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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헬렌 니어링의 요리 없는 요리 책,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서울=오마이뉴스) 박효정 기자 = 이제 슬슬 여름이 오려나 보다. 해마다 여름이 오면 나는 더 게을러진다. 본래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지만, 여름에는 더욱더 한낮에 엿가락 늘어지듯 몸이 축 늘어진다. 이즈음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주부들이 매일 고민하는 그것. '오늘은 또 뭐 해 먹지?'

요리하는 것은 즐거울 때도 있고, 영 하기 싫을 때도 있지만, 요리책 보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다. 레시피 책을 두어 권 옆에 쌓아놓고 요리하는 과정을 떠올린다.

'맛있겠는데? 콩나물 오징어찜! 오늘은 이걸 해 먹어 볼까. 어디 보자. 필요한 재료가 오징어랑 콩나물. 둘 다 사야 하고, 양파도 거의 다 떨어졌고… 장을 봐야겠네. 장 보고 와서 양념장 만들고, 오징어 손질해서… 아휴! 됐다, 됐어.'

상상만 해도 벌써 귀찮다. 좁은 주방에서 가전제품들이 뿜어내는 열기만 해도 뜨끈뜨끈한데,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이고 그 앞에 서 있는 건 다른 때는 몰라도 여름엔 확실히 고역이다. 불 없이 간단하게 해 먹을 것이 뭐 없을까? 냉장고에 콩나물이랑 시금치 무쳐 놓은 게 있으니 그냥 비빔밥이나 해 먹을까. 아, 어제도 비빔밥 먹었는데…

요리를 많이 하지 말자는 요리책

마침 책장에 꽂힌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여름이야말로 밥상이 소박해져야 할 때이다. 책을 펼치고 앞부분을 읽는 순간 강렬한 확신이 들었다. 이 책에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또 오늘 저녁 메뉴 고민은 제쳐두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헬렌 니어링 지음, 공경희 옮김, 디자인하우스(2018) ⓒ 박효정

독자들이여, 요리를 많이 하지 않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이 책을 읽으시길. 식사를 간단히, 더 간단히,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히 -빨리, 더 빨리, 이루 말할 수 없이 빨리- 준비하자. 그리고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는 시를 쓰고, 음악을 즐기고, 곱게 바느질하는 데 쓰자. 자연과 대화하고, 테니스를 치고, 친구를 만나는 데 쓰자. 생활에서 힘들고 지겨운 일은 몰아내자. (47쪽)

헬렌 니어링은 이 책을 쓰기 위해 미국의 온갖 도서관에서 찾아 읽은 오래되고 희귀한 음식 관련 서적과 자료들을 잔뜩 모았다. 저자가 발췌해 옮긴 외국의 오래된 글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자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내가 읽은 좋은 책의 구절들을 아낌없이 소개하고 싶은 그 마음.

헬렌 니어링(1904~1995)은 뉴저지 릿지우드의 중산층 지식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예술과 자연을 사랑하고 채식을 실천하는 부모 슬하에서 자연의 혜택을 듬뿍 받으며 채식인으로 성장했다. 1928년 헬렌은 남편이 될 스코트 니어링을 만났고, 4년 후 그들은 도시를 떠나 버몬트의 낡은 농가로 이주한다. 바로 그곳에서 자연과 하나 되는 '조화로운 삶'이 시작됐다.

먹을거리는 스스로 경작하고, 최소한의 것만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했으며, 반세기가 넘도록 의사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서도 건강한 삶을 누렸다. 삶의 매 순간을 명료한 의식과 치열한 각성 속에서 산 두 사람은 세계의 수많은 사람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100세가 되던 해, 스코트 니어링은 음식을 서서히 끊음으로써 자신을 붙들고 있던 목숨과 작별을 고했다. 헬렌 니어링 또한 남편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생을 마감하고자 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그녀는 1995년 차 사고로 갑작스럽게 92세에 일기를 마쳤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은 '요리' 없는 요리책이다. 그녀가 평생 먹고산 음식들은 요리라고 할 것도 없이 주로 밭에서 키운 싱싱한 채소를 생으로 먹는 것이다. 니어링 부부는 아침엔 주로 허브차 한 잔만 마시거나, 견과류나 해바라기씨가 있으면 한 줌 주워 먹는다.

