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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My thoughts on 5.18" 030619
5.18에 대한 나의 생각
[열린창] 신학대학 교수가 본 ‘광주’


(서울=뉴스앤조이) 박충구 (전 감신대 기독교윤리학 교수) =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1980년 나는 첫 목회지인 경기도에 있는 한 교회에서 담임 전도사로 사역하고 있었다. 언론을 통해 전해 들었던 ‘광주사태‘는 나라를 흉흉하게 했다. 우리 교회는 조그만 시골교회였지만 면 파출소에 근무하던 경찰관이 이따금 예배에 참석하고 갔다. 그가 예배를 드리러 온 것인지 아니면 교회의 분위기를 살펴보러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가 예배자의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나는 언론의 보도대로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폭도들에 의한 광주사태로 인식하고 있었다. 북한군 개입설도 나돌고, 김대중 반란 모의 사건도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시골 목회자의 관점으로는 도저히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이따금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가 전해왔지만 떠도는 유언비어라고 여기곤 했다. 교회에서는, 목회자 사이에서는 모두 광주사태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을 꺼렸다. 당시 우리는 서로 묻고 알려고 하지 않았다.


▲ 광주민주화운동 이미지(사진:518기념재단)

광주사태에서 광주항쟁으로 그 이해의 구조를 바꾸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유학 시절이었다. 1984년 나는 독일 Bonn대학교로 박사과정을 하러 떠났다. 당시 나는 박사 학위 논문으로 토착화신학과 민중신학의 정치사회 사상을 분석하는 과제를 구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Bonn대학교 도서관에는 한국의 정치 현실을 분석한 단편적인 글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감신대 도서관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문서들이 외국 대학 도서관에 잘 정리되어 있었다. 심지어 KNCC 성명서와 사소한 문서까지 모여 있었다. 당시 Bonn대학교 도서관에는 해방신학 논쟁 문서들, 남미 각 지역의 상황, 남아프리카의 상황 등등에 관한 단편적 자료들이 부문별로 모두 파일 되어 있었다. 민중 신학에 관련된 자료들도 상당 부분 영어로, 독일어로 번역되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독일 교회(EKD)는 오가는 경비를 모두 지원해 주면서 틈틈이 재독 한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타궁(Tagung)을 열어 주었다. 타궁은 보통 하루 이틀 정도의 시간을 내서 모이는 성격의 콘퍼런스였다. 여기서 우리는 민중 신학과 해방신학을 토론했고, 한국의 정치 사회 현실을 분석하는 글과 자료들을 접하게 되었다.

이때 비로소 나는 1980년 5월의 사건이 ‘폭도에 의한 광주사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광주항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980년 5월에 일어난 구체적인 사건들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보면서 너무나 놀라 눈물을 줄줄 흘리던 순간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주독 한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들은 보수적인 성향의 교회에 나가면서 전두환 정권을 옹호하는 여론을 만들었고, 비디오테이프는 간첩들에 의하여 조작된 선전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민교회 목사들은 그들의 비위를 상하지 않는 선에서 정치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유학생들은 반으로 나뉘어 한 편은 전두환 정권을 편들고 한 편은 전두환 정권 반대 시위를 벌이곤 했다. 지금도 Bonn 시내 베토벤 동상 앞에서 반정부 시위를 하던 그때가 떠오른다. 그 시위를 주도했던 이들 중에는 독일 이민자를 위해 평생을 헌신했던 장성환 목사, 그리고 당시 유학 중이던 손규태 교수 등이 주축을 이루었다. 독일 한인 교회들도 나누어져 한 편은 전두환 정권을 비판하는 정서가 있었고, 다른 편은 전두환 정권을 옹호하면서 다른 편을 친북 친 공산주의 세력으로 매도했다.

