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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회복적 정의'를 실천하려는 기독교인들에게
한국회복적정의협회, ABMS 데이비드 보샤트 총장 초청 강연

(서울=뉴스앤조이) 구권효 기자 = "성경의 진의가 응보에 있느냐 회복에 있느냐는 주변적인 쟁점이 아니다. 이 문제는 하나님의 본성과 역사 속에 나타난 하나님 사역의 본질에 관한 이해의 중심을 이룬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이 피할 수 있는 쟁점이 결코 아니다."

'회복적 정의(Restrotive Justice)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워드 제어(Howard Zehr, 1944~) 교수는 그의 책 <우리 시대의 회복적 정의 - 범죄와 정의에 대한 새로운 접근>(대장간)에서, 성서적 정의는 응보적이 아니라 회복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눈에는 눈'이라는 동해보복의 원리가 응보적이라고 보일 수 있으나 "하나님의 형벌은 샬롬의 맥락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형벌은 영속적인 소외가 아니라 궁극적 화해와 회복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었으므로, 회복적이었지 파괴적이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회복적 정의를 실천하려는 기독교인들에게 회복적 가치를 성경에 비추어 보는 일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회복적정의협회(이재영 이사장)는 4월 12일 '회복적 정의의 기독교적 배경'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강연자 미국 아나뱁티스트메노나이트연합신학대학원(AMBS) 데이비드 보샤트(David Boshart) 총장은, 성경에서 찾을 수 있는 회복적 정의와 기독교인들이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으로 시민사회에서 일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이야기했다.

이번 강연을 준비한 곳은 한국회복적정의협회 안에 있는 회복적교회연구회다. 회복적교회연구회 황필규 목사는 "연구회는 회복적 정의 운동을 교회에 어떻게 접목할까 고민하며 2019년 7월 첫 모임을 했다. 교회 갱신과 개혁에 회복적 정의 가치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강연에는 140여 명이 참석했다.


데이비드 보샤트 AMBS 총장(사진 왼쪽). 통역은 이재영 한국회복적정의협회 이사장(사진 오른쪽)이 맡았다. 줌 화면 갈무리

보샤트 총장은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가기 전, 회복적 정의는 꼭 기독교적 개념이 아니며 기독교뿐만 아니라 타 종교들, 또한 사회적인 영향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성경 여러 곳에서 회복적 정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또 회복적 정의를 실천하려는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기독교 관점의 회복적 정의가 세상에 얼마나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신구약을 관통하는 동시에 회복적 정의를 잘 설명해 주는 성경 속 개념은 '샬롬'과 '언약'이다. 보샤트 총장은 "샬롬은 평화로 번역되는데 단순히 폭력의 부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최선의 상태인 것, 최선의 상태로 회복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샬롬은 세계가 창조될 때와 연결돼 있다. 하나님이 인간을 포함한 세상을 창조하시고 '매우 좋았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런 상태는 시편 85편 10절에 표현돼 있다. "긍휼과 진리가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춘다."

그러나 창조 이후 이 샬롬은 깨지게 된다. 결국 하나님은 노아의 가정만 빼고 인류를 절멸하기에 이르는데, 이 부분만 보면 하나님이 응보적 정의를 실천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하나님은 홍수 후 새로운 언약을 맺는다. 보샤트 총장은 "무지개는 히브리어로 '활'과 '화살'을 의미한다. 원문을 보면 이렇게 표현돼 있다. '내가 내 활과 화살을 하늘에 걸겠다.' 이것은 하나님이 다시는 이 땅을 향해 화살을 쏘지 않으실 거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계약은 서로 조건을 맞추고 이행해야만 성사된다. 하지만 언약은 일방적인 것이다. 하나님이 일방적으로 인류에게 제안했고,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스스로 각오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샤트 총장은 이 언약이 계속해서 갱신된다며, 갱신되는 언약은 이전과 같지 않고 더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간다고 했다. 노아 이후에도 인류는 바벨탑을 세워 하나님께 도전했으나,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택해 언약을 갱신한다. 이후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했을 때도 새롭게 언약을 맺어 돌판에 새겨 주고, 예레미야 선지자의 말처럼 새 언약을 우리의 마음에 새겨 준다(렘 31:33). 종국에는 하나님이 자기 육체를 내어 주어 언약을 완성한다. 보샤트 총장은 "성경은 하나님께서 어떻게 회복적 정의를 이뤄 가셨는지 말해 준다"고 했다.

