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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Pastor Choi's column 060519
“저는 눈에 뵈는 게 없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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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단 한 번 만났는데도 잊히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남녀 간에는 그런 일이 비교적 흔하다. 첫눈에 반해서 평생 반려자가 된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닌 경우에 그런 일은 매우 드물다. 그런데 그렇게 기억에 남은 사람이 한 사람 있다.

이재서 목사다.

나는 그를 목사 안수식에서 만났다. 아침에 안수식이 열리는 교회에 도착했을 때 나는 무척 긴장했다. 안수 때문이 아니었다. 그날 안수를 받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그날 예배에서 축도를 하는 것이 관례였다. 내 자리는 가장 오른 쪽이었다. 그건 내가 안수를 받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는 표시였다. 나는 축도문을 외우고 또 외웠다. 그러다 혹 생각이 안 날 경우를 대비해서 작은 종이에 옮겨 적었다. 단 한 글자라도 틀리면 질타를 받게 된다고 함께 안수를 받는 친한 사람이 경종을 울려주었다. 그래서 그렇게 준비를 하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한 여자의 도움을 받아 내 오른 쪽에 안내하던 여인과 함께 앉았다. 그가 바로 이재서였다. 그분은 나보다 나이가 두 살이나 위였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쉴 수 있었다. 이제 축도는 그가 할 것이다.

나는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다만 그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과 잠시 후 그의 소개로 그가 총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내게 안수를 축하한다면서 혹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딸 생각이 있으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다. 참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안수식이 끝날 때까지 가만있지 않았다. 특히 목사들의 권면의 말이 이어질 때 그는 저 말대로 하시면 안 된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럴 때마다 부인이신 한점숙씨가 옆에서 빙그레 웃었다. 그가 개혁성향이 매우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가 여러 번 말을 걸어오기에 나는 그에게 내가 할 부담스런 축도를 대신 할 분이 계셔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는 걱정이 없다면서 자신은 뵈는 게 없기 때문에 떨리지 않는다는 농담을 하였다.

그때 들었던 농담을 그가 총신대 총장이 된 기사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난마처럼 얽혀있는 학내 사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저는 눈에 뵈는 게 없지 않습니까?”라는 농담으로 자신감을 내보였다.

나는 그의 말에 담겨 있는 진의를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을 것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그는 장애가 없는 사람과 달리 똑바로 걷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의 말대로 눈에 뵈는 게 없어야 똑바로 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는다. 그의 마음속에서 들끓고 있는 열정과 그가 마음으로 바라보는 하나님의 꿈을 나는 느끼고 볼 수 있다. 단 한 번의 만남이었지만 그와의 만남은 그렇게 격렬했다. 청각장애인 형을 두고 있는 나는 언젠가 그와 만나 함께 그가 하고 있는 밀알운동에 참여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그 운동에 참여할 기회를 가지지 못할 정도로 지리멸렬한 목회의 길을 걸었다.

어쨌든 그런 그가 똥통의 본산인 총신의 총장이 되었다. 만일 다른 사람이 총장이 되었다면 나는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가 가더라도 똥이 안 묻을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곳에서 꽤 괜찮은 교수님들도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괜찮은 교수도 그곳에서는 소신 있는 발언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곧 단두대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곳 교수들은 바른 말을 하지 못한다. 에둘러 암시만 하거나 변명의 여지를 반드시 남겼다. 그곳은 그런 곳이다. 언제든 교리의 칼날이라는 단두대가 준비되어 있는 곳이다. 그러니까 두 눈을 뜨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 칼날을 피하려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재서 총장의 경우는 두 눈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만났던 이재서 목사는 능히 그 칼날을 감내할 수 있는 분이다. 스멀스멀 기대의 마음이 솟아오르는 걸 어쩔 수가 없다.

내가 그를 신뢰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가난한 자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여성안수가 떠오른다. 그는 과연 이 문제를 어찌 할 것인가. 여성 안수는 시대적 필요가 아니라 성서가 피력하는 근본적인 원리이다. 하와는 돕는 베필이었다. 여기서 사용된 ‘에제르’라는 단어는 하나님께 사용하는 단어였다. 도우시는 하나님이라는 말에 사용하는 신적 형용사이다. 하와에게 그 단어가 사용되었다. 이는 하와가 아담을 목회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누군가를 섬긴다는 것은 곧 그가 돕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섬김은 하나님 나라의 가장 현저한 삶의 방식이며 지배의 수단인 권위를 무력화시키는 가장 완벽한 도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하나님 나라인 교회에서는 여성이 목회를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다른 사람의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면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우월하지 않은가. 측은한 마음으로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역지사지의 마음도 훨씬 더 쉽게 가지지 않는가. 나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목회에 적합하도록 창조되었다고 믿는다. 이재서 총장의 생각이 궁금하다. 그리고 그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궁금하다.

여성 안수를 생각해 보았지만 총신의 생태를 잘 아는 나는 이재서 총장이 앞으로 감당해야 할 짐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그는 잘 해낼 것이다. 이런 표현은 가급적 안하려 하지만 그가 총장이 된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그를 신뢰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가난한 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교수로 정년퇴직을 했으니 경제적인 가난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시각장애라는 장애를 통해 혹독한 시련과 장애물들을 만나 그것을 통과했고 무엇보다 가난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그는 장애로 인한 불편함보다 가난이 더 힘들었다고 말한다. 차별과 수모는 하나님의 학교이고 그는 배설물로 여겨야 하는 세상의 학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그 학교를 나왔다. 가난의 신비와 가난의 영성을 알게 된 나는 하나님의 학교를 나와 총장이 된 그를 하나님이 부르셨다고 믿는다. 그가 총장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가 총장이 되었으니 사랑의교회 오정현의 문제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길 기대해본다. 나는 그가 할 수 있는 한 총신이 내릴 수 있는 가장 단호한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

기쁘다. 하나님은 당신의 학교를 나온 사람을 반드시 쓰신다. 이재서 총장이 바로 그런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아버지께서 일하시는 것을 보고 일하는 모습을 나는 멀리서 응원할 것이다. 그는 내가 감히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 되었지만 좁은 길에서 만나 함께 손을 잡게 되지 않을까. 하나님 나라의 길벗이 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는 놓쳤지만 그것이 하나님의 복선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올려짐: 2019년 6월 06일, 목 6:0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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