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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Sweetness is not good for your health 021319
단 건 몸에 안 좋다? '설탕계의 현미'를 아시나요
[서평] 달콤하지만 쌉싸름한 설탕의 세계사... '흑설탕이 아니라 마스코바도'


(서울=오마이뉴스) 김현자 기자 = <흑설탕이 아니라 마스코바도>(따비 펴냄)를 누가 권했다. 책을 받아든 순간 '마스코바도가 뭘까?' 궁금한 한편 낯설었다. 몇 장 읽지 않고 '왜 이제야 마스코바도를 알게 됐지?'란 아쉬움 강한 생각과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시중 일반매장에서 판매하면 좋겠다'와 같은 바람까지 하게 됐다.

설탕은 비만과 당뇨의 주범으로, 건강한 삶을 위해 최대한 줄여야 하는 물질로 꾸준히 지목되고 있다. '줄여야' 대신 '끊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그런데 설탕을 끊기란 쉽지 않다. 우리의 음식에 폭넓게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 마스코바도가 그나마 바람직한 설탕이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쌀, 소금, 밀가루 등에서 흰색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흰색은 정제 혹은 가공을 많이 했다거나 표백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미보다는 현미가, 정제염보다는 천일염이, 백밀가루보다는 통밀가루가 좀 더 건강한 식품이라 여겨진다. 그렇다면 설탕은 어떨까? 같은 논리에 따라 백설탕보다는 황설탕이, 황설탕보다는 흑설탕이 더 나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백설탕은 오히려 황설탕이나 흑설탕보다 '덜' 가공된다.

백설탕은 앞서 설명한 공정에서 활성탄 흡착, 원심 분리, 이온교환수지를 거쳐 수액에 포함된 불순물이 제거된 순수한 흰색 결정체다. 그런데 정제시설에서는 더 많은 설탕을 얻기 위해 결정화 공정에서 회수된 수액으로 가공 공정을 수차례 되풀이한다. 이 과정에서 일종의 캐러멜화가 진행되는데, 이 상태에서 결정화되면 갈색을 띤 설탕이 나온다.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백설탕은 흰밥, 황설탕은 누룽지다. 요컨대 황설탕이 건강에 더 좋을 것이며, 백설탕은 백미나 백밀가루처럼 덜 건강한 식품이라는 오해는 빨리 잊는 것이 좋다. -12~14쪽.

마스코바도는 필리핀산 비정제 설탕이다. 현재 생협을 통해 수입되는 대표적인 공정무역 상품으로 일반 매장에선 판매되지 않는다. 언뜻 흑설탕처럼 생겼다. 끈적거리는 점도 비슷하다. 그래서 시중에서 흔히 팔리는 흑설탕보다 훨씬 비싸게(2018년 6월 기준 1.5배~2배) 팔리는 마스코바도에 부정적인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책에 의하면 마스코바도는 우리가 시중의 일반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설탕들과는 질적으로 차원 다른 설탕이다.

설탕은 열대지방의 사탕수수(85~90%)와 온대지방의 사탕무(7~8%)를 주원료로 한다. 이들로부터 설탕을 얻는 방법은 '①잘 자란 사탕수수를 잘라 수액을 추출(착즙) ②고온에 끓인다(가열 농축 및 불순물 제거) ③건조 및 결정화 ④파쇄 ⑤소분 및 포장' 정도로 비교적 간단하고 쉽다. 설탕 공장(제당 공장)이 생기기 전 사람들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설탕을 얻었다고 한다.


▲ <흑설탕이 아니라 마스코바도> 책표지. ⓒ 따비

우리가 시중의 매장에서 흔히 구입하는, 제당공장에서 생산된 설탕들 또한 전통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는 방법으로 생산된 것들이란다. 눈에 띄게 다르다면 전통방식과 같은 기본 원리로 뽑아내는 것은 맞지만 수많은 과정을 되풀이한다는 것. 이는 최대한 많은 설탕을 얻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사실은 설탕의 품질은 전혀 다른 차원이 된다는 것이다.

제당공장에서 필요한 상품은 입자가 일정한 순도 높은 설탕이다. 이는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해야만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불순물 중에는 채집이나 운반 등에서 생긴 것들도 있지만 사탕수수에 포함된 영양물질들도 있는데, 설탕 입자가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하는 당밀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래서 사탕수수의 영양물질까지 완전 제거한 후 순수 자당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먹는 설탕들은 당분만 있을 뿐, 별다른 영양이 없다.

반면, 공장에서 생산되기 전까지 오랫동안 이어져 왔던 전통방식, 즉 마스코바도를 얻는 방식에서는 채집 운반 등의 과정에서 생긴 불순물들만을 제거한다. 그래서 달콤한 한편 사탕수수의 고유 영양물질들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최소한의 정미로 백미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영양을 품고 있는 현미처럼 말이다. 그래서 마스코바도는 '설탕계의 현미'로도 불린다.

