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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스페셜리포트
 
'보도되지 않은' 사건 기록했다가 감옥 간 기자들
[정연주의 한국언론 묵시록 ⑨] 넓어진 언론자유의 공간이 폐허가 되다


▲ 동아일보 기자 23명이 1975.3 동아일보사 2층 공무국에서 단식중 찍은 사진. 앞줄 가운데 구부린 자세로 검은 안경을 쓴 서른살의 정연주. 그 왼쪽에 서있는 이가 고 성유보 선생. ⓒ 정연주

(서울=오마이뉴스) 정연주 기자(전 KBS 사장) = KBS 사장에서 해임되자마자 바로 검찰에 체포되어 검찰청으로 끌려 오니, 30년 전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박정희의 유신독재가 온갖 반민주적 행태를 보이면서 스스로 종말을 향해 깊은 수렁으로 들어갈 무렵인 1978년 11월, 나는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되어 오랏줄에 묶인 채 검찰청에 끌려 왔던 것이다. 당시 나를 포함하여 동아투위(동아일보사 해직언론인 단체인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약칭) 위원 10명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서대문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었다.

유신 때는 박정희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다 공안 검찰에 잡혀간 신세가 되었고, 그로부터 30년 뒤에는 이명박 정권의 입맛대로 KBS 사장 자리를 스스로 내주지 않고 맞서 싸우다 정치 검찰에 잡혀온 신세가 되었다. 6월 항쟁 이후 우리 사회에 절차적 민주주의는 튼실한 뿌리를 내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논평 없는 기록인데도... 10명이 줄줄이 감옥에 갇히다

동아투위원 열 명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서대문 구치소에 가둔 연유는 이러하다. 1978년 10월 24일, 동아투위는 암흑의 유신독재에 맞서 자유언론을 실천하자며 횃불을 높이 들었던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4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 소재 한일관에서 기념식을 가졌다.

당시 한국의 모든 언론은 대학가의 데모 등 박정희 권력의 눈에 거슬리는 뉴스는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그래서 동아투위는 1977년 10월부터 1년 동안 한국 언론이 철저하게 외면한 대학가의 시위, 노동운동, 지식인 저항운동 등의 발생 사건들을 모아서 '보도되지 않은 민주인권사건 일지'라는 이름의 유인물을 만들었다. 필경 등사기로 6쪽짜리 유인물 300부를 만들어 '자유언론실천선언' 4주년 기념식장에서 배포했다.

이 '보도되지 않은 민주인권사건일지'는 발생한 객관적 사건들을 아무런 논평 없이 단순하게 일지 형식으로 기록만 한 것인데, 이런 행위가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이라 하여 제작에 관여했던 10명의 동아투위 위원들(안종필(작고), 윤활식, 장윤환, 안성열(작고), 이기중, 박종만, 성유보(작고), 김종철, 홍종민(작고), 정연주)이 구속 기소 되었다.

'보도되지 않은...' 제목이 말하는 유신 말기의 시대 상황


▲ 1977년 10월부터 1년동안 발생한 대학가의 데모, 지식인들의 저항, 노동운동 등을 단순하게 일지 형식으로 기록한 '보도되지 않은 민주인권시건 일지'. 당시 언론은 이러한 반유신 운동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 정연주

극히 담담한 표현의 유인물 제목은 많은 것을 상징한다. 우선 '보도되지 않은...'이라는 표현이다. 유신 권력에 의해 재갈이 물려 학생 데모나 지식인의 저항 등 일체를 보도하지 않았던 당시 언론 상황을 잘 보여준다. 철저한 침묵이었다.

그리고 '일지'에 담긴 민주인권 사건들을 보면, 종말이 다가오는 유신 말기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대학가와 종교계, 지식인 사회 등에서 유신에 대한 저항이 그 혹독한 억압 속에서도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아울러 이런 단순한 일지 형식의 문건조차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하는 유신 독재정권의 무지막지함이 고스란히 보인다. '일지'의 처음인 1977년 10월과 11월의 내용을 직접 보면, 유인물 제목이 상징하는 당신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1977년 10월
▲ 서울대 10.7 데모 ― 10월 7일 오후 2시경 서울대학생 1천5백여 명은 민주주의와 학원의 자유를 외치며 데모. 4백여 명 연행. 심상완 박홍렬 최상일 박관석 김용관 홍윤기 강천 진경재 등 8명 구속. 제적 8명. 무기정학 30명.
▲ 연세대 유인물 사건 ― 10월 12일 연세대학에 '구국선언서'라는 유인물 살포. 유인물을 만든 노영민, 김거성 구속.
▲ 연세대 10.25 데모 ― 학생 2천여 명은 25일 정오,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4시간 동안 유혈 데모. 연행 4백여 명. 구속 7명(강성구 공유상 오성광 이상훈 박성훈 김영환 이대수).

