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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삐라=표현의 자유' 판사에게 유죄 받은 시민의 분노
[인터뷰] '박근혜 비판' 전단 제작-배포로 김태규 판사에게 실형 '둥글이' 박성수씨


▲ 개 사료 들고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찾은 박성수씨. SNS에서 ’둥글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성수씨가 지난 2018년 3월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소환을 앞두고 마지막 가는 길 배나 채우고 가라며 개 사료 한 포대를 들고 이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았다. ⓒ 유성호

(서울=오마이뉴스) 김종훈 기자 = "김태규 판사는 일베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제작하고 배포했다는 이유로 2015년 대구지법에서 김태규 부장판사에게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던 박성수씨가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관련기사 : "박근혜 '존엄'에 맞선 죄, 사형을 선고해 달라" http://omn.kr/fo6m)

박씨는 김 부장판사에 대해 "자기 감성에 맞지 않으면 한 개인의 인권을 유린하고 짓밟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서 "이런 사람이 사법부에 남아서 목소리를 내는 게 너무 화가 난다"라고 성토했다.

앞서 지난 22일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자신의 SNS에 탈북단체의 전단지 살포 행위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므로 법적으로 제한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지금 통일부나 경찰, 심지어 군까지 보이는 태도를 보면 마치 북한을 향해 대북전단을 보내는 행위 자체를 사전에라도 통제할 듯한 태도를 보인다"면서 "이것은 표현의 자유 사전 억제 금지에 정면으로 위반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부장 판사는 2015년 12월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며 박성수씨에게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상식적이고 건전한 문제 제기 없이 음란하고 저속한 사진이나 글, 그림 등을 통해 공직자 개인을 비방하는 데만 치중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벗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박씨는 8개월 동안 대구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박씨는 "전과 10범이 되는 동안 스무 명이 넘는 판사들을 만났지만 박근혜 정권을 비판한다고 해서 그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는 판사는 처음 봤다"면서 "2015년 12월 선고공판을 앞두고 김태규 판사에 보내는 탄원서에 '차라리 사형을 선고해서 박근혜 정권을 비추는 밝은 빛이 되시라'라고 조롱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1심 판결 이후 박씨는 항소했고 2018년 1월 항소심 재판부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가치판단 또는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를 그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씨는 전북 군산에서 '둥글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당시 정부를 비판하며 '개사료' 등을 투척했다가 수 차례에 걸쳐 전과를 얻기도 했다.

아래는 박성수씨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김 판사, 아주 독특한 정신세계 가진 사람"


▲ 지난 2018년 6월 11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에 참석했던 김태규 판사 ⓒ 연합뉴스

- 22일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자신의 SNS에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태규 판사의 말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 판사는 나를 (박근혜 전단을 제작하고 살포했다는 이유로) 2015년 추가 구속까지 시켜가며 8개월 동안 구치소에 보낸 사람이다. 그러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나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2018년 문체부 블랙리스트 조사위원회를 통해서는 박근혜 비판 전단지 제작 및 배포가 '청와대 지시에 의한 무리하고, 불법하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사건'이라는 결정도 통보받았다. 한마디로 김태규 판사는 사법적으로 인권을 유린하는 판결을 내린 사람이다."


- 김태규 판사가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는 뜻인가?

"그렇다. (박근혜) 정권에 블랙리스트에 올라 옥죄고 탄압받은 시민을, 김 판사는 정권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잡아서 감옥에 보냈다. 그런데 지금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보수단체의 만행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라고 하면서 그들의 대변인으로 나서고 있다. 왜 김 판사는 보수적이고 폭력적이며 파시즘적인 행동은 당연시하면서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죄를 주려 했는지 모르겠다. 아주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이다."

2018년 4월 문체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제도개선 위원회'는 박성수씨에게 "정치풍자 전단배포 체포 구속사건에 대한 조사결과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규정했다"라는 결정문을 보냈다.

위원회는 결정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고소가 없는 상태에서 수사기관이 직권으로 인지, 대통령을 풍자·비판한 시민들을 명예훼손으로 기소토록 해 국민들의 정당한 비판여론을 잠재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청와대 지시로 경찰이 위법한 압수수색 집행을 하는 등 전단지 배포자들에게 공권력을 무리하게 적용한 점이 확인됐음을 적시했다"라고 밝혔다.


▲ 어버이연합 앞 1인 시위하는 "둥글이". 인터넷 닉네임 "둥글이"로 알려진 박성수씨가 2016년 4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어버이연합 사무실 앞에서 청와대의 어버이연합 관제데모 지시 의혹 및 1인시위방해 등을 규탄하며 "어버이연합 해체"를 촉구하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이희훈

- 2015년 선고 당시에도 김 판사는 "저속한 사진이나 글, 그림을 통해 공직자를 비방하는 건 표현의 자유에서 벗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재판 과정은 어땠나?

"당시 일부러 골탕 먹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는 시간을 질질 끌며 재판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유효 집행기간이 6개월이었는데, 시간이 다 차니 김 판사는 내가 대검찰청 앞에서 '멍멍' 구호를 외쳤다고 검찰이 추가 기소한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 구속영장을 또다시 발부했다. 이 때문에 1심 선고 때까지 총 8개월을 구치소에 머물렀다."

- 본인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렇다. 최후변론에서 김 판사에게 '여기가 무슨 재판정이 아니라 박근혜 청와대의 국무회의장 같다. 이런 식으로 재판할 거면 처음부터 처형을 하지 왜 시간을 질질 끄냐'라고 조롱했다. 마지막 탄원서에는 '차라리 나를 사형시켜서 박근혜 정권을 비추는 밝은 빛이 되시라'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랬더니 무료 변론했던 변호사님들이 난리가 났다."

-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박근혜 정권과 이명박 정권을 거치는 동안 전과 10범이 됐다. 그 과정에서 1심과 항소를 거치며 스무 명의 판사들을 만났다. 하지만 이렇게 앞뒤 안 가리고 우격다짐으로 나오는 판사는 김태규 판사 이외에 보지 못했다. '박근혜 정권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밟아 죽이려고 준비하는 사람이구나'라고 느꼈다."

- 이후로 김 부장판사를 겨냥해 대법원 앞에서 항의시위를 열기도 했다.
"잘못된 판결이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망칠 수 있다. 나는 8개월간 구치소에서 허송세월을 보냈다. 구치소는 한 여름엔 밤중에도 33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을 정도로 덥다. 정말로 와신상담의 심정으로 버텼다. 그런데 잘못된 판결을 내린 사람은 반성은커녕 앞장서서 보수세력의 수호천사마냥 나서고 있다. 어쨌든 김 판사는 가해 판사다. 이런 사람이 앞장서서 사법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한 보루처럼 행동한다?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그러면서 박씨는 "김태규 판사처럼 자기가 가진 사상과 이념만 옳다 생각해 다른 사람을 짓밟는, 일베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이 사법부에 남아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너무 화가 난다"면서 "김 판사를 규탄할 방법이 1인 시위 말고는 없다는 게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7월 01일, 수 3:4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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