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Weekly of Florida   로그인  등록하기

 현재시간: (EST) 2020년 6월 06일, 토 8:52 pm
[한국] 사회/경제
 
'대구 확진자' 환영한 광주시민들, 그들이 진짜 우려한 것
[주장] 광주 시민들은 '주먹밥 정신'을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서울=오마이뉴스) 서부원 기자 = "자기 동네에서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데 굳이 우리가 나서서 받을 이유가 있을까? 더구나 환자를 옮기는 데만 3시간도 더 걸리는 이곳 광주에서."

경상북도가 경산시에 위치한 경북장학회 경북학숙 건물을 코로나19 경증 확진자들의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했다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소식을 접한 지인이 어이없다는 표정과 함께 내뱉은 말이다. 경산은 최근 확진자들이 급증하고 있어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추가된 곳이다.

대구와 경북은 확진자 수에 비해 병상 수가 턱없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북학숙 입구에 반대 현수막이 내걸릴 만큼 주민들의 저항이 워낙 완강한 데다 시간도 촉박해, 결국 확진자들을 다른 지역의 시설로 옮기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소식이 전해진 날, 해당 지역 확진자들이 수용될 광주의 빛고을 전남대학교 병원 입구에는 인근 주민들의 환영 현수막이 내걸렸다.

경산 주민들은 죄가 없다


▲ 경북학숙 입구에 인근 주민들이 "생활치료센터" 반대 글을 붙여놓았다. ⓒ 조정훈

지난 1일,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대구를 돕기 위해 의향 광주가 나서겠다'는 내용의 특별담화문을 발표했을 때, 시민들은 하나같이 당연한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도리어 때늦은 조치였다면서, 지방정부의 늑장 대응이라며 질타하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시장이 이 와중에 전국적 인지도를 높이려 한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지금까지 만난 시민 중 특별담화문 내용에 반감을 드러낸 경우는 한 명도 없었다. 인터넷에서야 '일베' 식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지만, 혀를 끌끌 차며 새삼스럽지 않다는 반응이다. 병상이 부족해 잠시 옮겨온 것일 뿐인데, 이렇듯 당연한 일을 두고 무슨 칭찬거리라도 되는 양 언론에서 호들갑 떠는 게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게 어디 지역 주민들을 탓할 일인가. 얼마나 불안하면 욕먹을 게 빤한데도 막아섰겠는가. 방역에 전혀 신뢰를 주지 못한 지방정부의 책임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더욱이 주민 대부분이 60이 넘은 어르신들이라는데."

전형적인 님비(NIMBY) 현상이라며, 경산의 주민들을 나무라던 지인의 말이 순식간에 무색해졌다. 이곳 광주라고 감염병에 대한 불안감이 왜 없을까마는, 적어도 지방정부와 생활치료센터의 담당 의료진들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있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만약 대구와 경북처럼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면, 그들과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였을 거라고 덧붙였다.

경산 주민들을 탓하기 전에, 우선 불안에 떨고 있는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만난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광주 시민들에게선 감염병보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고립감을 훨씬 더 두려워한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게 된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었던 세대가 대구와 경북 주민을 위한 지원과 봉사에 발 벗고 나서는 이유다.

이 시장의 특별담화문에도 5.18 기념재단 등 5.18 관련 단체의 이름이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2월 20일 전국에서 가장 먼저 마스크 2만 장을 보냈고, 곧이어 광주 지역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의료지원단을 꾸려 대구로 달려갔다.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발표한 시장의 특별담화문이 도리어 '뒷북'이었던 셈이다.

특별담화문에서도 언급한 '달빛 동맹'이라는 이름조차 너무 작위적이라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는 게 마뜩잖다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참고로 '달빛 동맹'이란 '달구벌' 대구와 '빛고을' 광주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2009년 첨단의료단지 유치를 두고 두 지방정부 간의 소모적인 경쟁과 갈등을 멈추자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사실 대구는 5.18 광주와 더불어 명실공히 대한민국 민주화의 성지이기도 하다. 1960년 2월 28일, 대구에서 시작된 청년 학생들의 의거는 4.19 혁명으로 이어져 이승만 자유당 정권을 무너뜨린 도화선이 되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효시라고 할 대구 2.28 민주화운동은 2019년 문재인 정부에 의해 국가 지정 공식 기념일로 지정되었다.

지난해부터 광주에서는 228번 시내버스가, 대구에서는 518번 시내버스가 각각 운행되고 있다. 5.18을 잊을 수 없는 광주 시민들이 대구에서 일어난 2.28을 기억하고, 2.28의 도시 대구의 시민들은 5.18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함께 시작된 것이다. 몇 해 전 '88 고속국도'로 불렸던 광주-대구 고속국도가 확장 개통되면서 두 도시는 더욱 가까워졌다.

