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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나는 형제를 지키는 사람"…'보호 종료 아동'이 자립 가능한 사회 만드는 보육원 출신 대표
[진격의교인] 브라더스키퍼 김성민 대표

(서울=뉴스앤조이) 박요셉 기자 = 서울 강변역 앞 동서울종합터미널.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10대 청소년이 고속버스에서 내린다. 소년에게 서울은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환상의 도시, 고향 선배들에게 입소문으로만 듣던 꿈의 수도였다.

첫 상경의 기쁨도 잠시. 버스를 오르내리던 사람들이 흩어지고 터미널에 홀로 남자 두려움이 엄습했다. 소년은 어디를 가야 할지 몰랐다. 서울에는 의지할 사람 하나 없었으니. 그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주머니 속 구겨진 만 원짜리 몇 장과 등에 맨 가방이 전부였다.

'브라더스키퍼' 김성민 대표(36)가 보육원을 막 나왔을 때 모습이다. 그는 지금 생각해도 그때 상황이 너무 막막하고 두려웠다고 말했다. 오갈 데가 없어 거리를 배회하던 소년은 17년이 지난 지금 연 매출 수십 억을 거두는 사회적 기업 대표로 성장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보호 종료 아동'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에서 자립하는 법을 알려 주기 위해, 3년 전 브라더스키퍼를 만들었다.

'보호 종료 아동'은 만 18세가 되어 보육원에서 사회로 나온 청소년을 말한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지자체 상황에 따라 정착금(400~500만 원)과 수당(30만 원, 보호 종료 3년 이내)을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청소년이 400~500만 원과 수당 30만 원으로 당장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하며 진학·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그 수만 해도 매년 2500~3000명에 달한다.

적당히 뿌리내려 지속적으로 양분만 섭취해도 얼마든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청소년들. 그런 친구들이 성인이 됐다는 이유로 '합법적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보호 종료 아동을 위한 안전한 토양을 만들고 있는 김성민 대표를 9월 29일 경기 안양시에 위치한 브라더스키퍼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성민 대표(사진 오른쪽)는 3년 전 벽면 녹화 사업을 메인으로 '브라더스키퍼'를 만들었다. 사진 제공 브라더스키퍼

요리·금융·주거 등 생활 필수 정보 교육
보육원 출신 딱지로 생긴 아픈 상처도 치유
"사람은 누구나 고아가 돼, 우리는 조금 빠를 뿐"


- '브라더스키퍼'는 어떤 회사인가요?

"보육원에서 퇴소한 청소년들을 보호 종료 아동 혹은 보호 종료 청년이라고 불러요. 브라더스키퍼는 이 친구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주기 위해 2018년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에요.

실질적인 자립도 돕고 있어요. 친구들이 어릴 때부터 지역과 시설에서 거의 준비되지 않는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요. 이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정책·법안이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해, 권익·인권을 대변하는 활동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자립 교육 프로그램은 어떤 내용으로 구성돼 있나요?

"퇴소한 친구들은 앞으로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해요. 처음 경험하는 것이 많으니 대부분 힘들고 어려워하죠. 예를 들어, 보육원에서는 급식을 하기 때문에 친구들은 한 번도 음식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어요. 계란 프라이나 라면 같은 것도 만들 줄 모르고요. 요리 수업이 교육 필수 과정 중 하나인 이유죠.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통장을 어디서 만드는지도 알려 줘요. 기본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 자립 정착금을 갖고 사기를 당하는 친구들도 있고, 한 달 월급을 며칠 만에 다 써 버리는 안타까운 상황도 많아요. 계속 경제적으로 어려운 악순환에 빠지고요. 이런 일들을 막기 위해 금융·경제 교육도 진행하고 있어요."

- 누구나 다 알 줄 알았던 것들이 친구들에게는 생소한 것일 수 있겠어요.

"단순한 거예요. 가정이 있는 친구들은 부모님과 손잡고 마트를 가잖아요. 우리 친구들은 그런 경험이 없어요. 주민센터에 가는 것도 아이들한테는 굉장히 어색한 일이에요. 어떤 친구는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기 위해 은행에 갔다고 해요.(웃음)

저희 교육에는 주거 수업도 있어요. 친구들이 보육원을 나오면 바로 살 집을 구해야 하니까요. 집을 구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하는지, 계약은 어떻게 맺는지, 수도가 고장나거나 전기가 안 들어올 때 누구를 부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알려 줘요."

