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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Prosecutors scolded by a judge 120419
저만 윤석열 검찰을 의심하는 게 아니군요
[게릴라 칼럼] 윤석열의 '법과 원칙' 지적한 '정경심 재판부'



▲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서울=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에 대해 많은 말씀을 주셨는데, 혹시나 검찰이 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까 하는 걱정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제가 오늘 드릴 수 있는 말씀은 그런 걱정 마시고 어떤 사건이든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정하게 수사하고 법에 따라서 드러난 대로 결론을 내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10월 1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족 수사에 대해 여러 차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 강조하며 이처럼 말했다.

당시는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6차 소환조사(10월 16일)가 이뤄진 직후였고, 정 교수의 사문서(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18일)과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21일)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한창 문제시됐던 '피의사실공표'와 관련한 질의가 나오자, 윤 총장은 "제가 대검에 오고 난 뒤 수사 공보를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우스개 얘기지만 검찰이 한 달 넘게 수사했지만 나온 게 없다는 얘기가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쪽에서 많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안다. 그런 말을 하는 자체가 저희가 수사 내용이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많이 틀어막았기 때문입니다."

이후 숱하게 회자된 윤석열 총장의 '법과 원칙' 발언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윤 총장의 '제대로'가 일가족을 탈탈 터는 '먼지떨이'식 수사가 아니었는지, 40여 일이 지난 지금도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짧은 재직 기간 조 전 장관을 인터뷰했던 <시사인>의 고제규 편집국장도 그중 한 사람이다.

조국 수사는 '인디언 기우제'?

"조국 전 장관 수사는 '인디언 기우제'를 떠올리게 한다. 비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듯 구속영장 청구 사유가 나올 때까지 그동안 검찰이 수집한 첩보 파일을 다 끄집어내 탈탈 털어보자는 심산 같다. 수사도 사실상 무기한이다(오늘로 조국 수사가 며칠째인지도 모르겠다).

(중략) 하지만 조 전 장관 출석 뒤 검찰 수사 행태를 보면 진술거부권 행사에 대한 보복이라도 하듯 유재수 사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사건까지 관련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유재수 사건은 지난 2월 소장이 접수된 뒤 그동안 뭘 하고 '조국 대란' 중에 수사를 재개했을까(검찰 논리라면 검찰이 수사 늦추다 수사 재개한 것도 '수사 무마' 의혹일 수 있다. 검찰 논리라면 검찰 내부도 수사해야 한다).

(중략) 마치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얼마나 진술 거부를 하며 버틸 수 있겠느냐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민정수석 재직 시절 그와 관련된 모든 첩보를 다 들춰보는 모양새다. 유재수 사건에 이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사건까지... 비 올 때까지 기우제 지내겠다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

고제규 편집국장 말마따나, 검찰의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는 석 달 넘게 진행 중이다. 재판 중인 정 교수나 내달 3일로 첫 공판준비기일이 잡힌 조 장관 동생 조모씨 외에도 최근까지 검찰은 조 장관 아들의 연세대 대학원 입학과 관련해 연세대 전 교직원과 교수 등 참고인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 역시 두 차례 소환 조사를 마쳤지만 검찰의 기소 여부는 감감무소식인 반면 수사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이 불거지면서, 기존 일가 수사와 함께 검찰이 '세 갈래 수사'에 나섰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27일 <한국일보>는 "검찰발 삼각파도가 몰아치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구속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의 '법과 원칙'에 대해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를 심리 중인 재판부는 크게 동의하지 않았던 듯싶다. 그 '법과 원칙'의 적용이 꼼꼼하지 못했거나. 26일 오전 열린 정 교수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나온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제25형사부, 부장판사 송인권)의 '병합 보류' 결정과 송 부장판사 발언 등을 살펴보자.

