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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윤석열 총장, 이제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윤석열 신드롬과 검찰 정치


▲ 측근들과 재회한 윤석열 총장 8개월 만에 전국 검찰청 순회 간담회를 재개한 윤석열 검찰총장(가운데)이 10월 29일 오후 대전 지역 검사들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전지방검찰청에 도착해 강남일 대전고검장(왼쪽),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인사를 나눈 뒤 건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 '이틀 천하'였다. '윤석열 대망론'을 부추기던 언론들이 '충청 대망론'까지 쏘아 올리며 호들갑을 떨었던 이른바 '윤석열 신드롬' 말이다.

11일 한길리서치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쿠키뉴스 의뢰)가 발단이었다. 윤 총장이 지지율 24.7%로 1위에 올랐다. 1, 2위를 다투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22.2%)와 이재명 경기도지사(18.4%)를 최초로 꺾었다. 윤 총장은 물론 '야권 후보'로 분류됐다. (7~9일 전국 거주 18세 이상 남녀 1022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조사방식으로 진행, 응답률 3.8%,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그러자, 국민의힘이 즉각 반응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윤 총장이 지금 지지도가 높다고 해서 야당 정치인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추미애 장관이 (정치 안 하겠다는) 윤 총장을 자꾸 정치로 밀어 넣고 있다"고 탓했다.
애초 "옷 벗고 정치권에 들어와 싸워라"(김종민 의원)라는 여당의 분위기와 달리 보수야당은 한 마디로 '갈팡질팡'이었다. 검찰개혁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윤석열 옹호'에 나섰던 국민의힘은 복잡한 셈법을 굴리는 중이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자신이 구상 중인 "혁신 플랫폼을 같이 하자"며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헌데, 단 이틀 만에 반전이 일어났다. 13일 한국갤럽(11%)과 CBS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공동 조사(11.1%)에서 윤석열 총장은 3위를 기록했다. '2강 1중'을 형성하던 기존 조사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반토막', '널뛰기', '추락'이란 제목의 언론보도가 잇따르며 한길리서치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한국갤럽 조사 :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KSOI 조사 : 10~11일 1009명 대상,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 응답률 12.7%.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확인하면 된다.)

여론조사 1위의 함정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유‧무선 전화 비율 등 조사 방법의 차이를 지적했다. 한국갤럽의 경우 이전과 같이 조사자가 직접 대선주자를 고르는 방식이었다. 이와 비교해 야권 주자 중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을 뺀 여야 6자 후보 구도였던 한길리서치 조사가 윤 총장에 대한 중도보수층의 쏠림 현상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한길리서치 측은 14일 '쿠키뉴스'를 통해 "선거는 구도가 반영된다. 6자 구도 지지율을 보기 위한 것"이었다며 신뢰성 의혹을 반박했다.

사실 윤 총장의 1위 여부보다 흥미로운 것은 다른 지표다. 안철수, 홍준표 등 보수야권 주자 지지율은 윤 총장을 제외하곤 미미한 수치였고, 이를 합산해도 범여권 주자를 위협할 수준이 되지 못했다.

단 이틀 만에 반전을 끌어낸 '윤석열 신드롬'의 실체가 과장됐고, 기존 '2강 1중' 구도를 확인한 것 외에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신드롬'을 통해 기존 구도를 흔들려는 누군가의 '일장춘몽'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 것도 그래서다.

윤 총장은 자신이 대선주자 여론조사에 처음 포함됐던 올 초만 해도, 대검찰청을 통해 "이름을 빼 달라"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후 대검이 그런 요청을 했다는 언론보도는 지난 8월이 마지막이었다. 12일 MBC도 "검찰과 여론조사기관에 다 확인해 봤는데, 지난 8월 이후 (윤 총장으로부터) 이름을 빼달라는 요청은 더 이상 없었다"고 보도했다.

그 사이 윤 총장의 행보는 그야말로 전대미문이라 할 만했다. 지난달 22일 국정감사 당시 "퇴임 후 사회와 국민께 봉사할 것"이라던 발언은 정치입문 가능성을 생각하게 할 만한 발언이었다. 이후 윤 총장은 느긋하게 전국을 돌며 일선 검사와의 대화 일정을 이어가는 중이다. 정치인으로, 대선주자로 호명되는 여론조사와 언론보도를 즐기는 듯 보일 지경이다. 이게 과연, 윤 총장에게 약일까, 독일까.


▲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차장검사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 위해 연수원 내에서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 두 번째부터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윤 총장, 이문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직무대리. 2020.11.9 ⓒ 연합뉴스

윤석열 신드롬과 검찰정치

정주영, 박찬종, 이인제, 고건, 안철수, 반기문...

'윤석열 신드롬' 직후, 줄줄이 소환된 '올드보이'들의 면면이다. 일부 언론이 '윤석열 신드롬' 을 거론하자, 과거 대선에서 '신드롬'의 주인공이었거나 여론조사 상 돌풍을 일으켰던 인물들이 소환되며 윤 총장과 비교되기 시작했다.

