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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박원순 시장, 고소인 의사 확인하고 전보 승인"
[인터뷰] 서울시 전 인사담당 비서관이 밝힌 '2019년 1월 전보 무산'의 전말

(서울=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 = 2018년 11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시장실에서 3년 동안 근무했던 비서(성추행 고소인)를 다른 부서로 보내는 걸 승인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는 지난 7월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하면서 '부서 이동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박 전 시장이 승인하지 않았다'는 고소인 측의 주장과는 배치된다.

<오마이뉴스>는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 인사담당 비서관을 지낸 김아무개 변호사의 경찰 진술조서(7월 말) 및 서면 진술서(9월 중순), 김 변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증언을 확인했다.

김 변호사는 2014년 7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시장실에서 근무했다. 김 변호사의 근무기간은 고소인(이 기사에서는 김 변호사의 진술서 등의 용어를 살려 피해자를 고소인으로 표기한다)의 시장실 근무기간과 완전히 겹친다. 인사를 담당했던 두 명 가운데 한 명이었던 김 변호사는 주로 일반직 공무원 인사를 맡았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9월 24일 오전 김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자신의 실명 공개를 원치는 않았지만, 고소인 측이 주장하는 '문제의 2019년 1월 인사 무산 전말'에 대해 그 일을 추진했던 담당자로서 자세하게 밝혔다.

고소인 측 "박원순 전 시장이 피해자 전보 요청 불승인"


▲ 지난 7월 13일 오후 김재련(오른쪽 두번째)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고소인 측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이렇게 주장했다.

"피해자는 부서 이동을 요청했지만 (박원순) 시장이 이를 승인하지 않는 한 불가능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7월 13일 고소인 지원단체 기자회견)

"박원순 전 시장은 승진을 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원칙을 조직문화 변화를 위해 천명했음에도 불구, 피해자가 원칙에 따라 전보 요청을 한 것에 대해 '그런 걸 누가 만들었냐', '비서실에는 해당사항이 없다'며 피해자의 전보 요청 만류와 불승인." (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공동입장문, 7월 16일)

"피해자는 성고충을 인사담당자에게 언급하기도 했다. (중략) 시장에게 인사이동 관련 직접 허락을 받으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7월 22일 김재련 변호사 기자회견)

여기서 언급되는 '부서를 이동하지 못한' 인사는 여러 정황상 2019년 1월 정기인사로 보인다. 당시 전보 인사가 나지 않은 고소인은 6개월 후인 그해 7월 정기인사 때 승진 후 다른 부서로 발령받아 비서실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고소인 측의 주장에 대해 김 변호사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2019년 1월 전보의 시작 "내가 고소인을 전보시켜야겠다 생각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김 변호사가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에는 2018년 7월경 고소인을 다른 부서로 보내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나온다. 이 시기는 박 전 시장이 3선에 성공한 직후다.

"일반직 공무원이 비서실에 오래 근무하게 되면 일종의 권력과도 같은 것이 형성되어 다른 공무원들에게 '문고리 권력'처럼 비칠 뿐만 아니라, 그 공무원을 통해서 실무부서가 시장님 보고를 무리하게 잡는다든지 하는 청탁 관계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고소인의 경우는 임용 후에 실무부서 경험이 전혀 없어서, 비서실에 계속 있다가는 향후 고소인의 공무원 생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습니다."

이 진술의 의미는, 고소인의 전보 추진은 인사 업무를 담당한 김 변호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진행한 것이지, 고소인의 요청으로 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김 변호사는 진술서에서 "(2018년) 9월경부터 고소인에게 '7급으로 승진하게 되면 타 부서로 인사 이동해야 할 것'이라는 뉘앙스의 얘기를 자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평소 업무는 물론 개인 일정도 구글 스프레드시트와 캘린더에 꼼꼼히 기록해뒀다. 2018년 10월 26일에는 고소인과 신사동 이탈리안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적혀 있다. 김 변호사는 지난 7월말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이 만남에 대해 "고소인에게 '고생이 많다, 힘든 게 없냐'고 묻자 (고소인이) '2019년 상반기에 승진하게 되면 인사과로 전입하고 싶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2018년 11월 2일 1차 보고] '좀 더 생각해보자' 판단 유보한 박 시장


▲ 지난 7월 10일 오전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 사진제공 서울시

기록에 의하면, 김 변호사는 2018년 11월 2일 오후 1시10분경 시장 집무실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고소인과 관련한 첫 번째 인사 보고를 했다.

