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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윤석열 최측근 검사장'의 이름은 그렇게 드러났다
[게릴라칼럼] 검언유착 의혹과 볼드모트, 그리고 한동훈 검사장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 보고하고 있다. ⓒ 남소연

(서울=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 "검언유착과 관련해서 지금 그 검사장이 한동훈 검사장 맞습니까?" (박범계 의원)

"제가 확인을 해드리는 것 보다는 의원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편할 겁니다." (추미애 장관)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여당 의원들만 참석한 지난 18일 법사위원회는 마치 한 검사장을 둘러싼 봉인이 해제되는 자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날 여당 의원들은 '검언 유착'과 '한명숙 사건'에 대한 윤 총장의 무리한 사건 재배당 등을 질타하며, 법무부가 늦장 대응을 한 것 아니냐는 질타를 쏟아냈다. 그러면서 한동훈 검사장의 실명을 공개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이 '야, 누구 만나봐'라고 기자에게 얘기했다는 거고, 그 누구는 다른 검사다. '(한 검사장이) 내가 손을 써 줄 수도 있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이아무개기자가 얘기하고 있다(중략).

그러면, 한동훈 부장은 현재 이런 진행되는 사건에 대해서 자기가 담당하는 사건이 아님에도 영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지 않나. 이 녹취록 만으로. 한 검사장이 수사 일선에 영향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감찰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냐는 의심을 같게 된다." (박주민 의원)

'해리포트의 볼드모트'가, 아니 '윤석열 최측근 검사장'의 이름이 국회 회의록에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추미애 장관은 여당 의원들의 질타에 윤 총장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고, 후속 조치를 약속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을 헤드라인으로 뽑은 언론들조차도 여당 의원들의 발언 속 한동훈 검사장의 이름을 기사화했다. '검언유착' 최초 보도 이후 한동훈 검사장의 이름이 언론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순간이기도 했다.

'윤석열 총장 최측근'에 대한 언론의 관심

시계를 돌려보자. 지난 2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산지검을 방문했다. 언론은 일제히 앞선 1월 법무부 인사 때 부산고검으로 자리를 옮긴 한동훈 차장검사(검사장)와 윤 총장이 악수하는 장면을 대서특필 했다. 4.15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조선일보>는 <부산지검 찾은 윤석열… 시민 200여명 플래카드 환영> 기사에서 "그는 이날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 등을 만났다. 한 차장 등은 지난달 검찰 '대학살' 인사로 부산에 좌천 발령됐다"며 한 검사장에 주목했다.

<윤석열, 좌천 측근 한동훈 검사와 재회…추미애 질문엔?>(KBS), <부산 가서 한동훈 만난 윤석열···최측근들 말없이 고개 숙였다>(<중앙일보>), <윤석열 "검사 애로 듣고자 왔다"…한동훈 차장과 말없이 악수만>(<연합뉴스>)와 같이 윤석열 총장과 한동훈 차장의 만남을 주목한 보도가 잇따랐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2월 13일 오후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한 차장검사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수사 등을 지휘하다 부산고검으로 인사 이동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취임 후 첫 지방검찰청을 격려 방문했다. ⓒ 연합뉴스

그로부터 한 달 반이 지난 3월 31일, MBC가 이른바 채널A의 '검언유착' 사건을 최도 보도했다. MBC는 채널A 기자가 '윤석열 총장 최측근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금융사기죄로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를 회유했고, 그 과정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관계자 관련 비위 제보를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다음날(4월 1일), 채널A 기자가 이 전 대표를 회유하는데 사용한 통화 녹취록 속 검사장은 "나는 그런 대화를 한 적이 없다"며 관련 사실을 일절 부인했다. (관련기사 : '검언유착' 지목 검사장 "나 아니다, 채널A에도 확인했다" 전면 부인 http://omn.kr/1n435).

당시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사장은 "채널A에도 확인했다, 물어봤더니 나 아니라고 하더라", "오히려 내가 이름이 팔린 피해자"라며 의혹 자체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후 '검언유착'의 당사자로 지목된 두 주체 중 채널A는 MBC의 "취재 윤리 위반"을 지적하고 나섰고, '윤 총장 최측근' 검사장은 MBC 기자에게 "법적조치"를 언급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검언유착' 당사자들의 실명을 공개하는 언론사는 극히 드물었다. 보다 못했던 걸까. '피해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직접 나섰다. 녹취록 속 '윤 총장 최측근 검사장'의 이름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해리포터의 볼드모트'와 검언유착

4월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 이사장은 "저는 (신라젠 의혹이) 근거 없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하는데, 채널A 이아무개 기자나 한동훈 검사는 그렇게 안 믿는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에 따르면, 이철 전 대표 역시 2010년 국민참여당 시절 지역위원장을 맡으면서 알게 된 것 뿐이며, 2014년 여름 강연 두 번에 70만 원 정도 받은 게 전부였다는 기존 주장을 재확인했다. 이런 불만을 토로하면서.

"한동훈씨는 차관급 공직자고요. 이○○씨는 채널A에 공적으로 활동하는 기자세요. 저는 지금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적인 활동을 하고, 이철씨는 그냥 민간인이에요. 이 사건 터지고 나서 저하고 이철씨는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신문마다 다 나고 방송마다 얼굴이 다 나오고 이름이 다 나오는데, 그분들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볼드모트예요? 누구나 다 그 이름을 알고 있지만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는 그런 존재인가요? 이런 불공평한 일이 어디 있어요."

