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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unlearn(언런)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오래 전 일이다. 한 목사와 공동체에 관한 견해 차이가 있어 약간의 논쟁이 오갔다. 나는 성령공동체인 교회를 지향한다. 누구나 그렇다. 그러나 성서가 말하고, 예수님이 원하셨던 공동체를 진짜 원하는 이들은 드물다. 오늘날 교회는 그런 교회를 이단시한다.

나와 견해차이가 있던 그 목사도 그랬다. 그는 한 때 두레공동체에 머물렀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이 공동체에 관해 정통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두레공동체가 성령공동체인가. 아니다.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없다. 그런 공동체에 잠시 머물던 자신의 경험으로 나와 논쟁을 하던 그는 자신이 공동체에 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는 내가 말하는 메노나이트교회나 모라비안교회나 브루더호프 공동체들 역시 다 아는 것처럼 말했다. 결국 견해 차이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교회가 그런 공동체가 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러던 그가 느닷없이 한 마디를 던졌다.

"그래서 배우려면 제대로 배워야 합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가 하는 말의 의미를 즉각적으로 알아듣지는 못했다. 다만 그의 말에서 느껴지는 권위적인 오만함만을 느꼈을 뿐이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그가 한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한 대학에서 신학박사 공부를 했다. 그러니까 그는 자신이 박사임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배우려면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것은 자신이 박사라는 사실을 권위로 내세운 말이었다.

나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그처럼 오만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더 살아보니 그 목사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다른 목사도 마찬가지였다. 박사인 목사들은 모두가 그랬다. 심지어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질 때도 그들은 내가 하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들은 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자세를 취했다. 그래서 나는 박사인 목사들을 만나면 주눅이 든다. 그런 사람들과는 마음을 나눌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박사인 목사들에게 열등감을 가지지 않는다. 특히 하나님 나라의 신학은 박사가 되면 영원히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남게 된다. 그들이 약해질 수 없는 치명적인 영적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주지주의자도 아니고 주정주의자도 아니다. 하나님 나라의 신학은 오직 작은 자만이 배울 수 있고 알 수 있는 하나님에 대한 앎이다. 내가 박사학위를 치명적인 바이러스라고 한 것은 신학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은 작은 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소유를 다 버릴 수 있다. 그러나 신학박사라는 소유는 어떤 경우에도 버릴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박사인 사람들과 가급적 교제하려 하지 않는다.

영어에 unlearn(언런)이라는 단어가 있다. 배우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아는 것을 엉터리라고 버린다 는 의미, 000하던 버릇을 버린다 는 의미, 그리고 과오를 알게 된다 는 의미가 있다. 배우는(learn, 런)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이 배운 것을 unlearn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박사라는 자의식이 unlearn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전문가로서 박사가 의미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신앙의 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learn이 아니라 unlearn이다.

세상의 학교에서는 learn하는 법만을 가르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학교에서는 unlearn하는 법을 배운다. 하나님 나라는 unlearn하는 법을 배워야 하나님 나라의 통치강령에 따라 살아갈 수가 있다.

그 가장 대표적인 성서 인물이 바로 세례 요한이다. 그는 제사장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것도 천사의 예언과 축복 속에서 태어났다. 특히 그는 이런 예언을 받고 태어났다.

"그는 주님께서 보시기에 큰 인물이 될 것이다."

그는 큰 인물이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세상의 큰 인물이 아니라 주님께서 보시기에 큰 인물이 된다고 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세상에서 큰 인물이 되는 것과 주님께서 보시기에 큰 인물이 된다는 것이 정 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세례 요한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가 정말 큰 인물이 되었는가. 그는 광야에서 거의 광인처럼 살았다. 그는 단 한 번도 세상의 큰 인물로 추앙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러나 사복음서에서 가장 많은 분량의 기록을 가진 인물이 되었다. 열두 제자들 가운데 누구의 기록도 그의 분량에 미치지 못한다. 왜 그의 기록이 그렇게 많이 기록되었는가.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었다고 말해야 옳을지도 모른다. 왜 그가 그토록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인정을 받았을까.

그가 바로 사람들에게 unlearn하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자신이 예수님의 신발 끈을 풀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라는 자신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었고 흥해야 할 분은 자신이 아니라 예수님이라는 사실 역시 자신의 삶으로 입증했다. 그는 예수님으로부터 "여자가 낳은 사람 가운데서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unlearn하는 법을 가르쳤다. 그것을 가르치면서 누구보다 먼저 스스로 그런 삶을 살았다. 그것이 바로 그가 한 유명한 말에 드러나 있다.

"그는 흥하여야 하고, 나는 쇠하여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세례 요한처럼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가 예수님을 그렇게 했던 것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들에게 그래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가 흥하게 해드려야 할 예수님이기 때문이다.

대림절은 예수님을 기다리는 시기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다려야 할 분이 누구이신지가 분명해지지 않는가. 우리가 기다려야 할 예수님은 바로 지극히 보잘것없는 분들이시다.

우리가 그 일을 하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이 바로 unlearn하는 법이다. 우리가 그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배운 관성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으로서 unlearn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비로소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박사공부를 포기한 것을 내 인생의 가장 큰 감사 가운데 하나로 여긴다. 나는 언제라도 세상의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 곁으로 다가갈 수 있다. 나는 내가 신용불량자임을 감사한다. 나는 세상의 천대받는 지극히 보잘것없는 이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며칠 전 쓴 권정생 선생에 대한 이현주 목사의 말이 그래서 실감이 나는 것이다.

"형은 지가 젤 불쌍하면서 남들 불쌍하다는 말만 해!"

내가 정말 힘들던 시기는 이제 어느 정도 지났다. 하지만 내가 호의호식할 때마다 나는 "내가 이렇게 잘 살아도 되는가?"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는 권정생 선생처럼 지가 젤 불쌍하지 않다. 그 사실을 기억하면서 나는 다시 나를 추스르게 된다. unlearn하는 법을 배우면 누구나 나처럼 살게 된다.

이 대림의 계절에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unlearn하는 법을 배우게 되기를 바란다. 예수의 제자는 learn으로 되는 게 아니라 unlearn하는 법을 배워야 가능하다!
 
 

올려짐: 2021년 12월 13일, 월 3:5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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