- 개인이 살면서 꼭 알아야 할 필수 정보군요!

"네. 이런 기본적인 정보들은 자립 교육을 통해 제공하고 있어요. 그런데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어요."

- 중요한 거요?

"친구들의 마음이에요. 친구들이 보육원 출신이라는 딱지를 달고 자라면서 마음을 다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이죠. 이런 삶이 우리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초·중·고 시절 아이들은 굉장히 연약할 때잖아요. '부모가 없다', '시설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여러 놀림과 편견에 노출돼요. 그렇게 상처받고 연약해진 마음이 12년간 계속 이어지다가 사회로 나오게 되는 거예요. 아무런 회복도 안 된 상태에서요.

그러면 밖에서 사람들과 관계할 때 자격지심과 피해 의식이 친구들을 괴롭혀요. '내가 고아라서 저렇게 무시하고 막 대하는 건가?', '지금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건가?' 하고요. 저희는 그래서 자립 교육 일환으로 친구들 자신이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게 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어요."

- 비슷한 시간을 먼저 걸었던 사람으로서, 후배들에게 특별히 전하는 메시지가 있나요?

"짧고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이거예요. 죽음이라는 건 누구도 피할 수 없잖아요. 저는 우리 친구들한테 그렇게 이야기해요. 사람은 누구나 고아가 된다고, 우리는 단지 조금 빨랐을 뿐이라고. 그러니 여러분의 삶은 다른 이들과 절대 다르지 않다고. 이런 과정은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먼저 경험한 이 시간이 언젠가 다른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될 거라고 강조해요.

친구들은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는 거죠. '그래? 내 삶이 남들과 다르지 않구나',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라고요. 이 시간이 자립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에요. 이런 생각의 전환이 마음과 정서를 회복시킨다고 보거든요."


김성민 대표는 여러 양육 시설을 방문하며 친구들에게 자립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사진 제공 브라더스키퍼

3년 전, 벽면 녹화 사업 시작, 직급 없애고 식물 이름 호칭
바비아나·율마·클로바 등


'브라더스키퍼'라는 회사명은 창세기에서 가져왔다. 아벨의 행방을 묻는 신에게 가인은 반문한다. "내가 내 형제를 지키는 자입니까"(창 4:9). '형제를 지키는 사람.' 김성민 대표가 어릴 때 막연히 품었던 소명이다. 보육원을 퇴소한 선배들에게 들려오는 불우한 소식들. 선배들이 낳은 자녀가 다시 보육원에 들어오는 악순환. 위로 어린 말과 관심만으로는 이들을 지킬 수 없었다. 행동이 필요했다.

안정한 삶을 위해서는 일자리가 필요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했다. 어느 날 같은 교회 교인에게 사업 제안을 받았다. 보호 종료 아동을 돕겠다는 취지에 공감해, 평소 일자리를 소개해 주던 교인이었다. 그는 김 대표가 창업을 준비한다는 말을 듣고 자신이 진행하던 벽면 녹화 사업 모델을 무상으로 이전해 주겠다고 했다.

- 왜 벽면 녹화 사업을 선택하셨나요?

"교회에서 알게 된 집사님이 이전부터 친구들 일자리를 마련해 줬어요. 그곳에서 일한 친구들이 식물을 기르면서 마음을 회복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조경이 우리들에게 해답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좋은 제안을 주셔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식물을 키워 본 사람은 잘 알죠. 키우기가 정말 어려워요. 사랑과 관심을 쏟지 않으면 금방 시들어 버리잖아요. 어떻게 보면 우리 친구들은 사랑을 받아 왔던 존재들이 아니에요. 그런 친구들이 식물에게 사랑을 주면서 자신의 정서가 회복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식물이 친구들에게 좋다고 바로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시장조사를 해야 하죠. 저희는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첫 번째로, 당시 미세 먼지가 굉장히 큰 이슈였기 때문에 시장성이 있을 거라고 봤고요. 두 번째로, 우리 친구들 중에는 특성화고등학교 출신이 많아서 대부분 기본 자질을 갖추고 있었어요. 세 번째로, 조경 업계 고령화가 심했어요. 세대 교체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아서 우리 친구들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봤어요."

- 연구와 조사를 많이 하셨네요!

"제가 농경이나 조경 전공자도 아닌데, 공부를 진짜 열심히 했어요. 논문도 많이 찾아보고요. 크게 성공은 못하더라도 우리 친구들을 계속 고용하고, 또 이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로 만들어야 하잖아요."

