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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A pastor who stops his ministry-in-charge and makes kimchi stew 061219
담임 목회 그만두고 김치찌개 끓이는 이유
[인터뷰] 청년밥상 문간 최운형 목사


(서울=뉴스앤조이) 박요셉 기자 = 노란 머리 20대 청년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늘은 낮에 왔네요." 최운형 목사(청년밥상 문간)가 반갑게 손님을 맞았다. 인근 입시 학원에 다니는 학생인데, 거의 매일 저녁을 먹으러 온다고 최 목사는 말했다. 청년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식권을 내밀고 자리에 앉았다. 최 목사는 청년 앞에 김치찌개를 내왔다.

청년밥상 문간은 메뉴가 김치찌개 하나다. 1인분에 3000원. 계란 프라이, 어묵, 김 등을 추가하고 싶으면 각각 500원을 더 내야 한다. 밥은 무료로 준다. 3000~4000원이면 한 끼를 든든히 해결할 수 있다. 최 목사는 지난해 10월, 굶고 있는 청년들을 돕기 위해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인근에 식당을 차렸다.

최운형 목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 세계선교교회 담임목사였다. 그는 2004년 미국 LA 나성영락교회에서 부목사로 지내다가 2010년 세계선교교회에 담임으로 부임했다. 교인 300여 명이 모이는 교회에서 안정적으로 목회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돌연 교회를 사임하고 한국에서 식당을 개업한 것이다.

이제는 말씀 대신 밥을 먹이고 있는 최 목사를 5월 22일 청년밥상 문간에서 만났다. 그는 "마가복음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선배 목사들은 사랑과 관심 등을 의미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교회가 이웃들에게 실제적인 필요를 채워 주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최운형 목사(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와 봉사자들. 이전 교회에서 관계를 맺은 교인들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최운형 목사는 비교적 평탄한 목회 인생을 걸었다. 하지만 20년간 전임 사역자로 일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회의와 반성이었다. 매년 연봉이 오르고 일반인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임금을 받으면서 삶이 윤택해지는 것이 부끄러웠다. 수십 년간 강단에서 메시지를 전해 왔지만, 설교는 해마다 어려워졌다.

"설교자도 양심이 있다. 물론 내 삶과 상관없이 교인들에게 신앙적으로 권면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게 잘 안 됐다. 나는 매일 먹을 거 입을 거 등등 걱정이 많은데, 어떻게 교인들에게는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라고 할 수 있겠나. 앞으로 정년까지 20년은 더 목회해야 하는데, 더는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목사직 자체를 내려놓으려 했다. 더 이상 목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일을 찾아보려고 고민하던 차에 지난해 3월, 소셜미디어에서 '청년식당 문간'을 소개하는 기사를 읽었다. 고시원에서 한 젊은이가 굶어 죽었다는 기사를 본 이문수 신부가 서울 성북구에서 3000원짜리 김치찌개 식당을 차렸다는 내용이었다. "이거다!" 최 목사는 바로 한국으로 달려가 이 신부를 만나 2호점을 열고 싶다고 했다. 신부는 흔쾌히 허락해 줬다. '문간'이라는 이름도 그대로 사용하게 하고, 영업 노하우도 전수해 줬다.

그다음은 교회와 가족에게 오랫동안 품은 생각을 꺼낼 차례였다. 교인들은 최 목사가 갑자기 사임 의사를 밝히자 당황했다. 장로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느냐며 사임을 철회해 달라고 했다. 최 목사의 아내조차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했다. 평생 강단에서 설교만 해 온 사람이 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르는 모습이 선뜻 그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최 목사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최 목사는 지난해 8월 세계선교교회를 공식 사임하고, 10월 청년밥상 문간을 개업했다. 시장 인근에 있는 당구장을 빌려 내부를 개조했다. 한국에서 부목사로 지내면서 관계를 쌓은 몇몇 교인이 취지에 공감해 공사비를 지원해 주거나 자원봉사로 도와주었다.


▲ 일요일에도 영업한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청년밥상 내부. 미적 감각이 있는 주방장이 아담하게 꾸몄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식당 문을 연 지 7개월. 다양한 사람이 문간을 넘는다. 최운형 목사는 청년뿐 아니라 직장인, 혼자 사는 노인, 집에서 음식을 할 수 없는 사람 등 여러 유형의 손님이 식당을 찾는다고 말했다. 특별히 목사라고 밝히지 않았는데도, 손님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목사님"이라고 부른다. 말없이 밥만 먹고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최 목사를 붙잡고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손님도 있다.

한 30대 청년은 매일 청년밥상 문간에서 밥을 먹는 단골이다. 로스쿨을 나온 그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시험에 네 번 낙방했다. 그는 현재 시험을 포기하고 재택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최 목사는 "어느 날 청년이 계산을 마치더니 갑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이후 그는 그냥 자신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가게를 떠났다"고 말했다.

백설기를 한 상자 가져다준 손님도 있었다. 40대 후반 여성인데, 매주 일요일 오후 4시만 되면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그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식당에서 일한다고 했다.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숙식하며 근무하다가 토요일 저녁에 퇴근하고 귀가한다는 것이다. 5개월간 꾸준히 식당을 찾은 그가 어느 날 최 목사에게 떡을 주며 "오늘은 졸업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건강이 안 좋아져 더는 가게에 올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손님들은 저마다 달랐다. 한 60대 남성은 밥을 먹고 나면 "오늘도 큰 용기를 얻고 간다"며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나간다. 옆 가게에서 옷을 파는 또 다른 손님은 장사가 안된다며 매일같이 와서 외상으로 점심을 먹었다. 가끔은 빈 통을 가져와 물을 한가득 담아 가기도 한다.

"그들을 직접 대하고 이야기를 나누면 교회에서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을 경험한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이제야 알겠더라. 나는 60대 손님이 말한 '용기'가 무엇인지, 왜 30대 청년이 갑자기 자기 이야기를 꺼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평범한 한 끼 식사가 이들에게 무언가를 채워 줬구나 생각한다."

개업 이후 계속 적자였던 청년밥상 문간은 지난달 겨우 흑자를 달성했다. 몇 만 원밖에 안 되는 수익이지만, 6개월 만에 흑자를 내겠다는 1차 목표는 이룬 셈이다. 최 목사는 다음 달부터 3000원짜리 식권 200매를 인근 보건소와 파출소, 초등학교에 배포해, 지역사회를 도울 계획이라고 했다.


▲ 3000원짜리 김치찌개. 다시마, 생강, 파 뿌리, 양파 등으로 육수를 우렸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돈을 더 내면 어묵, 김, 라면 사리 등을 추가할 수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최운형 목사는 오늘날 교회가 세상과 등을 돌린 채 자신들끼리 잔치를 벌이는 것 같다고 했다. 최 목사가 교회에 있을 때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말은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었다. 그는 "하나님은 교회가 하나님나라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안타까워하며 돕기를 바라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부턴가 교회 문을 닫고 우리끼리 잔치를 벌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회가 주민들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목회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다. 목회자들이 사역을 꼭 교회에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전통 교회를 떠나서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시도가 계속됐으면 좋겠다."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9년 6월 15일, 토 5:1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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