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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대선후유증' 시달리는 5060세대, 가장 큰 걱정은
[주장] 취임 전부터 '불통' 논란... 윤 당선인, 자신에 지지 안 보낸 이들 말에도 귀 기울여야

(서울=오마이뉴스) 김민수 기자 = 대선 결과 0.73%p, 초박빙의 차이로 20대 대통령이 결정되었다. 근소한 차이로 승패가 갈린 만큼, 패자의 선거결과에 대한 승복과 당선인의 겸손함이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다행스럽게도 결과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깨끗한 승복은 선거 이후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야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당선인의 회동과 집무실 이전 문제, 인수인계 등으로 야기되는 문제들은 선거 직후보다 더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3월 9일이 대선일이었고, 당선자가 확정된 것은 다음 날이니 당선자가 확정된 이후 보름이 넘게 지났다. 겨우 보름이 지났을 뿐인데 당선인과 관련하여 들려오는 소식들은 참으로 혼란스럽다. 대선 이후의 축제 혹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586세대, 운동권과 비운동권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월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찾아 꽃다발을 받은 뒤,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나는 소위 '586세대'에 속한다. 1980년대 초반 대학생활을 시작해서 1987년 6월 항쟁까지 겪었던 세대로, 군 입대와 휴학 등으로 몇 학번을 넘나들면서 친구들을 사귀었다. 친구들은 두 부류가 있는데, 하나는 소위 '운동권'에 속했던 부류다. 50대 후반부터 60대 초반까지, 암울했던 1980년대를 함께 살아왔기에 서너 살 나이 차이는 있지만 거의 친구처럼 지낸다. 다른 한 부류는 고향친구이거나 중고등학교 시절 친했던 친구들이다. 이들의 경우는 나와 한두 살 정도 차이가 나고, 굳이 나누자면 진보와 보수 비율이 거의 반반이다.

진보적인 성향의 친구들은 정치적인 성향이나 생각들이 엇비슷하다. 이에 반해 보수적인 친구들과는 정치적인 성향이 다를 때는 있지만, 정치적인 색채를 제하고 나면 그냥 '만나면 좋은 친구'다. 집안의 경조사와 서로 도울 일 있을 때 돕지만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민감할 시기에는 정치적인 대화는 자제한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내가 만나는 친구들의 투표 성향을 분석해보니, 여론조사 기관들이 발표한 50~60대 결괏값과는 다르게 '7대 3' 정도 비율로 이재명 후보가 앞서있었다. 투표 당일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근소한 차이로 패배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자 우리는 "(과거) 박정희, 전두환 때에도 살았는데 뭐 살기야 못 살겠어?"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0.73%p의 차이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믿고 싶지 않은 결과였지만, 이재명 후보도 승복을 했고 선거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민주시민이요,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 생각했기에 당선인이 국가를 잘 이끌어가길 바랐다.

하지만 선거후유증은 곧바로 나타났다. 선거전에서 등장한 각종 이슈들과 선거결과에 대한 분석 등이 하나 둘 발표될 때마다 스트레스가 하나 둘 쌓이기 시작했다. 친구들도 누구를 지지했는지에 관계없이 '뉴스'를 더 이상 보지 않겠다고 했다.

윤석열을 지지했든 안했든... 모두가 겪은 대선 후유증

나와 내 또래 이들(50대 후반~60대 초반)은 정치판이라는 것이 본래 저열한 것임을 알고 있었고 또 경험했고, 나는 사실 정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년과 관련된 개인의 삶이라고 생각했다. 정치의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는 우리들보다는 젊은 세대를 위한 선거라고 보았다. 이미 우리는 기성세대로서 노년기를 바라보면서 보수와 진보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이 저지르는 폐해를 경험했기에,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친구들을 10이란 숫자로 표현하자면, 그 중 7은 씁쓸해 했고 나머지 3 정도는 씁쓸해 하는 친구들 앞에서 경거망동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데 10여일이 지난 이후부터 기류가 이상해졌다. 친구들 모두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고, 정치 뉴스는 거의 쳐다보지도 않았으며, 1/3정도는 자기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고 했다. 특히 집무실 용산 이전을 하네마네 하며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 불발(회동은 28일 오후에야 이뤄졌다 - 편집자 말), 소위 '윤핵관'의 재등장, 인수위의 월권적 행위를 보면서 친구들은 당선인의 '소통능력부재'를 걱정했다. 나아가 이런 일들이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만일 이런 식이라면 계속 크고 작은 혼란이 불가피하리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대선이 끝난 지 10일 후, 친구 딸의 결혼식이 있었고 자연스레 보수적인 성향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내 친구들을 10으로 계산할 때, 그 중 3에 해당하는 친구들이 속해 있는 집단이다. 그들은 대선결과에 대해서는 흡족해 하면서도 당선인의 스타일, 또 그가 무속·주술에 과하게 의존한다는 의혹에 우려를 내비쳤다. 윤 후보를 뽑았으면서도 친구들은 결국 부자를 위한 정책이 펼쳐질 것이고, 가장 큰 희생양은 청년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나아가 전쟁발발의 위험에 대해 걱정했다.