- 조경 건설뿐 아니라 리더십, 조직 문화, 경영 등에 대한 공부도 하신 것 같아요.

"그렇죠. 저에게는 동료들을 어떻게 잘 정착시키고 적응시키느냐가 관건이었거든요. 저희만의 독특한 조직 문화도 만들었어요. 직급을 없앴어요. 서로 역할만 다를 뿐 모두 똑같은 '동료'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요. 친구들도 저를 '대표'라고 부르지도 않아요. 닉네임을 부르거든요."

- 닉네임이요?

"저희는 식물 이름을 써요. '율마', '클로바', '아카시아' 이렇게요. 저마다 꽃말이 있는데요. 우리가 서로 꽃이나 식물로 이름을 부르며 그 의미와 가치를 담고 함께 일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어요."

김성민 대표에게 닉네임이 뭐냐고 물었다. 붓꽃과에 속하는 '바비아나'라고 했다. 바비아나의 꽃말은 '단란한 가정'이다.


서울시민청. '브라더스키퍼'가 벽면을 멋지게 꾸몄다. 사진 제공 브라더스키퍼

폭력 난무했던 보육원 생활, 그럼에도 퇴소가 두려워
무일푼으로 나와 6개월 노숙
보호 종료 아동은 각종 사기·범죄에 노출


- 어느 인터뷰에서 보호 종료를 앞두고 두려웠다고 말씀하신 걸 봤어요.

"저는 3살에 입소했어요. 사실 정확한 나이가 아니라 추정이에요. 제 이름과 주민번호 모두 보육원에서 만들어 줬으니까요. 보육원에서 제 첫 기억은 이거예요. 수돗가에서 형들과 누나들이 저를 둘러싸 물에 빠뜨리고는 막 웃는 모습이에요. 선배들의 놀잇감이 된 거죠.

80명이 함께 자랐어요. 선생님은 두세 분만 계셨고요. 거의 형·누나들 손에 큰 거죠. 하루에 수십 대씩 맞았던 것 같아요. 그때 아이들이 무슨 선한 생각을 갖고 있겠어요. 선배들도 맞으면서 컸을 텐데. 최근 'D.P.' 라는 드라마가 유행했잖아요. 거기서 나오는 그런 폭력들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 순간 경험하며 자랐던 것 같아요."

- 아…. 무척 거친 환경이었군요.

"거친 환경 그 이상이었어요. 어휴, 지금 생각해도 진짜…. 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퇴소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그건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김 대표는 말을 잇지 못하고 한숨만 내쉬었다.

- 그런데도 나중에는 퇴소하기가 싫었다고요.

"어릴 때 모든 친구들의 꿈이 보육원을 나가는 거였어요. 빨리 이 지옥 같은 공간을 떠나고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나중 되면 군대 말년 병장처럼 편해지거든요. 고등학교 2~3학년이 되면 주변에서 간섭하거나 때리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슬슬 미래도 준비해야 하는데 퇴소하는 선배들로부터 들려오는 소식이 좋지 않았어요."

- 어떤 내용이었는데요?

"'누구는 교도소에 들어갔대', '어떤 누나는 술집에서 일한대', '새로 들어오는 저 아이는 누구 형네 자녀야'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 듣고 있으니 퇴소가 너무 무서운 거예요. 나도 저렇게 살게 될 거라는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만약 앞서 나간 형·누나들의 소식이 즐겁고 행복한 내용이었다면 퇴소가 얼마나 기다려졌겠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으니 그날이 다가올수록 걱정과 불안이 앞섰죠."


김성민 대표(사진 위)의 어릴 때 모습. 한때는 지옥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하나님이 17년간 훈련시킨 곳이라고 받아들였다. 사진 제공 브라더스키퍼

- 퇴소하고 6개월간 노숙했다고 들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면 보호 기간이 끝나요. 정부 지원이 끊기는 거죠. 슬슬 보육원에서 압박이 들어오더라고요. 언제 나갈 거냐고. 퇴소하는 날 짐을 챙겨 보니 백팩 하나 나오더라고요. 집(보육원)에서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어요. 정착금이나 차비도요. 먼저 퇴소한 선배가 5만 원을 보내 줘서 그걸 차비 삼아 나왔어요.

보육원이 안동에 있었어요. 워낙 텔레비전에서 서울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무작정 올라왔어요. 버스에서 내리고 바로 깨달았죠. 내가 가진 게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그렇게 첫날부터 노숙을 시작했어요.

