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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문 대통령 손글씨 가슴에 단 세월호 경빈 엄마의 한숨
[인터뷰] 청와대 앞 1인시위 300일, 고 임경빈군 모친 전인숙씨 "진상규명만 되면..."


▲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씨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인근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1인 시위 모습. ⓒ 이희훈

(서울=오마이뉴스) 김종훈 기자 =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씨는 지난해 11월 13일부터 정확히 300일 동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광화문 집회로 인해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8월 20일 제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경기도 안산시 고잔역에서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까지 편도로 2시간 거리, 그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개의치 않고 "경빈이 때문에 악착같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런 전씨가 청와대 앞 1인 시위 300일을 맞은 7일 오전 새로운 몸자보를 준비했다. 그의 가슴에 걸린 자보에는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함께하겠습니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인 2015년 4월 16일에 쓴 글이 새겨졌다.

지난해 10월 31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전씨의 아들 임경빈군이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응급처치로 맥박 등 바이털사인(활력 징후)이 돌아왔지만 헬기로 이송되지 못하고 끝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경빈군은 헬기로 20분이면 갈 수 있었던 거리를 4시간 40여 분 동안 함정을 갈아타며 이동하던 중 사망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11월 6일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꾸렸다. 아들의 사망 과정을 영상으로 직접 확인한 경빈엄마 전씨는 그때부터 "'내 아들을 왜 죽였는지 꼭 알고 싶다. 억울하고 분통해서 절대로 용서 못 하겠다"라면서 "살인 지시를 한 자, 지시를 따른 자 모두 살인자다. 대통령의 이름으로 살인자를 찾아내라고 명령 내려 달라"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이어갔다.

검찰 특별수사단은 지난 2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인을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경빈군의 헬기 이송지연 의혹에 대해 "향후 혐의 유무 확정까지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해 구조 지휘 책임과 관련된 부분을 먼저 기소했다"라고 말해 관련 수사가 진행하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7일 경빈엄마 전씨는 청와대 피케팅 300일을 맞아 시민들과 함께 '문재인 정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약속이행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는 경빈엄마 전인숙씨를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문재인 대통령, 원망스럽다"

전씨는 이날 문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지금까지 쓴 글을 프린트해 자보로 만들어 1인 시위를 함께 진행하는 시민들과 함께 몸에 걸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라도 해주면 좋은데 지금까지 아무런 응답도 없다"라면서 "현재 가장 우려되는 바는 차기 정권(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벌써 참사 이후 7년째다. 피해자 가족들은 정말로 먹는 것도 힘들고 그렇다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 이 사인을 더 끌고 가는 건 아니지 않나.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고 나서도 정말로 이렇게 진상규명이 오래 걸릴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검찰 특수단이 만들어졌지만 수사 속도는 가족들의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결국 경빈엄마를 포함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아 "공소시효가 1년도 남지 않았다"면서 대통령 직속 특별수사단 설치와 관련 부처 수사협조 지시 및 국정원 등 수사보장을 요구하며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를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을 진행했다. 21만 6100여 명의 국민이 청원에 동의해 청와대 답변 요건을 갖췄다.

청와대의 답변은 가족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청와대는 지난 6월 1일 "사참위와 특별수사단에서 각각 진상규명을 진행하고 있다"라는 이유로 "대통령 직속으로 수사단을 설치하는 것은 수사의 중립성, 객관성 차원에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경빈엄마 전씨는 "왜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진상규명에 관한 답을 듣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문 대통령에 대한 원망의 마음이 자꾸 쌓이고 있다. 분명히 진상규명을 수없이 약속했는데 너무나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 그게 너무 답답하다"라고 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진상규명만 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 세월호 ⓒ 이희훈

돌아보면 전씨는 청와대 앞에서 별의별 일을 다 겪었다. 지난겨울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와 신도들이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며 문 대통령에 대한 하야 시위를 진행하던 때다. 전씨가 경복궁역에서 내려 노란 옷을 입고 피켓을 든 채 청와대로 걸어 올라가는 길이면 반드시 이들 무리를 지나야 했다.

청와대로 향하는 전씨를 향해 이들은 "자식 팔아서 팔자를 고치려고 한다. 인간 같지 않은 것들이 때만 되면 들고나온다"면서 "그렇게 처먹었으면 됐지 뭔 세월호는 또 세월호야. 자식 팔아서 돈 받아 처먹은 새끼들 얘들아 고맙다. 죽어줘서 고맙다"라는 막말을 쏟아냈다.

심각한 위협을 느낀 전씨는 전광훈 목사 등 신도들이 청와대 앞에서 물러날 때까지 가슴에 보디캠을 달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런 전씨에게 바람이 무엇이냐 물었다. 그는 "진상규명이 돼서 청와대 앞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정말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진상규명이 돼서 조용히 며칠이라도 가만히 있어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들 경빈군을 떠나보낸 후 6년 5개월 동안 자식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기 위해 쉬지 않고 전국을 누볐다.


▲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1인 시위를 참가했던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1인 시위 300일을 맞아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이날 전씨와 함께 청와대 앞에 선 시민들은 13시부터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진상규명을 완수해야 한다"면서 "윤석열 검찰의 무늬만 전면재수사를 대통령이 직접 책임지고, 박지원 국정원장은 세월호 참사 관련 자료를 남김없이 공개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잊지 않겠다"라는 말과 함께 방명록 등을 통해 총 6회에 걸쳐 2015년 4월 16일부터 2016년 4월과 11월, 2017년 4월, 2018년 4월에 "유가족과 국민들 앞에 세월호의 완전한 진실규명을 다짐한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세월호 참사 관련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사회적 참사의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세월호 참사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소시효를 기존 7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특례 조항이 신설됐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세월호 관련 범죄 공소시효가 2021년 4월에서 2024년까지 연장된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9월 11일, 금 5:4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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