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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Chriatinity depicted in movies and dramas in the 2000s 020619
2000년대 영화·드라마 속 기독교 묘사를 모아 봤다
영화 12편, 드라마 4편…'밀양'부터 '내 ID는 강남 미인'까지


(서울=뉴스앤조이) = 장명성 기자

"오늘 제 앞에 계시는, 매일매일 믿음의 결단대로 살고 있는 한 분을 소개할까 합니다. 도상원 의원님, 나랏일에 바쁘신 와중에도 우리 아들딸 두 자녀분을 훌륭하고 아주 반듯하게 키워 내셨습니다."

목사가 설교 도중에 예배에 참석한 국회의원을 '믿음의 사람'으로 소개했다. 소개받은 국회의원이 멋쩍은 듯 일어나 인사하자, 교인 모두가 손뼉을 쳤다. 예배 후 목사는 의원에게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잘되시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고, 의원은 "다 목사님 기도 덕분"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실상, 국회의원의 가정은 관계가 완전히 깨진 상태이다.

요새 핫한 JTBC 드라마 '내 ID는 강남 미인'을 보다가 이 장면에서 흠칫했다. 극 전개상 중요한 것도 아니고 새로울 것도 없는 장면이지만, '이제 사람들은 교회를 이렇게 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진실은 알지 못하고 권력자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교회는 그런 존재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에 씁쓸했다.

영화나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는데, 그렇다면 영화와 드라마에서 교회와 크리스천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까. <뉴스앤조이>는 2000년 이후 한국 상업 영화·드라마 속에서 개신교가 어떻게 묘사되는지 종합해 봤다. 영화 12개, 드라마 4개에서 그려지는 한국교회 모습은, 결과적으로 영화 1개를 빼고 전부 부정적으로 묘사됐다.

<뉴스앤조이>는 총 16개 작품을 크게 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눠 보았다. 아래는 유형과 각 영화·드라마에 대한 간단한 소개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이에 대한 분석은 따로 기사에 담았다.

1. 광신적 행태

손만 대도 쓰러지는 '치유 기도회' 등 집회 현장이나 방언, 헌금, 기도 등 종교 행위를 강요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 같은 종교 행위 이면에 목사·교주들의 이권을 챙기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것이 공통된 묘사다.

OCN이 2017년 방영한 '구해 줘'는 개신교계 사이비 집단에 맞서는 다섯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영부'라고 불리는 백정기(조성하 분)가 사이비 집단 '구선원'의 교주로 나온다. 그의 종교 행위 이면에는 돈·성·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계획이 있다. 헌금을 갈취하고, 신도를 폭행하는 것은 물론, 젊고 예쁜 임상미(서예지 분)를 자신의 '영적 아내'로 삼아 겁탈을 시도하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영화 '사이비'(2013)는 수몰 예정인 시골 마을 이야기를 그린다. 목사인 성철우는 도시 교회에서 잘나가는 목사였는데, 어린 여신도와의 염문 때문에 쫓겨나듯 시골 마을로 왔다. 성 목사는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 가짜 장로 최경석의 협박으로 사이비 교회를 운영하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집단으로 사이비 교회에 빠져 수몰 배상금을 헌납하고, 최경석은 마을 사람들의 배상금을 갈취한다.

'의뢰인'(2011)은 화목해 보이던 한 가정의 아내가 살해당하고, 남편이 용의자로 지목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살해당한 정아(유다인 분)의 어머니는 개신교 광신도로 묘사된다. 정아의 결혼을 반대했던 어머니는 결혼을 막기 위해 딸을 두 달 동안 기도원에 감금하고, 딸의 살인 사건을 다루는 재판장에서도 사위를 '마귀'라고 부른다. 영화 군데군데 딸에게 광신적 신앙을 강요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 드라마 '구해 줘'에서 교주 백정기(조성하 분)가 치유 집회를 진행하는 장면. OCN 영상 갈무리

