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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4.3 첫 집단 무죄 선고 "이제 오빠는 죄인 아니다"
4.3 수형인 335명 무죄... 김인근 할머니 눈물 '그때도 죄 없고, 지금도 죄 없는 사람'


▲ 수형인 335명에 대한 재심 선고일인 16일 4·3 수형 피해자들과 유족들로 가득 찬 제주지법 201호 법정 안. 2021.3.16 ⓒ 연합뉴스

(서울=오마이뉴스) 변상철 기자 = 16일 기자가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앞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 40분이었다. 4.3사건 당시 불법 군법회의를 통해 투옥돼 옥살이를 하던 중 생사 소식이 끊긴 4.3 행방불명 수형인 333명과 일반재판 수형인 2명에 대한 재심 재판이 열린 이날은 오전 10시부터 재판을 시작해 기자가 갔을 때까지 진행되고 있었다(총 335명에 대한 재심 재판 21건의 선고 공판을 순서대로 진행했다).

법정 앞 복도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 많은 재심 대상 신청인들 사이에 김인근 할머니 가족은 긴장한 모습으로 한쪽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며느리와 손을 잡고 있던 김인근 할머니는 기자를 보자 반가운 마음에 벌떡 일어서 내 손을 꼭 잡고 안아주시며 "변호사는 와수꽈?(왔습니까?)"라고 물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변호사가 집에 급한 일이 생겨 오지 못했다는 기자의 말에 할머니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할머니 걱정 마세요. 변호사 없어도 재판 잘 진행될 거예요. 변호사가 없으면 없는 대로 판사님이 잘 진행해 주실 겁니다."

나는 할머니를 안심시켜 드렸다. 할머니와 가족들은 서로 손을 꼭 잡고 재판 순서를 기다렸다.

잠시 후 법정 경위의 호출이 있었다.

"2019재고합2 김호근씨 재심 사건 유족 오셨습니까?"

가족들은 크게 대답하며 경위를 따라 법정으로 입장했다.

법정은 재심 대상 유족과 신청인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72년만의 재심이라는 무게 앞에 어느 누구도 쉽게 입을 열고 말을 하지 못했다. 모두 판사석을 응시하거나 바닥을 쳐다 보고 있었다.

범죄의 증명이 없으므로 무죄


▲ 4·3 수형인 335명에 대한 재심 선고일인 16일 4·3 수형 피해자들과 유족들로 가득 찬 제주지법 201호 법정 안. 2021.3.16 ⓒ 연합뉴스

이윽고 판사들(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 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이 들어와 앉자 방청객 모두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판사는 먼저 이날 재심 신청인들을 호명한 뒤 변호인을 확인했다. 김인근 할머니의 변호인이 출석하지 못해 판사는 그 자리에서 문성민 변호사(2028재고합18 대상의 변호인)를 국선 변호사로 지정했다(2018재고합18, 2020재고합18, 2019재고합2 세 사건의 재심이 함께 열렸다).

판사는 먼저 검사에게 모두 진술을 물었다. 검사는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실을 진술했다. 이어 변호인에게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묻자 변호인들은 모두 '공소사실에 대한 범죄 사실을 한 사실이 없으므로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라고 진술했다.

이어 판사는 증거절차를 거치겠다며 검사에게 제출할 증거가 있느냐고 물었다. 검사가 제출할 증거가 없다고 답하자 판사는 더 이상 진행할 증거 조사는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판사는 최후 의견을 듣겠다며 먼저 검사에게 의견을 물었다. 검사는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므로 제기된 재심 사건 모두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검사가 무죄 선고를 주장한 이례적 상황이었다. 법정은 잠시 술렁였다.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먼저 오전부터 저녁까지 재심 재판을 맡아 진행하고 선고를 내려준 재판부에게 경의를 표한 뒤 어린 시절부터 동네에 같은 날 제사를 지낸 집이 많았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이 사건을 맡게 된 인연을 말했다.

이날 재심을 진행한 재심청구 사건의 무죄를 통해 가장 기본적인 인권회복이 이뤄지고, 그러한 인권회복은 재심청구를 한 피해자들에게 최소한의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변호인은 무죄 선고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마지막으로 345명(지난 1월 무죄 선고된 행방불명 희생자 10명 포함)의 재심청구는 전례 없는 국가폭력 집단 소송이라며 이 기나긴 소송에 함께해준 피고인들과 유족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으로 최후 변론을 마무리 했다.

모든 절차를 마친 판사는 판결했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4.3 당시 군법회의에서 판결한 범죄사실은 범하지 않은 사실이라고 주장하였고, 검사 역시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였으므로 이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

73년 만의 선고였다. 335명의 집단 선고는 전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마치 4.3 당시 절차 없는 군사법정에 끌려왔던 것처럼 법정 가득 메운 유족들은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다.

이날 선고는 헌법 가치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특별법 등을 통해 4.3 수형인들에 대한 일괄적이고 포괄적 무죄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최근 4.3 특별법 개정안에서도 특별재심 조항을 신설하여 재심청구가 원활하고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했는데 이날 처음으로 집단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이다.

판사는 선고 후 특별히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별도의 발언을 했다.

"극심한 이념 갈등 속에서 희생당한 4.3 희생자들과 연좌제로 73년간 희생 당한 희생자의 가족들을 보며 국가는 무엇을 위해, 또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오늘 판결을 통해 국가와 사회는 오른쪽, 왼쪽을 따지지 말고 이러한 비극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해야겠다."

"오빠에게 무죄 선고 알리러 간다"


▲ 재심 무죄 선고 후 기자회견 중 눈물을 흘리는 김인근. 오빠의 무죄로 빨갱이 집안이 아니라는 것이 만천하에 알려졌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최미리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김인근 할머니와 가족들은 법정에서 걸어 나오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김 할머니는 법원 정문에서 준비한 플래카드를 펼치고 만세를 부르며 "이제 오빠는 죄인이 아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플래카드에 적힌 것처럼 제주 4.3 희생자들은 73년 전 그때에도 죄가 없이 희생된 사람이었다. 그들은 이제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결에 의해 비로소 죄 없는 국민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그때도 죄 없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죄 없는 사람이 되었다.

플래카드를 조심스럽게 접어 가방에 넣고 집으로 돌아가는 김인근 할머니는 내일 4.3 평화공원에 간다고 했다. 행방불명인 묘역에 누워 있는 오빠에게 무죄 선고를 알리러 간다고 했다. 오빠가 이제 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만천하가 알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러 가겠다고 했다.

342명만이 아닌 4.3 당시 희생된 2500여 명의 수형인 모두가 그때도 죄 없고, 지금도 죄 없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그날까지 제주인들의 명예회복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3월 19일, 금 5:4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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