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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전문가가 바라본 탈북자, "한국행만 원하는 것 아냐"
[인터뷰] 20년 넘게 취재해 <탈북자> 펴낸 조천현 PD

(서울=뉴스앤조이) 이은혜 기자 = 탈북자. 단어 뜻 그대로 풀이하면 북한을 탈출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에는 '새터민', '북한 이탈 주민'이라는 단어로 대체해 사용하기도 한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TV, 유튜브 등을 통해 탈북자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대개 '탈북자'라고 하면 남한 땅에 정착한 북한 사람을 떠올린다. 배고픔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유를 누리기 위해 남한으로 온 이들이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대에서 20년간 탈북자를 만나 온 조천현 PD는 이들을 다르게 규정한다. 얼마 전 조 PD가 펴낸 <탈북자>(보리)에는, 남한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에 탈북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온다.

"지금은 북조선도 변했다. 중국 내 탈북자들 처지나 생각 또한 변했다. 한국으로 가려는 탈북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서 살아가거나 북조선에 돌아가 살고자 하는 탈북자들도 많다. 한국에 오고자 하는 탈북자들 문제로 사건이 터지거나 이슈화가 되면, 다른 탈북자들은 큰 피해를 입는다. 중국 공안의 단속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조용히 살기를 바란다." (16쪽)

책에는 조 PD가 2000년대에 만난 여러 탈북자의 생각과 삶이 담겨 있다. 중국에서 돈을 벌어 북한으로 돌아가려는 탈북자가 있고, 중국에 남아 합법적 체류자로 살아가길 원하는 이도 있다. 또, 중국에서 번 돈을 북에 있는 가족에게 꼬박꼬박 부치면서 교류하는 사람도 있다.

기획 탈북을 주도하는 브로커와 선교사들을 강하게 비판하는 대목도 있다. 북한에 지하 교회를 세운다는 명목으로 후원금을 받았다가 사기죄로 처벌받은 '예랑선교회' 사건의 전말도 자세히 실었다. 조 PD는 기독교와 연관된 탈북자 단체들의 활동이 순수한 선교가 아니라 '사업'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탈북자>(보리)를 펴낸 조천현 PD를 2월 4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책에 나온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2월 4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조천현 PD를 만났다. 작은 사무실에는 그가 20년 넘게 취재하면서 찍은 압록강·두만강 사진들, 취재 수첩, 외장 하드, 카메라, 북한 관련 책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방 전체가 하나의 작은 기록 보관소 같았다.

"탈북 동기는 대부분 '생계'정치 이념만으로 탈북자 문제 해결 못해"

조천현 PD는 1997년부터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대에서 조선족, 탈북자들을 만나 왔다. 그들을 직접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탈북자들과 인연을 맺은 지 20년이 넘었고, 이 분야 전문가로 성장했다. 조 PD는 한국독립PD협회에서 '이달의 독립PD상'을 수상했고 KBS 일요스페셜 '현지 르포 두만강변 사람들', SBS 스페셜 '5년의 기록, 압록강 이천리 사람들'을 연출하는 등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조 PD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탈북 여성 100명을 만나 심층 면담을 진행했다. 그 결과 탈북자 모두가 한국행을 원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사람마다 탈북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다양했고, 원하는 바도 전부 달랐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막연하게 '탈북자는 이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에서 접하는 탈북자 이야기는 천편일률적이다. 한 탈북자의 특수한 상황을 일반화해서 이야기한다. 어느 지역 출신이고 무슨 일을 하던 사람인지에 따라 이야기는 천차만별이다. 직접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더욱 그렇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 북한 전체를 재단하려고 한다."

