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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고난 현장 지켰던 박승렬 목사 “더 열심히 못해 죄송하다”
[인터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4년 임기 마친 박승렬 목사


NCCK 인권센터 소장으로 활동했던 박승렬 목사(기장, 한림교회)가 이번 달 4년간의 인권센터 소장 임기를 마쳤다. 그러나 박 목사는 더 열심히 활동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서울=뉴스M) 지유석 기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소장으로 활동했던 박승렬 목사(기장, 한림교회)가 이번 달 4년간의 인권센터 소장 임기를 마쳤다.

박 목사는 소장으로 재임하면서 2018년 12월 당시 400일 넘게 이어졌던 파인텍 노동자 홍기탁·박준호씨의 고공농성장에서 함께 단식하며 조속한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또 2020년 10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단식 농성에 참여했고, NCCK인권상을 받은 한진중공업 김진숙 해고노동자의 농성장을 직접 찾아 상을 전달하기도 했다.

박 목사가 소장으로 활동하던 시절은 문재인 정부 임기와 겹친다. 박 목사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사회 부조리 현장을 찾아 빛을 밝힌 셈이다.

그런데도 박 목사는 임기를 마치면서 ‘죄송하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박 목사와 30일 오전 새대통령 인수위가 있는 서울 통의동 모처에서 만나 그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아래는 박 목사와 일문일답.

- 먼저 NCCK 인권위장 임기를 마친 소회를 묻고 싶습니다.

한 마디로 죄송함입니다. NCCK인권센터는 한국 교회에 있는 유일무이한 공식 인권 기구입니다. 교회의 인권 기구로서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일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나는 인권을 빼앗기는 사람들의 인권을 옹호하고 돕는 일입니다. 즉 시민들, 노동자들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지키는 일에 참여하려 노력했습니다. 그것은 보편적 일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교회를 향해 인권은 하나님의 선물임을 일깨우는 일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드셨음을 믿습니다.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차별적으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교회는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차별하지 않는 세상을 선포하고 보호하는 인권지킴이입니다. 교회는 인권을 하나님의 선물임을 선포해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교회들과 목사들은 인권을 정치적 대립과 갈등의 문제라고 인식하여 인권운동을 정치운동으로 폄하하거나 두려워합니다.

바울 사도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임을 가르치셨습니다. 교회는 분열된 세상, 차별하는 세상에 맞서는 인권 옹호자가 되어야 합니다. 인권센터 소장으로서 맡은 소임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더 열심히 하지 못하고 더 많이 하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 큽니다.

- 고난의 현장마다 달려간 것으로 기억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고난의 현장이라면?

능력이 부족해서 도움을 요청하는 곳이 있으면 늘 옆에서 함께 소나기를 맞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혹시 2018년 목동 열병합 발전소 굴뚝에 올라가 400여일이 넘도록 농성을 하시던 파인텍 노동자들을 기억하십니까?

제 기억에 남는 고난의 현장은 그분들과 함께 단식 농성을 했던 일과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청와대 앞에서 농성했던 일, 그리고 김진숙 지도위원의 명예복직을 위해 단식 농성을 했던 일 등 세 가지 농성이 크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 중에서 파인텍 노동자 문제는 노사 합의를 통해 농성을 마무리할 수 있었고 김진숙 지도위원은 명예 복직을 했으니 소기의 목표는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단행했던 농성은 여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셔서 질문 드립니다. 세월호 관련 활동도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활동 상황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 약칭 416연대에서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공동대표로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416연대는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을 기초로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차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요구하는 사항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가 저질렀던 국가폭력이 있습니다. 기무사와 경찰, 국정원 등을 동원하여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을 감시 사찰했음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언론과 극우단체를 동원하여 희생자 가족들에 대해 왜곡 거짓을 선동했습니다.

정부와 집권당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했습니다. 국가 기관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저질렀던 국가 범죄였습니다. 이는 마땅히 국가 책임자인 대통령이 공식 사과해야 합니다. 우리는 국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관한 활동을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목사로서 교회에 사회적 아픔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교회의 이웃 사랑이 구체적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인권상 수상, 작은 계기 만들어


박승렬 목사는 지난 2018년 12월 송경동 시인, 인권재단 박래군 소장 등과 함께 "박준호·홍기탁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408일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무기한 단식 농성을 했었다. 왼쪽부터 송경동 시인, 박래군 소장, 박승렬 목사, 차광호 파인텍 지회장. Ⓒ 사진 = 지유석 기자

- 소장으로서 가장 자부심을 느꼈던 순간은?

