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자 입대 전면 허용, '비 자발적 제대' 등 금지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 기자 = 미 국방부가 지난 31일 성전환자들의 군 복무를 사실상 전면 금지했던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뒤집는 규정을 발표했다. 마침 ‘세계 성전환자 인식의 날’이기도 한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관련 포고문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포고문을 통해 성전환자들이 오랫동안 편견과 차별과 싸우면서 사회적 지위에서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성전환자와 남녀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 소수자들이 “여전히 자유와 평등 면에서 조직적인 장벽에 맞닥뜨리고 있다”라고 강조하며 그간 싸워 얻은 결실이 아직 완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국내  성 소수자들은 취업할 때나 집을 구할 때, 그리고 병원에 갈 때도 성 소수자를 차별하는 관행이 미국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설명했다. 특히 “성전환 여성을 향한 폭력은 위기 사태”라고 규정하고 그중에서도 “소수인종 성전환자 여성에 대한 폭력은 우리나라의 양심을 얼룩지게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주요 국정 목표 가운데 하나로, 성별과 인종, 출신 배경, 그리고 성적 정체성까지 아우르는 다양성 증진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 요직에도 성 소수자들이 잇따라 진출했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공개한 미국 최초의 각료이고, 레이철 르빈 보건후생부 차관보는 성전환자임을 밝힌 인물이다.

국방부가 이날 발표한 성전환자 복무 허용 규정을 보면, 성전환자의 입대를 전면 허용하고, 복무 중 성전환을 원하면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성적 정체성에 따른 ‘비자발적 제대’나 ‘복무 연장 거부’ 등 차별을 금지한다. 자신의 성별이 잘못됐다고 느끼는 ‘성별 불쾌감’을 가진 장병들에 의료 지원도 제공한다. 이 규정은 각 군의 보완 작업을 거쳐 이달 말부터 본격 시행된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성전환자 정책도 변경됐다. 이전까지 성전환자들은 전역 조치를 당할 수 있었으나 바락 오바마 행정부 때 포용 정책이 나왔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6년에 이미 복무 중인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성전환자임을 밝힌 상태에서 군 복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했고, 2017년에는 성전환자 신병 입대도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런 조치가 모두 취소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투 역량 약화와 비용 문제 등의 이유로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금지했다. 트럼프는 취임 첫해였던 2017년 7월 “막대한 의료비와 혼란”을 주장하며 성전환자 군 복무 금지 조치를 발표했고, 법정 다툼 끝에 2019년 연방 대법원 결정으로 시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