2. 위선

열심히 기도하고 전도하는 등 신앙생활 자체에는 열심이지만, 중요한 기로에서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기독교인의 위선을 그리는 영화들도 있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은 기독교를 소재로 한 가장 대표적인 영화다. 영화는 죽은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온 후, 아들을 잃게 되는 신애(전도연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된 신애는 아들을 유괴하고 죽인 살인범을 용서하려고 교도소까지 찾아간다. 신애가 용서의 말을 꺼내려는 찰나, 살인범은 평온한 표정으로 "하나님이 내 죄를 용서하셨다"고 말한다. 그 말에 큰 분노를 느낀 신애는 종교를 버리고 삶을 망가뜨리게 된다.

영화 '심장이 뛴다'(2011)는 심장병 걸린 딸에게 이식할 심장을 구하기 위해 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희(김윤진 분)의 모습을 보여 준다. 연희는 심장이식을 거부하고 달아난 환자의 보호자를 잡기 위해 위험한 사람들과 손을 잡는 등 범법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영화는 중간중간 아픈 딸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통해 엄마가 기독교인임을 강조한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에서 금자(이영애 분)의 회심을 위해 노력하다가 "너나 잘하세요"라는 충고를 듣게 된 전도사(김병옥 분)는 후에 다른 인물의 사주를 받아 금자의 뒤를 캐고 다닌다. "다시 (기독교로) 돌아오라"고 말하며 금자를 쫓아다니는 그는, 스토킹 대가로 돈을 받으며 "주님의 사업에 쓰겠습니다"라고 습관처럼 말한다.

공지영 작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도 기독교인의 외식과 위선을 묘사한다. 유정(이나영 분)의 가정은 부유한 기독교 집안이다. 영화 초반에 유정이 사촌 오빠에게 강간당하자 엄마는 나서서 문제를 덮고, 오히려 유정을 나무란다. 배신감을 느낀 유정은 자살을 기도하고, 아버지의 제사상에서 기도하지 않고 두 번 절하는 등 기독교 집안의 위선적 모습에 분노하는 모습을 보인다.

3. 권력과 유착

교회가 권력과 유착해 권력을 이용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tvN이 2017년 방영한 드라마 '아르곤'은 대형 교회 비리 보도를 정정하는 탐사보도팀 이야기로 시작한다. 대형 교회 비리 보도 때문에 아르곤팀은 방송 시간이 심야로 밀려나게 되고, 교회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다. 후에 대형 교회 목사가 방송사 사장의 친인척이었고, 이 때문에 보도팀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JTBC 드라마 '내 ID는 강남 미인'에는 교회와 정치인이 서로를 이용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교회 목사는 국회의원 도상원(박성근 분)의 가정을 '믿음의 가정'으로 치켜세우고 예배 시간에 인사하게 하면서도, 실제로 관계가 무너진 가정의 모습은 물론, 도상원이 정치를 위해 종교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혀 모르는 눈치다. 이 장면 직후에는 사찰이 배경으로 나온다. 스님이 도 의원 아들의 대학 입학을 축하하자, 도 의원은 합장하며 "다 부처님의 자비하심 덕분"이라고 답한다.


▲ '내 ID는 강남 미인'에서 목사의 소개를 받고 인사하는 도상원(박성근 분). JTBC 영상 갈무리

4. 사이코패스

SBS가 2018년 방영한 '리턴'의 악역 김학범(봉태규 분)은 신학대 교수이며 사학 재벌가의 후계자다. 교수직은 아버지를 통해 얻은 자리이며, 교수실에는 신학 서적 대신 피규어만 가득하다. 휴대전화 벨소리는 '내게 강 같은 평화'지만, 자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폭력과 살인을 손쉽게 저지르는 사람이다. 드라마에는 김학범이 도박과 마약은 기본, 친구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는 모습까지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얼마 전 흥행한 영화 '독전'(2018)에 나오는 마약 밀매 조직 간부 브라이언(차승원 분)은, 대기업 회장의 막내아들로 외국에서 신학을 공부한 인물이다. 브라이언은 심각한 상황에서 갑자기 "기도하자"면서 기도를 하고 "지옥 앞에선 누구나 구원을 바라기 마련이다"고 말하는 등 일상적으로 기독교적인 어휘를 내뱉는다. 그러나 그는 자기 말을 따르지 않는 조직원을 살인 교사하고 두꺼운 반지를 낀 채 부하의 얼굴을 짓이기는 등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인다.

