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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나팔수로 시작한 군영생활
[홍범도 장군 실명소설: 저격 13]




(서울=오마이뉴스) 방현석(소설가)

3

오늘도 제1사의 아침은 나의 나발소리로 시작되었다.
빠 빠 빠아~

제1사는 평양 친군영의 직할 정예 부대였고, 부대장 정태신 파총은 훈련도감 출신의 정통무관이었다. 군영의 모든 병사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만큼 1사는 군기가 엄격하고 훈련이 빡셌다. 1사 산하의 부대에 배치 받은 하급 무관들은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본영에 힘을 써서 전출가기 일쑤였다. 본영에 끈이 없는 무관과 당상관에게 바칠 몇 푼조차 없는 병사들만 1사에 남아 정태신 파총의 훈련을 견뎠다. 4, 3, 2, 1. 열흘 중에 4일은 개인 무술훈련, 3일은 부대 진법훈련, 2일은 군영 무장정비, 1일은 휴식이었다.

어제 개인 무술훈련이 끝났다, 오늘부터 3일간은 부대 진법훈련이 시작된다. 개인무술 훈련보다 병사들이 더 싫어하는 게 진법훈련이었다. 그것도 첫날이다. 병사들이 가장 일어나기 싫어하는 아침이다.

빠 빠 빠아~ 빠 빠 빠아~

기상~ 기상~ 나발은 선율이 없다. 오직 크기와 길이만 있는 신호음인 나발은 따가운 귀를 달래줄 음계 하나 없다. 그러니 일어나기 싫어서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틀어막으며 군막에서 비명을 지르는 병사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지만 나발수인 내가 베풀 자비도 없다. 나발은 사람의 귀를 어르는 태평소가 아니었다.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퉁소는 더욱 아니었다.

빠 빠 빠아~

기상. 군장을 갖춘 병사들이 군막 앞으로 기어 나왔다. 배식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병사들은 언제 일어나기 싫어서 꾸물댔느냐는 듯이 대접에 받아든 밥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군영이 좋은 것은 하루 삼시세끼 밥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몸이 고단해도 굶는 일은 없었다. 그 중에서도 제1사의 밥은 최고였다. 모든 것이 힘들었지만 배식만큼은 군영의 병사들이 모두 1사를 부러워했다. 정태신 파총은 병사들의 급량미와 부식비를 빼돌리는 일이 없었다. 1사의 무관과 병사들이 정태신 파총을 두려워하면서도 신임하며 따르는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정직한 배식이었다. 아무리 힘든 행군을 하고 돌아온 날일지라도 다른 부대와는 너무나 차이가 나는 배식을 받아들면 군병들의 마음이 눈 녹듯 풀렸다. 오늘 아침도 수수가 섞인 밥이었지만 대접 위로 수북했다. 다른 부대처럼 쉰내가 나지도 않았다. 나도 밥그릇을 비우고 선두에 섰다.

빰 빠 빰, 빰 빠 빰.
출진, 출진. 내 나발 소리에 이어 뒤에 선 고수가 힘차게 큰북을 메겼다.
두 둥 두, 두 둥 두.
내가 다시 북소리를 받아 나발을 불었다.
빠 밤 빠, 빠 밤 빠. 빰 빰 빠.

진군, 진군, 총진군. 이번에는 내 나발소리를 받은 달음이가 선두에서 깃발을 앞뒤로 천천히 흔들었다. 달음이는 본영의 전령 겸 제1사의 깃발을 맡은 당보수였다. 봄바람에 살랑대는 깃발을 큰북이 추켜올렸다.
둥 구 둥, 둥 구 둥, 두 두 둥.
진군, 진군, 총진군.

제1사의 병력 640여명이 우리의 나발과 북소리에 맞추어 일제히 출군했다. 진법훈련을 직접 지휘하는 정태신 파총이 말을 타고 대오의 선두에 섰다. 4일간의 개인 무력훈련은 초관과 기총들에게 맡기고 파총은 매일 정시에 훈련상황을 점검을 했다.

훈련성과가 부족한 부대는 불시 점검이 뒤따랐다. 정태신 파총은 종4품 무관이었고 120명으로 편성된 초 단위를 지휘하는 초관은 종9품 무관이었다. 40명으로 편성된 기 단위를 지휘하는 기총은 그 보다도 더 하급무관이었다. 아무리 유별난 초관이나 기총이 지휘하는 훈련도 파총이 직접 주관하는 훈련보다는 여유가 있었다.

군영을 오가는 제2사의 군병들이 출군하는 우리를 향해 안됐다는 눈길을 보냈다. 개중에는 1사에서 전출을 간 녀석들도 눈에 띄었다. 제2사의 훈련은 제1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평안감사의 수족으로 알려진 2사의 파총은 훈련 대신 감영의 세금을 징수하는 일에 군사들을 동원하는 전문가였다. 징세 지원을 나간 무관들이 받아 챙기는 뒷돈이 짭짤한 정도가 아니어서 2사로 가려는 무관들이 줄을 섰다. 무관들이 그러니 병사들까지 덩달아 기름진 음식을 차려내도록 백성들을 괴롭혔다. 친군영 전체를 원성의 대상으로 만드는 원흉이 제2사였다. 훈련을 제대로 안하기는 3,4,5사도 다르지 않았다.

