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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이용수-윤미향 논란은 꼭 '흑백논리'여야만 하나
[주장] '보살펴야 할 피해자' 프레임을 뛰어 넘으려면


▲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오후 대구시 남구 한 찻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서울=오마이뉴스) 클레어 함 기자 = 지난 7일 이용수 선생님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전 이사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던 기자회견은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그것을 멀리서 지켜본 해외동포인 나도 만감이 교차하고 심란하다. 그간 주된 논의는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하냐는 흑백논리 위주였다.

특히 재정운영의 투명성 같은 합당한 문제제기 이외에도, 지난 30년간 윤미향 전 이사장 및 정의연과 인간적 갈등관계에 있었던 이들에 대한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와 일부 음해성 제보로 함께 오랜 시간 운동을 해왔던 이들이 서로에게 씻지 못할 가슴의 생채기를 내고 있다.

아울러 일전에는 '종북 문재인을 위한 거짓말쟁이 할머니'라고 부르며 이용수 선생님을 비난하더니 갑자기 "이용수가 큰 일 했다"며 악용하는 극우언론과 정치세력의 추태도 만연하다. 위안부 이슈는 '한국의 좌파 및 민족주의자들의 정치적 도구'였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친일세력 및 일본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국제정치 전문가의 평가도 들린다.

안팎의 언론의 과도한 관심과 무관하게, 정의연 전 이사장 윤미향 당선자의 그간 활동을 꾸준히 지켜본 이들은 사실 이런 문제제기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이미 2012년 12월, 윤미향씨는 자신의 페북에 "늘 이렇게 '나는 정대협이 모금한 돈 받은 적 없다' 하시는 할머니들이 가끔 나타나시기에 우리는 그 영수증조차도 처리하지 못하고 모두 보관하고 있다"며 "누렇게 변질된 영수증들, 그 더미와 어제 오늘 살았더니 머리는 깨질듯이 아프고, 신경을 썼더니 죽겠다. 이럴 때 소진되어버린 나의 기운을 어떻게 재충전하면 좋겠소?"라고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 윤미향 정의연 전 대표 페북글. 윤미향 정의연 전 대표가 2012년 12월 적은 글, 글 속에는 그의 고충이 드러나 있다. ⓒ 클레어 함

윤미향씨는 주말에 전국으로 다니며 강의를 하고 번 돈을 정의연에 기부했다고 할 만큼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주먹구구식 재정 관리가 다수 매체에 의해 지적되었고, 고의적인 누락이 있는지 여부는 법의 잣대로 넘어갔다.

성마른 한국사회에서 그간 신뢰받던 한 시민사회단체의 외부감사 결과를 차분히 기다려줄 아량은 없어 보인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인용되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때(beyond reasonable doubt)'까지 인정되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한국사회에서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위안부' 생존자들은 피해자이자 다양한 욕망 지닌 사회 구성원

개인적으로 제일 안타까운 점은 이 모든 사건이 '피해자의 문제제기'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6년간 한국의 다양한 이슈의 피해자들과 연대해온 내게 많은 고민을 던져주었고,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을 보니 솔직하게 소통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이런 주제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윤미향 전 이사장과 정의연은 '피해자중심주의'로 활동했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그들의 오랜 인내와 경험을 배우고 싶긴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피해자를 대하는 활동가 및 시민들의 태도는 바람직한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최근 이 주제에 대한 내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어느 이슈의 피해자 한 분은 이런 생각을 내게 공유해주셨다.

"저의 관점은 피해자는 피해를 당한 장본인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피해자 인권 존중이라는 단어조차 생경한 대한민국에서 피해자 권리 찾기는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피해자들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입장과 피해자들을 절대선의 기준으로 떠받드는 입장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결국 같은 시선입니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 기지촌 여성, 탈북 여성 등 여성서사에 대해 연구하는 이지은 문학평론가는 '지속되어야 할 '위안부' 운동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5월 13일자 기고(http://ildaro.com/8728)를 통해 아래와 같은 흥미로운 문제제기를 했다.

