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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Why are judges wraping cloth in their hands 012220
판사들 손에 들린 보자기, 왜 그런가 했더니
[서평] '이어령의 보자기 인문학'


(서울=오마이뉴스) 박균호 기자 = 보자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단순히 가난과 구시대의 산물은 아니다. 일찍이 이어령 선생은 보자기를 통해서 한국 문화의 원형 그리고 나아가 한·중·일의 문화를 비교하고 서양 문화와의 비교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자기를 물건을 싸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대표적이다. 알다시피 가방은 우리나라 고유의 물건이 아니다. 가방에 밀려 구식으로 밀려난 보자기는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유연함(flexible)을 자랑한다.


▲표지 사진 ⓒ 마로니에북스

접고 휘어지는 플렉시블(flexible) 휴대폰이 원형이 보자기의 원형과 같다고 본다. 가방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넣는 것' 밖에 없지만, 보자기로 할 수 있는 행위는 다양하다. 깔다, 뒤집어쓰다, 덮는다, 늘어뜨린다, 묶는다, 닦는다, 싸다 등이 그것들이다.

융통성과 관련해서 대조적인 가방과 보자기의 관계는 의자와 방석에도 적용된다. 의자는 융통성이 없이 누가 앉건 간에 정해진 모양을 유지한다. 반면 방석은 융통성이 넘치는 물건이다. 쌀 물건을 꺼내고 나면 납작 엎드려서 주인의 부름을 기다리는 보자기처럼 방석은 공간의 여백을 쓸데없이 차지하지 않는다. 사람이 일어서면 벽장이나 장롱으로 들어간다.

물건이 둥근 모양이든, 각진 모양이든, 세모난 모양이든 보자기는 그 물건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쌀 수도, 입을 수도, 묶을 수도 있다. 안에 있는 물건을 모두 꺼내도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는 가방과는 달리 보자기는 제 임무를 다하면 다시 아무것도 없는 평면으로 돌아간다.


▲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162x130.3cm, Oil on canvas), 2013 ⓒ 김시현

보자기가 물건을 이동하는 수단으로서 장점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사례가 있다. 바로 판사들이다. 보자기는 골무와 함께 판사의 가까운 친구이자 동반자다. 두꺼운 서류를 가장 많이 들춰보고, 또 가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가방보다 보자기가 훨씬 편리한 게 아닐까. 수천 장이 넘기 일쑤인 서류 뭉치를 담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은 휴대용 캐리어가 아니고서는 드물다.

가방은 물건을 '넣는' 물건이고 보자기는 '싸는' 물건이다. 넣는 것과 싸는 것은 둘 다 물건을 보관하고 이동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같은 개념으로 보이지만 가방은 '딱딱한 것'이어야 하고 보자기는 부드러운 것이어야 한다.

짚신과 고무신도 보자기의 포용을 닮았다. 서양의 구두는 오른쪽과 왼쪽을 엄격히 구분해서 서로 바꿔 신을 수 없지만, 짚신과 고무신은 오른쪽 왼쪽 발을 모두 받아들인다. 보자기가 네모난 것이든, 둥근 것이든, 딱딱한 것이든, 부드러운 것이든 상관없이 품어주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옛 어머니들은 큰 포대기를 접어서 아이들 업고 다녔다. 반면 서양의 어머니들은 요람 안에 넣어서 아이를 재웠다. 포대기는 아이와 엄마를 연결해주고 한 몸이 되게 하지만 요람은 둘을 분리한다. 요람은 엄마가 편하거나 불편한 극단의 생활을 하도록 한다. 요람에 재우면 자유롭게 다른 일을 할 수 있지만 아이가 깨면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반면 '어부바' 문화는 아이를 돌보면서도 다른 일을 불편하지 않게 할 수 있다.

아이를 업는 것과 요람에 따로 두는 것은 과학적인 자료에 의해서 차별된다. 마이애미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엄마에게서 분리된 아기는 30분 이내에 단백질 효소가 낮아진다. 우리의 '어부바' 문화는 정서적인 측면과 아울러 생화학적인 장점을 갖는다.

딱딱한 가방(서양)과 부드러운 보자기(한국)의 대비는 의복에도 이어진다. 서양 양복은 마치 중세 사람의 갑옷과도 같아서 입고 나면 반드시 옷걸이에 걸어두어야 제 모양을 유지한다. 반면 한복은 보자기의 부드러움을 닮았기 때문에 개켜두는 것이 더 좋다. 또 양복은 허리의 넓이와 길이가 정확하지 않으면 입기가 곤란하다. 허리가 36인치인 사람이 입던 바지를 허리가 30인치인 사람이 입을 수가 없다. 반면 한복 바지를 생각해보자. 보기에는 너무 펑퍼짐해서 불편한 것처럼 보인다.

사실 한복 바지는 허리둘레를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아예 20cm 정도 여유를 두고 재단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한복 바지는 허리둘레에 상관없이 편안하게 입는다. 본인의 허리둘레에 따라 적당히 접어서 입으면 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같은 사람이라도 밥을 많이 먹었을 때와 그렇지 않은 때는 허리둘레가 달라진다. 급격하게 체중의 변화를 겪은 사람이라면 아예 옷 전체를 다시 수선하거나 새로 사야 한다.

양복은 사람이 자신의 허리둘레에 맞는 옷을 찾거나 맞추어 입어야 하지만 한복 바지는 웬만한 허리둘레는 모두 수용한다. 보자기처럼 다양한 크기의 사람을 감싸 안는다.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앞뒤를 바꿔 입어도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것이 한복 바지다. 상의도 마찬가지다.


▲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193.9x193.9cm, Oil on Canvas), 2018 ⓒ 김시현

보자기와 가방의 문화를 엄격하게 분리해서 규정하는 것은 다소 비약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용도가 없이 주어진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변화하는 보자기 문화야말로 가장 현대적이고 자유로운 생활양식이라는 기대마저 버릴 필요는 없다.

<이어령의 보자기 인문학>의 표지 그림을 그린 김시현 작가의 보자기 그림을 통해서도 우리는 보자기의 매력과 따뜻함을 느낀다. 김시현 작가가 일관되게 보자기 그림에 몰두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타인을 향한 배려와 따뜻함을 모으고 품는 것이 바로 보자기이기 때문이다. 굳이 풀어보지 않아도 숱한 아름다움과 사랑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는 보자기 그림으로 모두를 포용하는 여유를 배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1월 23일, 목 10:4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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