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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생활 에세이
 
항암식품이라기에... 몇 달간 '독'을 먹었습니다
[송성영의 암과 함께 살아가기] 항암식품에 현혹되지 않고, 제대로 먹는 법


▲ 나름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두 행자의 먹을거리 감시 덕분이기도 합니다. ⓒ 송성영

(서울=오마이뉴스) 송성영 기자

"천천히 드셔 천천히..."
"알았어 짜슥아."
"누워 있으면 안 되지 언릉 일어스셔!"
"뱉어!"
"뭘 뱉어 인마!"
"과자 먹은 거 뱉으라구. 얼른 뱉어!"
"이 짜식이 내가 개냐!"

작은 아들 인상이(이후 작은 행자)는 지애비가 밥 먹고 누워 있거나 어쩌다 과자라도 한 개 집어 먹기라도 하면 개 훈련시키듯 합니다. 지난해 겨울 녀석이 26세의 늦은 나이로 군 입대를 하자 이번에는 큰 아들 인효(이후 큰 행자)가 감시의 눈초리에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빵 먹었지? 에이 안 되지 그거 먹으면..."
"안 먹었어 인마! 뭔 빵을 먹었다구 그려."
"그럼 아~ 입 벌려봐!"
"이 짜식이! 벌리기는 뭘 벌려 안 먹었다니께."
"거봐 먹었잖어, 먹었어, 입 안 벌리려는 거 보면 다 알어. 솔직히 말해봐 먹었잖어?"
"에이 새끼, 그려 먹었다. 딱 한 쪼가리..."

두 행자의 감시 덕분에 살아 있다

저는 암환자, 그것도 먹는 것에 예민한 위암 환자임에도 1년에 한두 차례, 특히 봄날에 죽을 만큼 위통이 올 때를 제외하면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본인조차 의아할 정도로 멀쩡합니다. 암 판정 이전보다도 식욕이 왕성합니다. 암 판정 이후 수술을 거부하고 명상과 기혈운동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거기다가 육식을 멀리하고 대부분 채식 위주의 가볍고 신선한 음식을 먹다보니 시시때때로 입맛이 당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식욕이 왕성한 것은 분명 좋은 일인데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듯이 그 왕성한 식욕 때문에 종종 곤욕을 치릅니다. 하여 두 행자가 눈에 불을 켜고 식탐에 빠져있거나 암세포가 좋아한다는 먹을거리를 함부로 먹게 되면 곧장 제동을 걸어옵니다.

지 애비가 평소 좋아하던 빵과 과자 등 밀가루 음식을 몰래 홈쳐 먹거나 현미밥을 꼭꼭 씹지 않고 평소대로 급히 삼키다가 종종 속쓰림을 앓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녀석들의 감시 덕분에 지금쯤 죽어있어야 하는 암 산업 통계치를 뛰어넘어 나름 건강한 몸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암튼 먹을거리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지요. 먹지 않으면 암세포로 죽기 이전에 굶주려 세상을 뜰 수 있으니까요. 암환자는 아무것이나 먹을 수 없습니다. 특히 자연치유를 하는 암환자들은 식이요법을 통해 어떤 먹을거리를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몸 상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밥상. 좋고 나쁜 먹을거리에 따라 암세포의 세력 확장 여하가 달려 있다고 믿고 있기에 그만큼 식이요법이 중요합니다. ⓒ 송성영

자동차로 단순 비유하자면 기혈운동이 자동차가 잘 굴러가게 정비하는 일이라면 식이요법은 연료공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 휘발유나 경유가 없으면 자동차가 움직이지 못하듯 먹지 않으면 몸의 기능이 멈추게 됩니다.

또한 휘발유 차에 경유를 혹은 경유 차에 휘발유를, 가짜 휘발유나 유사휘발유를 넣게 되면 자동차는 독을 먹은 것이나 마찬가지겠지요. 차는 부속품을 갈아 수리하면 되지만 독이 되는 식품을 섭취한 몸은 치명적인 상태가 됩니다. 그만큼 어떤 먹을거리를 먹느냐에 따라 몸의 상태가 달라집니다. 좋고 나쁜 먹을거리에 따라 암세포의 세력 확장 여하가 달려 있는 저 같은 암환자의 부실한 몸엔 그만큼 식이요법이 중요합니다.

항암식품 과일과 채소, 독이 될 수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과일과 채소들 대부분은 암환자들에게 좋다는 항암 식품입니다. 녹차, 블루베리, 적포도주, 귀리, 브로콜리, 연어, 마늘, 견과류, 토마토, 시금치 등 <뉴욕타임스>가 선정했다는 10대 건강식품을 비롯해 양배추, 케일, 생강, 콩, 가지, 사과, 바나나, 고구마, 블루베리 등등과 더불어 견과류를 비롯해 우리가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어지간한 과일과 채소들 대부분에 항암 성분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습니다. 모든 약은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독이 되거나 약이 될 수 있듯이 항암식품이라 하여 그냥 먹기만 하면 항암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름 몸을 통해 임상을 한 결과, 항암에 좋다는 몇몇 과일을 어떻게 언제 먹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암 판정을 받은 그 다음해인 2019년 봄 위출혈과 함께 두 번째 쓰러졌습니다. 나중에 그 원인을 분석해 보았는데 저의 경우는 항암에 좋다는 과일과 채소, 특히 토마토, 사과, 바나나, 고구마의 꾸준한 섭취와 과로 때문이었습니다.

