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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기고
 
Jang Ilsoon critical biography 101619
동학 최시형의 생명사상을 새롭게 정립해 나가다
[무위당 장일순평전 30회] "잊혀져 가는 해월 최시형 선생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다"


(서울=오마이뉴스) 김삼웅 기자


▲ 최시형 추모비 건립 당시의 장일순 선생 최시형 추모비 건립 당시의 장일순 선생 ⓒ 모심과 살림 연구소

장일순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가지 일에 참여하는 등 분망한 속에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고 근검 질박한 생활을 유지하였다. '단순 소박한 삶'이었다. 그는 먹고 입고 사는 일에 지극히 범속하였다. 1970년대 그의 일상의 단면이다.

그는 대개 아침에 일어나면 잠깐 자리 운동을 하고 묵상하며 '마음의 숙제'를 생각한 후 책을 한 시간 가량 본다. 6시쯤이면 산보에 나갔다가 돌아와 마루나 방에서 치울 것 치우고 집짐승들을 돌본 후 조반을 든다. 그 외에는 거의 자기 시간보다는 찾아오는 사람들의 뜻에 따라 움직이거나 문병을 가거나 딱한 사람들을 찾는다.

사실 그를 찾는 발길은 거의 끊이지 않는다. 리영희ㆍ임재경ㆍ백낙청ㆍ김금수씨와 같은 비판적 지식인들, 김지하ㆍ김민기와 같은 문화인들, 이창복씨 등 민중운동가들과 정치인들, 원주역전의 구두닦이들…. (주석 1)

장일순은 이어지는 '범속'한 일상에도 불구하고 범속하지 않는 일도 적지 않았다. 동학 2세 교조 해월 최시형에 관해 연구하고 그를 본받음도 이에 속한다.

최시형은 한말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어려서 부모를 잃고 한때 종이 만드는 일을 했다. 34세 때인 1860년 최제우가 창도한 동학에 입교하여 오랜 수련과 포교활동을 하고 제2세 교조가 되었다. 최제우가 고종 정부에 의해 사문난적으로 몰려 처형되면서 그는 태백산 등지로 피해다니면서 포교에 힘쓰는 한편 <용담유사>, <동경대전> 등 경전을 간행하여 동학의 완성을 이루었다.

최시형은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기본 가치 아래 생명을 중시하는 삼경설(三敬說)을 제시하였다. 하늘을 섬기고 경천(敬天), 사람을 섬기고(敬人), 천지만물을 섬기라(敬物)는 철학사상이다. 즉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고 자연만물의 생명을 똑같이 중히 여긴다는 사상이다.

장일순이 주목한 것은 이 대목이었다. 그의 생명사상은 여기서 발원한다. (최시형은 원주에서 관군에 체포되어 1898년 혹세무민ㆍ좌도난정의 죄를 뒤집어쓰고 서울에서 처형되었다.)

장일순이 동학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학창시절 때부터이다. 사회운동에 눈을 뜨게 된 것은 할아버지와 글을 가르쳐주신 차강 박기정 선생 그리고 해월 최시형 선생이었다고 술회한다. 이와 관련 질문과 답변이다.

"사회운동에 눈을 뜨게 된 것은 누구의 영향입니까?"

조부님과 글을 가르쳐주신 차강 박기정 선생, 해월 최시형 선생이었어요. 우리집 바로 앞에 천도교 포교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동학을 알게 됐습니다. 1946년에 수운 최제우와 해월을 알게 되었지요. 영원한 세계, 이 땅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말씀들을 다 가지고 있더라구요. 그렇게 되니까 이 쑥배기가 함부로 갈지(之) 자를 못하겠더군요." (주석 2)

장일순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최시형과 동학을 알게한 오창세에 대해 좀 더 자세한 기록이다.

"선생님! 어떻게 동학에 관심을 가지시게 되었습니까?"

"한국전쟁 무렵, 여기 원주에 오창세라는 친구가 있었다. 인격적으로 훌륭했지"라고 하시면서 그 친구로부터 동학을 알게 되고, 수운과 해월 선생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 동학, 천도교분들이 '민족자주'를 가치로 했던 혁신정당, 근로인민당에 많이 가입했는데 보도연맹사건 때 억울하게 학살당하셨다고 증언해 주셨어요. 눈시울이 뜨거워지던 순간이었지요. (주석 3)

장일순의 특장의 하나는 어떤 사상이나 철학에 접하면 1회용 영양제식으로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집요하게 탐구하여 체화하고 실행한다는 점이다. 민주화운동, 협동조합, 이후 전개하게 되는 한살림운동, 생명운동 등이 그렇다.

동학사상은 훗날 많은 제자들이 장일순을 '걷는 동학'이라 일컬을 만큼 동학(최시형)을 연구하고, 그 사상의 알짬인 생명사상을 부활하고 현재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무위당 선생의 가장 큰 업적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잊혀져 가는 해월 최시형 선생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어 그분의 사상을 조명하고 새롭게 정립하였으며, 한살림운동을 통해 생활 속에서 실천하였다."(김종철)

주석
1> <나락 한일 속의 우주-무위당 장일순의 이야기 모음>, 104쪽, 녹색평론사, 1997.
2> 여운연, <장일순 인터뷰>, <시사저널>, 1991년 3월 21일자.
3> 박맹수, <무위당사람들>, 2010년.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9년 10월 20일, 일 11:5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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