작년 12월 개봉한 영화 '1987'(2017)에는 <사랑의 하나님>이라는 제목의 기독교 서적을 읽는 조 반장(박희순 분)이 박종철(여진구 분)을 잔혹하게 고문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조 반장은 감옥에 갇혀서도 찬송가 '이 눈에 아무 증거 아니 뵈어도'를 부르는 등 기독교인으로 표현된다. 영화에는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쫓기는 사람들을 숨겨 주는 교회의 모습도 나온다.


▲ 드라마 '리턴'의 악역인 김학범(봉태규 분)이 명성신학대 강의실에서 가인과 아벨 이야기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SBS 영상 갈무리

5. 비극 앞에 무기력

비극적 현실에서 위로가 되지 못하는 기독교의 모습을 보여 주는 영화도 있다. 독실한 신자였던 사람들이 마주치는 어려움에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종교의 실상을 표현했다.

영화 '오로라 공주'(2005)에는 차에 십자가를 걸어 놓고, 경찰서 책상에 성경책을 두고 '아멘'을 매번 읊조리는 오 형사(문성근 분)가 나온다. 오 형사는 신학교에 진학해 목사가 되고자 했던 독실한 신자였지만, 딸이 죽은 후에는 살인범을 죽이기 위해 오로지 복수를 도모하는 사람으로 변한다. 범인을 죽이기 위해 성경책에 면도날을 숨겨 다른 범죄자에게 건네기도 한다.

"일곱 번씩 일흔 번까지 용서하라"고 설교하는 목사 주영수(김명민 분)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영화 '파괴된 사나이'(2010)는 제목 그대로 망가져 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느 날 어린 딸이 납치되고, 주영수는 딸이 돌아오기만을 바라며 신앙에 매달린다. 8년이 지나도 결국 딸은 돌아오지 못했고, 그는 목사를 그만둔 후 사업가로 일하게 된다. 영화는 응답하지 않는 신에 대한 배신감으로 신앙을 저버리는 주영수의 모습을 묘사한다.

'그놈 목소리'(2007)도 '파괴된 사나이'와 유사한 이야기 흐름을 가지고 있다. 영화는 방송국 앵커인 경배(설경구 분)의 9살 아들이 흔적 없이 사라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1억을 가져오라"는 유괴범의 협박 전화에 경배는 아들이 유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들이 유괴당한 후, 기독교인인 경배의 집에 심방 온 목사는 "고난과 시련에도 감사하자"고 말한다. 어설픈 위로에 분노한 경배는 성경책을 집어 던지며 "고난과 시련이 감사해요? 나가세요. 오늘부터 하나님 안 믿어. 하나님도 이제 필요 없어"라고 소리친다.


▲ 영화 '파괴된 사나이'에서 주영수 목사(김명민 분)가 설교를 마치고 내려오는 장면. 영화 '파괴된 사나이' 갈무리

6. 교회의 역할 제시

영화와 드라마 속 기독교의 묘사가 대부분 부정적이지만,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보여 주는 영화도 있다. 영화 '완득이'(2011)는 교회가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완득(유아인 분)의 담임선생님으로 등장하는 동주(김윤석 분)는 자립이 어려운 이주 노동자를 돕는다. 동주는 자신을 교회 전도사라고 소개하며 동네 교회를 운영한다. 그는 예배당을 이주 노동자를 위한 쉼터로 제공하고, 교회 내 외국인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완득이 어머니를 찾아 주기도 한다. 술·담배를 서슴지 않는 그가 운영하는 교회를 '사이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동주는 "교회에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니까 내가 전도사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19년 2월 08일, 금 11:1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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