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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제주도에 쌓인 의문의 상자들... 섬이 위험하다
[최병성 리포트] 국제망신 당한 제주 이야기... 이 지경인데 제2공항까지?


▲ 제주도 쓰레기매립장에 비닐로 말아 놓은 쓰레기 눈사람 더미 ⓒ 최병성

(서울=오마이뉴스) 최병성 기자 = 네모 모양의 눈사람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논에서 벼를 베고 난 후 볏짚을 말아 놓은 소 사료가 아니다. 저 네모난 비닐 안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비닐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쓰레기'다. 제주도민들과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저 비닐 속의 주인공이다. 지금 제주도엔 쓰레기가 넘쳐난다. 저 많은 쓰레기를 지금 다 처리할 수 없어 임시방편으로 비닐로 둘둘 말아 쌓아 놓은 것이다.


▲ 비닐로 감은 쓰레기 더미가 끝없이 쌓여 있고, 그 위를 까마귀가 날아다니고 있다. 이게 '쓰레기 섬' 제주도의 현실이다. ⓒ 최병성

이곳은 제주도에 있는 봉개매립장이다. 제주도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기에 4단 높이로 쌓아 놓은 쓰레기더미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일까? 저곳에 얼마나 오래 쌓여 있었던 것일까? 비닐이 찢어지고 쓰레기 물이 줄줄 흐르는 것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쓰레기를 임시 보관하기 위해 또 다른 비닐 쓰레기를 대량 발생시키는 코미디가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제주 → 평택 → 필리핀 민다나오섬 → 평택... 부끄러운 쓰레기 여행

지난 2020년 2월 2일 경기도 평택항. 필리핀에서 온 컨테이너 박스들이 열렸다. 그런데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수출입 화물이 아니었다. 제주도 쓰레기였다. 비바람에 삭아 비닐이 너덜너덜해졌지만, 제주도 봉개매립장에 쌓여 있던 쓰레기와 동일한 쓰레기다.


▲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서 평택항으로 돌아온 제주도 쓰레기 ⓒ 독자 제공


▲ 2020년 2월 2일 필리핀에서 반송된 쓰레기 ⓒ 독자 제공

필리핀에서 배를 타고 온 컨테이너 박스에서 왜 제주도 쓰레기가 나온 것일까? 경기도 평택시에 소재한 A사가 싼 값에 제주도 쓰레기를 처리해주겠다며 가져갔다. 그러나 이 업체가 가져간 쓰레기가 향한 곳은 국내 폐기물 재활용처리장이 아니었다. 필리핀 민다나오 섬이었다. A사는 제주 쓰레기를 포함해 2018년 7월에 5177톤, 9월에 1211톤 등 총 6388톤을 민다나오 섬에 불법 수출했다.

A사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임에도 불구하고 재활용이라고 속여 수출했다가 필리핀 당국에 적발되었다. 민다나오섬에 방치된 제주도 쓰레기 더미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침출수가 흘러내렸다. 심지어 화재가 수시로 발생하여 연기가 민다나오 섬을 뒤덮었다. 제주산 쓰레기가 멀리 필리핀 민다나오섬 주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것이다.

2018년 11월, 견디다 못한 필리핀의 환경운동 단체들이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앞에서 "쓰레기를 한국으로 가져가라"고 시위했다.

한국의 쓰레기가 국제문제로 커지자 환경부는 2019년 2월 필리핀 항구 컨테이너에 있던 1211톤의 쓰레기를 한국으로 반송해와 소각처리 했다. 그러나 2018년 7월에 수출된 5177톤의 쓰레기는 여전히 민다나오 섬에 남아 있었다.

지난 2020년 2월 2일 평택항으로 돌아온 쓰레기는 필리핀에 남아 있던 5177톤 중 800톤을 컨테이너 50개에 담아 한국으로 가져온 것이었다. 이 쓰레기는 환경부, 평택시, 제주도의 협의에 따라 30개는 평택시가 처리하고, 20개는 제주도가 처리했다.

필리핀에 남아 있는 5177톤의 쓰레기 중에 약 1800톤이 제주도 쓰레기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도와 평택시가 35:65 비율로 비용을 분담해 소각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환경부는 필리핀에 남아 있던 4300톤의 쓰레기를 총 6번에 걸쳐 들여와 2020년 12월에 처리를 완료했다. 경기도는 평택 쓰레기를 민간 소각장에서 처리했고, 제주도는 울산 소재 소각장으로 가져가 처리했다.

왜 '쓰레기 섬'으로 전락했나

그동안 우리는 제주도를 청정 섬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착각에 불과했다. 제주도는 발생한 쓰레기를 처리조차 못할 만큼 '쓰레기 섬'으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지난 2020년 2월 평택항에 들어온 쓰레기는 너무 끔직했다. 제주도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기에 제주도 쓰레기가 필리핀까지 불법 수출되는 일이 벌어졌을까? 제주도의 현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2020년 4월말 제주도로 날아갔다.

봉개매립장에 흰색 비닐로 말아 쌓여 있는 쓰레기 눈사람은 평생 처음 보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제주도 쓰레기가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날이 2018년 7월인데, 내가 제주도를 찾은 2020년 4월말에도 거대한 쓰레기더미가 쌓여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1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2021년 2월 7일 현재, 놀랍게도 쓰레기는 더 늘어났다. 쓰레기를 치우기는커녕 시간이 흐른 만큼 쓰레기를 쌓아 놓은 면적이 더 늘어났다.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치울 능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 2021년2월7일 현재 제주도의 쓰레기 현장. 쓰레기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가했다. ⓒ 임형묵

최근 제주 주거 열풍으로 2010년 57만 8천 명이던 인구가 2020년 10월엔 69만 7천 명으로 급증했다. 지난 2020년 한 해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은 코로나19로 2019년보다 33%가 감소했음에도 1023만 6000여 명에 이른다.

