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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기고
 
장일순 "이 땅의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느냐"
[무위당 장일순평전 42회] "땅이 죽으면 말이야, 자연이 살수 있어요?"


▲ 무위당 장일순 선생 ⓒ 무위당 사람들

(서울=오마이뉴스) 김삼웅 기자(전 대한매일신보 주필)

우리가 지금 어떤 시기에 당도해 있느냐 하면, 야 이거 이런 식으로 살면 땅이 다 죽지 않는가, 자원이 다 고갈되지 않느냐, 이런 식으로 우리가 살고 있다고 안경쓰신 양반, 땅이 죽으면 말이야, 자연이 살수 있어요? (없습니다.) 사람은? (살 수 없습니다.) 그래, 택도 없지. 택도 없다고.

그러니까 여기 오늘 이렇게 모인 여러분들이 소비자협동운동을 하면서 일체의 삶이 다시 회복이 되자면 땅부터 회복이 되어야겠는데, 이 땅이 회복되게끔 하자면 비록 고달프지만 이러이러한 농사를 지어서 원상회복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항심 때문에, 그렇게 하면서 같이 먹고살고, 살림을 나눠보고, 그런 걸 하자고 해서 우리가 이 자리에 와 계신 걸로 알아요.

서윤복이가 보스톤 마라톤에서 일등을 했을 때야. 그때 백범이 아직 살아계실 때거든. 그때 성균관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초청을 해가지고 이 영감쟁이 말씀을 하는데, "야, 뛰는 걸로 얘기를 하면 사람보다 말이 잘 뛰어." 그렇잖아? 사람이 뛰는 한계 이상 좀 뛰면 이게 제일이다 하는데, 그건 사람동네의 얘기지. 그래서 백범 선생께서 뭐라고 그러셨느냐. 거기에 도취가 되지 말아라 이 말이야.

우리가 진짜 해야 될 것은 이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성실하게 생활을 나누고 서로 아끼고 또 전세계 사람들이 봤을 때도 이 땅의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느냐 하는 그런 일이 우리가 지금 현재 앞으로 해야 할 일이지.

그 뭐 뜀뛰기 가서 일등했다는 거 가지고 길거리 마당에서 애들마다 전부 뛰고 말이지 이럴 수 있느냐. 야, 그 옛날에 백범 선생이 그런 말씀했어요. 우리의 생명운동이라든가 협동운동이라든가 이런 문제가 바로 그런 거다 이 말이야.

그럼 우리가 앞으로 일상생활에서 뭘 제거하고 가야 되는 거냐. 사회적으로 대접받는, 출세하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 말자 이 말이야. 또 손해를 본다, 잇속을 본다, 그런 것 계산하지 말자 이 말이야. 이거 참 말은 쉬워요. 나도 못하는 얘기를, 그렇게 되어야겠다는 거예요.

나도 현재 그렇게는 못해. 예수님이 오면, 와도 교회에 고개를 돌리지 않을 거예요. 교회에 고개를 돌릴 것 같아요? 담이 그렇게 높아가지고 부처님 오시면 말이지, "이게 뭐여, 뭐 이런 것도 있는가!" 그럴 거라구.

원래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는 거를 우리나라의 증산교의 강일순 선생은 '원시반본(原始返本)이라고 해서 맨 시작의 근원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뭐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한마디로 주판을 다시 놓자는, 우리의 생활을 회개하고 잃어버린 '영(靈)'으로 돌아가자는 그런 거지. 그런데 그 속에서 한가지 중요한 것은 기업가들이 생산한 것을 자꾸 소비해주어야만 그 자본주의면 자본주의, 사회주의면 사회주의가 돌아가니까 소비가 미덕이라고 하는지 모르지만, 이젠 그것도 막혔다 이말이야.

왜? 물질을 너무 낭비하면 우리 후손들이 미래에 살 수 없으니까. 그래 가지고는 안되지요. 그러니까 알뜰한 것, 물자에 대해서 알뜰하게 생각하자 이 말이야. 절약하며 생활하자 이 말이야. 그것은 누가 비웃더라도 좋다 이 말이야.
(주석 1)

장일순 "'흙의 문화'의 재생을 위해 누군가가 헌신해야"

장일순이 1980년대 시작한 한살림운동은 다소 느리기는 했으나 성과도 있었다.

여러가지 어려운 제약 속에서, 그것도 전두환 5공 체제에서 하는 민간운동이 쉬울 리 없었다. 거기에다 당시만 해도 공해문제나 자연보호보다 속성재배와 대량생산에 더 관심이 모아질 때이다.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씨와 대담에서 장일순은 말한다.