정말 두렵고 무서웠어요. 지금이야 이렇게 앉아서 편안하게 이야기하지만, 그때를 떠올려 보면 진짜 막막했죠.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상태였으니까요. 노숙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김 대표는 사람들이 없는 공간을 찾아다녔다고 했다. 사람들이 먹다 버린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고 재활용 수거함을 뒤져 입을 옷을 챙겼다. 공원과 지하철역에서 무수한 밤을 보내며 선배들이 왜 그렇게 범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갔는지 알 것 같았다고 했다.

"먹여 주고 재워 줄 곳이 필요했어요. 기억을 떠올려 보니까 형들 중에 식당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더라고요. '나도 식당에서 일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나름 깨끗한 옷을 챙겨 입고 무작정 식당들을 찾아갔어요. 일 좀 시켜 달라고 요청을 드렸죠. 그렇게 첫 직장을 갖게 된 거예요."

-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보육원을 나온 청소년들의 처지가 이렇게 어렵나요.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아요. 어느 정도 지원한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폭이 굉장히 좁기도 하고요. 경험이 부족하니까 각종 사건·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요. '카드깡(신용카드 현금화)', 대포폰, 보이스 피싱 등에 휘말리기도 하고요."

- 대표님께서는 지금 보호 종료 아동들에게 어떤 지원이 시급하다고 보세요?

"'뭐가 제일 필요하다', '무엇을 꼭 해야 된다' 저는 이것보다는요. 사실 제가 보기에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한 게 아무것도 없어요. 법적으로 성인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홀로 하라고 강요해 왔어요. 이제야 뭔가가 하나둘씩 생기고 있는 거죠.

지금은 뭐라도 해야 할 때라고 봐요. 뭐라도 만들고, 시도해야 해요. 그래서 뭘 해야 하냐고요? 글쎄요. 저는 그걸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갖고 있지 않아요.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한 게 별로 없으니까요. 이제부터라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아이들이 잘 성장하고 적응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비아나' 김성민 대표(가운데)와 동료들이 밝게 웃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교회는 세상에서 제일 나쁜 곳'
'절대 교회에 가지 않겠다'는 기독교 재단 보육원 친구들
"동정과 연민으로 대하지 않았으면"


- 낙담하거나 좌절한 적은 없었나요?

"예전에 하나님을 믿기 전에는 제가 버려졌다고 생각했어요. 보육원 출신이라는 사실이 굉장히 부끄럽고 남들에게 숨기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때 하나님을 경험하고 나서는 '하나님께서 이곳에서 나를 훈련하신 거구나' 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하나님이 친구들의 삶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도록 세상에 있는 수억 명 중 나를 선택해 이곳에 보내셨다고요. 그 후로 보육원은 제게 수치와 상처의 공간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감사함으로 받아들였죠. 이런 마음이 제 삶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김 대표가 자란 보육원은 기독교 재단 소속이다. 보육원에서 경험한 예배와 생활이 지금 신앙을 갖게 된 데 영향을 미쳤는지 물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먼저 이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현재 국내엔 보육원이 240여 개 있어요. 그중 98%가 기독교 재단이에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이게 감사할 일만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이렇게나 많은 보육원 친구들이 퇴소하고 나면 절대 교회를 가지 않아요. 그건 그곳과 관련된 좋은 경험이나 기억이 없다는 거죠. 제 선배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사회에 나가면 절대로 교회에 가지 않겠다고 단언했으니까요.

보육원 운영 주체들은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막상 보육원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보면 '하나님은 안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어 버릴 때가 많았거든요."

- 도리어 그 안에서 교회나 기독교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하는군요.

"단순히 부정적인 시각을 넘어 교회를 경멸하게 만들어 버려요. 너무 안타깝잖아요. 아예 기독교를 몰랐으면 언젠가 좋은 사람을 통해 하나님을 믿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텐데요. 어린 시절 좋지 않은 경험을 한 뒤로, 교회는 세상에서 제일 나쁜 곳이라며 앞으로 절대 가지 않겠다고 해 버리니까요. 저는 그게 제일 안타까워요. 너무 화가 나기도 하고요."

- 그런 곳에서 대표님은 어떻게 하나님을 믿게 됐나요?

"일단 제가 다니던 교회와 우리 선생님들을 통해서는 아니었고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저희 집으로 수련회를 온 어느 교회 청년들 영향이 컸어요.