주식은 제철에 나는 채소, 또는 쓰다 남은 재료를 몽땅 넣어 끓인 수프, 신선한 초록 잎 샐러드다. 물론 드레싱은 하지 않는다. 샐러드에 천일염을 한 꼬집 뿌리는 정도면 족하다. 간식은 과일, 그것도 한 번에 한 종류만 먹는다.

우리는 곡류를 종류별로 조금씩 먹지만, 주식으로 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곡류를 조금 먹어서 우리가 건강한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 쌀을 먹고, 일주일에 한 번 감자를 먹는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 그 밖의 곡물을 먹는다. (259쪽)

과일은 완벽한 음식이다. 더 넣을 것도 없고, 준비할 것도 없으며 조리하거나 양념할 필요도 없다. 과일에는 기본적인 미네랄이며 비타민,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다. 디저트를 먹어야 한다면 과일과 견과가 더 바람직할 것이다. (277쪽)

우리의 식탁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 책에 실린 그의 식생활과 삶의 방식이 분명히 좋아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그가 이 책을 쓴 때는 1980년이고, 공기 좋은 시골에서 농약이나 화학 비료 없이 본인이 직접 키운 채소와 과일을 먹었지만, 지금 우리는 그와 같은 삶을 살기는 어렵다. 채소와 과일도 마냥 안심하고 먹을 수 없는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그들의 삶은 '그림의 떡'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 책이 나에게 의미 있게 다가온 이유는, 비록 그들의 삶을 완벽히 따라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적용해 볼 만한 지점들이 있어서다. 무엇보다 부엌 앞에 설 때의 마음가짐, 가령 먹는 행위에 그 자체에 대해서, 미각에 대해서, 요리로 보내는 시간과 노력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묵직하게 던져주고 있다.

배가 고프지 않을 때는 굳이 먹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배가 고플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극적인 양념을 넣지 않고도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소금과 양념이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만든다면, 소금과 양념을 넣지 말고 음식을 적게 먹는 편이 좋다. 아주 간단하지 않은가. (30쪽)

그의 말이 맞다. 우리는 너무 많이 먹고 마신다.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가 손에 들고 먹는 '간단한 음식'이라는 것은 결국 무엇인가. 빵, 라면, 각종 레토르트 식품들 한편에 그야말로 깨알같이 쓰여있는 원재료를 보라. 발음하기도 힘든, 과연 사람이 먹어도 되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온갖 합성 감미료와 화학 첨가물들이 빼곡히 적혀있다. 그 이름들에 알 수 없는 찜찜함을 느끼더라도 그때뿐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잠시 앉아 생각해본다. 한 가정의 밥상을 책임지고 있는 나는 마음이 무겁다. 내 가족에게 무엇을 먹여야 할 것인가. 당장 헬렌 니어링이 제시한 대로 먹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천천히 하나씩 바꿔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일단 먹는 양을 조금 줄일 필요가 있다. 매번 식사 후 부른 배를 두드리며 '아, 배부르다!'는 말이 자동으로 나오는 지금의 식사는 고쳐야 한다.

식전에 신선한 채소를 가득 담은 샐러드를 먹는 것으로 식탁에 변화를 줘보자. 일단 샐러드는 익힐 필요가 없으니 이 여름에 얼마나 좋은가! 샐러드를 먹고 현미와 귀리를 섞은 밥을 지어 간단한 반찬 한두 가지만 곁들여 먹어보자. 비빔밥이나 덮밥 같은 '한 그릇 요리'라면 더 좋겠다. 간식이 필요하다면, 요즘 많이 나오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이 좋겠다. 토마토, 수박, 참외 같은 것.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해보자. 이 책을 읽고 당장 채소와 과일을 사러 마트에 갈 필요는 없다. 일단 첫 번째 미션은 '냉장고 파먹기'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소비하자. 그 후에 필요한 것들을 조금씩만 사서 바로바로 해 먹는다. 괜히 잔뜩 사서 냉장고에 쟁여 둘 필요 없다. 인스턴트 음식은 줄이고 가까운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제철 음식을 주식으로 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냉장고 파먹기' 1단계. 양파 반 개, 쓰다 남은 호박, 당근과 감자도 있다. 냉동실에 얼려둔 브로콜리가 있다. 마침 카레 가루도 있으니, 오늘 저녁 메뉴는 카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9년 6월 06일, 목 6:4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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