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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나의 고민, 나의 사랑, 가난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의외로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너무도 분명한 사실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늘 돈이 사람의 자아를 부풀린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이 사실을 인정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래서 돈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상태로 사람들의 주인 노릇을 한다.

나는 운전을 할 때 비싼 차를 보면 그 차를 타고 있는 사람이 불쌍하다. 특히 자기의 재산이나 수입에 비해 과도하게 비싼 차를 타고 있는 사람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다른 모든 일들과 마찬가지로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비싼 차를 타면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할 확률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하지만 거기에 익숙해지면 도리 없이 사람은 교만해지게 된다. 교만해진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무시하게 된다는 것과 동일하다. 예외적으로 교만해져도 비교적 예의 바른 사람들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경우의 그런 사람의 속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크게 부풀게 된다.

그러니까 일단 비싼 차를 타면 자아가 부풀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자신이 그만한 대접을 받을 만 해서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아가 부풀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무런 인식 없이 돈의 노예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집의 경우는 차의 경우보다 더 하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거닐어보면 집주인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눈이 왔을 때 눈을 치우는 사람이다. 이 사람들은 집 주변을 날마다 깨끗이 청소하기도 한다. 봉사 정신이 투철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집을 모시는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이 버린 휴지 조각이나 담배꽁초를 보면 질색을 한다. 그런 일을 하면서, 다시 말해 자기 집을 모시면서 자기가 마치 도덕적으로 우월한 사람인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그런 사람도 돈과 관련된 일에는 태도가 돌변한다. 예외가 없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다세대주택에 와서 그것을 거의 날마다 목격하고 경험한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집주인이 자기 몸보다 집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많다. 집주인은 집을 섬긴다. 결국 집주인은 집을 통해 돈을 섬기고 있는 것이다.

평수가 다양한 아파트 단지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누구나 큰 평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우월감을 보았을 것이다. 특히 작은 평수가 많은 아파트에 아주 적은 수의 큰 평수 아파트가 있을 경우에는 그 정도가 훨씬 더 심하다.

이런 현상을 소유와 존재가 구분되지 않는 경우로 일반화할 수도 있다. 학력이나 지위와 같은 것도 충실하게 소유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돈처럼 일반적이지도 강력하지도 않다. 사실 그래서 돈이 하나님의 카운터 파트너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파산을 통해 경험했다. 나는 재산을 모두 잃고 땡전 한 푼 없이 쫓겨났다. 특히 경매를 통해 집을 떠나야 했을 때는 정말 슬펐다. 예상을 하고 있었어도 유체동산 압류가 들어왔을 때의 공포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컸다. 마침 아이들이 다 집에 있을 때 압류하는 사람(집달관)들이 들이닥쳤다. 대비를 하고 있었지만 우리 아이들이 받았을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도 우리 아이들 마음 깊은 곳에 그것이 상처로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묘한 상태에 빠졌다. 나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다만 내가 살던 집이 없어지고 내 재산이 없어졌을 뿐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우선 사람들이 하나 둘 내 곁을 떠났다. 교인들만 떠난 것이 아니다. 아니 교인들은 이런 경우에 더더욱 나를 버리면 안 된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라는 걸 얼마 지나지 않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진짜 형제들이 나를 만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나는 형제들에게 손을 벌린 적이 없다. 그러나 내가 가난해지자 나는 일종의 혐의자가 되었다. 내 형제들은 파산한 나를 보는 것이 힘들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사실은 나를 버린 것이다. 조금 가난하면 도울 수도 있었지만 나처럼 무일푼이 되면 그게 불가능해진다.

형제들까지 만나지 않는 사람이 된다는 것의 의미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의미이다. 나는 은행의 플래티넘 회원이었다. 은행에 가면 창구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VIP실조차도 가지 않았다. 지점장실에 가서 차를 마시면서 지점장과 대화를 하고 있으면 내가 해야 할 모든 일을 마치고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은행 통장 하나 만들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내 명의의 통장으로 일정액 이상의 거래가 있으면 단 번에 채권자들이 알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한다. 그래서 파산한 후 십 몇 년 동안 은행에는 들어간 적이 없다. 몇 년 전 연금 통장을 만들어야 해서 들어간 것이 처음이었고 그 이후에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한동안 나는 그 상태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대로인데 내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달라졌다. 나는 소유와 존재의 일치를 너무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내게 남아 있는 다른 모든 것들도 더 이상 예전처럼 가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실패의 상징을 강화하는 소재들이 되었다.

그런 내가 보게 된 것이 바로 자아이다. 그 전에도 나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제대로 보지 못했다. 때로는 부풀려져 있었고 때로는 왜곡되어 있었다. 심하게 상처를 입는다는 것은 곧 내가 내 자아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을 때를 의미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소유가 가리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내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모든 소유를 잃었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비로소 알게 되었고 있는 그대로의 나와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소유가 사라진다고 해도 누구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 자신을(실제로는 소유인데) 잃는 과정이 너무 힘이 들어 공동체에 들어가 기도 생활을 하게 되었다. 예배를 인도하지 않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집을 떠나 공동체에 들어가서 생활했다. 내가 머물던 공동체는 관상기도를 하는 기도 공동체였다. 깊은 관상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그곳에서 관상기도를 드리면서 나는 나를 관찰하는 법을 배웠다. 호흡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는 훈련도 했다. 그것이 오늘의 나를 형성하는 중요한 과정과 수단이 되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특히 하나님께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이었다. 주님이 제자들에게 모든 것을 버리고 자기를 버리고 당신을 좇으라고 한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모든 소유를 버리고 자아를 부인하지 않으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볼 수 없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계신 하나님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고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 내 경우를 너무 일반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모든 소유를 버려야(나처럼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는 대부분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내 경우는 그래서 은혜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께 전적으로 자신을 의탁할 수 있는 존재이다. 소유가 무엇이든 그것이 남아 있는 한 인간은 자신의 소유만큼 하나님께 의탁하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소유에 의해 존재가 규정된다. 대통령을 지낸 사람은 감옥에서도 자신을 대통령으로 생각한다. 한 번 박사가 된 사람은 박사가 된 이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어도 자신을 가장 지적인 사람으로 생각한다. 권력을 가졌던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돈이 많아지면 이 모든 것을 다 합친 것보다 더 크게 자아가 부풀어 오른다.

돈은 자동차 뒤에도 숨고 집 뒤에도 숨는다. 감추어 놓은 금궤 뒤에도 숨을 것이고 주식 뒤에도 숨고, 어디든 가치가 있는 모든 곳에 숨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자아를 부풀려 놓은 것의 실체를 모른다. 그렇게 돈은 은밀하게 인간의 주인 노릇을 한다. 자아가 부푼 인간은 부푼 자아를 자신의 존재로 인식한다. 그래서 돈은 완벽하게 인간의 주인이면서도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 모든 것이 사라지거나 제거되어야 인간은 비로소 자신의 실체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성서는 엄숙하게 이렇게 선언한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올려짐: 2021년 11월 21일, 일 8:1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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