"여기엔 전형적으로 상상되는 '위안부 피해자 상' 또한 작동하고 있다. 정의연이 할머니의 생각을 '대변'한다고 여긴다는 것은 피해자의 뜻이 하나로 모아지고 대표될 수 있다는 전제가 선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전제는 운동의 활기를 빼앗아 갈 뿐 아니라, 피해생존자에게도 억압적으로 작용한다.

'위안부' 생존자는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욕망을 지닌 시민 사회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된 '위안부' 생존자의 정체성은 사람들이 쉽게 상상하는 '전형적인 피해자상'과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경우에 따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보다 개인의 삶이 더 중요할 수도 있으며, 운동에 참가한다고 하더라도 활동가 단체와 뜻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일본군' 위안부 운동이 '당사자'에게만 귀속되지 않는, 우리 모두의 세계를 위한 것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보여줄 주체는 정의연만이 아니라 군사주의와 젠더 폭력에 저항하는 우리 모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에만 머무는 건 이분들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인권운동가라는 타이틀을 사용할 만큼 열정적으로 활동하신 분들이 문제제기를 했을 때 활동가들과 시민사회는 수평적인 관계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이견이 있으면 의견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심리학에서도 피해자를 과하게 떠받드는 것은 그들을 건설적인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유아로 낮춰보는 태도로 분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민주진영 분위기로는 이런 다른 생각을 표현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가 2016년 1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 발족 기자회견에 참석해 전국행동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이용수 선생님의 현실적인 대안 제시를 기대한다

얼마 전 이용수 선생님은 윤미향 전 이사장과 상봉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윤 전 이사장은 선생님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고 한다. 이용수 선생님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기자회견에 윤미향 전 이사장을 초청했다고도 한다.

단지 해외에서 몇 번의 집회와 온라인 청원운동만 했던 연대시민이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은 일본의 공식사과와 법적 책임 인정이라는 그간의 정의연(정대협) 운동의 기조에 공감하기에, 이런 방향으로 운동해 오셨던 이용수 선생님의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다.

언론 인터뷰에서 정의연 해체를 언급하셨는데 과연 이후에도 일본군 위안부 진상규명 운동의 새 판이 가능할지, 그간 수요집회가 위안부 운동의 동력역할을 해왔는데 수요집회 없이도 이 문제가 꾸준히 관심을 받을지, 일본의 집권세력이 과거사 인정을 하지 않고 공교육에서 가르치지도 않는데 한일 양국 학생들의 교류만으로도 올바른 역사교육이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하다.

아울러 2012년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문제 해결을 하려 하셨던 적이 있었는데, 윤미향 전 이사장의 국회진출도 같은 취지와 노력으로 봐주실 수는 없는 것인지 여쭤보고 싶다. 물론 과연 이런 발언들이 정말 선생님이 직접 하신 것인지, 언론들의 장난질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이용수 선생님을 개인적으로는 모르지만 그동안 엄청난 활약을 하셨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다. 특히 2007년 위안부 결의안 및 2015년 샌프란시스코 시의회 기림비 결의안 통과, 홀로코스트 생존자와의 연대 등에서 선생님의 공로가 크다고 들었다. 그래서 더욱이 이 분이 위안부 운동의 역사에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시도록 도와드리는 게 이 분의 명예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25일 기자회견을 기다린다. 이용수 선생님이 언급하신 대로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려면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어르신으로서 모두를 위한 좀 더 구체적인 위안부 운동의 방향과 계획에 대한 의견을 해주셨으면 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이용수 선생님을 '보살펴야 할 고령의 피해자'에 머물지 않고 '여성인권 운동가'로 여긴다면, 이 위안부 운동의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논쟁의 장의 한 주체로서 역할을 하시도록 주위 사람들이 조력하는 게 맞다고 본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5월 30일, 토 2:1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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