검찰의 피의사실공표와 언론 보도는 분명 다른 층위라 할 수 있다. 당시엔 의혹 제기 수준었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피해 당사자인 유 이사장 입장에선 그리 틀린 말도 아니었다. 정작 유착 의혹 당사자들의 익명으로 보도되고, 자신과 이 전 대표만 계속 거론되는 보도들이 잇따르는 상황이 불공평하다 느낄 만 했다.

특히 한 검사장의 경우, '윤 총장과의 만남'이 언론에 대서특필될 만큼 알려진 '공인'이었다. 지난해 12월 방송된 MBC '검찰기자단' 편에서 그의 얼굴과 목소리가 만천하에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MBC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시절 한 검사장과 기자가 나눈 통화 음성을 공개하며 검찰 출입 기자단과 검찰의 밀월 관계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집중 조명했다. MBC가 보도한 한 검사장은 그 중 '언론친화적'인 고위 검사로 손꼽히던 인물이었다.

"여보세요? 네, 기자님. 저 한동훈 차장검사인데요. 말씀드릴 게 있어서. 저희가 헌재 압수수색을 집행하는 거는 ○○○씨가 사용한 이메일만 받은 거예요." (한동훈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

하지만, 이후에도 한 검사장은 '해리포터 속 볼드모트'와 다를 바 없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지난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성명불상의 검사장과 채널A 이아무개 기자, 채널A 기자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이후에도, 검찰이 채널A 본사를 압수수색했을 때도, 채널A가 진상조사보고서를 발표한 이후에도, 한 검사장은 그저 '성명불상 검사장', 'A검사장'일 뿐이었다.

애당초 유 이사장이나 시민사회는 검찰이 유착 당사자로 지목된 두 사람의 휴대전화나 노트북을 빠르게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의혹이 제기된 지 70여 일 만인 지난 11일 이 기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이어 16일 검찰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다.

그러는 사이, 증거가 사라지고 있었다.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녹취가 담겨있던 이 기자의 휴대전화와 개인 노트북 데이터는 이미 삭제된 상태였다. 증거인멸 의혹은 물론 늦장 수사로 인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자연스레 뒤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럴 이유가 있었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부터 여러 차례 감찰이 필요하단 의견을 제시했다. 윤석열 총장은 이를 묵살하고 직접 수사를 지시했다. 감찰의 독립성은 인정하지만 감찰의 개시권은 총장에게 있다는 해석을 윤 총장이 밀어 붙인 결과, 대검의 감찰을 중단시키고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사건을 이첩시킨 것이다.

과연 판사 출신 한 부장이 이끄는 감찰부 대신 '윤석열 총장 최측근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인권감독관실이 공정하게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은 현재도 유효하다. 결과적으로, 국민적 관심이 쏠린 '검언유착' 사건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의 연원이 설명되는 윤 총장의 행보였다. 거기다 대검찰청은 서울중앙지검의 검언유착 수사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고 있다.

아울러 두 달이 넘도록 익명보도 기조를 유지한 언론들은 어떤가? '조국 사태' 당시 전방위적인 검증 보도를 쏟아냈던 다수 언론이, '정의연 사태'에 '올인'하던 일부 언론들이, 결과적으로 검찰의 눈치를 보는 동시에 동업자 정신을 발휘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않을까.

거짓말을 하는 검사는 누구인가

한 검사장은 자신이 채널A 기자에게 이름을 도용당한 "피해자"라며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와 똑같이 의혹을 부인하는 중이다. 심지어 검찰 수사의 '정당성'까지 도마 위에 올렸다. 검찰이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다음날이자 법사위원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17일 공개한 입장문을 통해서다. '검언유착' 사건이 불거진 뒤 한 검사장이 최초로 공식 입장을 내기까지 두 달 반이 걸린 셈이다.

이에 대해 같은 날 임은정 울산지검 부부장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하나 게시했다. 2014년 유병언 사건과 관련해 직접 전국청 단위 업무 연락을 돌려 검사게시판에 올라온 비판글을 단속하던 대검 정책기획과장 시절 한 검사장에 관한 일화였다.

"검사들이 거짓말하는 모습을 우리 모두 종종 보아왔습니다. 참 부끄럽지요. 한동훈 검사장의 <채널A 기자 관련 수사에 대한 입장> 글을 읽으니 2014년 대검 정책기획과의 해명글이 떠올라 만감이 교차하네요. 한 검사장의 말이 진실일지, 거짓일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검사니까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동료로서 바라 마지않습니다."

서울대와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거친 수재이자, 윤 총장 취임 전까지 삼성 바이오로직스 사건, MB 항소심 등을 도맡으며 실력있는 '특수통' 검사로 손꼽혔던 한 검사장. 임 검사가 그런 한 검사장이 '검사니까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미심장한 바람을 전달한 이유는 뭘까?

결국 지금까지 드러난 '검언유착' 사건의 일말은 결국 검찰이 언론을 어떻게 대여론 전에 활용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자, 오랜 관행으로 여겨져 왔던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검찰 총장 최측근'도 예외는 아니라는 방증으로 기록될 공산이 커보인다.

무엇보다, 두 달 반 넘게 이어진 한 검사장에 대한 보도 행태들 자체가 적지 않은 언론이 검찰을 두려워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해리포터의 볼드모트', 아니 '윤석열 총장 최측근 검사장'이 그렇게 세상에 이름을 드러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7월 01일, 수 5:0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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