기혈운동과 명상을 포함한 자연치유법의 한 줄기인 식이요법에 대해 그만큼 무지했던 것입니다. 항암에 좋은 식품이라면 아무런 의심 없이 무조건 먹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 좋다는 항암 식품이 독이 되었을까요?

두 차례의 암 판정과 더불어 수술을 거부한 그해 겨울, 평소 즐겨먹던 바나나와 토마토를 믹서에 갈아 매일 아침 공복에 주스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사과는 한 겨울 그 값이 한 개에 3천 원 가까이 하여 비싸서 사먹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오일장에 나가보았더니 한 박스에 2만원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싼 맛에 그 농약에 찌든 사과를 서너 박스 사다 놓고 갈아 먹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몇 개월 동안 매일 아침마다 항암에 좋다는 바나나와 토마토, 사과를 넣고 주스를 만들어 마시고 속이 출출할 때는 평소 좋아하던 고구마를 삶아 점심 대용으로 먹기도 했습니다.

그 무렵 산막에서 매년 열어왔던 '배부른 잔치' 준비를 위해 두 행자의 눈초리를 피해가며 비닐하우스 무대를 만드는데 일손을 보탰고 암환자임을 까마득히 잊고 행사 전후 사나흘 동안 뮤지션들과 새벽까지 어울려 놀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행사가 끝나던 다음날 결가부좌 상태로 위출혈과 함께 혼절했던 것이지요.


▲ 거미줄 숲. 항암식품인 토마토 바나나 사과 그리고 고구마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 송성영

병원에 입원하여 수혈을 받아가며 쓰러진 원인을 꼼꼼히 되짚어 보고 있는데 치매 노인들을 돌보고 있는 사회복지사 여동생이 병원의사는 전혀 관심이 없던 질문을 해왔습니다.

"최근에 어떤 음식을 주로 먹었어?"
"토마토와 사과 바나나... 과일을 주로 먹었지. 매일 아침 주스로 갈아서."
"아이고, 참... 대단하다 대단해. 어떻게 그렇게 골라 마실 수 있었을까?"

여동생 말로는 제가 몇 개월 동안 매일 아침마다 갈아 마신 토마토와 바나나 사과 그리고 고구마가 공복에 먹으면 독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항암식품이면 모두가 암 치유에 좋을 것이라 여긴 무지 때문이었지요.

무지는 약을 독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항암식품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찾다보면 항암식품도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공복에 토마토를 먹으면 토마토에 함유된 타닌산이 위장의 산도를 높여 위궤양을 유발할 수 있고, 바나나는 혈액 내 칼륨과 마그네슘 함량이 증가하여 혈관 내 불균형을 초래해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과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건강한 사람이야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이라지만, 저처럼 위가 좋지 않은 사람이 빈속에 먹으면 사과의 구연산이 위염, 위궤양 등의 속 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고구마에 들어 있는 아교질, 타닌 등의 성분은 공복에 먹게 되면 위벽을 자극하고, 위산 과다 분비를 촉진해 속 쓰림과 같은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식이요법 관련 서적이든 인터넷 정보든, 거기서 나열한 항암 식품들 중에 장점만 나열한 것은 믿을 게 못됩니다. 약이 독이 되고 독이 약이 될 수 있듯이 거의 모든 만물에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장점이 있으면 분명 단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어떤 항암제라도 주의할 점, 단점을 꼼꼼히 살펴보는 게 중요합니다. 저처럼 무지하면 자칫, 낭패를 보게 됩니다.

무지는 약을 독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무지하게 어리석은 저는 몇 개월에 걸쳐 매일 아침마다 항암식품이라는 이름으로 종합비타민이 아닌 종합 독을 꾸준히 섭취했던 것입니다.

이날 이후 바른 식이요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했습니다. 스스로의 임상과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여 바른 식이요법을 보다 철저하게 지켜나갔습니다. 속 쓰림이 하루 이틀 지속되면 아침마다 공복에 생감자를 갈아 마셔 진정시켰고 벌꿀에 재어 놓은 마늘 등으로 처진 기운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독으로 망가진 몸과 마음을 명상과 기혈운동을 통해 어느 정도 치유,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 지게질. 자연요법은 항암제나 항암식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기에 스스로 중심을 잡아 나가야 합니다. 지게질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에 기운이 생길 때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함부로 먹기 때문입니다. ⓒ 송성영

사과 토마토 바나나 고구마 등이 항암식품이라 하여 공복에 먹다가 낭패를 본 그해 가을이었습니다. 지게질을 할 만큼 몸이 원상 복귀될 무렵 남인도 아루나찰라의 성자, 라마나 마하리쉬 아쉬람에서 만난 인연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SNS를 통해 내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다짜고짜 구충제 얘기를 꺼냈습니다.