중국 우한 교민들이 전세기 편으로 국내로 들어와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에 임시 수용되었을 때를 떠올려 보라는 이도 있었다. '왜 하필 우리 동네냐'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정부에 대한 신뢰만 확보되면 눈 녹듯 녹게 될 것이니, 경산 주민들을 향한 손가락질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와중에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건 '기레기'와 정치인들로 족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들을 보듬어 안을 의무가 있다


▲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의 기자회견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 유성호

신천지 신자들에 대한 여론의 뭇매도 잠시 미루는 게 바람직하다는 반응이 의외로 많았다. 종교학자들과 탈퇴자들에 의해 교주와 측근들의 치부가 숱하게 드러나며 신천지에 대한 검찰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생뚱맞은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거액을 기부하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향후 법적인 책임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은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미 신천지는 끝장났다'고 단언한 한 지인은 교주와 측근에 대한 고발이 자칫 신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것인 양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30만 명에 육박한다는 그들을 집단으로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건강한 젊은이라면 감염이 돼도 일반적인 감기 정도로 지나간다고 하잖아요. 신천지 신자 중엔 20~30대가 태반이라는데, 지금 이런 분위기에서 그들이 과연 사회적 낙인을 각오하고 커밍아웃을 하겠어요? 솔직히 나라도 무서워서 못할 것 같아요."

가톨릭 신자라고 밝힌 그는 대구와 경북의 확진자들뿐만 아니라,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잔뜩 움츠린 그들에게도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디까지나 수습이 급선무라며, 이들에게도 '햇볕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이단'은 마음에 든 병이라면서, 특정 종교를 떠나 진정한 신앙인이라면 그들을 낙인찍기보다 보듬어 안을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의심스럽지만, 신천지 12개 지파 중에 이곳 광주의 베드로지파의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한다. 전국에서 신자 수가 가장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다른 지역에 견줘 광주에서 신천지로 인한 지역 감염이 크게 확산되지 않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테다. 현재 광주의 신천지 관련 감염자는 3명이며, 지방정부는 등록된 신자 전원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일부에선 중국에 눈치를 본다거나 마스크 공급의 혼선 등을 이유로 정부를 탓하지만, 광주 시민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신천지에 있다고 이구동성 말한다. 기본적인 시민의식조차 의심스럽다며, 신천지 신자들의 무책임과 몰상식한 행태를 성토하고 있다. 누구 말마따나 신천지가 불 지르고 달아나면, 공무원들과 의료인들이 죽을힘을 다해 뒤쫓는 형국이라는 거다.

그러나 내심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신천지 신자에 대한 집단 혐오는 감염병 확산이 잦아든 이후에도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중국인을 넘어 동양인에 대한 무차별적 혐오로 비화되는 상황에서,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곳 광주 시민들은 병상이 허락된다면 타 지역의 확진자들을 기꺼이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지난 7일, 빛고을 전남대학교 병원 앞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환영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확진자들을 태운 응급차량을 두 시간 넘게 기다렸다. 그들이 잘 치료 받고 건강하게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피켓까지 제작해 들고 서 있었다고 한다.

광주 시민들은 '주먹밥 정신'을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 7일 오후 광주 남구 빛고을전남대병원에서 대구에서 온 코로나19 확진자를 환영하는 현수막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여전히 감염병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지금, 정작 이곳 광주 시민들의 우려는 타 지역에서 오는 확진자나 신천지에 있지 않은 것 같다.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것도 견딜 만하다면서, '멀쩡한 사람들'을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당장 지방정부에는 학원 휴원 문제가, 중앙정부에는 직격탄을 맞은 지역의 소상공인의 생계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만난 사람들마다 버젓이 학원 영업을 하는 마당에 학교 휴업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자칫 학원이 '제2의 신천지'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시교육청 차원에서 학원장 간담회를 여는 등 휴원을 촉구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큰 소득은 없다. 그들은 학부모들이 휴원에 반대한다고 눙치지만, 기실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강제할 권한이 없는 시교육청의 대응은 그저 '권고'에서 '강력 권고'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들의 생계를 보전해주지 않는 이상 뾰족한 수가 없는 셈이다. 우려스러운 학원 영업도 결국 지역의 소상공인 생계 대책과 관련되어 있어, 중앙정부가 나서야 해결될 문제다. 마스크보다 백배 더 중요하다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실질적 조건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광주 시교육청의 경우, 지역 소상공인들의 생계를 위해 직원들이 인근 음식점을 이용하도록 '급식 쉬는 날'을 계획하고 있다. 또 졸업식과 입학식이 취소된 상황에서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해 '꽃 선물하기' 캠페인을 벌이는 중이다. 교사들도 맞춤형 복지점수를 지역의 전통시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 상품권' 구입 등으로 동참하고 있다.

요컨대 대상이 중국인이든 신천지든 배제와 낙인의 방식으로는 감염병의 확산을 결코 막을 수 없다. 측은지심을 바탕으로 한 연대와 나눔의 정신이야말로 위기 극복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5.18의 상징인 주먹밥이 의미하는 바가 곧 연대와 나눔이다. 지금 이곳 광주 시민들은 그저 '주먹밥 정신'을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3월 15일, 일 9:11 pm
평가: 0.00/5.00 [0]

답글이 없습니다.

   

   
   
www.okja.org
www.sharingkorea.net
www.ksm.or.kr
www.smiledentalfl.com
www.koreahouseorlando.com
www.koramtour.net
www.minsolaw.com
www.easybeautysalon.com/
www.umiwinterpark.com
www.metrocitybank.com/
www.RegalRealtyOrlando.com
www.ohmynews.com
www.newsm.com
www.newsnjoy.or.kr
www.protest2002.org
www.biblekorea.org
dabia.net/xe
www.saegilchurch.net
get FireFox
www.korean.go.kr/front/foreignSpell/foreignSpellList.do?mn_id=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