11월
▲ 고려대학교에 반정부 유인물 - 11월 4일 캠퍼스 안에 살포된 유인물 사건으로 고광진 김성만 군 등 2명 구속
▲ 서울대학교 11.11 데모. - 10월 7일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유혈 데모. 3,000여 명의 학생이 참가. '반민주구국 선언문'을 발표하고 반 정부 구호와 "구속자 석방" "총장 사임" 등을 외치며 경찰과 대치. 밤 7시경 경찰은 도서관에 페퍼포그를 쏘아대며 난입, 학생 100여 명을 연행. 연성만 진재학 김경택 여균동 이철균 신희백 장기영 김부겸 양기운 문성훈 군 등 10명 구속
▲ 서강대학 연속 세차례 데모 - 11월 12일 교련 검열 도중 반정부 데모를 벌인데 이어 14일과 18일에도 반정부 데모. 이순범 이효율 박태율 유재현 한승동 임영준 장정수 김용진 군 등 8명 구속. 학교 당국은 재발하면 폐교 운운한 당국의 압력을 받아 19일 서둘러 종강.
▲ 서울대 11월 18일 유인물 - 반병율 이증연 이창호 김영현 김사인 김태경 군 등이 유인물을 제작, 배포하려다 발각되어 구속.
▲ 이영희 교수 구속, 백낙청 교수 입건 - 전 한양대 교수 이영희 씨가 11월 23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고, 전 서울대 교수 백낙청 씨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 '창작과 비평' 사에서 발간한 이 교수의 '8억인과의 대화' 등이 반공법에 저촉된다는 혐의.
▲ 고영근 목사 구속 - 설교 내용이 문제가 되어 11월 27일 긴급조치 위반혐의로 장흥구치소에 구속.


칠흑 같은 암흑시대, 그리고 지금

이렇듯 그 시대는 칠흑같은 암흑시대였다. 대학에서 데모하거나 유인물을 제작해서 배포하기만 해도 구속되고 제적되었으며, 책 한권이 반공법 위반의 빌미가 되기도 했고, 박정희 독재를 비판한 설교를 한 목사도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이런 단순 발생 사건조차 당시 한국 언론 어디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결국 동아투위원 10명은 그 한 줄짜리 '사실보도'를 위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줄줄이 구속된 셈이다. 41년 전 일이다. 그 뒤 언론 상황은 크게 변했다. 언론 자유의 공간도 많이 넓어졌다.

각 나라의 언론자유 수준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자료로 '국경없는 기자회'가 2002년부터 해마다 발표해 온 '세계 언론자유지수'가 있다. 한국의 언론자유가 지난 17년 동안 전 세계 180여개 나라 가운데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이 자료는 잘 보여준다.

연도 순위
2002 39
2003 49
2004 48
2005 34
2006 31
2007 39
2008 47
2009 69
2010 42
2011 44
2012 44
2013 50
2014 57
2015 60
2016 70
2017 63
2018 43
2019 41


올해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일본 67위, 중국 177위, 북한 179위 등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발생 사건을 모아서 일지 형식으로 기록했다고 하여 10명이나 되는 해직 기자들을 감옥에 집어넣은 유신 독재시대에 비하면 지금의 언론자유 상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특히 박정희, 전두환의 군부독재 시절 정치권력의 폭압이 언론의 재갈을 물렸던 시대와 비교하면 언론 외부조건은 놀라울 만큼 개선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넓어진 언론자유의 공간에서 지금 한국 언론은 과연 무슨 짓들을 하고 있는가. 거짓, 오보, 과장, 왜곡, 저주, 증오, 선정주의, 상업주의 등이 가득 차 있는 폐허가 되고 있는 건 아닌가. <계속>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3월 06일, 금 6: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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