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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생활 에세이
 
코로나와 신천지, 안 보이던 '연결고리'를 드러내다
[청담준론]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서울=오마이뉴스) 한승혜 기자 = "감사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던 지인에게 주말 잘 보내라는 인사를 건네자 저런 대답이 돌아왔다. 민망함과 당혹스러움에 웃음이 나왔다. 월요일을 주말로 착각할 만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된 지 어언 2주,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매일같이 집안에서 돌보다 보니 어느덧 날짜 감각마저 상실해 버리고 말았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과 하루종일 붙어 지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삼시 세끼 식사와 간식을 준비하여 먹이고, 쫓아다니며 뒤치다꺼리를 하다 보면 하루가 그대로 사라져 버린다. 아이도 어른도 그저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지치고 만다.

요즘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 갈 수도 없고 거의 집안에만 갇혀 있다시피 한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매일이 똑같다 보니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다.

눈에 보이지 않던 연결고리


▲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비교적 한산하다. ⓒ 연합뉴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힘들다고 말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주변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사진 촬영 일을 하는 지인은 3월 한 달의 예약이 거의 취소되었다고 한다. 친구 한 명은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공연을 취소해야 했다. 학원이나 공부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눈물을 머금고 문을 닫았다. 강연을 업으로 삼는 누군가는 한 달간 수입이 하나도 없을 지경에 처했다. 월초 예정되었던 결혼식을 무기한 연기한 사람도 있다.

평소에 북적거리던 식당들 역시 대부분 파리만 날리고 있다. 여느 때였다면 가장 사람이 많을 시간대인 주말 저녁의 마트가 놀라울 정도로 한산하다. 백화점이나 극장 또한 텅텅 비었다. 재택근무를 하는 부모들은 업무와 육아 양쪽으로 치이며 눈을 질끈 감는다. 모두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한치 앞을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을 제외한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그야말로 사회적으로 고립된 시기를 보내는 요즘, 고립의 정도가 강해질수록 나는 사람들이 그간 서로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역으로 깨닫는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공개되는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하고 그것이 생활반경과 얼마나 가까운지의 여부에 따라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기도, 혹은 크게 안도하기도 하는 경험을 하며, 그저 스쳐 지나는 줄로만 알았던,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던 '타인'이 실은 나에게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나의 일상을 완전히 뒤흔들 수도 있음을 새롭게 깨우친다. 눈에 보이지 않았던 연결고리를 역시나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그 어느 때보다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놀랍게도 이번 사태의 주된 원흉으로 꼽히는 '신천지 문제' 역시 사실은 이 연결고리 안에 속한다. 많은 이들이 신천지 신도를 '악의 씨앗'처럼 이야기하며 원망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 역시 아이들과 투닥거리다 지칠 때면, 오래 계획했던 휴가가 취소되어 실망감이 들 때면, 하루에도 몇 번씩 "만약 신천지라는 단체가 없었더라면....." 하는 부질없는 상상을 해보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오늘의 모든 문제는 딱히 신천지'만'이 원인이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물론 그들이 감염 가능성을 부인하고 수많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노출하여 국가적인 재난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특히 31번 확진자의 경우 감염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났던 초반부에 진단을 거부했다는 점, 이후 활발한 이동으로 바이러스를 전국에 전파시켰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신천지 특유의 폐쇄적인 교리와 공격적인 포교 방식에 따라 감염 가능성이 높은 신도들이 자신들의 신분을 감추었고, 그로 인해 공동체 전체를 위험에 빠트렸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연대'가 중요한 이유


▲ 편히 쉬다가 가세요" 지난 1월 31일 우한 교민 응원하고 있던 아산 시민 ⓒ 이희훈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그들 개개인의 문제를 살피다 보면, 그러니까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를 생각하다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신천지 신도로 밝혀진 확진자들 중엔 가난한 노인들, 혹은 달리 기댈 곳이 없는 젊은 청년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인에게 얼마 하지 않았을 검사비가 그들에게는 한 주의 생활비에 해당하는 큰 돈이었을 수도 있다. 또한 도저히 격리 조치에 놓일 수 없는, 열이 펄펄 끓고 몸이 아픈 와중에도 쉬지 않고 이동하며 일을 해야만 했던 절박한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특정일까지 반드시 할당량을 채워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막대한 벌금을 물게 된다든지 등의 피치 못할 사정이.

딱히 신천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 까닭은 그래서다. 신천지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환경을 가진 집단이라면 언제든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을 확률이 크다. JMS 신도로 밝혀진 천안 줌바댄스 강사를 위주로 확진자가 늘어났던 것, 위생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환자를 방치하다시피 했던 청도의 정신병원을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된 것 모두 마찬가지이다. 전부 우리 사회의 불안하고 약한 부분들이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는 알고 보면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이 마치 인체의 혈관처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연결고리를 통해 우리는 31번 확진자와 나 사이의 거리가 생각만큼 그리 멀지 않다는 사실을, 평소였다면 그저 지나치고 말았을 '빈곤하고 연약해 보이는 타인'이 돌고 돌아 결국 나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생길 수 있는 중요한 인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는 훗날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우리가 이번의 경험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새로운 바이러스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며, 약점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 없이는 금번 코로나 사태와 같은 일이 매번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발목의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무릎이 아파지고, 아픈 무릎을 방치하면 어느덧 허리에 무리가 오고, 그것이 어깨에까지, 나중에는 목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약한 곳 또한 제대로 보살피고 치료하지 않으면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날이 오게 된다.

많은 이들이 각자도생을 이야기하는 요즘과 같은 때일수록 타인에 대한 연대와 보살핌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지구라는 거대한 공동체 내에서는 '각자' 도생하는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신체가 머리-몸-팔-다리 따로 놀 수 없듯이, 우리 역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번의 코로나 사태는 우리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균열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일어난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명확히 보여준 사례였다. 우리는 정의롭고 선량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행복과 안위를 위해서 타인과 연대해야 한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3월 15일, 일 6:1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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