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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우리가 말하는 건 '한명숙 사건' 아닌 '검찰 위법 수사 사건'"
[이영광의 '온에어'] '죄수와 검사Ⅱ(한명숙)' 취재한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 이영광

(서울=오마이뉴스) 이영광 기자 = 최근 <뉴스타파>가 10년 전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관련자인 건설업자 고 한만호씨의 비망록을 최초로 공개하면서 이 사건에 대한 여권의 재조사 목소리 또한 거세지고 있다.

<뉴스타파>는 5월 6일부터 25일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죄수와 검사Ⅱ(한명숙)'란 타이틀을 달고 2010년 6.2 지방선거 2개월 전에 터진 한 전 총리 뇌물 수수 사건을 유무죄 관점이 아닌 검사 수사 문제에 방점을 찍고 보도했다. 이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고 한만호씨의 비망록과 육성 인터뷰 등에는 검찰의 협박과 회유로 인해 거짓으로 진술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26일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죄수와 검사Ⅱ(한명숙)'의 취재를 맡은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를 만나 고 한만호씨 비망록을 입수한 과정 등 취재 뒷이야기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심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 5부작인 '죄수와 검사Ⅱ(한명숙)'가 25일 5부를 끝으로 마무리됐는데, 소회가 궁금합니다.
"일단 생각보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고맙지만 저희가 이번 보도를 통해서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한명숙 전 총리의 유무죄 여부가 아니었어요. 이 사건에서 검찰이 저질렀다고 의심되는 여러 위법적인 어떤 수사 행태를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거든요. 물론 한 전 총리의 유무죄도 중요한 문제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저희가 원래 가리키려고 했던 검찰의 아주 해묵은 위법적인 수사 관행을 좀 더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사건을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대한 보도가 아니고 '검찰의 독직 사건'에 대한 보도라고 명명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요."

- 그럼 유무죄에 관해 정치 쟁점화 될 것이란 건 예상 못 하셨어요?
"어떤 정치적인 후폭풍 이런 것들을 미리 예상하고 보도를 하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알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 보도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곧바로 민주당 원내대표 발언까지 나올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할 줄은 미처 생각을 못 했습니다."

- 예상외의 반응이 나온 건데, 취재기자로서 다소 곤혹스러운 상황이 된 건가요?
"꼭 그렇지는 않고요. 아예 보도가 무관심 속에 사라지는 것보다 당연히 예상치 못한 반응이라도 있는 게 좋은 거죠.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3편까지 보도했을 때 한명숙 전 총리가 무죄인지 유죄인지 이런 반응이 제일 크게 나왔었거든요. 근데 4, 5편 나간 뒤엔 정치권에서도 이 사건을 단숨에 한명숙 사건을 뒤집는 계기로 보기보다는 검찰의 위법적인 수사 관행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단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는 것 같아요."

- '죄수와 검사Ⅱ(한명숙)'은 한만호 비망록을 토대로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취재한 거잖아요. 10년 전 사건이고 대법원 판결까지 났는데, 다시 취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뉴스타파>가 작년에 '죄수와 검사'라는 기획 보도를 했었죠. 그 보도의 주된 내용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죄수와 검사들이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밀실에서 사건을 어떻게 만들어 내고 어떻게 덮고 또 어떻게 변질시키는지에 관한 것이었거든요. 이걸 보도하니까 주변에서 많은 분이 한명숙 전 총리 사건도 죄수가 많이 연관되어 있는 사건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들여다보니까 뇌물을 줬다는 핵심 진술을 한 사람도 죄수였고 그 사람이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은 다음에 그 진술을 탄핵하기 위해서 법정에 소환됐던 사람들도 죄수였던 게 보이는 거죠. 그걸 보면서 '죄수와 검사' 시즌1에서 취재했던 죄수와 검사들의 음습한 거래들이 이 사건에서 또 작동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거죠. 그래서 이 사건을 한 번 깊이 들여다보자고 했죠."

- 본인이 맡은 분야가 아니면 속속들이 알고 있긴 어려울 것 같긴 한데, 10년 전엔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나요.
"말씀하신 것처럼 자세하게 다 알지는 못했어요. 저는 당시에 국제부 이런 데 있었기 때문에 그냥 일반 독자나 시청자처럼 나오는 기사만 봤어요. 처음에는 이게 유죄인지 무죄인지 헷갈리다가 재판 후반부터 검찰이 기자들을 통해 내보낸 여러 가지 유죄를 암시하는 증거나 정황들이 마구 보도가 되기 시작하면서 저도 사실 마음속에서는 한명숙씨가 돈을 받긴 받은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기억 속에 묻어 버렸던 사건이었죠."

