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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철학교수의 '5.18 저주' 논란..."김지하 '죽음의 굿판' 떠올랐다"
"5.18왜곡처벌법은 억압" 최진석 교수... 김정호 변호사 "허위사실 유포만 처벌" 반박


▲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나는 5.18을 왜곡한다>라는 제목의 시의 일부. ⓒ 소중한

(서울=오마이뉴스) 소중한 기자 =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나는 5.18을 왜곡한다>는 제목의 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 교수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나는 5.18을 저주하고, 5.18을 모욕한다", "5.18이 전두환을 닮아갈 줄 꿈에도 몰랐다"는 내용의 시를 올렸다.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5.18역사왜곡처벌법'을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법 개정 과정과 해당 조항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최 교수의 시(전문은 기사 맨 하단에 첨부)를 앞다퉈 보도했다. 최 교수는 두 언론사와 한 인터뷰에서 "역사 바로세우기, 비정상의 정상화, 적폐청산 이런 것들은 사실 모두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화가 불가능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매우 폭력적으로 억압하는 행태다. 독재를 닮아가고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5.18에 대한 평가와 논의를 국가가 법으로 막고 통제하고 독점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봤다"며 "이런 태도는 5.18의 핵심 가치였던 자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라고 덧붙였다.

또 "5.18에 대한 평가는 자유로운 토론과 논의 속에 남겨두는 게 성숙한 민주주의다"라며 "누군가 의도적으로 역사를 왜곡한다 해도 이미 그런 왜곡을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의 성숙한 사회가 됐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전남 함평 출신으로 1978년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최 교수는, 지난 5월 언론 인터뷰에서 "5.18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횃불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 빛나는 횃불을 통해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어떤 나라를 건설하고 싶었는지도 집중해야 한다"라며 "5.18민주화운동을 통해 세우려고 했던 그 나라를 세우고 있는지, 이것을 매우 중요한 문제로 다시 생각하는 것이 혁명의 완성인 '지속 혁명'을 이루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개정안엔 어떤 내용이? "실은 '5.18허위사실유포금지법'"

국회는 지난 9일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5.18역사왜곡처벌법'으로 불리는 것인데, 기존 특별법에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된 처벌 조항 등을 추가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만든 이 개정안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대·기권표를 던졌다.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8조(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의 금지)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의 이용
2. 전시물 또는 공연물의 전시·게시
3. 그 밖에 공연히 진행한 토론회, 간담회, 기자회견, 집회, 가두연설 등에서의 발언

② 제1항의 행위가 예술·학문, 연구·학설, 시사사건이나 역사의 진행과정에 관한 보도를 위한 것이거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목적을 위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 김정호 변호사. ⓒ 김정호 변호사 제공

입법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하는 등 해당 법 개정에 참여한 김정호 변호사는 "엄밀히 말하면 '5.18역사왜곡처벌법'이 아닌 '5.18허위사실유포금지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국회와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활동에 참여했으며,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민사 및 형사 소송을 맡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1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법 개정 과정에서 반대 논리를 대부분 수용해 부인·왜곡·비방·날조를 처벌하는 내용을 다 제외했다"라며 "순수하게 허위사실을 유포했을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 법 개정 이후에도 5.18과 관련해 성숙한 민주주의 토론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개정안 초안에 있던 '5.18민주화운동 부인·비방·왜곡·날조 및 허위사실 유포 등의 금지'라는 문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의 금지'로 변경됐고 이 수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 변호사는 "예를 들어 '5.18은 민주화운동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건 '의견'이기 때문에 처벌하지 않는다. '5.18 당시 북한군이 광주에 내려왔다'와 같은 팩트체크가 가능한 영역에서의 허위사실 유포만 처벌한다"라며 "독일의 '홀로코스트부정방지법'은 부인만 해도 처벌한다. 이번 개정안이 반대의견을 억압할 수 있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또 "모든 법에는 부작용과 오남용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 이번 개정안도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처벌 요건에 '공연성'을 넣었다. 쉽게 말해 사적인 대화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위법성 조각사유'를 넣어 보도나 학문의 영역에선 처벌하지 않을 수 있는 조항도 넣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진태 등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과 지만원이 '북한군 침투설'을 이야기했지만, 최근 불기소 처분을 받는 게 현실이다. 피해자 특정이 안 된다는 게 그 이유"라며 "이번 법 개정이 최선의 방법이 아니란 점은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5.18 왜곡이 일상화돼 있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육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지만원과 나란히 선 이종명-김순례.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는 지만원씨가 2019년 2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김진태·이종명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 발표자로 나서 이종명, 김순례 의원 등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남소연