"8급 직원에 관해 인사보고서를 작성한 건 이례적이라는 주장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 당시 상대적으로 높은 직급인 4급 직원이 2년4개월째 시장실에 파견 근무하고 있었다. 그 분을 타 부서에 전보 요청하는 보고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한 사람에 대해서만 보고서를 쓰면 분량이 너무 얄팍해서 고소인(8급)과 또 다른 5급 승진 예정자를 함께 인사보고서에 포함시킨 것이다. 당시 박 시장은 4·5급 직원의 인사 전보는 오케이 했는데 고소인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경찰 진술 조서에는 당시 상황이 이렇게 기록돼 있다.

"그때 제가 시장님에게 고소인에 대해서는 '시장실에서 오래 근무도 하였고, 7급으로 승진시 전보 조치를 해야 되고, 공직생활 경력에 비춰 실무부서 근무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전출을 시켜야 한다고 보고를 드렸는데, 시장님께서는 '일을 잘 하는 친구니까 좀 더 생각을 해보자'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중략) 일단 시장님께는 '알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나와서 고소인에게 '시장님께는 말씀을 드렸는데 좀 더 생각을 해보자고 하셨는데, 몇 번 더 말씀드리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오성규 비서실장의 "시장님 의중" 발언의 의미

고소인 측은 지난 8월 17일 발표한 공동입장문을 통해 2018년 1차 보고 당시 상황과 관련해 이렇게 주장했다.

"오성규 당시 비서실장은 (고소인 전보) 검토보고서를 박 시장에게 보고했으나, 시장이 피해자에 대한 전보 요청만 불승인했고, 이에 오 실장이 시장실 밖으로 나와 인사담당 직원에게 '시장님 의중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란 말이야'라는 말까지 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1차 보고 당시 오 실장이 있었고, 보고 후 나와서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전혀 다른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날 인사관련 보고가 10건이었는데, 주요 논의사항은 시정고문단과 민간자문관 인사였다. 박 시장은 이 부분에서 '좀 더 뛰어난 분들로 채웠으면 좋겠다'며 내게 많은 질책을 했다. (시장) 방에서 나오면서 오 실장이 그걸 언급하며 한 말이었다. 그러나 내가 고소인에게 인사이동 보고를 드린다고 미리 귀띔해주어서 고소인은 오 실장이 자신에 관한 얘기를 한 것으로 착각한 것 같은데, 지나친 자기중심적 해석으로 보인다."

[2018년 11월 21일 2차 보고, 29일 3차 보고] 박 시장, 3차 보고에서 전보 승인

김 변호사는 고소인 전보와 관련해 박 시장에게 지속적인 보고를 했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2차 보고는 2018년 11월 21일 오전 10시 25분경이었고, 고소인과 수행비서 두 사람의 전보 필요성을 보고했다. 다음은 진술서의 관련 내용이다.

"이 자리에서 시장님은 고소인의 인사 이동과 관련해 '본인이 가고 싶어하느냐? 본인 의사를 확실히 물어보라'고 하셨는데, 진술인(김 변호사)이 '본인도 이동하고 싶어한다'고 대답하자 '다시 한번 물어보라'고 하셔서 재차 판단을 유보하긴 했으나, 그 뉘앙스가 '본인의 의사만 있으면 인사 이동을 시켜주라'는 취지였기 때문에 한 번만 더 보고하면 최종 결재를 받을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습니다."

김 변호사는 박 시장의 거듭된 유보적 입장에 대해 "평소 박원순 서울시장은 어떤 사안이든 숙고하여 신중하게 판단하는 스타일"이라며 "처음에 흔쾌히 결정했던 인사도 수차례 바뀌는 경우가 허다했다"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8일 후인 2018년 11월 29일 오후 5시 10분경 이뤄진 3차 보고에서 김 변호사 확신대로 박 시장의 승인이 떨어졌다고 한다. 진술서 내용이다.