저희가 어릴 때부터 예배를 워낙 많이 드렸거든요. 평일에는 매주 수~금 저녁, 주일에는 오전 7시 가정 예배, 오전 11시 본 예배, 오후 3시 찬양 예배를 드렸어요. 그러니 얼마나 이골이 나 있겠어요. 그런 저희들에게 그 청년들이 복음을 전했다면 절대 듣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너무 감사하게도 그분들이 저희에게 복음을 전하지 않았어요. 수련회니까 매일 저녁 부흥회를 하는데 억지로 참석하라고 하지도 않았고요. 그리고 저희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든지 다 이해하고 수용해 줬어요. 그때 '사랑'이라는 걸 처음 경험했던 것 같아요. 누군가 나를 기다려 주고 섬긴다는 느낌이 무엇인지요. 이분들이 믿는 하나님이라면 저도 꼭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라고요."

- 예배를 강조할 때는 멀어졌는데, 정작 복음을 전하지 않으니 관심이 생겼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네요.

"그래서 저도 누군가를 만날 때 복음을 함부로 전하려고 하지 않아요. 제 행동과 모습에서 사람들이 하나님을 느끼고 경험하는 게 더 중요하잖아요.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개인적으로는 기도하거나 찬양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은데요. 그건 언젠가 회사가 전용 공간을 갖게 될 때 이야기고요. 모두가 의무로 예배하는 그런 시간은 절대로 만들지 않을 거예요."


2019년 추석을 앞두고 양육 시설 퇴소자들을 초대해 함께 뜨거운 명절을 보냈다. 사진 제공 브라더스키퍼

- 어느 교계 매체 인터뷰를 봤어요. 보호 종료 아동을 지원해 달라고 여러 유명 교회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외면을 받았다면서요.

"사업 초반에 우리 친구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교회를 찾았어요. 보육원에 있거나 퇴소한 친구들에게 지원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모든 교회가 똑같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아이들이 보육원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왜 도와주냐고요."

-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제가 다시 얘기했어요. 보육원에서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친구들이 퇴소하고 나면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요. 사실 교회는 영혼을 돌보는 곳 아닌가요? 잘 먹고 잘 산다고 그것으로 교회가 할 일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렇게 지속적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끝까지 외면했어요.

'브라더스키퍼'라는 이름은 가인의 대답에서 가져왔어요. 저는 하나님께서 저희에게만 아니라 우리 한국교회에도 주신 이름이라고 확신해요. 지금 우리 이웃·친구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교회는 계속 모른 척만 하고 있는 거예요."

- 그래도 브라더스키퍼가 작년부터 언론에 많은 주목을 받은 뒤로 교계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아요.

"최근 교회로부터 연락이 많이 와요. 감사한 일이에요. 지금이라도 관심을 가져 주시니 너무 감사하죠. 그런데 언론과 사회가 관심을 보이니 그제서야 무언가 하려는 것 같아서 아쉬울 때가 있어요. 오히려 교회가 이 문제를 사회에 알려야 하는데 현실은 그 반대니까요. 주변에 있는 고아와 과부를 돌보겠다는 진심 어린 마음보다 오히려 세속의 유행을 따라가는 것처럼 느껴져요."

- 앞으로 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당부라기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고아'라는 개념이요. 결국 하나님 아버지를 모르는 게 고아라고 생각하거든요. 육신의 부모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영적인 하나님 아버지를 모르는 게 진정한 고아라고 생각해요.

기독교인들도 한때 영적으로 고아일 때가 있었잖아요. 하나님을 알기 전까지 얼마나 허무하고 허망한 삶을 살았어요. 그런데 하나님을 알고 나서 우리 삶이 바뀌고 목적과 가치가 달라졌잖아요. 저는 그러한 것들을 우리 친구들에게 알려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친구들을 동정과 연민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만약 보육원 혹은 고아들을 도와야겠다는 행동 안에 그러한 마음이 담겨 있다면 절대로 그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시혜자는 자신도 모르게 우월감이 생기고요. 수혜자는 상대적으로 위축돼요.

하나님께서 그런 관계를 원하시지 않아요. 하나님은 저희들에게 우월감을 나타내신 적이 한 번도 없잖아요. 오히려 가장 낮은 모습으로 다가오셨거든요. 그러니 하나님을 경험했을 때 느낀 그 감격과 기쁨을 전해 준다는 마음으로 친구들을 대했으면 좋겠습니다."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10월 25일, 월 3:0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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