제3사 파총은 지방수령의 하청 처리전문이었다. 지방 수령이 골머리를 앓는 문제를 해결해주고, 수령의 눈 밖에 난 인물들을 징치하는데 군사들을 동원해준 대가로 한몫을 챙겼다. 2사와 3사는 때로 서로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때로 연합을 하기도 했다. 지난달 수세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함경도 농민들의 민란진압에 나란히 지원을 나간 것도 2사와 3사였다.

제4사 파총도 전문분야가 있었다. 이른바 대민지원 사업이었다. 평안도 일대 지주들의 용역을 받아 지주들이 가진 황무지와 야산을 논밭으로 개간하는데 병사들을 동원했다. 2사와 3사보다 오히려 실속은 더 있다는 소문이었다. 제5사 파총은 성곽노역에 주로 병사들을 동원했다. 임금노역자들을 줄여주고 파총이 챙기는 뒷돈이 다른 파총에 비해서 적고, 병사들은 병사들대로 고단해서 개털로 불리는 부대였다. 제1사의 전문분야는 말할 나위도 없이 무장훈련이었다.

동문 밖에서 제4사의 병사들을 지나쳤다. 오늘은 어느 지주의 야산을 개간하러 가는지 병사들은 총과 창 대신 어깨에 삽과 괭이를 메고 있었다. 파총은 보이지도 않고, 초관들은 오도 열도 없는 대오의 뒤를 어슬렁어슬렁 따라갔다.

빠 밤 빠, 빠 밤 빠.
진군 진군. 선두에 선 나는 4사의 뒤통수에 대고 나발을 불었다.
둥 구 둥, 둥 구 둥.

제1사 제1초의 병사들이 빨라진 북소리에 발을 맞추며 오합지졸이 된 제4사의 병사들을 길섶으로 밀어붙이고 추월했다.

진법훈련은 평양성 바깥의 넓은 야장을 옮겨 다니며 진행했다. 이번 훈련장은 모란봉 근처 야지였다. 사면이 탁 트인 야지인 만큼 정태신 파총이 전개할 진법은 쉽게 짐작이 되었다. 지난 가을과 겨울을 거쳐 봄까지 파총이 펼쳐 보인 진법의 형태를 통해 나는 지형과 일기에 따라 달라지는 유형을 예상할 수 있었다. 병사들은 가장 싫어하는 훈련이었지만 나는 실전경험이 많은 정태신 파총이 전개하는 오위진법 훈련이 흥미진진했다. 오행사상에 따라 조선의 진법은 다섯 가지였고, 부대도 다섯 개의 단위로 움직였다. 5군영을 해체하고 청나라 군제를 받아들여 만든 친군영이었지만 산하부대는 5사로 구성되었고, 각 사의 산하부대는 5초로 구성되었다. 내가 예상한대로 파총은 오늘 오위진법 중에서 일위방진을 전개했다.

"방진 포치!"
갈색 준마를 탄 정태신 파총의 명령에 따라 내가 먼저 나발을 빠르게 불었다.
뚜두 뚜두, 뚜두 뚜두.

지휘명령은 파총이 내렸지만 군병들을 움직이는 것은 나의 나발이었다. 고수와 당보수인 달음이가 내 나발소리를 받고, 그 북소리와 깃발에 따라 예하의 지휘관들이 병력을 전개시켰다. 마치 내가 사령관이 된 기분이 들었다. 일위방진은 중앙사령부를 가운데 두고 사면을 사각형으로 에워싸는 진법이었다.

두둥 두둥, 두둥 두둥.
나발을 받아 고수가 두드리는 빠른 북소리에 맞춰 달음이가 깃발을 왼쪽과 오른쪽으로 번갈아 펼쳤다. 제1초가 가장 먼저 파총을 옹위하며 중앙사령부를 구축했다. 제2초는 전진 이동하며 정면에 포진했다. 제3초는 후위에 포진했다. 제4초와 제5초는 좌우로 전개하여 중앙사령부를 둘러싸며 사각형을 완성했다.

정면을 맡은 제2초의 제1열에는 방패를 든 팽배수와 조총을 든 포수가 포진하고,제2열에는 창을 꼬나든 장창수와 월도를 쥔 장검수가 포진하고, 3열에는 궁수가 포진했다. 순식간에 포진이 완료되었다. 정태신 파총은 돌격명령을 내렸다.

뚜뚜뚜 뚜뚜뚜.
나는 정면으로 500보를 돌격해들어가는 동안 가장 빠른 호흡으로 나발을 불었다. 반복훈련을 통해 단련된 640명의 군사들은 일위방진을 흐트러짐 없이 유지하며 일사불란하게 달려 나갔다.