한살림이 생긴 이후 이름은 다르지만 유사한 움직임이 전국에 135개 정도나 되었다고 해요. 도농직거래든 어떠한 형태든 나름대로 말이지요. 10년 동안 그만큼 커가고 있는 거지요. 비슷한 생각 가진 사람들끼리 자꾸 옆으로 만난다는 것이 중요한 거지.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일을 하게 되면 거기서 잘하는 것은 둘째 치고 밥을 먹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소.

신협도 61년도에 부산에서 처음 생겨 가지고 이젠 전국에 조합원이 200만이 넘었는데, 그러고 보면 법인단체로는 막강한 힘이 된 거지. 앞으로 공해문제라든가 이런 얘기가 계속 나올텐데 그런 얘기가 나오면 나올수록 우리는 앉아서 일할 수 있게 될 테지.

지금은 우리가 외롭고 초라하지만 고삐를 쥐고만 있으면 되겠죠. 이렇게 해야만 살 수 있다 하고 제대로 사는 길을 비춰주면서 말이지. 바로 이게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아주 소중한 거라고 봐요. (주석 1)

사이비학자와 그런 언론인들은 독재정권이나 부패정권을 추종한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 시절 4대강 파괴공사를 '4대강 살리기'라고 억지 쓰고, 오히려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좌파라고 몰아치는 몰염치를 보였다. 5~6공 때도 다르지 않았다. 다시 김종철이 묻고 장일순이 답한다.

- 그런데, 지금 농정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농대 교수들은 말이지요. 그 사람들은 생각이 딴 데 있는 사람들이지만, 유기농업을 반대하고 있거든요. 유기농으로는 소출이 적어지는데, 인구를 다 먹여살릴 수 없을 거라면서요. 오염된 쌀이라도 양만 채우면 된다는 논리인 것 같습니다만.

"그 양반들의 안목은 이른바 현대과학의 논리에 빠져서 물량에 치중하고 있지요. 그래서 땅이 현실적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 생태계가 파괴 되어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계산을 안하고 있어요. 그런데 화학농업을 할 때보다 유기농을 하면 작물 자신은 더 실해지고, 그러니까 나락이면 나락, 야채면 야채의 질이 달라진단 말이죠. 설사 섭취량이 적어진다 하더라도 질적으로 다르단 말씀이야. 또 한 가지는 유기농에는 풍흉에 큰 변화가 없이 늘 일정 수준의 수확이 가능하거든. 그러니까 일정한 기간 동안에 걸쳐 통계를 내면 유기자연농이 화학농에 비해서 훨씬 유리한 것이지요." (주석 2)

- 예. 그건 틀림없지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농토오염이라든지, 토양침식 문제 같은 걸 생각하고, 또 이런 추세가 너무나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는 걸 보면, 맥이 다 빠지고 비관적으로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난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내일 지구가 망한다 해도 오늘 나는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한 사람이 있었지 않아요? 어차피 사람은 자기 나름의 사는 즐거움이 있고, 보람이 있어야 하니까. 그러면 내일 망한다 해도 그냥 밀고 가야 된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요. 또 한 가지는, 그렇게 하면 소망이 있다고 믿어요."
(주석 3)

"내일 지구가 망한다 해도 오늘 나는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사람이 장일순이었다.

최소 비용으로 최다 이익을 내겠다는 자본주의 가치보다, 당대와 후손들의 삶의 터전인 땅을 살리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방향)을 개척한 것이다.

장일순의 다음의 발언이 그 의미를 돋보이게 한다.

아마도 한살림운동이 현재 벌이고 있는 농산물직거래와 같은 활동은 어떤 사람들의 시각에서 볼 때, 이 공해세상에서 자기들만이라도 살아남아 보고자 하는 지구적인 소시민운동쯤으로 보일지 모른다. 혹은, 이 운동이 급속도로 와해되어가고 있는 농촌에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하는 사람이 살 수 있고, 그래서 마침내 살아있는 땅과 마을을 새로운 형태로 돌이키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필사적인 노력의 하나라는 점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런 노력이 무슨 현실적인 효과가 있겠느냐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스로의 생존의 바탕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것을 '진보'라고 여기는 이 어리석음과 무책임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배적인 습관과 타성을 거부하고 사람살이의 올바른 방식으로 '흙의 문화'의 재생을 위해 누군가가 헌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주석 4)

주석
1> 「한살림운동과 공생의 논리」,『녹색평론』, 1992년 11~12월호.
2> 앞과 같음.
3> 앞과 같음.
4> 앞과 같음.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6월 06일, 토 6:1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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