또 한 가지 성경에서 찾을 수 있는 회복적 정의의 모습은 '흩어진 사람들을 모으는' 하나님의 속성이다. 보샤트 총장은 "성경 여러 곳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수님의 사역에서도 이 이미지는 계속된다. 예수님은 어린아이들, 세리와 창녀 등을 불러 모으신다"며 "에베소서에는 유대인과 이방인이 서로 벽을 허물고 만나는 이미지가 나온다. 절대 함께할 수 없는 원수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형사 사법제도를 보면 결국 처벌을 통해 정의를 이루려 한다. 우리를 괴롭힌 원수들을 감옥에 가둬 분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사역은 끊어지고 떨어지려 하는 것을 거꾸로 다시 모으는 것이다. 정의는 7번씩 70번 보복하는 게 아니라, 7번씩 70번 용서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그런 행위를 하신 것처럼 우리도 깨어진 것들을 다시 회복하고 연결하는 사역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복적 정의는 꼭 기독교적인 개념은 아니지만, 성경에는 회복적 정의의 이미지가 많이 등장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어 보샤트 총장은 기독교적 관점에서 회복적 정의를 이해하고 실천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그는 기독교인으로서 회복적 정의 실천가의 길을 갈 때, 이 길을 가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보샤트 총장은 교차로를 예로 들며 "우리 동기는 하나님나라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하나님의 원리가 반드시 실현되는 곳은 아니다. 우리가 하나님나라 관점으로 회복적 정의를 실천할 때,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정의를 이루는 시스템과 교차로에서 만나게 된다. 거기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념이 반드시 명확하게 구현될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하나님의 정의를 이루려 노력하지만, 세상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와는 차이가 있다. 이 간극 때문에 좌절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보샤트 총장은 회복적 정의 운동에 기독교인들만이 줄 수 있는 영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중요시 여긴다. 은혜는 우리가 받을 만한 존재가 아닌데도 받는 것이며 기대하지 못한 놀라운 방식으로 나타난다. 화해와 용서를 예로 들 수 있다. 화해와 용서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기독교인들은 7번씩 70번 용서하라는 가르침을 알고 있다. 기독교인들이 회복적 정의를 실천하며 만나는 교차로에서 이 은혜가 작동하도록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기독교 관점의 회복적 정의는 원수나 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은 아직 이 세상에서 희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하나님나라의 '리허설'일 뿐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보샤트 총장은 "우리는 이러한 일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분명 하나님의 정의가 실현되는 한 부분일 것이다. 우리는 세상 모든 문제를 푸는 것은 하나님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하나님의 화해 사역에 한 부분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이는 맛보기다. 기독교 관점의 회복적 정의는 긍휼과 진리가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추는 모습을 세상 사람들에게 맛보게 하는 것이자 '와서 보라'는 초대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처음 초대할 때 모습이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회복적 정의의 실천이야말로 주님의 길을 예비하는 것이라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외치는 자의 소리여 이르되 너희는 광야에서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라. 사막에서 우리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하게 하라. 골짜기마다 돋우어지며 산마다, 언덕마다 낮아지며 고르지 아니한 곳이 평탄하게 되며 험한 곳이 평지가 될 것이요." (사 40:3~4)

질의응답 시간에는 한국교회 안에서는 갈등이 발생했을 때 회복적 정의를 실천하기 어려운데, 교회의 시스템이 오히려 방해물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보샤트 총장은 "교회도 마찬가지로 갈등을 겪으면 불편하다. 이를 처리하는 손쉽고 빠른 방법은 갈등의 당사자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들이 불의를 없애지는 못한다. 목회자들이 화해가 이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인내해야 한다. 특히 자신이 해결하려 하지 말고 외부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실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미나는 한국회복적정의협회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4월 18일, 월 4:1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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