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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은둔자가 되기로 한, '흥남부두 기적'의 영웅
[메러디스 빅토리호 기적의 사람들⑩] 카톨릭 수사가 된 라루 선장

(뉴욕=오마이뉴스) 추미전 기자

1950년 12월 23일, 포탄이 빗발치는 흥남부두에서 한 척의 배가 필사적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60인승 미국 화물선인 그 배에는 정원의 200배가 훨씬 넘는 1만4000명의 피난민이 타고 있었다. 이들의 항해는 훗날 '가장 작은 배로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한 배'로 기네스북에 오른다. 역사의 회오리를 온몸으로 맞으며 치열하게 살아낸 메러디스 빅토리호 사람들, 이들을 추적해 한 편의 방송으로 만드는 기획안은 올해 '한국 콘텐츠 진흥원 방송 제작 지원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1년여에 걸쳐 방송 제작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이야기를 싣고자 한다.[편집자말]

한국전쟁이 끝나자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기적 같은 이야기는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불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장의 한가운데서 60인승의 화물선으로 1만4천 여명의 피난민을 구한 기적의 이야기는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미국에서 선박에게 주는 꽤 권위 있는 상인 '용감한 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이끌었던 라루 선장은 1960년 열린 '용감한 배' 시상식 현장에 놀랍게도 해군 제복이 아니라 가톨릭 수사복을 입고 나타났다. 1950년 흥남에서 거제도까지 마지막 항해를 이끈 이후, 그는 가톨릭 수사로 변신해 있었던 것이다.


▲ 마리너스 수사가 된 라루선장 ⓒ 추미전

'용감한 배' 시상식에 잠시 모습을 비춘 이후 라루 선장은 다시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 그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흥남철수 작전 당시 피난민들 태울 배를 모으는 '작전명 크리스마스 카고'에 앞장섰던 미 10군단 고문 현봉학씨는 미국 뉴저지주에 살면서 라루 선장을 오랫동안 찾아 헤맸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같은 뉴저지주 성 베네딕도 수도원에 있던 라루 선장을 끝내 찾지 못했다. 마리너스 수사가 된 라루 선장은 그만큼 세상에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고 자신이 그 위대한 사건의 주역이었다는 사실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라루 선장은 언제, 왜 바다를 떠나 수도원으로 간 것일까? 의문을 풀기 위해 수사가 된 라루 선장이 평생 머물렀던 뉴저지주 뉴튼 수도원을 찾았다. 뉴욕에서 2시간 거리인 뉴저지주 도로변 한편에 서 있는, 한글로 '뉴튼수도원'이라 적힌 안내 간판이 인상적이었다.


▲ 마리너스 수사가 평생 머문 뉴튼 수도원, 한글간판이 인상적이다 ⓒ 추미전

우리를 맞이한 뉴튼 수도원장 사무엘 신부님 또한 한국인이었다. 사무엘 신부님 외에도 뉴튼 수도원에는 한국인 신부님들이 10여분 계셨다. 창립된 지 100년이 지난 유서깊은 뉴튼 수도원은 미국 땅 뉴저지주에 있지만 한국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소속이다. 뉴튼 수도원이 왜관수도원 소속이 된 것은 라루 선장과도 관련이 깊다고 했다.

라루선장이 가톨릭 수사가 돼 평생 머문 뉴저지주 뉴튼 수도원


▲ 라루선장이 가톨릭 수사가 돼 평생 머문 뉴저지주 뉴튼 수도원 ⓒ 추미전

마리너스 수사가 된 라루 선장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는 이 세상을 떠났지만 수도원 안에는 그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저스틴 아빠스'(아빠스는 가톨릭 용어로 '영적 아버지'를 뜻하며 보통 수도원장을 일컫는 말)가 처음 뉴튼 수도원으로 온 것은 1966년, 그때는 라루 선장이 마리너스 수사가 된 지 10여 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가 기억하는 마리너스 수사는 참 조용한 사람이었다.

마리너스 수사는 참 조용한 사람이었습니다. 수도원에 와서 침묵과 기도의 삶을 살기 원했던 그는 실제로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고 자기가 전쟁에서 겪었던 일에 대해서도 거의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뉴튼 수도원 3대 수도원장 저스틴 아빠스


▲ 뉴튼 수도원 3대 수도원장이었던 저스틴 아빠스 ⓒ 추미전

라루 선장이 가톨릭 수도회에 들어온 것은 1954년으로, 흥남철수 작전(1950년)은 그에게 마지막 항해였던 것이다. 한때 선장이었던 그가 수도원에서 맡은 일은 어떤 것이었을까?