- 그럼 주위에서 이 사건에 대해 취재해보라고 했을 때, 의아함도 들었을 것 같아요.
"그런 생각도 사실은 있었죠. 제가 사실 '죄수와 검사' 시즌 1을 하기 전이었다면 이 취재에 착수할 엄두를 못 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죄수와 검사' 1편을 취재하면서 검사들이 죄수들을 이용해서 사건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덮는지를 너무 많이 봤잖아요. 그걸 취재한 입장에서 한 전 총리 사건을 다시 보니까 검사들이 소위 말하는, '기술'을 쓸 수 있는 대목이 너무 많아 보이긴 하더라고요."


▲ <뉴스타파>가 보도한 '검찰의 '삼인성호' 작전..모해위증교사'의 한 장면 ⓒ 뉴스타파

- 처음 어디부터 취재하셨어요?
"처음엔 당연히 사건 당시에 한 전 총리를 변호했던 변호인들과 접촉했고 이분들로부터 사건 기록에 대한 제공 협조를 받았죠. 당장 저희한테는 판결문도 없었으니까. 그런 것부터 받아서 차근차근 읽어보면서 시작했습니다."

- 검찰은 판사들이 비망록을 다 본 거라고 해요. 판사들이 비망록을 다 보고 판결을 내린 거라는 이야긴데요.
"저희 기사를 잘 읽어 보시면 알겠지만, 저희 보도에서도 이게 어떻게 해서 법정에 제출됐는지 그 과정을 모두 설명했어요. 그런데 검찰이 '이건 이미 제출된 것이다'라고 해명을 했으니 사실 그 자체로는 좀 무의미한 해명이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검찰의 취지는 비망록에 대한 판단까지 포함해서 결국 한명숙 전 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하지 않았냐는 거죠.

여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하나는 비망록이 제대로 검토되었던 재판은 1심뿐이었다는 거예요. 왜냐면 1심은 양쪽의 공방이 굉장히 치열하게 이루어진 재판이었고요. 그렇게 해서 내려진 1심의 판단은 무죄였단 말이죠. 그런데 2심 같은 경우에는 결심공판을 포함해 공판을 네 번밖에 안 했어요. 그리고 증인도 두 명밖에 안 불렀어요. 그럼 과연 2심에서도 이 모든 증거를 충분히 검토해서 유죄라는 판단을 내렸느냐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있단 말이죠. 이런 상황을 놓고 봤을 때 검찰이 '재판부는 비망록이라는 증거를 포함해 최종적으로 유죄 판단을 내렸다'라면서 '비망록은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라고 하는 것은 1심 재판과 2심 재판을 뭉뚱그려서 자기들이 원하는 결론만을 말한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 다른 한 가지는 뭐죠?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관해서는 비망록이 충분히 검토됐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제가 처음에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이 아니라 검사의 독직 사건으로 명명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검사의 독직, 즉 검사가 이 사건을 진행하면서 핵심 증인 한만호씨에게 어떤 일들을 했는지의 관점에서 보면 이 기록은 새롭게 평가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죠.

당시 재판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유무죄만을 따지는 재판이었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만 비망록을 판단했겠죠. 하지만 검찰의 위법 수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한명숙 사건을 판단할 때는 중요하게 보지 않았던 부분들이 다른 각도에서 훨씬 더 많이 드러날 수 있다, 라는 면에서는 비망록 보도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비망록을 보고 어떠셨어요?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 사람이 법정에서 진술 뒤집었잖아요. 그러나 법정 진술이 사실인지 검찰 진술이 사실인지는 모르죠. 모르는데 만약에 법정 진술을 거짓으로 한 거라면 굳이 이런 기록을 남겨 둘까요? 예를 들어 내가 거짓말을 했어요. 근데 거짓말하고 돌아와서 그 거짓말이 참말이라는 기록을 몇 백 페이지를 쓸 수 있을까란 생각이요."

- 한만호씨가 사망 소식을 듣고 어땠나요.
"취재기자의 관점에선 한만호씨가 살아있었더라면 좋았겠다고 당연히 생각하죠. 그러나 그보다도 죽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그냥 인간적으로 안타깝더라고요. 이 사람이 사실은 굉장히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요즘 말로 하면 금수저거든요. 재력을 바탕으로 건설사도 운영했던 것이고요. 한만호씨를 만나본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성격이 굉장히 유하다고 할까요. 부드러운 성격이라고 해요.

그런 사람이, 물론 본인의 잘못으로 사업에 실패해서 감옥에 가게 됐지만... 그 이후에 한명숙 사건에 휘말리면서 겪게 된 인생의 풍파와 우여곡절 같은 것들이 비망록을 보면 참 많이 나오거든요. 그런 것들을 보면 이 사람의 개인적인 삶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고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또 어떻게 악화되어 가고... 이런 과정들이 막 보여서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마음이 안 좋았죠. 이 사람은 감옥에 두 번 갔잖아요. 사업 실패 때문에 한 번 가고 위증으로 가고요. 위증으로 가고 나서의 행적도 저희가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마지막까지 재기를 위해서 발버둥을 쳤더라고요. 그러다가 이제 몸이 안 좋아져서 돌아가신 거라서 마음이 아팠어요."

