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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Goodbye, Sohn Sukhee 010820
굿바이, 손석희
[주장] 레거시 미디어, 권위 아닌 품위로 가야할 때



▲ 2019년 1월 24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손석희 JTBC 대표이사 ⓒ 이종호

(서울=오마이뉴스) 목선재 기자 = "시청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내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이, 내일이면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다는 고별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지난 1월 2일 뉴스룸 신년 특집 토론을 끝으로, 손석희 앵커는 6년 4개월만에 jtbc 뉴스룸의 앵커직을 내려놓았다.

사실상 jtbc의 간판 스타였던 그가 떠난다는 소식에 인터넷은 한 동안 시끄러웠다. 누군가는 그가 한국 언론계에 남긴 한 획을 치하했고, 다른 누군가는 그의 힘 빠진 퇴장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레거시 미디어를 향한 불신과 종편 뉴스 채널들의 고전 속에서 jtbc 가 방송사 신뢰도 1위 언론사로 (2018년 3월 미디어오늘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 가 진행한 방송사 신뢰도 조사 결과, jtbc 42%) 부상한 이유만큼은 짚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먼저, jtbc 뉴스룸은 권위만 남은 레거시 미디어의 품위를 되찾아 주었다.

뉴스룸이 '못 믿을 종편 방송' 꼬리표를 떼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14년 세월호 참사다.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환부를 드러낸 참사였다. 특별히 언론에 대해서는, 그간 한국 언론의 가치가 얼마나 '속도, 단독 보도, 시청률' 경쟁에만 목말라 있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속도 경쟁은 그간 레거시 미디어가 가진 권위기도 했다. 자신들만이 정보의 원천이라 믿은 레거시 미디어의 오만은 '어느 방송국이 더 자극적인 장면을 빠르게 포착하느냐' 하는 경쟁으로 번졌고, 그 결과 수 많은 오보와 비도덕적인 실수를 낳았다.

진흙탕 속에서 뉴스룸이 선택한 전략은 '어젠더 키핑'이었다. 특종을 빠르게 포착하기 보다는 스포트라이트가 떠나간 곳을 오래도록 비췄다. '아직도 세월호냐' 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7개월 동안 상주 기자를 남겨 팽목항의 아픈 시간을 비췄고, 참사 후 1년 6개월 가량이 지난 2017년 10월 31일 앵커 브리핑에서 손석희 앵커는 "세월호 뉴스를 아직도 하느냐는 질문을 들었다. 그것이 제가 현장에 있는 이유다"라고 말한 젊은 기자의 말을 조명했다.

유튜브, 트위터와 같은 실시간 매체의 대중화로 레거시 미디어의 '속도 경쟁'은 예전만한 권위를 잃어버렸다. 이러한 현 주소를 인정할 때, 레거시 미디어의 돌파구를 뉴스룸의 세월호 보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속도가 미디어의 권위라면 위로와 연대는 미디어의 품위다.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고 있는 대중은, 더 이상 미디어에 '빠른 정보 전달' 만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두 번째로, 지금은 많은 언론사들이 비슷한 포맷을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jtbc 뉴스룸이 방송뉴스에 처음 도입한 '팩트체크' 코너는 꽤나 신선했다.

기존의 보도 혹은 권력자의 말들을 '재검증' 한다는 취지의 팩트체크는, 대중이 더 이상 미디어가 주는 정보를 그대로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확히 간파한 결과물이다. 권력자의 말 혹은 대중이라는 권위를 업고 등장한 가짜 뉴스들을 공들여 반박하는 '팩트체크' 라는 포맷은, 선보도 후 정정보도가 만연해있던 그간의 세태를 향한 지적이자, "뉴스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라는 겸손한 고백이기도 했다.

'우리의 보도는 언제나 팩트' 라는 레거시 미디어의 권위를 반박한 '팩트 체크' 의 겸손은 그래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획일화 되어있던 기존의 포맷을 흔들었다는 점도 뉴스룸만이 가진 매력이었다.

손석희 앵커가 보도부문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뉴스룸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건 기상캐스터였다. 젠더문제에 대한 논의가 점점 날카로워지며, 기상캐스터는 가장 많은 논란이 되었던 직업 군 중 하나다. 기존의 미디어는 기상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고 보도를 진행하는 전문 직업인들을 단지 '젊고 예쁜 여자'로 폄훼하는데 알게 모르게 앞장서왔다.

뉴스룸엔 상냥한 미소와 함께 익일의 날씨를 알려주는 여성 기상캐스터가 없었다. 보도가 끝난 후 앵커가 짧게 전국 날씨에 대한 정보를 읊어주는 게 전부였다. 미세먼지 문제 등 기후와 관련된 자세한 논의가 필요할 때에는 기상 캐스터와 앵커와 대담을 나누는 식으로 보도가 진행되었고, 이 때 손석희 앵커는 '기상 전문 기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음악, 영화, 스포츠 등 다양한 직군에 종사하는 문화 예술인들이 출연했던 '문화 초대석'도 뉴스룸 애청자들이 선호하는 코너 중 하나였다. '문화 초대석' 은 대중문화가 뉴스의 권위와는 대치된다는 편견을 과감히 깬 시도였다. 필요 이상으로 엄숙할 것 같은 뉴스 스튜디오에서 이문세가 부른 한 소절의 노래는 따듯한 감동을 주었고, 주황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가수 권지용과, 언론 권위의 얼굴로 대변되는 앵커 손석희의 진솔한 대담은 세대와 권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한 장면이었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엔딩곡' 이라는 새 시도도 많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뉴스룸의 말미에는, 기존의 뉴스들이 끝난 뒤 흘러나오는 엄숙한 bgm이 아닌 음악들이 흘러나왔다. 클래식부터 팝송, 심지어는 아이돌 가수의 음악까지 그 종류는 다양했고, 때로는 뉴스에 모두 싣지 못한 따뜻한 메시지를 대신 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작은 파괴들이 모여 '뉴스룸'을 만들었다. 철옹성같던 레거시 미디어의 형식들이 조금씩 깨지고 변형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생각보다도 많은 환호를 보냈다.

이렇게 6년 4개월 간 뉴스룸이 꾀했던 많은 변화와, 그 변화로 인해 받았던 사랑을 뒤로하고 손석희는 앵커직을 내려놓았다.

수많은 응원과 우려가 오가는 상황 속에서, 우선은 응원을 보내보려 한다. 뉴스룸이 시도해 온 많은 변화는 결코 손석희 앵커 한 사람의 힘으로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간 뉴스룸을 지탱해 온 수 많은 손길들이 앞으로의 뉴스룸 역시 잘 이끌어 나가 줄 거라, 일단 그렇게 믿고 싶다.

하나만 기억하기를 바란다. 권위가 아닌 품위를 지킬 때 뉴스룸은 앞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사람의 노력으로 완성된 건 아무것도 없다지만, 그럼에도 영향력 있는 한 사람의 언론인으로서 그 자리를 지켜 준 손석희 앵커에게 진심으로 감사했고 수고했다는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싶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1월 11일, 토 4:1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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