2021년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제35회 NCCK인권상을 받았던 게 가장 뿌듯합니다.

지금도 많은 교회들이 차별금지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반대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교회를 비난합니다.

하지만 당시 수상은 그간 교회가 차별에 앞장서온 잘못을 반성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교회가 있음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아시아 지역 인권 문제에 참여하는 계기를 만들어 냈다는 점입니다.

한국 교회가 민주화 운동을 위해 기도하고 활동할 때에 외국의 자매 형제 교회들이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고 격려를 보내주었습니다. 이제 우리 한국 교회도 아시아 민주화운동을 위해 미력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작지만 계기를 만들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 개신교계, 특히 보수 개신교계는 인권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입니다. 개선 의지가 있다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많은 교회와 목회자들이 인권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인권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것은 신학교에서 교육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목회자들이 인권에 대해 교육을 받지 않으니 교우들 교재에서도 당연히 인권의식이 담겨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교회에서 인권에 대해 개선될 여지가 보이겠습니까?

앞서 말씀드렸듯이 인권은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하나님의 자녀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람은 하나님의 영이 머무는 거룩한 성전입니다. 거기에 어떤 차별이 있겠습니까?

인종이 다르고, 성이 다르고 국적이 다르면 차별해야 합니까?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에 차별해야 합니까? 자본가와 노동자 차별해야 합니까?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를 차별해야 합니까? 범죄와 병을 앓은 이력이 있으면 차별해야 합니까? 종교가 다르다고 차별해야 합니까? 성적 취향이 다르면 차별해야 합니까? 하나님을 믿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이유로도 사람을 차별하는 것에 반대해야 합니다. 세계인권선언문을 읽어보고 우리나라 헌법을 읽어보고, 제출된 차별금지법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교회가 인권이해를 높이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인권이 무엇인지 가르쳐야 합니다. 신학교는 물론이고 각 교회학교와 주일공과 등에서 인권을 가르쳐야 합니다.

우리 인권센터에서 몇 교단의 여름 성경학교 교재를 분석 비평을 한 바 있습니다. 기독교교육 전문가와 인권교육 전문가들이 참여했습니다.

교재에서 사용하는 단어, 삽화, 내용 등을 기본적 인권의식조차 담겨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후속작업을 이어가지 못한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작더라도 자극제가 되었던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 윤석열 새정부가 출범하면 인권정책이 후퇴할 것이란 비관이 팽배해 보입니다.

아직 출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선거운동 과정을 살펴보거나 현재 그가 속한 정당인 국민의힘이 보여주었던 과거 전력을 보면 결코 낙관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제정하지 않겠다고 공언을 했다는 점에서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권리와 노동조합을 배타시하고 있어서 노사·노정 대결이 격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인권침해도 크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윤 당선인은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서울에서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려면 재개발을 촉진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과거와 같이 갈등이 불거질까 우려합니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 인수위에는 과거 이명박 정권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부자와 강자들 중심으로 정책이 흐르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큽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해서는 약속조차 거부하였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집권당이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이었습니다. 그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방해했었습니다. 또한 윤석열 당선자도 검찰총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상당수를 무혐의 처리하였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조차 거부했습니다. 매우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인권정책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 끝으로 앞으로 활동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권센터 소장의 임기는 마쳤지만 목사로서 인권지킴이 활동은 계속할 생각입니다. 사회적 약자들 편에 서는 것이 목사의 본분이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현재 인권센터 부이사장으로서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2024년은 NCCK인권위원회 창립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5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의 인권선교 역사와 과제 등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사회에서 50주년 기념 인권운동의 심화 발전을 위해 논의를 모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은 인권선교 50주년이자 NCCK 100주년이 됩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교회 인권헌장을 제정해보자고 합의했습니다. 교회의 인권 운동 발전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본보 제휴 <뉴스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4월 05일, 화 6:1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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