그들은 왜 2030 남성들이 당선인을 지지했는지 의아하다고 했다. 일단 찍기는 했으나 마뜩하지 않다는 표정, 그래서 당선인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선 후 14일이 지난 시점, 진보 그룹 성향의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은 한결같이 '대선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한 친구는 대선 이후 뉴스를 보지 않아 청와대 이전 관련 내용도 그제야 처음 들었다고 했다. 대체로 '정치뉴스'를 보는 순간부터 스트레스 지수가 급상승하기 때문에 정신 건강을 위해 뉴스 보는 시간을 줄였다고 했다. 필자 역시 뉴스 보는 시간이 현격하게 줄었으며, 최소한의 소식만 들으려고 하는 중이다. 친구들은 한결같이 당선인의 소통능력 부재를 걱정했다.

그날 우리 사이에선 이런 이야기들이 오갔다. 개인적인 '불통 성향'이 정치권력을 입게 되면 '제왕적인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다들 우려를 표했다. 거기에 만약 '윤핵관'같은 이들이 눈과 귀를 가릴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나온 우려들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마치 점령군이라도 된 듯 월권적 행동을 하는 당선인과 국민의힘, 윤핵관의 재등장,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의 없음, 집무실 이전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다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별 의미 없다'는 취지로 답하는 당선인, 취임 전부터 레임덕 이야기가 나오는 당선인, 무속과 주술에 크게 의존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당선인, 그럼에도 벌써부터 용비어천가를 부르기 시작하는 일부 언론...'

우리가 나눈 이야기의 결론은 현 청년세대가 너무 불쌍하다는 것이었다.

청년들이 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진 않을까


▲ 지난 1월 6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청년보좌역들과 간담회를 하던 모습. ⓒ 공동취재사진

우리와 같이 이미 박정희, 전두환, IMF 위기, 박근혜 등을 겪은 세대들은 면역성이라도 있다. 그런데 소위 3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 세대를 넘어 5포 세대를 살아가는 이들, 최근엔 7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 꿈, 희망)라는 말까지 나오는 젊은이들이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까, 하는 우려였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국민 수준이 그 나라 정치수준인 것이고, 당시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소위 20대 남성(58.7%)과 30대 남성(52.8%)이 윤석열 당선인을 압도적으로 선택했다고 하니 그 이후도 감당해내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수준이라는 것이 국민 수준 이상을 상회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 보름간 전개돼온 양상을 보면, 앞으로도 그리 순탄하지는 않을 것 같다. 가장 큰 희생양은 아마 젊은이들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게 주변 5060 우려의 대부분이었다.

정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응하던 '소위 586'이 이번 대선 이후 정치에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라기보다는 정치에 대한 환멸이 아닐까? 자신이 원하지 않는 후보가 당선되었을 때에도 최소한 '잘 했으면 좋겠다, 잘 하길 바란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보름 간 당선인과 인수위원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소통'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당선인을 지지한 이들만 대한민국 국민인 건 아니다. 국민과 소통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은 이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만나는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사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친구들과 만나 논한 정치적인 논의들이 그동안 큰 맥락에서의 정치현실 흐름과 크게 다른 적은 없었다.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은 소통에 소통을 거듭해서, 소위 '대선후유증'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국민들 마음을 달랠 수 있어야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대선후유증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그가 잊지 말았으면 한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3월 29일, 화 10:2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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