"발사!"
빠바 빠, 빠바 빠. 내 나발소리에 대오가 멈춰 섰고, 정면을 맡은 제2초의 제1열에 선 팽배수들이 방패를 세웠고, 포수들이 방패 위로 조총을 조준하고 일제히 발사를 했다. 요란한 총성과 함께 총구마다 희고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돌격!"
뚜뚜뚜 뚜뚜뚜. 나는 다시 가장 빠른 호흡으로 나발을 불었다. 일위방진도 다시 일사불란하게 앞으로 이동했다.

"약진!"
뚜- 뚜- 나는 길게 나발을 불었고, 이번에는 북 대신 징이 받았다.
징- 징-

이동하던 일위방진이 질서정연하게 멈춰 섰다. 전면을 맡았던 제2초만 화살모양으로 밀고나가며 길을 열었고, 중앙사령부의 기마대가 그 사이로 치고 나가며 적진으로 돌진했다.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나가는 기마대의 중앙에서 언월도를 치켜들고 마상지휘를 펼치는 정태신 파총의 모습이 눈부셨다. 갈기를 휘날리며 질주하는 파총의 갈색말 양쪽으로 흑마를 탄 호위 기병이 쇠도리깨를 휘두르며 나란히 돌진했다. 신식소총으로 무장한 기마포수들은 이미 백호포휴세의 자세로 8척 편곤을 휘두르며 파총을 호위하는 기병들보다 앞서 달려나가고 있었다. 신식소총을 든 포수들이 일제히 마상사격을 퍼붓고 나자 파총은 언월도를 높이 치켜들었다. 이미 준비하고 있던 나는 나발로 정지를 알렸다.

뚜- 뚜-
정지와 퇴각 신호를 받는 것은 북이 아니라 징이다.
징- 징-

앞으로 치고 나갔던 중앙사령부가 멈춰 섰고, 멈춰 섰던 일위방진이 앞으로 중앙사령부를 일위방진 안에 집어넣고 감쌌다. 징을 한 번 치면 공격을 늦추고, 두 번치면 전투를 중지하고, 세 번 치면 뒷걸음질 쳐야 하고, 네 번 치면 돌아서서 퇴각하는 것이었다. 일위방진이 다시 원형을 갖추기 무섭게 파총은 언월도로 오른 쪽을 가리켰다. 이번에는 우방향 공격이었다.

빰바 빰, 빰바 빰.
전진과 공격 신호를 받는 것은 북이다. 돌격의 속도에 따라 북의 속도도 빨라지고 느려졌다.

두두 둥, 두두 둥.
이번에도 640명의 병력은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공격을 개시했다. 나발과 북소리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한 군사들은 달음이가 흔드는 깃발을 쳐다보았다. 깃발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고 병사들은 오른쪽을 공략해 들어갔다. 지형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대형을 바꾸며 적의 약점이 보이면 거침없이 치고 들어가고, 필요한 순간에는 지체 없이 퇴각하는 정태신 파총의 부대 진법훈련은 늘 실전을 방불케 했다. 그만큼 무관들과 병사들은 힘이 들었지만 제1사의 전투력은 비약적으로 강해졌다.

일위방진을 유지하면서 좌측방과 후방 공격까지 마치고 오전의 진법훈련은 끝났다. 마무리는 언제나 정태신 파총의 평가와 훈시였다.

"우리는 비록 평양성에 있지만, 지방감영의 군대가 아니고 조선왕실을 지키는 친군영의 군사들이다. 안으로는 역도들을 제압하고, 밖으로는 왜와 오랑캐를 물리치고 조선왕실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고 임무다. 우리나라, 조선왕조를 지키려면 엄격한 군율과 충성심을 가진 정예부대가 있어야 한다. 한 명 한 명의 군병이 모두 일당백의 무력과 두려움을 모르는 용맹을 길러야 한다. 훈련하고 또 훈련해서 언제 어디서 어떤 강적과 싸우더라도 일사불란하게 일거에 적을 섬멸할 수 있는 친군영, 그 선두에 제1사가 있어야 한다. 다시 한 번 우리는 친군영의 군사들이고, 우리가 손에 든 무기, 우리가 입은 군복, 우리가 먹는 오늘의 배식도 모두 고종임금의 하사품임을 잊지 말고 맛있게 점심을 먹고 오후 훈련에 임하자. 오전 일위진법은 완벽하게 마쳤다. 우리는 이미 조선의 최고다. 이렇게 여름까지만 가면 무적이다. 오후의 학익진법도 훌륭하게 전개해주기 바란다."

오전 진법훈련이 완벽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혹시 오후에는 휴식이 주어지지 않을까 기대했던 군병들은 실망한 눈빛이 역력했다.

빠암~
나는 길게 한 번의 나발을 불었고 당보수 달음이는 제1사의 깃발을 눕혔다. 정태신 파총을 비롯한 모든 군병들이 일제히 고종이 있는 한양을 향해 네 번의 절을 올렸다. 나발수인 나와 당보수인 달음이는 절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오전 내 이어진 훈련으로 뱃가죽이 등에 가 붙은 군병들은 점심을 향해 여덟 번이라도 기꺼이 절을 올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11월 22일, 월 5:0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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