문제는 인구와 관광객 증가로만 끝나지 않는다. 쓰레기 배출량은 2010년 639톤에서 2015년 1161톤으로 증가했다. 심지어 제주도의 1인당 하루 생활쓰레기 발생량은 2010년 0.97kg에서 2015년 1.8kg으로 두 배 증가했다. 이는 전국 1인당 하루 쓰레기 발생량 평균인 0.94kg의 무려 두 배에 이른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019년 9월 4일, 제주도 내 12개 쓰레기 매립장을 전수조사 한 후 기자회견에서 "인구와 관광객의 양적 증가에 매몰된 현재의 정책과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쓰레기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며, 현재 쌓아놓은 쓰레기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제주도의 정책 변화와 제도 개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섬 자체가 포화상태

지금 제주도는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공항이 포화 상태이기에 새로운 공항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지금 제주도 자체가 포화상태다. 발생하는 쓰레기도 처리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제2공항 건설로 더 많은 관광객이 밀려올 경우, 그 재앙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또, 철새와의 충돌로 인한 사고 위험이 높아 부지 선정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 상태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국토부가 지난 2019년 10월 제출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검토한 결과 사업부지 입지가 부적정하다고 밝힌 바 있다.

KEI는 앞서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해서도 '제2공항 예정부지는 법정 보호종을 포함한 많은 철새들의 주요 월동지 및 중간기착지로서 생태 보전적 가치가 매우 우수한 공간지역일 뿐만 아니라, 항공기와 조류의 단 한차례 충돌로도 기체의 물리적 훼손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기체 추락에 따른 인명피해 등 치명적인 피해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제출했다. 이에 KEI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입지의 부적절함을 재차 강조했다.

① 사업지구는 철새도래지가 인접하고 과수원, 양돈장, 사냥금지구역, 조류보호구역 등 다수의 부적정한 시설물이 입지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국내외 규정에 부합하지 않아 입지적 타당성이 매우 낮은 계획이다.

② 법정보호종의 서식역과 철새도래지 보전을 통한 생물다양성 및 서식역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의 부합성이 낮고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 예방을 위한 입지규제가 높음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입지 적정성 문제를 검토하기보다는 운영 시 관리계획만을 수립한바, 입지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

KEI가 지적한 바와 같이 제주 제2공항 예정지는 공항이 들어서기에 부적절한 곳이다.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지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팔색조와 긴꼬리딱새가 살아가는 생태보고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은 환경영향평가서엔 빠져 있다.

KEI가 '하도리, 종달리, 오조리, 성남-남원해안 철새도래지는 제주도 동부권의 철새도래지벨트이자 생태권역'이라고 강조한 바와 같이 제2공항 예정지 인근에서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를 비롯해 수많은 희귀 철새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지난 2019년 8월, 러시아 모스크바 주콥스키 공항에서 항공기가 이륙과 동시에 옥수수밭에 비상착륙한 일이 있었는데, 당시 항공기는 재비행이 불가능할 만큼 파괴됐다. 승객 233명 중 27명이 다친 이 사고의 원인은 '조류 충돌'이었다.


▲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인근에서 천연기념물 노랑부리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를 비롯 다양한 도요새 무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 주용기

비행기는 작은 새와의 충돌로도 대형사고가 될 수 있다. 제2공항 예정지는 철새들의 시베리아-호주-일본 등 이동 통로에 위치하고 있어 완벽한 항공기-조류 충돌 예방 방안이 전무하다. 철새 이동 시기엔 수많은 새떼들이 하늘을 덮는다. 이런 곳에 공항을 건설한다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건 도박에 다름없다.

제2공항은 도박

제주도와 국토교통부는 2월 15~17일 3일간 제주도민 여론조사 결과로 제주 제2공항 건설을 결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제주도는 제주도민만의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토다. 게다가 제2공항 건설 사유는 더 많은 관광객을 받기 위함이다. 제2공항 건설은 이를 이용하게 될 전 국민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전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함이 마땅하다.

제주도민들은 모두 제2공항을 환영할까? 아니다. 제2공항을 반대하는 제주도민들이 "지속 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며 4일부터 9일까지 삼보일배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무릎이 아프고 차량 먼지로 고통스럽지만, 제주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고생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민들이 깊이 생각할 문제가 또 있다. 관광객 증가로 쓰레기가 늘어나면 제주 지하수가 오염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제주도는 화산섬이다. 쓰레기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위험이 상존한다.


▲ 관광객들의 발자국으로 어지러운 제주도 해변과 모래가 유실 중인 제주도 해변. 제주도는 이미 포화상태다. ⓒ 최병성

제주공항 포화상태가 아니라, 제주도 자체가 이미 포화상태임을 걱정해야 할 때다. 지금은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 더 많은 관광객이 아니라, 관광객 입도 제한 등의 청정 제주를 키기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지금도 제주도에는 쓰레기가 쌓여간다. 이런 상태에서 관광객을 더 받고자 제2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지금 당장 조금의 이익을 위해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은 행위에 불과하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2월 18일, 목 6:0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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