법원이 꼬집은 검찰의 법과 원칙

애초 지난 9월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당일 정 교수를 '소환조사 없이' 기소했던 A4 2장 분량의 사문서위조 혐의 공소장 논란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한 첫 사건과 지난 11일 검찰이 정 교수를 14개 혐의로 추가 기소한 사건을 병합하는 것에 대해 "공소사실 동일성 여부를 심리해봐야 한다"며 결정을 보류했다. 보통 피고가 여러 사건으로 재판을 받을 경우 법원이 사건을 합치는 것에 반하는 결정이었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공소장에 각종 인턴증명서 위조와 증거인멸의 실행에 정 교수 외에 다른 인물들의 혐의를 기재했음에도 그 누구도 공범(혹은 정범)으로 기소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하고 나섰다. 이날 재판부는 "허위공문서 작성과 증거은닉위조인멸 교사 혐의 정범에 대한 기소 여부를 밝히라"며 "정범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재판은 할 필요도 없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또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장 변경 시점을 특정하지 않은 것 역시 지적했다. 이날 송 부장판사는 "사실 오늘이라도 (공소장 변경 신청이) 가능할 것 같은데 검찰은 언제까지 할 수 있나"라고 물었고, 공판 검사는 "공범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바로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송 부장판사는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라며 "이번 주까지 하시라"고 요구했다. 공범 수사를 두고 일종의 시간 끌기 전략을 고수한 검찰을 향해 재판부가 강하게 제동을 건 모양새라 할 수 있다.

이어 재판부는 공소제기 이후 이뤄진 검찰의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발부 이후 피의자 조사 역시 대법원 판례를 들어 "적법성의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송 부장 판사는 "압수수색에서 드러난 것이 증거로 사용되면 적절하지 않을 것 같고, 피의자 신문조서도 원칙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늘 열린 정교수의 두 번째 재판 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두 사건을 합칠지 결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검찰 수사에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문서위조 혐의로 정 교수를 재판에 넘긴 뒤, 같은 혐의로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26일 JTBC <뉴스룸>의 "재판부, 검찰 '정경심 기소 후 강제수사' 문제 지적" 보도 중 일부다. 이쯤 되면, '정경심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한 검찰의 공소 사실 자체가 난국에 빠진 수준이라 할 만하다. 일각에서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 재판의 공소기각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유다. 기자 출신인 양지열 변호사도 같은 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이런 촌평을 남겼다.

"한마디로 말해, 수사와 기소가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재판부터 넘겨 놓은 다음 압수수색을 벌였고, 범죄가 되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혐의들까지 공소장에 포함시켰다는 것이지요.

물론 잘잘못은 끝까지 따져봐야 하겠지만, 법을 집행하겠다는 검찰이 손을 더럽혔다는 사실을 법원이 꼬집은 겁니다. 실체적 진실 못지않게 절차적 정당성을 요구하는 것이 '법과 원칙'입니다."

"수사권을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

이러한 재판부의 문제 제기는 이미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도 감지됐던 부분이다. 당시 보도를 종합하면, 검찰의 추가 기소로 재판부가 바뀌기 전 첫 심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강성수 부장판사)는 검찰이 사건기록 열람·복사를 허용하지 않은 것을 두고 "2주 안에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새로운 사유가 없으니 변호인 측 요구대로 사건기록 열람·복사를 허용하란 취지였다. 이에 대해 강 부장판사는 "사건기록 중 어떤 부분이 수사와 연관된 것인지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지도 않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당시 공판검사는 공범 수사 등을 이유로 "수사 중"이란 답을 거듭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잘 알려진 대로, 검찰은 같은 달 23일 구속된 정경심 교수를 상대로 수차례 소환 조사를 이어간 바 있다.

또 강 부장판사는 "변호인이 받았다는 사건기록 목록을 보면 목록은 있는데 다 A, B, C, D로 돼 있다"며 "이러면 목록 제공의 의미가 있나. (변호인이) 목록의 제목을 보고 꼭 필요한 부분들의 열람 ·복사를 신청한다는 건데 (그게 안 되지 않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이 공소장에 참고인들의 이름을 지운 증거목록을 기재한 것에 대한 재판부의 힐난이었다.

검찰의 공소 사실은 재판에 있어 양측의 주장일 뿐이다. 정 교수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가 확인시켜 준 사실이다. 검찰의 공소 사실은 물론이요 '검찰발' 피의 사실만을 두고 범죄 사실로 단정하는 듯한 언론 보도가 얼마나 성급하고 과도한가와 함께.

결국, 미심쩍었던, '공소시효'에 맞춘 검찰의 1차 기소나 백화점식 혐의 나열을 자랑한 추가 기소 역시 재판 과정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향후 재판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법과 원칙'을 강조했던 윤석열 총장의 책임론 역시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네버엔딩 스토리'로 이어지고 있는 조국 일가 수사를 두고, 앞선 글에서 고제규 편집국장은 '어떤 이'의 말을 인용했다. 여기서 어떤 이는 바로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어떤 이의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수사권을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 취임사에선 이런 말도 했다. '어느 지점에서 수사를 멈춰야 하는지 헌법 정신에 비추어 깊이 고민해야 한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9년 12월 06일, 금 11:4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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