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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생활 에세이
 
"I stand alone in an unfamiliar scenery" 061919
낯선 풍경에 홀로 서 있는 나
[이민생활이야기] '병상일지' 환자의 독백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신동주 = 인간이란 건강의 한계가 반드시 있는 것 같다. 젊어서는 건강을 잃어 고생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 직장생활에 너무 바빠서 몸에 탈이 났을때도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 넘겼다. 그런데 산수(傘壽) 고개를 넘어 가면서 노환으로 잔병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작년 9월부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발병의 원인도 없이 건강을 상실하게 되어 고민하고 있었다. 병이 희귀한 것이 특징이다. 병명이 길다보니 나 자신도 암기하기가 어렵다. 영어로 'myelodyspiatic syndrome(MDS)'인데 우리말로는 '골수 이형성 증후군'이다.

나는 병원에서 이 병으로 판명되어 감염에 지극히 약해 식사할 때와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가급적 피해야 하는 등 규제가 많아서 친구들이나 이웃에서도 나를 도리어 피해주는 배려까지 받게 됐다. 기가 막힐 일이다. 마스크를 착용한 후로는 교회에도 나가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도 보행기에 의지하여 이동하게 되어 하체가 심히 약해진 것이 분명해졌다. 체력이 점점 약해져서 숨쉬기가 어려워지자, 911에 전화해 저녁 7시 30분경 응급실로 실려간 일도 있다. 나로 인해 병원이 밤 8시부터 갑자기 비상이 걸렸고, 정밀 검사를 하는데 밤새도록 각 신체 기능마다 담당 의사의 내진이 있었다. 또 간호사들은 혈액검사를 하기 위해 밤을 하얗게 새워 가며 새벽 5시까지 들락거리며 혈액을 채취해 갔다. 피를 많이 뽑다보니 아침 8시경에는 수혈을 두 번이나 하여 체내 진정을 시키기도 했다. 나는 당장 죽을 병이라도 걸린 것 같은 생각에 은근히 겁이 나기도 하고 고민스러웠다.

병원에서 2박3일을 지냈다. 그러나 내가 특별히 무엇을 더 알게 된 것도 아니고 고생만 하고 나왔다. 이후 나는 내 처지를 나의 운명으로 알고 모든 것을 체념하게 되었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새삼스럽게 나라는 존재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지나치게 슬퍼하지 않는 애이불상(哀而不傷)하는 마음 자세로 투병하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어떻게 살았으며 무슨 일을 했던가? 크게는 국가와 민족, 사회를 위하여 반평생을 보냈으나, 조용히 누워 생각을 돌려보니 내 일생에 잘한 것은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도 이웃과 소통했지만 나누고 도와준 것도 없고 마음 뿐이었으니, 언어 소통이 걸림돌이 아니었나 짐작해 본다. 그리고 친구들과의 소식조차 주고 받지를 못했다. 겪어온 삶에 누적된 회한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지금은 남은 여생 동안 어떻게 살아야만 값진 삶이 될 것인 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살아온 시간에 비해 남은 시간은 아주 짧다. 강산이 8번이나 돌고 지났는데 대체 무엇을 했나? 앞만 보고 달렸다고 하나 무엇을 보았다는 것인가. 한편으로는 그렇게 막연히 달린 자유가 아름답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는 죽음 한 개가 내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있어 주의를 각별히 기울여야만 했다. 죽음의 한가운데서 삼일동안 나는 죽음의 그림자를 보면서 죽음을 밀어내고자 했다. 그리고 희망을 안고 다시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살고자 했다. 내 힘만으로 어쩔 수 없는 재앙(질병)이 발생했지만, 케모 항암치료를 7개월 째 받으면서 몸이 상당히 회복되었다. 완치까지 바라보려면 8월까지는 항암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게 주치의의 소견이다. 의사가 나를 위해 희생하는 절대자가 되면서, 이제는 전과 달리 병원에서 의사의 가운만 봐도 존경심이 들 정도로 위대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전에는 환자가 된다는 것 자체를 생각조차 할 수 없었는데. 갑자기 낯선 풍경의 세계에 홀로 서 있다는 느낌이다. 사회에서 왕따 당한 것만 같은 기분을 어쩔 수 없다. 왜 내 옆에 오면 병이 전이 되는지, 나는 확실한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의 모든 불행이 모조리 내게서 비롯된 것 같다는 섬뜩한 생각까지 들때도 있다. 나는 왜 (병으로) 온 집안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나? 왜 쓸데 없는 일로 고통을 감수하려 들까. 내 몸이 왜 이럴까? 내가 지금 어디로 이렇게 미끄러져 가는 걸까? 죽음이라는 나선형 레일에 갇혀 내 의지와는 달리 미끄러져 가는 것 같다.

밖에는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고 있다. 세상은 인공 불빛으로 어둠에 저항하기 시작한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9년 6월 22일, 토 6:3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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