"구충제 구했어요?"
"뭔 구충제유?"
"개 구충제요."
"예? 개구충제를 왜요?"
"개구충제가 암환자에게 효과가 좋다고 하는데 몰랐군요."

미국의 어느 암 환자가 '펜벤다졸'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는 개구충제를 먹고 완치판정을 받았다는 소문이 한국에 퍼져 약국에서조차 그 개구충제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개구충제로 말기 암환자들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개구충제가 모든 암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면 암은 벌써 정복되었을 겁니다."
"암환자들이 찾는 이유가 있겠죠. 부작용도 없다는데 일단 한번 복용해 보시지요. 가격이 두 세배로 뛰었는데도 구하기 힘들답니다."

그의 어머니는 유방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데 때마침 개 구충제가 암세포를 소멸시킨다 하여 충분히 확보해 놓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여분이 좀 있는데 나눠 드릴까요?"
"고맙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한번 복용해 보는 것도 괜찮을 텐데..."
"제가 그런 약을 복용할 거라면 애초에 자연요법을 하지 않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을 겁니다."

암환자들이 오죽했으면 개 구충제를 복용했겠습니까. 특히 말기 암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겠지요. 그 이면에는 암 산업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이전 같았으면 마음씨 좋은 그 분의 자비심에 못 이겨 한 두 차례 정도 복용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무렵 자연치유를 시작한 지 1년쯤 지나면서 명상, 기혈운동 그리고 식이요법이 몸에 배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자연치유법으로 인해 어느 정도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었기에 위암에 좋다는 특별한 항암식품을 부러 구입해 먹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하여 개구충제따위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가능한 한 하늘과 땅이 내준 먹을거리와 기혈운동 그리고 마음 다스리기, 명상을 통해 몸을 치유하는 자연치유법은 암에 좋다는 이런저런 항암제에 현혹되어 중심을 흐트러뜨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수 있습니다.

자연요법은 항암제나 항암식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기에 스스로 중심을 잡아 나가야 합니다. 지게질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에 기운이 생길 때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함부로 먹기 때문입니다.

암환자들에게는 병원에서 포기한 말기암환자가 무엇인가를 먹고 완치되었더라는 무성한 소문들이 들려옵니다. 개구충제도 그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말기 암 환자가 어떤 특별한 약이나 식품을 먹고 암이 완치 되었다는 사례들이 종종 있습니다. 완치의 기준치가 몇 년인지 알 수 없지만 일단 호전된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하여 암에 걸리면 주변 사람들이 말기 암 환자가 먹고 완치 되었다는 그 무엇, 이런 저런 항암식품을 권합니다. 하지만 그 항암제나 항암식품이 모든 암환자에게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만약 그 항암식품이 모든 환자의 암을 치유할 수 있다면 인류는 질병 역사 이래 가장 큰 혁명을 이룬 것이 될 것입니다. 그 항암식품만 남고 암 산업은 사라질 것입니다.

사람 얼굴이 다르듯이 암세포 또한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암환자들의 수만큼이나 서로 다른 암세포가 있다고 말하는 연구자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암세포는 본질적으로 그 사람의 유전자에서 축적된 변이에 의해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 변이의 축적은 그 사람, 암환자 개인의 역사를 반영한 것입니다. 개개인이 다른 인생을 걸어왔듯이 암환자 각각의 암세포도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것이지요.

하여 차세대 항암제가 모든 암에 다 적용되는 것이 아니듯 어떤 일정한 항암식품이 위암에 좋으면 다른 암에도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위암에 좋은 만큼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입니다. 또한 같은 위암환자라 해도 그 사람의 체질과 마음 상태에 따라 항암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항암식품에 대한 이런 저런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것, 이것 또한 자연치유법 중에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 푸짐한 밥상 ⓒ 송성영

* 암 판정을 받기 전에는 1식2찬이 전부였는데 식이요법을 시작하면서 몸 살리기 좋다는 반찬으로 밥상이 차고 넘친다. 두 행자의 고행을 거쳐 차려진 밥상이지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의 온기가 더한 밥상이다. 나를 살리는 밥상이 하늘이라면 두 행자를 포함한 그분들, 단 한순간의 자비라 할지라도 세상의 모든 자비심이야말로 내가 섬겨야할 하늘이다. 저 밥알 하나하나 조차도...
- 개 구충제가 유행이었던 그해 겨울 두 행자로부터 푸짐한 밥상을 받아 놓고 -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10월 22일, 금 2:2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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