인간을 대하는 방식이다.

그렇다. 섬김이란 하나님이 인간을 대하는 방식이다. 하나님이 인간을 대하는 방식은 사랑이다. 섬김이란 근본적으로 사랑의 방식이다. 하지만 일방적인 방식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은 사랑받는 자가 모든 힘을 가지게 한다. 섬김은 그런 사랑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섬김은 하나님 백성의 삶의 방식이 된다.

“너희가 아는 대로, 이방 사람들을 다스린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백성들을 마구 내리누르고, 고관들은 백성들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끼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서 누구든지 위대하게 되고자 하는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너희 가운데서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 인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으며, 많은 사람을 구원하기 위하여 치를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내주러 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사를 하나님 나라의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나는 리더십이라는 말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리더십이라는 단어에는 리더라는 단어가 들어있다. 섬기는 사람이 리더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하나님 나라의 삶의 방식에는 리더라는 의식 자체가 아예 없다.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말씀에 담긴 의미는 하나님 나라에서도 으뜸이 되고자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으뜸이 되고자 한다. 그것은 생래적이라기보다는 세상이라는 곳이 힘과 경쟁을 기조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 “나”에 대한 의식이 생기는 것과 동시에 경쟁이라는 세상의 방식을 습득하게 된다. 경쟁에서 이기려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난 인간은 누구나 으뜸이 되고자 한다.

예수님은 그것을 제자들에게 상기시키신다. 예수의 제자들 역시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자라면 이미 본성으로 자리한 그 삶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 그것을 버리는 방법이 종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종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지는 사람이 되거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기에는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평등에 관한 예수님의 이해가 담겨 있다. 섬김은 모든 사람들이 평등해질 수 있는 길이다. 섬김을 통해 평등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정의이기 때문이다.

하나님 나라에는 높고 낮음이 없다. 모두가 평등하다. 리더십이라는 단어에는 높고 낮음이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리더십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평등해진다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능력이 같아지거나 똑같아진다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능력에는 차이가 있다. 모든 사람은 고유하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그러한 차이와 독특함을 제거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평등이라는 하나님의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방식이 바로 섬김이라는 말이다. 섬김은 능력의 차이와 독특성을 무시하지 않고 모든 사람의 평등을 이루어내는 하나님 나라의 삶의 방식이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가 바로 이 섬김이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지배와 통제를 섬김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것은 그리스도교 안에 리더인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 누가 리더인가. 두 말할 필요 없이 성직자들이다. 심지어 수도자들까지 중간 리더의 역할을 한다. 그런 교회 안에서 능력 있는 자와 부자들이 그 다음 리더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두 말할 필요 없이 교회는 완벽하게 힘을 가진 자(섬기는 자)가 중심이 되는 곳이다.

한 걸음 물러나 그런 교회를 바라보라. 그 모습이 예수님이 말씀하신 “너희”의 모습인가. 아니다. 그 모습이 정확히 버려야 하는 모습인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보라. 그런 교회 안에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질 수 있는가. 불행하지만 없다. 하나님 나라는 언감생심이다.

내가 왜 이 문장들을 한 줄씩 언급하고 있는지 아는가. 강조하기 위함이다. 생각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섬김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섬김은 단순히 능력 있는 사람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요구일 뿐만 아니라 섬김을 받는 사람의 자발적인 동의를 이루어낼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늘날 사람들이 사용하는 “윈윈(win win)”이라는 단어가 담아낼 수 없는 평화의 방식이다.

섬김은 단순히 소외된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들과 루저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부여하고 살려낸다. 그 의미를 깨닫는다면 이것이 얼마나 위대하고 장엄한 일인가가 실감이 날 것이다. 하나님 나라가 얼마나 완벽하고 아름다운 나라인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바로 그런 하나님 나라를 위해 부름을 받았다는 것은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섬김의 두 가지 뜻 깊은 통찰을 배울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낮아짐과 비움이다.

“그는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두 번째는 이보다 더 어렵고 심오하다. 그분은 섬김을 위해 당신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으셨다.(비능력) 그것이 지배와 통제라는 권력을 무력화시킴과 동시에 그림자가 없으신 하나님의 샬롬이 이루어지게 하는 유일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나님 나라의 왕은 오직 한 분 하나님뿐이시다. 하나님 나라에는 그 어떤 리더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섬긴다는 것의 의미이다. 섬김은 이렇게 하나님의 정의를 이루어낼 수 있는 하나님 나라의 삶의 방식이며 하나님의 통치(샬롬)를 이끌어낼 수 있는 하나님 백성들의 삶의 방식이다
 
 

올려짐: 2022년 5월 02일, 월 9:1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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