이와 같은 설탕계의 현미 비정제설탕들을 필리핀에서는 마스코바도, 인도에서는 재거리(Jaggery), 방글라데시아에서는 거르(Gur), 콜롬비아에서는 타넬라(Tanela) 등으로 불린다. 그런데 왜 하필 필리핀의 마스코바도일까? 재거리나 거르, 타넬라 등이 아니고 말이다.

1100년경 영국에 상륙한 귀한 존재였던 설탕은 1650년경에는 영국의 귀족들을 상습적인 설탕 소비자로 만든다. 이 무렵 설탕은 여러 병을 다스리는 의약품이자, 문학작품에서 사랑이나 달콤함을 드러내는 상징물로, 또한 부자들의 신분을 상징하는 한편 일부 계층만 누릴 수 있는 사치품이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설탕은 17세기에 이르러 서민들의 식사에도 필수품으로 끼어든다. 그리하여 18세기, 국제 설탕산업은 유럽, 특히 영국의 산업화 및 자본주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며 발전한다. 이런 설탕이 필리핀의 주요 생산물이 되게 한 것은 18세기 말 스페인에 의해서. 당시 영국과 함께 세계 여러 나라를 식민지로 거느렸던 스페인은 뒤늦게야 333년간 식민지였던 필리핀에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을 도입, 국제적인 설탕산업에 편승시킨다.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농장 조성을 위해 나무들이 잘려나가면서 정글들이 사라진다. 가난한 노동자들은 사탕수수 재배에 투입된다. 설탕은 최초의 세계화 상품이다. 세계화의 가속으로 필리핀의 산업은 급성장한다. 그런데 다른 산업은 들어서지 못하고 설탕산업만 비대해지는 한편 당시 필리핀을 지배하던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로 발전한다.

필리핀의 설탕산업이 발달하면서 즉, 보다 쉽게 많은 설탕을 얻게 되자 입자가 고운 백설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 그리하여 전통적으로 설탕을 얻는 방법은 점차 사라지고 마스코바도 또한 자취를 감추게 된다.

1970년대 중반 이후 필리핀 설탕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다. 1974년 필리핀 정부는 '필리핀설탕위원회'와 '전국설탕유통공사'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설탕 유통을 독점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설탕산업 구조 개편에 대외적인 어려움까지 가중됐다. 1974년 미국의 필리핀 농산물에 대한 특혜관세가 철폐됨에 따라 필리핀 설탕은 미국이라는 의존적인 시장을 잃고 국제시장에서 다른 설탕과 함께 완전한 자유경쟁 상황에 놓였다. - 88~89쪽

이와 같은 필리핀의 설탕산업을 뒤흔든 것은 미국의 필리핀 농산물에 대한 특혜관세 철폐 (1974년). 비슷한 시기 등장한 감미료들이 설탕을 대체하면서 국제 설탕가격은 하락한다. 그로 필리핀 설탕산업은 고꾸라지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가난으로 인한 기아에 허덕이거나, 자살하는 등 필리핀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세계화가 부른 폐해였다.

필리핀의 설탕산업에 희망이 깃들기 시작한 것은 가장 바람직한 무역을 지향하는 공정무역 주요 상품으로서의 마스코바도의 재탄생이었다. 책은 이와 같은 사실들을 바탕으로 지난날의 설탕(산업)과, 세계 첫 세계화 상품인 설탕으로 인한 필리핀의 세계화와 그 폐해, 필리핀의 농부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 공정무역 등에 대해 6장에 걸쳐 들려준다.

필리핀의 근현대사는 곧 설탕(산업)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설탕은 지난날 필리핀 전반을 지배해왔다. 이런 만큼 책은 필리핀의 근현대사를 많은 비중으로 들려준다. 설탕 산업과 관련지어 들려주긴 하지만 다소 지루했다. 그럼에도 이 책에 무게를 더해 권하는 이유는 우리 생활에 이미 오래전에 끼어들어 있는 설탕을 둘러싼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는 책이라서다. 그리고 마스코바도가 보다 많이 알려지고 선호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설탕은 일부 지방에서만 자라는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 얻는다. 이들은 수확 후 48시간 안에 일정의 공정을 해야만 하는 특성을 가진데다가 부피까지 크다. 그런 만큼 이동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지난날 필리핀과 같은 현지에서만 가능한 산업이었다.

그런데 지난날 설탕산업을 이끈 것은 영국이나 스페인 등처럼 설탕 작물들이 전혀 자랄 수 없는 나라들이다. 이런 사실은 전 세계인들의 감미료인 설탕이란 세계화 상품이 얼마나 많은 현지인들과 자연을 유린 착취하며 얻어낸 산물인가를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훨씬 의미 있게 읽힐 책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9년 2월 17일, 일 11:1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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