- 한만호 전 대표는 비망록에 한나라당 인사에게 6억 원을 제공했다고 나와요.
"비망록에는 이름이 있어요. 그러나 저희가 보도하지 못한 이유는 한만호씨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잖아요. 그 주장을 저희가 보도했을 때 한만호씨가 적어 놓은 그 이름의 당사자가 받게 될 피해는 회복 불가능한 것이잖아요. 저희가 도저히 기사로 낼 수 없는 내용이죠. 왜냐하면 주장한 당사자는 이미 죽었고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은 반론을 할 상대방도 없고, 어느 쪽 말이 맞는지 검증할 방법도 없죠. 이런 상황에서 저희가 보도함으로써 이 사람에게 낙인만 찍는다면 언론으로선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 5부가 충격적이던데 한은상씨의 증언에 의하면 한만호씨 진술을 거짓으로 만들려고 죄수 2명에게 집체교육을 시켰단 거잖아요.
"한은상씨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말씀하신 대로 사건을 조작한 거죠. 더군다나 그 사건 조작을 검찰청 안에서만 한 게 아니고 법정에 나가서 증언을 하도록 했잖아요. 그럼 이건 명백한 위증교사, 모해위증 교사죠. 다른 사람을 공격하기 위해서 위증을 교사했으니까요. 문제는 '과연 그게 사실이냐'입니다.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충격적이잖아요.

저희는 이 사람의 주장에 모순된 점이 없는지 이 사람의 주장과 객관적 기록이 맞아떨어지는지 이런 부분들을 언론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취재한 뒤에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라는 판단을 하고 보도를 한 것입니다. 어제(5월 25일) 검찰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명자료를 내놨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 해명이 한은상씨가 제기한 의혹을 완전히 씻어내기엔 너무나 부족한 해명이죠. 현재는 두 개 주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서 두 주장 중에 어느 것이 옳은지를 우리가 알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뉴스타파>가 보도한 '검찰의 '삼인성호' 작전..모해위증교사'의 한 장면 ⓒ 뉴스타파

- 보도를 보면 김씨와 통화했는데 세 명이 모인 적 없다고 했죠. 그러나 증거가 있잖아요.
"김씨의 경우 우리가 자신의 출정 기록을 갖고 있는지 한은상씨 출정 기록 가지고 있는지 모르잖아요. 출정 기록이 같이 적혀 있는 게 아니라 두 개를 구해서 날짜를 맞춰봐야 나오는 거잖아요. 김씨 입장에서는 우리가 그 기록을 갖고 있는지를 몰랐겠죠."

- 최씨는 아예 연락이 안 된 건가요?
"마약 사범들은 주거도 불분명한 경우가 많고 정상적인 생활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음부터 행방을 찾기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역시 못 찾았고요. 다만 기록에서 찾은 바는 이 사람이 한만호 사건 이후에 동료 재소자에게 '내가 너의 사건과 관련해서 검찰 구형량을 깎아 줄 테니 나한테 돈을 줘라'라고 제안을 해서 그 사건으로 기소된 기록을 찾았거든요. 저희가 한명숙 사건 때 의심했던 것, 즉 최씨라는 사람이 동료 재소자와 검사를 연결해주는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그 뒤의 행적으로도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거죠."

- 취재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10년 전 사건이라 시간이 많이 지난 점이 있고요. 흔히 이런 취재를 하면 한명숙 총리 측에서 저희를 도와줄 거라고 생각을 하잖아요. 그러나 한 전 총리 측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지도 못했어요. 한 전 총리 측에서도 이 사건을 다시 거론하는 걸 부담스러워하고 잘 나서지 않으려 하고 기록도 잘 안 주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기록을 얻을 때도 정말 여러 번 부탁해서 아주 일부의 기록만 확보할 수 있었고요. 그런 점이 제일 어려웠죠."

- 느낀 점이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사와 기소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검사실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아무도 몰라요. 이곳에서는 반드시 부적절한 일이 일어나요. 검사가 '내가 죄수를 불러서 이렇게 사건을 만들어 내고 하더라도 그걸 누가 알겠어? 절대 들키지 않아'라고 믿으면, 개인적으로 아무리 착하고 훌륭한 검사라도 그런 유혹에 빠지게 되어 있단 말이에요. 저희가 하고 싶었던 건 그 밀실 속에 있는 아주 작고 희미한 빛을 찾는 거죠. 죄수의 증언을 토대로 한 빛인데, 그 빛을 조금이라도 비추려고 했던 거예요. 그러면 다음부터는 이런 일을 검사들이 마음 놓고 못 하지 않을까요?"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6월 06일, 토 10:4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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