3년 후 나는 뉴저지 소재 드류 대학교에서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유학 시절에 만난 여러 지인 중, 전두환 정권이 저지른 패악을 파악하고 있던 이는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하여 일어난 사건을 광주항쟁이라고 불렀고, 실상을 파악하지 못한 이들은 여전히 광주사태라고 불렀다. 이따금 선후배들이 드류 대학을 찾아와 함께 식사를 나누다가도 누군가가 광주사태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이내 항의와 비판을 받곤 했다. 광주항쟁이 광주 민주화 사건으로 공인이 된 이후에서도 교회 안에는 정치적 견해나 입장에 따라서 여전히 광주사태라고 지칭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유학생 사이에서 이 문제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세력이 광주 시민의 민주화 운동을 폭동으로 몰고, 이를 진압하기 위하여 군대를 동원하여 국민을 잔혹하게 학살한 사건으로 종결지어져 있었다.

하여 유학생들은 미주 한인 목사들이 콘퍼런스를 여는 곳에 찾아가 광주 민주화 운동 사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판매하기도 하며, 그 참모습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이 사건은 나에게 우리 사회의 정치적 지형도를 읽어내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 전두환 정권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이들과 사악한 정권을 비판하고 이 나라 민주주의의 토대를 일구어온 세력이 지닌 도덕성은 물과 기름같이 다르다. 사악한 집단은 지역갈등을 조장하거나 이념 공작을 벌이고, 상대를 거짓으로 모함하며, 민족 분단의 원흉 노릇을 하면서도 모든 책임을 상대방에 돌리는 등 포악한 권력을 행사하며 이 땅의 평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기능한다.

전두환 군부 세력은 5.18 사건에 앞서서 김대중을 비롯하여 문익환 목사 등 20여 명의 민주인사들을 내란음모자로 몰아 대거 잡아들였다. 당시 기록에 의하면 공식 확인된바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163명이 전두환 군부에 의하여 죽임을 당했다. 그중 10대가 36명, 20대가 73명이나 희생되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던 이들은 이처럼 2-30대 젊은 피였다. 사망자의 직업을 살펴보면 공장 직공이 34명으로 제일 많았고, 그다음이 학생(27명)이었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이승만 독재에 항거해온 1960년대부터 언제나 젊은이들이 앞장서서 지켜 왔다. 우리가 현재 누리는 인권과 자유와 평화는 바로 이들이 피로 지켜온 것이다. 2005년 정부는 광주항쟁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명명했고, 그 이후 우리 국민은 1980년 5월의 광주를 “민주화 운동”의 요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2011년 광주 민주화 운동 기록물을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게 하여 영구히 그 기록을 후손들에게 남기기로 결정했다.


▲ 김진태(좌)와 지만원(우)

이런 피의 역사 앞에서 지만원 같은 허접한 자나 춘천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망나니 김진태 같은 자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철없는 수구 반공주의자들을 모아 놓고 헛소리를 해대고 있다. 이런 망종들의 망언을 방임한다면 그것은 민주시민 우리 모두의 직무유기다. 게다가 자한당의 김병준은 김진태를 편들어 자한당의 다양한 스펙트럼 중의 하나라며 조잡한 변명을 해주고 있다. 공당의 대표로서 민주 의식이나 역사의식이 저급하기 짝이 없다. 반민주, 반역사, 반인권적인 기록을 다시 경신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그는 정신이 죽어 살아있는 것 같으나 죽은 자, 좀비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이제는 이런 망종들이 나대는 세상을 끝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좀비들이 기생하는 곳을 살펴보면 철이 지난 반공주의에 푹 절어있는 보수 대형 교회들이다. 이런 망종들과 함께 장단 맞추며 춤추는 정신 나간 목사들도 적지 않은 까닭이다. 이제는 신앙생활을 하겠다는 이에게 아무 교회나 가까운 데 나가라고 권면할 수가 없다. 교회를 잘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역사의식과 더불어 아름다운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지름길이다. 참된 하나님의 교회라면 신자들을 앞세워 저런 좀비 같은 망종을 지지하게 만들고 그의 숙주 노릇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본보 제휴 <뉴스 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9년 3월 07일, 목 11:4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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