"시장에게 인사현안 관련 보고를 하면서 '고소인을 인사이동 하겠다'고 최종 보고를 드렸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고소인의 인사이동을 승낙하였습니다."

이 보고 직후 김 변호사는 인사과장을 만나 "(고소인에 대한) 전출이 최종 결정되었으니, 인사과로 전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인사과장도 승낙했다고 한다.

2019년 1월 전보의 무산


▲ 김아무개 변호사(전 서울시장실 인사담당 비서관)이 지난 9월 중순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 일부. 지난 2018년 12월 5일 오후 6시20분경 김 변호사와 고소인과의 대화 내용이 나와있다. ⓒ 오마이뉴스

하지만 결국 고소인의 2019년 1월 전보 발령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승진과 관련된 문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고소인은 2019년 2월이 돼야 7급 승진의 최소 근무연한을 채울 수 있는 조건이었다. 이에 승진을 한 뒤 부서 이동을 하려면 2019년 1월이 아닌 7월 정기인사 이후여야 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2018년 12월 3일 승진 대상자 현황을 정리하다가 고소인이 이듬해인 2019년 1월 인사 때 승진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그는 "(고소인이) 1월 인사 예정일로부터 며칠이 더 지나야 승진에 필요한 2년을 다 채울 수 있었다"면서 "그렇다고 한 사람을 승진시켜려고 전체 인사를 2월로 미룰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 변호사 진술서에는 이렇게 나와있다.

"2018년 12월 5일 오후 6시20분경 고소인에게 찾아가 '이번 인사에서 7급으로 승진하지 못하게 되었다. 6개월만 있으면 7급으로 승진하는데, 하지만 지금이라도 인사과로 가고 싶으면 보내주겠다'고 하여 고소인의 의사를 물었습니다. 이에 고소인은 스스로가 '그렇다면 승진을 하고 인사이동을 하겠다'고 하여 유임을 선택하였습니다."

여기까지가 김 변호사가 밝힌 2019년 1월 인사에서 고소인의 전보가 추진됐다가 무산된 전말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전보는 계속 추진됐다.

2019년 2월 고소인이 7급 승진연한을 채웠고, 김 변호사는 그해 5월 9일 사직동 인근에서 고소인과 저녁식사를 하며 인사문제를 다시 논의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처음에 인사과로 가고 싶다던 고소인이 어느 순간 지금 일하는 근무지도 (희망한다고) 얘기했다"면서 "5월 9일 만찬 때도 두 곳 중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물었지만, 고소인은 그때까지도 희망부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2019년 5월 30일 김 변호사가 박 시장에게 고소인의 전보에 대해 보고했고, 이어 7월 정기인사 때 승진과 함께 전보는 이루어졌다. 김 변호사는 "이 모든 과정에서 고소인으로부터 박 시장 관련한 성 고충이나 관련 인사요청을 들은 적이 없다"면서 "고소인이 시장실을 떠난 후에도 남은 직원들과 교류가 잦았던 것으로 아는데, 이런 사건으로 그 이름을 듣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인터뷰 후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는 도중인 9월 30일 <한겨레> 보도를 통해 고소인 측의 새로운 입장이 나왔다. 고소인 측은 "피해자가 2016년 1월 당시 5급 비서관에게 전보 요청을 했고 2016년 11월 인사담당자에게 전보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또한 "2018년 3월 행정보좌관에게 전보 지원을 약속받고, 2018년 10월엔 인사담당 비서관과 전보를 상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전화 통화에서 "2016년 나의 업무는 인사가 아니었다, 인사 담당은 따로 있었고 나는 리스크 관리였다"라며 기사에 언급된 2016년 관련자(5급 비서관 등)는 자신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기사에 언급된 사항 중 나와 관련된 건 '2018년 10월 인사담당 비서관과 전보 상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위에서 서술한 2018년 10월 26일 신사동 이탈리안 식당 저녁식사를 가리킨다. 김 변호사는 "하지만 그 만남의 전후 맥락은 이미 다 설명했다"고 말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10월 08일, 목 8:4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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