김 변호사는 최 교수의 시와 관련해 "평소 최 교수의 책과 강연으로 많은 성찰의 시간을 가졌던 사람으로서 정말 최 교수의 글이 맞는지 낯설고 당황스럽다"라며 "(최 교수가) '역사왜곡처벌법'이란 이름에서의 선입견 때문에 구체적 법 조항에 대한 검토 없이 일방적 주장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책과 강연을 통해 경계에 서는 것, 확신하지 않는 것을 내공이라고 말해왔다"라며 "이번에 (최 교수가) 쓴 시는 그 동안 강조해왔던 경계의 철학과 내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단선적인 확신과 비난의 언어가 들어간 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91년도 한국사회에 파문을 일으킨, <조선일보>에 실린 김지하 시인의 글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가 떠올랐다"라며 "우리는 철학자나 원로 선배에게 성과와 한계를 되집어주길 바라는데 김지하와 최 교수의 글 모두 (문제 해결의 과정을) 완전히 매도하고 있다. 최 교수의 시를 보며 1991년 김지하의 글을 읽었을 때의 상처가 느껴진다"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의 <나는 5.18을 왜곡한다> 전문

지금
나는
5.18을 저주하고,
5.18을 모욕한다.
1980년 5월 18일에 다시 태어난 적 있는 나는
지금 5.18을 그때 5.18의 슬픈 눈으로
왜곡하고 폄훼한다.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죽기를 원하면서
그들에게 포획된 5.18을 나는 저주한다.
그 잘난 5.18들은 5.18이 아니었다.
나는 속았다.

금남로, 전일빌딩, 전남도청, 카톨릭쎈타,
너릿재의 5.18은 죽었다.
자유의 5.18은 끝났다.
민주의 5.18은 길을 잃었다.
5.18이 전두환을 닮아갈 줄
꿈에도 몰랐다.
나는 속았다.

3.1, 4.19. 6.10,
부마항쟁의 자유로운 님들께
동학교도들의 겸손한 님들께
천안함 형제들의 원한에
미안하다.

자유를 위해 싸우다
자유를 가둔
5.18을 저주한다.
그들만의 5.18을 폄훼한다.
갇힌 5.18을 왜곡한다.

5.18이 법에 갇히다니.
자유의 5.18이
민주의 5.18이
감옥에 갇히다니
그들만의 5.18을 저주한다.
이제 나는 5.18을 떠난다.
5.18이 내게 말한 적이 있다.
죽어라, 그러면 산다.
나는 5.18을 지키러 5.18을 폄훼한다.
그날처럼 피울음 삼키며
나는 죽는다.

5.18아 배불리 먹고
최소 20년은 권세를 누리거라
부귀영화에 빠지거라
기념탑도 세계 최고 높이로 더 크게 세우고
유공자도 더 많이 만들어라
민주고 자유고 다 헛소리가 되었다.
5.18 너만 홀로 더욱 빛나거라.
나는 떠난다.
내 5.18 속에서 나 혼자 살련다.
나는 운다.

5.18역사왜곡처벌법에
21살의 내 5.18은 뺏기기 싫어.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12월 22일, 화 5:4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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