마리너스 수사는 노동을 하는 평수사로 들어왔습니다. 그는 그동안 인생에서 했던 일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 40여 년간을 더 살아야 했지만... 조용한 은둔자로, 간단한 일을 하는 수사로 살아가기를 원했습니다. 알다시피 그는 상선의 선장이었지만 수도원에서 배를 모는 선장은 그다지 쓸모가 없었습니다. 하하. 그는 간단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해했습니다. 접시를 닦고 바닥을 쓰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 오랜 세월 동안 성물방에서 운영자로 일했습니다.-뉴튼 수도원 3대 수도원장 저스틴 아빠스

뉴튼 수도원은 봉쇄 수도원이 아니었다. 언제든 밖으로 외출을 할 수 있는 수도원이었다. 그러나 마리너스 수사는 스스로 봉쇄의 삶을 선택했다. 간혹 병원을 가는 일 외에는 개인적인 일로 외출을 하는 법이 없었다. 그는 남은 평생을 수도원에서만 머물렀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2등 항해사로 라루 선장 곁을 지켰던 로버트 러니는 훗날 미해군참모총장까지 오른다. 그는 수소문 끝에 라루 선장이 있는 수도원을 찾아내곤 수사가 된 옛 선장을 자주 찾아가기도 했다. 뉴튼 수도원의 4대 수도원장이었던 조엘 아빠스는 종종 그 광경을 목격했다.

로버트 러니와 그의 아내는 종종 수도원을 방문했습니다. 러니는 항상 수사님을 '캡틴'이라고 불렀어요. 마치 20대로 돌아가서 마리너스 수사와 함께 항해하는 것처럼… 시간을 되돌린 것처럼 '캡틴'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때 그는 해군 참모총장이었죠. 그 모습은 감동적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만나면 유일하게 흥남철수 작전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수사님은 그때가 아니면 흥남철수 작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 뉴튼 수도원 4대 수도원장 조엘 아빠스


▲ 메러디스 빅토리호 위의 라루선장(좌)과 2등 항해사 로버트 러니(우) ⓒ 추미전

수도원에서 라루 선장을 찾은 로버트 러니는 라루선장의 장례식까지 평생 그의 곁을 지켰다. 20대 시절, 짧은 시간 바다에서 함께 한 라루선장의 곁을 평생 지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로버트 러니는 라루 선장을 가장 존경스러웠던 사람으로 꼽았다. 나중에는 자신의 자녀들까지 데리고 방문해 마리너스 수사를 만나곤 했다는 일화에서도 그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느 날 수도원을 방문한 로버트 러니는 마리너스 수사에게 그동안 마음 속에만 간직했던 질문을 했다고 한다. 1950년 12월 23일 그날, 기뢰가 깔린 흥남 앞바다에서 빠져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꼬박 하루동안 피난민을 싣겠다고 결심한 이유 말이다.

라루 선장은 정답은 성경에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는 성경을 가지고 와서 펼쳐 보였죠.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이 구절이 답이라고 대답했습니다.
-2등 항해사 로버트 러니


라루 선장은 가톨릭 수사가 되기 전부터 신앙심이 매우 돈독한 사람이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또한 그는 1만 4천여 명의 피난민을 싣고 전장의 바다를 빠져나온 공을 결코 자신에게 돌리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그가 수도원으로 간 이유였다.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용감한 배' 상을 받을 때 그가 남긴 글에서도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날 우리 배의 키를 잡고 있는 것은 결코 제가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이 배의 키를 잡고 계셨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 라루선장의 글


이것이 그의 평생을 관통한 생각이었다. 때문에 그는 자신이 한 일을 누구에게도 내세워 자랑하는 법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침묵하며 수사로서 소박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성 베네딕도회 가톨릭 수사로 보낸 40년, 그는 종종 하느님이 자신을 왜 빨리 데려가시지 않고 이렇게 오래 이 땅에 두는지 궁금하다는 말을 털어놓곤 했다고 한다. 어쩌면 이 땅에서 그가 구해야 할 한 척의 배가 아직 남겨져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 배는 바로 자신이 평생 머물던 뉴튼 수도원이 아니었을까.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11월 08일, 월 4:4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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