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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1만4천 난민 실은 배, '기적의 수송 작전' 뒷얘기
[메러디스 빅토리호 기적의 사람들⑥] 2등 항해사 로버트 러니의 증언

1950년 12월 23일, 포탄이 빗발치는 흥남부두에서 한 척의 배가 필사적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60인승 미국 화물선인 그 배에는 정원의 200배가 훨씬 넘는 1만4000명의 피난민이 타고 있었다. 이들의 항해는 훗날 '가장 작은 배로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한 배'로 기네스북에 오른다. 역사의 회오리를 온몸으로 맞으며 치열하게 살아낸 메러디스 빅토리호 사람들, 이들을 추적해 한 편의 방송으로 만드는 기획안은 올해 '한국 콘텐츠 진흥원 방송 제작 지원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1년여에 걸쳐 방송 제작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이야기를 싣고자 한다.[편집자말]

(서울=오마이뉴스) 추미전 기자 = 3월 초의 뉴욕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거리 곳곳에 이제 막 녹기 시작한 눈이 지저분하게 쌓여 있었고 볼에 와 닿는 바람은 차가웠다.

새로 들어선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를 잡기 위해 강도 높은 정책을 연일 내놓고 있었다. 모든 가게와 식당이 실내 취식을 금지하고 있었기에 카페에 앉아서 커피도 마실 수 없었다. 커피를 들고나와 길거리를 서성이며 마시거나 식사조차 테이크 아웃해서 호텔에서 먹어야 했다.

미국에 꼭 가야했던 이유

미국에 오기 전부터 미국의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미국 취재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선원들 중 몇몇이 생존해 있었고 그들과 어렵사리 연락이 닿았기 때문이다. 생존해 있는 그들의 나이는 전부 90세가 넘었다. 아마 이번에 그들의 이야기를 담지 못한다면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관한 생생한 증언은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 1950년 메러디스 빅토리호 위 2등 항해사 로버트 러니 ⓒ 로버트 러니

그리고 그들 중에서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2등 항해사였던 로버트 러니를 꼭 만나고 싶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상선 학교를 나와 배를 탔던 그는 훗날 배에서 내린 뒤 변호사의 길을 거쳐 해군 참모총장까지 역임했다.

미국으로 향하기 전, 그에게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메일을 보냈고 곧바로 직접 쓴 답장이 왔다.

당신들이 하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기꺼이 당신들의 일에 협조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도착할 때까지 하나님께서 저를 이 땅에 두신다면요.

위트 섞인 메일이었지만 마지막 문장은 그냥 웃어넘길 수 없었다. 그의 나이는 94세였고, 코로나 팬데믹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 아닌가. 그의 답장은 우리가 어떤 방법으로든지 미국에 가야 한다는 당위성과 이유를 제시해주기 충분했다.

로버트 러니는 답장과 함께 많은 자료 사진을 보내왔다. 1950년 피난민 구출 작전이 있을 때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피난민들을 싣는 모습을 담은 귀한 사진들이었다.


▲ 메러디스빅토리호에 탄 피난민들/로버트 러니가 보내온 사진 ⓒ 로버트 러니

그는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빅토리호 레너드 라루 선장이 배에서 내린 뒤 가톨릭 수사가 돼 은둔 생활을 하는 동안 적극적으로 추적해 라루 선장을 찾은 것도 그였다. 그 후 그는 평생 선장과 관계를 이어나갔다.

그는 왜 20대 초반 잠시 탔던 배 메러디스호와 라루 선장을 평생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일까.


▲ 로버트 러니와 라루 선장이 주고 받은 편지 ⓒ 추미전

로버트 러니가 기억하는 라루 선장

그와 처음 연락이 닿은 건 2020년 11월이었다. 이후 메일로 자료를 주고받으며 많은 이야기를 했고, 3월 초 미국 방문 날짜를 알렸다. 그러자 자신의 집 주소까지 보내오며 취재에 적극성을 보였다. 그런데 막상 취재팀이 출발을 앞둔 2월부터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고, 메일을 보내도 답장이 없었다.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다.

미국에 도착해서도 제일 먼저 로버트 러니에게 연락을 했지만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고 메일도 읽지 않았다. 그는 메러디스 빅토리호와 라루 선장에 관해 너무 중요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중요한 인물이었다. 고심 끝에 집으로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뉴욕시에서 한 시간 거리 떨어진 부촌에 그의 집이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벨을 누르자 집 관리인인 듯한 사람이 나타났다. 사정을 말하자 잠시 후 그의 아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내는 멀리 한국에서부터 불쑥 찾아온 취재진에 매우 당황한 듯했다. 공손하게 사정을 설명드리자 아내는 안타깝지만 남편은 지금 취재에 응할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최근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 혹시나 하며 염려했던 걱정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힘이 빠져 돌아서는 우리에게 아내는 한 가지 정보를 주었다.

2년 전 윌셔 재단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남편이 나가 메러디스 빅토리호와 라루선장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다 털어놓았어요. 그 재단에 요청을 해서 로버트 러니 측이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했다고 하고 그 영상을 방송에 사용하도록 하세요. 남편도 항상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알리는 일에 앞장서는 걸 좋아했어요.


▲ 1950년 메러디스 빅토리호 위에서 찍은 사진/ 왼쪽부터 로버트 러니, 멜스미스, 취재진은 두 사람을 다 만났다. ⓒ 로버트 러니

그나마 로버트 러니가 털어놓는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방송 자료의 사용을 허락해 준 아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우리는 영상으로나마 메러디스 구출 작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로버트 러니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종교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습니다. 그는 훌륭한 선장이었으며, 선원들과 함께 있고 배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또한 그는 도덕적이고 훌륭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그가 바다처럼 많은 사람들이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항구에 몰려오는것을 봤을 때는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말지 고민 할 게 없었습니다.

항구에 가서 사람들을 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적군의 땅일지라도 여전히 구해줘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로버트 러니


1950년 12월, 60인승의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흥남부두에서 1만4000명의 피난민을 태울 수 있었던 그 중심에는 라루 선장이 있었다고 로버트 러니는 말했다.

라루 선장은 흥남철수의 기적을 만든 그 순간에만 특별했던 사람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그는 선원일 때도, 선장일 때도 항상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주위를 돌아보는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 만난 다른 선원들도 줄곧 라루 선장에 대해 비슷한 증언을 했다. 3등 기관사였던 멜 스미스는 그후 오랫동안 배를 탔지만 라루 선장 같은 사람을 만나지는 못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와 글을 쓰는 지금, 지구촌 한편에서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데자뷔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는 소식이다.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이 아비규환에 빠졌는데 공항에서 한 미군 수송기가 밀려드는 난민들을 화물칸에 태워 구조했다는 것이다.

70년 전에도, 지금도,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다급하게 손 내민 이들의 간절한 구조의 손길을 외면하지 않는 이들이 어딘가에 있다는 건 가슴 따스한 위안이다. 그들 덕분에 이 살벌하고 삭막한 세상에서 살아갈 희망을 조금은 얻게 되는 건 아닌지, 진정한 휴머니스트란 이들에게 붙여야 할 이름이 아닐까.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9월 07일, 화 6:5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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