조 PD는 <탈북자>에서, 중국에 남아 있으려는 탈북자와 북한으로 돌아가려는 탈북자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담으려고 했다. 한국에 오는 탈북자와 다르게 그들은 중국에서 끊임없이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며, 어렵게 하루를 이어 갔다. 한국행을 원하지 않는 이들은 선교 단체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조 PD는 저널리스트로서 실재하는 소수 탈북자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한 가족, 세 명이 세 나라에 각자 떨어져 사는 비극을 소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 씨 작은아들은 한국에 가 있고 큰아들은 북조선 회령에 살고 있다. 김 씨는 중국에 거주하면서 한국에 있는 작은아들과 북조선에 있는 큰아들을 연결해 준다. 양쪽에 사는 자식들이 그저 잘사는 게 김 씨 소망이지만, 온 가족이 함께할 설날은 언제일지 모른다며 아쉬워했다. 양쪽 자식을 만나기 위해서 한쪽을 선택하기 힘들다며, 자신은 중국 귀신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가족은 이번 설 또한 세 나라에 갈라져 보냈다." (75쪽)


▲ 조천현 PD가 압록강변에서 대형 망원렌즈로 찍은 사진들. 뉴스앤조이 이은혜

그도 탈북자들을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탈북자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인터뷰에 응한 탈북자 중 상당수가 '돈 벌어서 고향에 돌아간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조 PD는 이들을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으로 떠난 한국인처럼 해석하면 좋겠다고 했다. "중요한 건 민초의 경제다. 경제가 개선되면 탈북자는 줄어든다. 실제로 최근 압록강·두만강 일대만 봐도 집도 좋아지고 아이들의 옷매무새도 조금 달라졌다. 이들이 오가는 이유를 생계 유지의 시각으로 봐야지, 정치적 눈으로만 보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탈북 선교 외칠수록 북한 자극북한 주민 인권 개선과 더 멀어져"

조천현 PD는 한국의 일부 선교 단체가 한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만 부각해, 탈북자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더디게 만든다고 했다. 다양한 탈북자가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모든 탈북자가 자유를 찾아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조 PD는 이들이 북한·탈북자 선교를 더 강하게 할수록 중국과 북한을 자극하게 되고, 접경지대에 남아 있는 탈북자마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탈북자 대다수가 가진 공통점은 기획 망명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문 조사에서도 한국 NGO나 선교 단체에 대해 탈북자들을 위한 좋은 단체라고 보는 견해도 있었지만, 단체 목적을 위해 탈북자들을 이용한다고 보는 견해도 상당수 있다." (208쪽)

선교 단체가 일부 탈북자를 앞세워 북한을 비판하는 것은 후원금과 연결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 PD는 "선교 단체와 탈북 브로커가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다. 북에서 정치적으로 핍박받아 탈북했고, 극적인 과정을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고 하면 당연히 후원금이 늘지 않겠는가. 그러면서 한국인에게는 또 탈북자에 대한 천편일률적 인식을 심어 주고.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고, 현실은 개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말 그대로 선한 취지로 사역하는 선교 단체도 있다고 했다. 그는 "탈북자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찾아 주고, 개인적으로 만나 신학 교육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다. 이러한 선교사들은 얼굴을 드러내지도, 사역을 외부에 광고하지도 않는다. 후원금을 모으지도 않는다. 북한 주민을 위한 길이 진짜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조천현 PD는 <탈북자>를 통해 다양한 층위의 탈북자가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선교 단체들이 탈북자 이슈를 다루면서 정치 이념을 덧붙일수록 이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북한을 떠나는 많은 이가 생계 문제로 떠나는데, 자꾸 정치적 억압 때문에 탈북하는 것처럼 포장하면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없다는 것이다.

조 PD는 "분단 체제가 지속돼야만 목소리를 내고 후원금을 챙길 수 있는 사람이 많다. 나는 그들을 '분단 평화 팔이'라고 부른다. 정말 북한 주민을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북한 경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대북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부지런히 돈 벌고 모아서 북조선이 개방되면 고향에 들어가 새집도 사고 형제들도 도와야지요. 부모 형제가 있고 자식이 있는 고향 땅으로 돌아가 살랍니다." ['탈북 여성 유정은(가명) 씨와의 인터뷰 중', 109쪽]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2월 12일, 금 12:0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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