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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기고
 
A critical biography of Jang Ilsoon 122519
유신의 심장을 겨눈 비수 '원주선언'
[무위당 장일순평전 37회] 가장 잘 정리된 유신시대의 대표적인 반유신선언


(서울=오마이뉴스) 김삼웅 기자 = 장일순이 생명사상에 관심을 쏟아붙고 있다고 하여 유신체제를 용납하거나 침묵한 것은 아니었다. 자유로운 민주질서에서만이 건강한 생명운동이 가능하다고 믿었기에 반유신 투쟁을 접을 수 없었다.

1970년대 중반기에 들어 박정희의 폭압성은 더욱 극렬해졌다.

1974년 8ㆍ15 경축식장에서 부인이 문세광에 의해 살해되면서부터였다. 박정희는 1975년 5월 13일 독재의 결정판이라 할 긴급조치 9호를 선포했다. 유신헌법에 대한 비방ㆍ반대ㆍ개정주장 및 긴급조치 9호에 대한 비판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서구에서 근대 성문헌법이 제정된 이래 히틀러를 제외하고 헌법을 비판하거나 개정을 요구하는 것을 봉쇄한 조치는 '긴조9호'가 처음이었다. 여기에 위반자를 군사재판에 회부한 것도 예외가 없는 일이었다.


▲ 1974년 지학순 주교가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이에 전국의 가톨릭 사제와 신도들이 원주 원동성당에 모여 정부규탄과 지 주교 석방을 촉구하는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주여, 이땅에 정의를!", "부정부패 뿌리뽑아 사회정의 이룩하자"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보인다. ⓒ 지학순정의평화기금

박정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같은 해 7월 16일 이른바 사회안전법이란 소급법을 제정하여, 그동안 정권에 의하여 사상범 또는 공안사범으로 규정된 사람들을 형기를 마치고도 보안처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보안처분은 검사의 청구에 의해 법무부장관이 보안처분심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결정하게 규정하였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을 골라 활동을 규제하는 위헌 법률이었다.

5ㆍ16쿠데타 이후 군사정권에 의해 투옥된 수많은 민주인사들의 활동을 계속 통제하려는 독재정권의 악랄한 수법이었다. 장일순도 어김없이 규제의 대상이 되었다. 그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은 장일순이나 민주인사들이 이런 따위에 겁먹을 사람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심리적인 부담은 어찌하기 어려웠다.

1975년 8월 17일, 장일순과도 가까웠던 전 사상계 사장 장준하가 등산 중에 암살되었다. 광복군 출신의 장준하는 5ㆍ16쿠데타 이래 박정희에게 가장 버거운 존재였다. 그는 일본군 장교 출신의 박정희를 대통령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지만 일본군 장교는 안 된다는 날선 주장이었고, 유신헌법 개정 100만인 청원운동을 가장 먼저 실행하다가 결국 암살당하고 말았다.

긴급조치 9호 선포로 또다시 폭압의 어둠이 짙게 깔릴 때 이번에도 '70년대 민주화의 성지' 원주에서 봉화가 올랐다. 1976년 1월 23일 천주교 원주교구 원동성당에서 '인권과 민주회복을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신ㆍ구교의 목사ㆍ신부ㆍ성직자들을 비롯하여 그동안 장일순과 함께 협동조합운동에 참여한 상인ㆍ농민ㆍ광부 등 수백 명이 참석하였다. 여전히 장일순은 뒤에서 사람들을 모으는 등 준비를 하였다.

1975년 5월 긴급조치 9호가 발동되어 또다시 깊은 암흑이 온 세상을 짓누르고 있을 때, 그 어둠을 맨 먼저 해칠 움직임은 1976년 1월 23일의 원주선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원주선언은 세상에 그렇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내용에 있어서나 시대상황에 있어서나 원주선언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유신시대에 나온 여러 문건 가운데서도 가장 잘 정리된, 유신시대의 대표적인 반유신선언이라 할 수 있다. (주석 1)

원주가 민주인사들의 '장터'가 되면서 이곳에서 신ㆍ구교 성직자들이 함께하는 '원주선언'이 채택되고 이것은 다시 한 달여 뒤 명동성당에서 이루어진 3ㆍ1민주구국선언의 모체가 되었다.

그렇게 볼 때 '원주선언'은 유신의 심장을 겨눈 비수였다. '원주선언' 중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적어도 하나의 제도가 민주주의로 불리워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근본이념과 최소한의 원칙이 있으며 이것이 파괴될 때는 이미 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근본 이념이란 국가권력의 절대성과 무오류성을 부인하고, 견해와 이익의 다양성과 가치의 상대주의를 용납하며, 국가권력을 민중의 자유에 대한 가상의 적으로서 부단히 감시, 견제, 제한하는 비판정신을 장려하는 데 있다. 그 최소한의 원칙들이란 주권재민, 기본적 인권의 최고우월성 보장, 인신구속 영장제도, 죄형법정주의, 비판적 언론의 자유, 신앙ㆍ사상ㆍ양심의 자유, 집회ㆍ시위ㆍ결사의 자유, 생존권 특히 노동3권의 보장, 3권분립의 원칙, 특히 사법권과 입법권의 행정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정당활동의 자유 그리고 공명선거의 보장 등이다.

△ 불평등 속의 총화나 억압에 의한 총화란 논리적으로도 모순되는 개념이며 현실적으로도 실현불가능한 환상이다. 국민총화의 적은 바로 부패와 특권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억압과 착취의 질서이며, 그로인한 민권과 민생의 위축과 지나친 사회불균형이다. 총화는 침묵이 아니며, 총화의 적은 비판과 저항이 아니다.

△ 우리는 민주인사들을 비애국으로 탄압하면서 애국과 안보를 혼자 떠맡는 듯이 하던 타우와 론놀, 바로 그들 자신이 결정적인 시기에 조국을 버리고 거금을 싸서 도망친 사실을 깊이 음미해야 한다. 배는 난파되어도 선장용의 구명보트만은 안전했다는 사실은 압제자의 운명과 민주의 운명은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로 일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웅변해주는 것이다.

△ 최근 들어 일련의 극단적인 억압정책은 일시적으로는 민중을 침묵시킬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민주주의를 사멸시킴으로써 국민총화를 파탄시킴은 물론, 우리나라를 국제적 고립화와 파멸의 길로 인도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위와 같은 억압조치들이 낱낱이 철회, 취소, 중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주석
1> 김정남, <진실, 광장에 서다>, 144쪽, 창비, 2005.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1월 03일, 금 11: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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