"'제3후보 잔혹사'라고 불릴 만큼 제3의 인물이 끝까지 완주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고, 그나마도 특정 정당에서 강하게 영입 했을 경우에나 대세론이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서로 자기 당 인물이 아니라고 하는 상황이라 앞선 경우들과는 좀 다른 양상입니다." (12일 MBC <뉴스데스크> '정치적 참견 시점')

"여론조사기관은 객관성과 전문성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언론이 중요합니다.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반드시 엄격하게 검증한 다음에 보도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두 기관의 책임입니다." (13일 YTN <뉴스가 있는 저녁> '변상욱의 앵커 리포트')

이중 정주영, 고건, 안철수, 반기문의 예를 든 MBC는 '대선 포기'란 결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변상욱 앵커는 "여론조사라는 게 자칫 이렇게 여론을 엉뚱하게 전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일부 여론을 호도하려는 조사 자체도 문제지만, 이를 제대로 검증하는 언론 보도가 더 중요하고 그 차이를 가려내야 한다는 고언이었다.

'제3후보 잔혹사'의 경우처럼, 대선정국에서 새 인물을 띄우는 언론의 속성은 새로울 것이 없다. 다만 실제 여론과의 차이는 결국 마지막 레이스까지 가 봐야 확인된다. 그 과정에서 종종 여론조사와 언론보도를 이용하려는 세력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윤 총장의 경우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여론조사의 경우, 윤 총장 본인이 강하게 거부하면 그만이다. '윤석열 신드롬'의 정체가 신빙성이 있든 없든, 윤 총장 본인이 선을 그으면 될 일이다. 더 심각한 것은 언론의 보도 행태다.

현직 검찰총장의 장모가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 것도, 아내의 회사가 검찰의 압수수색과 수사 대상에 오르내리는 것도 사상 초유다. 이 자체만으로 '조국 일가족처럼 수사하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해 '표창장 위조' 기소만으로 조 전 장관의 도덕성 운운하며 사퇴를 요구했던 보수야당을 향해 '기준이 왜 이렇게 다른가'란 비판도 나온다.

그럼에도, 윤 총장은 굳건하다. 이 역시 우호적인 언론 덕택이다. 현직 검찰총장의 일가족이 수사를 받아도,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발언을 일삼아도, 그 직후 '대선행보'라 비판받는 '검사와의 대화'를 이어가고 일선 검사들이 소란을 피워도 요지부동이요, 이를 그저 '강 건너 불구경'식으로 중계할 뿐이다.

진영논리는 둘째 치더라도, '윤석열 검찰'의 '살아있는 권력 감시'란 주장에 매몰된 언론도 부지기수다. MB가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고 재수감돼도, 김학의 전 차관이 실형을 받아도 사과 한 마디 없는 '정치검찰'을 비판하지 않는 것 자체가 '검찰정치'를 부추기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급기야, 한 일간지는 "윤 총장의 검찰관에는 시대착오적인 부분이 있다"면서도 "우직하고 안쓰러운. 모두 여의도 정가에서 탐낼 법한 정치적 자산"이라 치켜세웠다. 10일자 <국민일보>의 <사나이 윤석열의 매력>이란 칼럼을 보자.

"개인적으로 윤 총장의 '싸나이 리더십'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정치인 윤석열의 등판 여부는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선거는 공동체의 결핍을 채우는 과정이고, 대통령이 전인격으로 표상하는 덕목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의 요체 같은 거다. 사나이 윤석열의 매력은 지금 우리 사회가 찾아 헤매는 자질인 걸까. 간만에 대선이 기다려진다."

윤 총장을 "(영화) <베테랑> 속 열혈형사"처럼 "예스러운 남자의 매력이 넘친다"며 "'사나이'보다는 '싸나이'가 어울리는, 소신과 의리의 화신"이라 묘사한 이 칼럼이야말로 일부 언론이 부추기는 '윤석열 신드롬'의 요체라 할 수 있다.

안쓰럽게도 지극히 선거공학적인 발상이요, 일부 언론의 '조삼모사'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시각일 뿐이다. 불과 1년 전, 어느 보수언론이 취임 전 윤 총장을 '조폭'에 비유한 사실도 있지 않나(2019년 7월,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 <조직을 사랑한 윤석열, 조폭과 뭐가 다른가>). 1년 동안 달라진 건 '사나이 윤석열'의 정치행보 뿐이다.


▲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의혹 관련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0.11.12 ⓒ 연합뉴스

"이제 검찰은 '정치'는 물론 '정책'에도 개입하고 있다. 조직 수장에 대한 비판 및 MB 부실 수사, 김학의 부실 수사, 라임·옵티머스 부실 수사 등에 대한 비판이 계속 일어나자, 바로 반격한 것이다.

내년 재보궐선거 전까지 실무담당 공무원부터 시작하여 궁극에는 장관까지 관련자를 계속 소환하고 조사내용을 언론에 흘린 후 기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과정에서 문서 폐기 등 몇몇 공무원의 잘못이 드러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수사를 통해 탈원전정책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8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 페이스북 글 중에서)

이렇게, '윤석열 신드롬'을 부추기는 언론들이 먼저 할 일은 윤 총장의 '월성 1호기' 수사가 왜 문제인지, 그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국민들이 알기 쉽게 '따박따박' 분석하는 것 아니었을까.(이에 대해선 김성환 민주당 의원이 윤 총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윤석열 총장이 월성1호기 수사 멈춰야 하는 이유 http://omn.kr/1qhia)에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 있다)

윤석열 총장은 검찰 구성원들 전체를 정치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갈 생각이 아니라면, 결단을 내릴 때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11월 20일, 금 6:3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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